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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작동화] 조커 -학교 가기 싫을 때 쓰는 카드

창작동화 무명............... 조회 수 1744 추천 수 0 2006.01.22 22:44: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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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아이들은 학교에 다시 나오게 되어 만족스러웠다. 여름도 수그러들기 시작한 데다 길고 무더운 하루하루가 아이들에겐 점점 따분하게 느껴졌기 때문이다. 아이들은 내심 개학을 기다려왔다. 그래서, 비록 투덜거리며 불평하곤 있어도, 어쨌거나 아이들은 기분이 좋았다. 또 새로 선생님을 맞게 된 것이 좀 두렵긴 해도, 초등학교의 마지막 학년을 시작하는 중대한 날이 아닌가.
그런데 솔직히 아이들이 그런 선생님을 기대한 건 아니었다고 말해야 옳으리라. 선생님은 저만치 책상 앞에, 마치 쌓아 놓은 장작더미 같은 모습으로 앉아 있었다. 샤를르는 갓 부임한 ´새´ 선생님이 어쩌면 저렇게 나이 많은 사람일까 하고 생각했다. 마마르는 혹시 제 눈에 사물이 이중으로, 삼중으로... 아니면 사중으로 보이는 것이 아닌가를 확인하기 위해 가까이 다가가 보았다. 피부의 갈라진 이 선들이 과연 전부 진짜란 말인가? 아이들은 겁에 질려 서로를 바라보았다. 아이들은 솔직히, 확실히, 그리고 완전히 실망하고 말았다. 젊고 잘생기고 운동 잘 하는 선생님을 기대했는데, 이렇게 뚱뚱한 아저씨가 걸리다니. 선생님은 흰머리가 사방으로 뻗친 것이 꼭 그림 속의 하나님과 비슷했고 코끝에는 조그만 안경을 걸치고 있었다. 그리고 선생님의 배야말로 아이들이 한 해동안 쳐다보아야 할 유일한 공일 위험성이 대단히 컸다.
아이들은 또한 선생님의 목소리에도 깜짝 놀랐다. 니나는 마치 다른 세상에서 울려오는 듯 낮고 묵직한 음성에 움찔했다. 그 목소리로 처음 한 말도 어이가 없었다. ˝안녕˝도 아니고 ˝내 이름은∼˝도 아니고 ˝자리에 앉아라˝도 아닌, 대뜸 ˝너희를 위해 선물을 준비했다˝라는 말이었으니까. 앞으로 아이들의 담임 선생님이 될 그 분은 학생 하나하나의 책상 위에 선물 꾸러미를 하나씩 놓는 것이었다... 마치 선생님의 겉모습과 나이를 잊게끔 하려는 듯이. 선생님은 아이들을 쳐다보지도 않은 채 선물을 나누어주었다.
콩스탕스는 꾸러미를 찢어 카드 한 벌을 꺼냈다. 하트와 다이아몬드, 클로버와 스페이스가 그려진 시중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카드와 비슷했다. 다른 아이들도 똑같은 것을 받았다.
˝그럼 올해에는 카드놀이를 하게 되나요?˝
베네딕트가 큰 소리로 질문했다. 그 애는 하루 종일 카드놀이를 하며 시간을 보내는 자기 할아버지를 생각했다. 베네딕트의 할아버지는 그 애에게 블롯 게임을 가르쳐 주었었다. 선생님이 나눠 준 그 카드들이 진짜 카드가 아니라는 것을 맨 처음 알아챈 아이도 베네딕트였다. 카드 각각의 뒷면에는 ´조커´ 표시가 있었다. 선생님은 샤를르의 책상을 손가락으로 톡톡 두드렸다. 카드에 씌어진 글들을 읽으라는 뜻이었다. 샤를르는 저희가 말 대신 손짓과 으르렁거림을 사용하던 선사 시대로 되돌아간 것이 아닌가 하고 생각했다. 선생님의 말 없는 지시를 따르던 샤를르의 단순한 놀라움은 충격의 상태로 옮겨갔다. 샤를르가 읽은 내용은 이러했다.

잠자리에서 일어나고 싶지 않을 때 쓰는 조커
학교에 가고 싶지 않을 때 쓰는 조커
숙제한 것을 잃어버릴 때 쓰는 조커
숙제를 하고 싶지 않을 때 쓰는 조커
수업 내용을 듣고 싶지 않을 때 쓰는 조커
수업 시간에 잘 때 쓰는 조커
옆 친구 것을 베낄 때 쓰는 조커
칠판 앞에 나가고 싶지 않을 때 쓰는 조커
벌을 받고 싶지 않을 때 쓰는 조커
수업 시간에 군것질할 때 쓰는 조커
떠들고 싶을 때 쓰는 조커

샤를르는 제 눈을 의심했다. 그 애는 잔기침을 하기 시작했다. 그러자 선생님은 베네딕트에게 다음을 계속 읽으라는 몸짓을 해 보였다.

아무 때나 목이 터져라 노래부르고 싶을 때 쓰는 조커
수업 시간에 춤추고 싶을 때 쓰는 조커
수업 시간에 밖으로 나가고 싶을 때 쓰는 조커
바보짓을 하고 싶을 때 쓰는 조커
거짓말을 하고 싶을 때 쓰는 조커
선생님에게 뽀뽀하고 싶을 때 쓰는 조커

베네딕트는 그 대목에서 삐그덕했다. 선생님은 마마르가 읽을 차례라는 신호를 보냈다.

어떤 사람에게 어리광 부리고 싶을 때 쓰는 조커
자기 시간을 갖고 싶을 때 쓰는 조커
쉬는 시간이 끝나지 않기를 바랄 때 쓰는 조커
교과서를 빼먹고 안 가져 올 때 쓰는 조커
방학 기간을 연장하고 싶을 때 쓰는 조커
조커 중의 조커


##
조커들에 대한 글을 읽고 난 후 아이들은 황당해진 동시에 몹시 흥분했다. 하지만 막 새 학년이 시작된 참이었기 때문에 그걸 가지고 떠들어대기에는 확실히 너무 이른 감이 있었다. 이어서 선생님은 굵직한 목소리로 일장 연설을 시작했다.
˝내 이름은 위베르 노엘이다. 나는 아주 어렸을 때부터(예전에는 나도 어렸단다.) 산타 클로스 할아버지라고 불렸지. 나는 그런 이유에서 선생님이 되었단다. 그리고 선물 주는 것을 아주 좋아한다. 나는 너희에게 매일매일 선물을 줄 작정이다. 학과 수업 선물, 책 선물, 기술 선물, 동사 변화법 선물, 수학 선물, 과학 선물, 인생이 내게 준 모든 것을 선물할 건데, 그 속에는 ´천재지변´들도 포함되어 있다!˝
˝선생님, ´천재지변´이란 게 무슨 말이에요?˝
콩스탕스가 물었다.
˝좋아.˝
선생님은 사전을 집어 들며 말했다.
˝자, 여기 마법의 선물이 또 하나 있단다. 이 책에는 모든 단어들을 풀 수 있는 열쇠가 들어 있다.˝
그러면서 선생님은 사전의 ´ㅊ´ 항목을 펴서 콩스탕스에게 건넸다. 콩스탕스는 그것이 자기더러 읽으라는 뜻임을 알아챘다.
˝천재지변: 대 혼란, 지진이나 해일, 폭풍 등에 의해 일어나는 파괴.˝
그 때 선생님이 서글픈 목소리로 중얼거리는 말을 들을 수 있었던 건 가까이 앉아 있던 샤를르뿐이었다. ´아니면 가까운 사람이나 사랑하는 사람의 죽음도 해당되지.´
˝이 말을 세 번 사용하는 사람에겐 그것을 선물로 주마. 너희 몫이야!˝
하지만 샤를르는 곧이듣지 않았다. 그 애는 ´천재지변´이란 말이 매일 사용할 수 있는 단어가 아니라는 것을 알고 있었다.
˝이제 카드를 정리해 넣어도 좋다. 필요할 때 사용하도록 해라. 그리고 너희에게 또 다른 선물을 주마.˝
선생님은 또다시 선물 꾸러미를 나눠주었다. 아이들은 모두가 똑같은 책을 받았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그건 찰스 디킨즈의 <데이비드 카퍼필드>였다. 촘촘한 글씨로 인쇄된 데다 그림도 없는 두꺼운 책이라 별로 읽고 싶은 생각이 들지 않았다. 싫기까지 했다.
˝하지만 이건 선물이 아닌데요, 선생님. ´폴 엘뤼아르 학교 교장´이라고 적혀 있는걸요.˝
˝이 책이 법적으로 너희 소유는 아니지. 그렇지만 너희가 그 책을 길들이는 순간부터, 다시 말해서 그것을 읽는 순간부터 책은 너희 것이 된단다. 나는 너희에게 역사 선물, 인물 선물, 단어들, 문장들, 사상들, 감정들의 선물을 준 것이야. 일단 책을 읽고 나면 그 모든 것이 일생 동안 너희 것이 된단다. 자, 내가 너희에게 첫 부분을 읽어 주마. 그러면 너희가 주말까지 나머지 부분을 끝내거라.˝
베네딕트는 그만 소리치고 말았다.
˝그건 불가능해요!˝
그 애는 거의 프랑스 혁명에 맞먹는 반항을 시작한 셈이었다. 아이들은 모두 책을 읽고 싶지 않을 때 쓰는 조커가 있는지 찾아보았으나 허탕이었다. 선생님은 개의치 않고 마치 코미디 프랑세즈 극단의 배우처럼 책을 읽어 내려가기 시작했다.

내가 이 책의 주인공 역할을 해야 하는 이상, 우선 나는 내가 어느 금요일 자정에(적어도 사람들 얘기는 그랬다.) 태어났다는 것부터 이야기하고자 한다...

아이들은 주의 깊게 이야기를 들었다. 혼자 읽는 것에 비하면 그나마도 이득인 셈이니까.
정오가 되었을 때 반 아이들은 자신들이 만족하고 있는지 아닌지 판단이 서지 않았다. 아니, 확실히 만족스럽긴 한데, 다만 담임 선생님이 너무 별난 사람이었다. 선생님은 아이들을 식당까지 데리고 가지 않았다. 마치 힘을 아끼려는 것 같았다.
˝운동하고는 영영 작별이로군!˝
로랑이 씁쓸하게 말했다.
하지만 점심 시간이 끝나 갈 무렵 선생님은 식당으로 왔다. 선생님은 반 아이들뿐 아니라 다른 반 아이들에게도 칫솔과 치약을 선물로 주기 위해서였다. 그리고 선생님은 아이들을 화장실로 데리고 가 시범을 보이면서 아이들이 그것들을 제대로 사용하는지 확인했다.
˝치아는 보석이다. 잘 간수하도록!˝
제일 먼저 조커를 사용한 아이는 샤를르였다. 수학 수업이 한창 진행 중일 때 그 애는 용기를 내어 <알로 마망 보보>를 불렀다. 선생님은 샤를르의 조커를 받은 후 수업을 멈추고 아이들에게 가사 쪽지를 나누어주었다. 그리고 선언했다.
˝다같이 노래를 부르겠다!˝

자, 조국의 자식들이여
영광의 날이 왔도다

˝선생님, 무슨 뜻인지 하나도 모르겠어요!˝
세르주가 말했다.
˝모두 다 이해할 필요는 없다. 필요한 건, 거기서 뭔가 느낄 수 있는 거야.˝


##
샤를르는 <데이비드 카퍼필드>를 읽느라 밤을 새우다시피 했다. 도중에 읽는 걸 멈출 수 없었던 데다, 작가의 이름도 자기와 같은 ´찰스´였으니까. 어쩌면 이 사람도 작년의 그 작가처럼 아이들과 대화를 나누기 위해 교실을 방문할지도 모른다. 아침에 샤를르는 너무 피곤해서 일어날 수 없었다.
˝엄마, 나 학교 안 가도 된다니까요. 조커가 있는걸요.˝
엄마는 믿을 수 없었지만 샤를르가 하도 우겨대는 바람에 마침내 손들고 말았다.
10시 30분이 되자 샤를르는 학교에 가고 싶어졌다. 그래서 학교에 갔다. 그리고 교실에 들어가기 위해 조커를 내밀었다. 선생님의 손바닥에 조커를 올려놓는 순간, 샤를르는 이제 그 조커를 잃었다는 생각으로 섭섭해졌다. 그 애는 베랑제르에게 속삭였다.
˝너, 가지고 싶은 거 몽땅 줄게. 대신 잠자리에서 일어나기 싫을 때 쓰는 조커 나한테 줄래?˝
˝그래, 좋아! 다른 조커 세 장 주면 그거 너한테 주지!˝
샤를르는 승낙했다. 그리고 베랑제르에게 아무 조커나 세 장을 뽑아 주었다.
이상한 또 한 주가 지났을 때 로랑이 말했다.
˝선생님이 우리한테 운동하기 위해 쓰는 조커를 주었다면 좋았을 텐데!˝
˝난 강아지를 학교에 데려 올 때 쓰는 조커가 있었으면 좋겠어.˝
샤를르가 말했다. 그 애는 벌써 조커를 거의 다 써 버렸다. 반면 베랑제르는 비밀 거래 덕분에 점점 더 많은 조커를 모아 갔다.
로랑은 조커들을 가방 속에 정성스레 정리해 두었다. 그 애는 그것들을 꺼내서 그 중 한 장을 뽑았다. 그리고 역사 수업이 한창 진행 중일 때 약간 분위기를 띄울 생각으로, 미친 듯이 춤을 추기 시작했다. 선생님은 조커를 받아들고 나서 책상들을 치웠다. 그리고 말했다.
˝로큰롤 춤추는 법을 가르쳐 주겠다.˝
선생님은 CD 플레이어의 전원을 켜고 볼륨을 최대한으로 높였다. 그리고 교실 한가운데 혼자 서서 꼭 이슬람 수도승처럼 맴을 돌기 시작했다. 분명 교장 선생님의 기습 방문을 받기에 가장 좋은 순간은 아니었지만. 그래도 선생님은 교장 선생님을 보고 반가운 표정을 지었다. 교장 선생님은 노엘 선생님이 찾고 있던 파트너로 제격인 것 같았다. 노엘 선생님은 교장 선생님의 손을 잡고 팔을 허리에 두른 후 억지로 춤을 추게 만들었다.
교장 선생님이 너무나 힘껏 밀치는 바람에 뚱뚱한 선생님은 떠밀려 책상들에 부딪쳤다. 안경은 바닥에 떨어지고 바지 단추가 공중으로 퉁겨 나갔다.
˝교장 선생님은 천재지변에 해당해!˝
마침내 그 말을 사용할 기회가 온 것에 기뻐하며 콩스탕스가 외쳤다.
˝당장 나 좀 봅시다!˝
교장 선생님이 말했다.


##
아무도 앵카르나시옹 페레 교장 선생님을 좋아하지 않았다. 교장 선생님의 남편만 빼면. 하지만 그 분은 돌아가셨고, 그게 오히려 그 분에겐 잘 된 일이었다. 교장 선생님은 학교 관사에서 아이도, 기르는 동물도 없이 혼자 살아가고 있었다. 일요일에 교장 선생님이 외출하는 것을 본 사람은 여태까지 아무도 없었다. 교장 선생님이 아침부터 저녁까지 집 안에 틀어박혀 과연 무슨 일을 하는지는 수수께끼였다. 어쩌면 교장 선생님은 사람들에게 어떻게 하면 공포를 심어줄 수 있을지 새로운 방법을 연구하면서 시간을 보내는 지도 몰랐다. 모든 사람들이 한결같이 교장 선생님을 싫어했는데 불쌍한 우리 노엘 선생님만 예외였다. 나이가 많긴 했어도 온 지 얼마 안 된 노엘 선생님은 아직 교장 선생님이 어떤 사람인지 관찰하거나 다른 선생님들로부터 교장 선생님에 대한 이야기를 들어 볼 시간이 없었던 것이다.
한 마디로 말해서, 교장 선생님은 정상이 아니었다. 나름대로 이유야 있었겠지만. 아무튼 교장 선생님은 폴 엘뤼아르 학교의 선생들과 학생들에게 군대식 교육을 강요했다. 그리고 거기에 복종해야 해롭지 않다는 것쯤은 누구나 알고 있었다.
하지만 위베르 노엘 선생님은 아무것도... 몇 가지를 제외하곤 거의 아무것도 무서워하지 않았다. 교장 선생님은 두려움의 대상이 아니었다. 선생님은 여러 번 씁쓸한 경험을 한 끝에 결국 인생이란 그다지 심각한 것이 아니라는 것을 깨닫게 되었다. 교장 선생님이 나한테 뭘 어쩌겠어? 무슨 별다른 위험이 있을라구? 노엘 선생님이 두려워하는 것은 오로지 남을 미워하는 따위의 이해할 수 없는 일들이었다. 선생님은 언제나 미움의 반대인 사랑을 추구했다. 더구나 교장 선생님은 예순 살이 가깝긴 했어도 아직 예뻤다. 선생님은 교장 선생님과 친해지기 위해 좋은 술 한 병을 가져다 드릴 생각을 해내고 교장실 문을 두드렸다.
그러나 교장 선생님은 노엘 선생님에게 앉으란 말조차 하지 않았다. 그 때가 오후 4시 45분이었다. 교장 선생님은 딱딱하고 변화 없는 목소리로 학교 규칙과 노동에 관한 법칙을 다룬 민법 조항을 읽어 내려갔다. 그 동안 선생님은 입도 뻥긋할 수 없었다. 하지만 선생님은 교장 선생님의 말을 듣고 있지 않았다. 선생님에게는 서 있는 것이 견디기 힘들었다. 교장 선생님은 말을 마치자 일어나서 문을 열더니 선생님을 내보냈다. 선생님은 그 때까지 계속 손에 술병을 들고 있다가 쫓겨나고 말았다. 선생님은 다시는 그 곳에 가고 싶지 않았다. 집으로 돌아온 선생님은 그 술을 몽땅 마셔 버렸다.


##
노엘 선생님은 1주일에 한 번씩 아이들을 학교 밖으로 데리고 나가는 습관이 있었다. 하지만 그 수업은 로랑이 그토록 바랐던 체육 수업은 아니었다. 그와는 사뭇 달랐다. 그것은 노엘 선생님이 ˝인생의 시련들˝이라고 부른 수련 수업이었다. 오늘의 수련은 ´편지 보내기´라고 이름 붙여졌다. 크리스마스가 다가오고 있었기 때문에 아이들은 카드나 선물을 누구에게 보낼지 쉽게 정할 수 있었다. 아이들 눈에는 자신들이 살고 있는 도시의 중앙 우체국이 어마어마하게 보였다. 바닥에는 붙박이 의자들이 줄지어 있었다. 노엘 선생님이 번호표 인출기를 가리켰다. 아이들은 각기 한 장씩 번호표를 뽑았다. 사람들이 얼마나 북적대는지 좌석이 그렇게 많은데도 아이들이 앉을 자리는 없었다. 그래서 아이들은 자리에 선 채 작은 전광판에 자기 번호가 나타나길 기다렸다. 아무 데도 가지 않고 기다리고 서 있자니 지루해 죽을 지경이었다. 그 틈을 타 마마르가 아랍말로 유행가를 불렀다. 그 애는 항상 주머니에 조커들을 간직하고 있었다. 콩스탕스는 배꼽춤을 추려 했다. 사람들은 마치 동물원 원숭이라도 쳐다보듯 아이들을 바라보았다. 마침내 아이들 모두가 창구에 다녀오고 나자 노엘 선생님은 말했다.
˝자, 알겠지. 자기 차례를 기다리는 것은 힘든 일이다. 살아가는 데는 이처럼 많은 인내심이 필요한 거야.˝
선생님은 다음 주에는 아이들을 역에 데리고 가서 컴퓨터로 기차표를 예매해 보게끔 할 생각이었다.


##
잘 정돈된 관사에서 지긋지긋한 일요일을 보내다 보면 앵카르나시옹 페레 교장 선생님은 문득문득 자신이 과연 살아 있는지 죽었는지 의문이 생기곤 했다. 때로는 정말로 무덤 속을 걸어 다니고 있는 듯 여겨지기까지 했다. 전화라도 걸 수 있으면 좋을 텐데. 전화 걸 친구도 없었다. 집 안 청소라도 할 수 있으면 좋으련만. 관사는 티 하나 없이 깨끗했다. 평일이야 그럭저럭 지나갔지만 일요일은 끔찍했다.


##
위베르 노엘 선생님은 학기 중에는 그럭저럭 살아갈 수 있었지만 부인이 돌아가시고 난 뒤로는 방학을 맞는 것이 힘들었다. 선생님의 자손들은 다른 지방이나 심지어는 다른 나라에 살고 있었다. 선생님에겐 네 명의 자식들과 열한 명의 손자 손녀들이 있었다. 선생님은 자식들이 그들 나름의 인생을 살아가고 있는 것이 대견스러웠다. 선생님 자신이 스스로의 인생을 살아가려고 노력했듯이 말이다. 그들은 서로 전화를 하고 편지를 주고받았다. 선생님의 자식들은 선생님에게 컴퓨터를 한 대 사서 컴퓨터 통신을 시작해 보라고 격려했다. 선생님은 앵카르나시옹 페레 교장 선생님을 떠올렸다. 교장 선생님은 교장실에서 노엘 선생님을 만난 이후로 잠잠했다. 두 사람은 서로를 피했다. 그리고 몇몇 학부모들조차도, 비록 노엘 선생님의 교육 방식에 놀라긴 했어도 교장 선생님에게 항의하러 갈 만큼 어리석지는 않았다.
조커 암거래도 차차 수그러들었다. 그리고 위베르 노엘 선생님의 바람과 달리, 조커들은 가방 속에 너무 잠잠하게 잠들어 있었다. 아이들에겐 수업을 듣고 싶지 않을 때 쓰는 조커가 필요 없었다. 수업이 너무 재미있었으니까. 아이들에겐 또 학교에 가고 싶지 않을 때 쓰는 조커도 필요 없었다. 학교에 너무나도 가고 싶었으니까. 노엘 선생님이 아이들에게 다시 한 번 상기시켰다.
˝인생에는 조커가 있다는 사실을 잊지 말아라. 너희가 사용하지 않는 조커들은 너희와 함께 죽고 마는 거야.˝
그래서 오락 시간에 아이들은 조커들 중 하나를 다 같이 사용하자고 만장일치로 결정했다.
선생님은 늘 나눠주는 선물들 중 하나를 돌리고 있었다. 이번 선물은 설문지였다.
선생님도 자신한테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지 미처 깨닫지 못한 순간이었다. 이게 웬 천재지변인가. 선생님의 귀가 윙윙 울렸다. 교장 선생님이 뛰어들어왔다. 아이들이 떠들고 싶을 때 쓰는 조커를 사용한 것이다.
˝노엘 선생!˝
교장 선생님은 시끄러운 소리에 질세라 고막이 찢어질 정도로 크게 고함을 질렀다.
˝내 방으로 와요. 당장!˝
교장 선생님은 아이들에겐 한 마디도 하지 않았다 아이들 때문에 책임을 덮어쓴 건 선생님이었다.
교장실로 가기에 앞서 선생님은 베네딕트에게서 조커들 중 한 장을 얻었다. 이번엔 선생님도 겁이 났기 때문이다.
앵카르나시옹 페레 교장 선생님은 교장실 문 바로 뒤에서 적절히 모욕을 줄 만한 말이 없을까 궁리 중이었다. 그러다 문 아래로 카드 한 장이 미끄러져 들어오는 것을 보았다. 교장 선생님은 그것을 줍기 위해 몸을 굽히고 싶지는 않았지만 호기심이 발동해 가만히 있을 수 없었다.
교장 선생님은 사냥감이 멀어져 가는 소리를 들었다. 그리곤 다음과 같은 글귀를 읽었다.
˝벌을 받고 싶지 않을 때 쓰는 조커.˝
선생님이 교실로 되돌아왔을 때는 아이들이 또 다른 깜짝쇼를 준비한 후였다. 아이들은 교실 한가운데에 의자를 하나 가져다 놓고 그 빈 의자 앞에 줄지어 서 있었다. 샤를르가 선생님을 자리에 앉혔다. 아이들 모두가 손에 조커를 하나씩 들고 있었다. 아이들은 차례차례 소중한 조커를 내놓으면서 노엘 선생님의 양 볼에 뽀뽀를 했다. 선생님을 위로하고 자신들 스스로를 위로하기 위해서는 뽀뽀만한 것이 없다.
˝쉰네 번이나 뽀뽀를 했어요!˝
일일이 세어 본 세르주가 선생님에게 말했다.
˝이런, 뽀뽀는 세는 게 아니야!˝
노엘 선생님이 말했다.
아무도 교장 선생님이 문 쪽에 서 있는 것을 보지 못했다. 교장 선생님은 약간 서글픈 심정으로 자리를 떴다. 교장 선생님은 자신도 그렇게 뽀뽀 한 번 받아 봤으면 하는 마음이었다.


##
아이들은 조커를 한꺼번에 다같이 사용하는 편이 훨씬 더 재미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그 때문에 한 번 노엘 선생은 텅 빈 교실에 들어서야 했다. 단, 전에 이미 학교에 가고 싶지 않을 때 쓰는 조커를 써버린 샤를르만이 와 있었다. 더구나 샤를르에겐 더 이상 조커가 남아 있지 않았다. 전부 척척 써 버렸기 때문이다.
노엘 선생님은 샤를르에게 장기나 두자고 제안했다.
˝저는 장기 둘 줄 모르는데요, 선생님.˝
˝그러니까 네가 학교를 오는 거다. 내가 가르쳐 주마.˝
앵카르나시옹 페레 교장 선생님은 학교 안을 어슬렁거리다 숨어서 그 장면을 지켜보게 되었다. 화도 나고 조금은 샘도 난 교장 선생님은 무언가 수를 써서 위베르 노엘 선생을 쫓아내야겠다고 마음먹었다.


##
점심 시간이 끝난 후 선생님은 샤를르에게 함께 새로운 조커 놀이를 생각해 보자고 했다. 선생님은 그 조커를 앵카르나시옹 교장 선생님에게 주고 싶다는 속마음을 털어놓는 대신 지금까지와는 다른 종류의 조커를 만들자고 제의했다.

미소지을 때 쓰는 조커

그것과 연결 지어서 샤를르는
웃고 싶을 때 쓰는 조커, 그리고 농담하고 싶을 때 쓰는 조커를 만들었다.
그리고 두 사람은 함께 목록을 작성했다.

자신을 기쁘게 하고 싶을 때 쓰는 조커
파티를 하고 싶을 때 쓰는 조커
˝세계 챔피언!˝하고 소리치고 싶을 때 쓰는 조커
거품 목욕을 하고 싶을 때 쓰는 조커
일광욕을 하고 싶을 때 쓰는 조커
˝제기랄˝이라고 말하고 싶을 때 쓰는 조커
그다지 조심스럽지 못한 질문을 하고 싶을 때 쓰는 조커
변덕 부리고 싶을 때 쓰는 조커
친구들을 초대하고 싶을 때 쓰는 조커
소풍을 가고 싶을 때 쓰는 조커
해변을 산책하고 싶을 때 쓰는 조커
등산을 하고 싶을 때 쓰는 조커
노래 한 소절 짓고 싶을 때 쓰는 조커
회전 목마를 타고 싶을 때 쓰는 조커

샤를르는 이런 것들도 덧붙이고 싶어했다.

사람들을 돕고 싶을 때 쓰는 조커
나이 든 사람에게 뽀뽀를 하고 싶을 때 쓰는 조커
아픈 사람을 문병하고 싶을 때 쓰는 조커

샤를르에게는 바로 그런 할머니가 있었기 때문이다.
샤를르와 선생님은 이 조커 세트를 여러 벌 만들며 오후를 보냈다. 노엘 선생님은 새로 만든 조커들이 퍽 맘에 들어서 그 중 한 벌을 주머니 속에 간직했다. 학교를 나서기 전에 선생님은 자신을 기쁘게 하고 싶을 때 쓰는 조커를 꺼냈다. 그리고 멈춰 서서 곰곰이 생각한 결과, 자신을 기쁘게 한다는 것이 말보다는 실천하기가 더 어려운 일들 중 하나라는 사실을 깨달았다. 그래서 선생님은 쿠스쿠스 루아얄 식당에서 스스로에게 맛있는 식사를 대접하기로 마음먹었다. 그런데 그에 앞서 노엘 선생님은 앵카르나시옹 페레 교장 선생님과 마주치고 말았다. 노엘 선생님은 그만 입맛이 떨어져 버렸다.
˝이건 도저히 용납할 수 없는 일이에요! 한 반에 스물여섯 명의 학생들이 한꺼번에 결석을 하다니! 학부모들에게 전화를 걸어 보았더니 모두들 똑같은 이야기를 늘어놓더군요. 그 무슨 조컨지 뭔지 때문에 결석해도 된다는 말도 안 되는 이야기 말예요. 도대체 누가 그런 걸 허용했단 말입니까?˝
노엘 선생님은 뭔가 말하려고 했지만 교장 선생님은 그럴 틈을 주지 않았다.
˝선생님이 주장하는 교육법은 한심스러운 것입니다. 선생님은 그 아이들의 기회를 빼앗고 있어요. 또 이 학교의 우수한 성과에 흠집을 내고 있구요. 선생님이 제멋대로 구는 꼴을 이제는 못 참겠어요. 더 이상 무법자들을 만들어 내지 마세요!˝
노엘 선생님은 웃지 않을 수 없었다. 하지만 선생님의 미소는 교장 선생님에게 아무런 영향도 끼치지 않았다. 노엘 선생님은 교장 선생님의 얼음장같은 마음을 녹여서 인류에 보탬이 되기를 바랐으련만. 사실, 선생님은 쿠스쿠스 루아얄 식당의 요리를 먹으러 가는 데 교장 선생님을 초대하고 싶었다. 하지만 그 생각을 행동으로 옮기는 대신 교장 선생님에게 주머니에 들어 있던 조커를 주고 그 자리를 떠났다.
그리고 결국 선생님은 식당에 가지 않았다. 선생님은 전날 먹다 남은 국수를 먹어 치운 후 텔레비전 앞에서 잠들고 말았다.


##
노엘 선생님은 일상 생활에서 문득문득 아이디어를 얻곤 했다.
˝오늘은 뭔가 아주 중요한 일을 해 보기로 하자. 우리 협정을 하나 맺어 볼까.˝
아이들의 주의가 쏠렸다.
˝먼저 교실을 한 바퀴 돌고 나서 어제 저녁에 무엇을 했나 내게 이야기하는 거다.˝
스물일곱 번이나 되풀이된 대답은 이것이었다.
˝전 텔레비전을 봤어요.˝
˝그래, 됐다. 이번엔 너희가 무슨 프로그램을 보았는지 쓰고 짧게 요약을 한 다음에 좋음, 보통, 형편없음, 이렇게 평가를 해봐라.˝
˝기억이 나지 않아요, 선생님!˝
반 아이들이 합창하듯 대답했다.
˝좋아. 그럼 그냥 그게 좋았는지 어땠는지 기억을 되살려 보렴.˝
선생님은 답안지를 거둔 후 평가 결과를 헤아려 칠판에 기록했다.
매우 좋음 2, 좋음 2, 형편없음 4, 잊어버렸음 8, 그저 그랬음 11.
˝나도 마찬가지였다. 얼마나 재미없었는지 그만 잠이 와서 혼났다. 그런데 이렇게 대다수 아이들이 텔레비전 프로그램들에 대해 그저 그렇다는 걸 인정하는 마당에야, 차라리 안 보고 지내는 게 잘하는 일 아닐까?˝
아이들은 선생님이 어쩌자는 것인지 알 수가 없었다.
˝이런 협정을 맺어 보자. 1주일에 하루 저녁은 텔레비전을 보지 않는 거야.˝
선생님의 말은 가엾은 샤를르의 가슴에 비수를 꽂는 것이나 다름없었다. 샤를르는 제 방에 자기 텔레비전을 가지고 있었던 것이다.
˝그럴 수는 없어요, 선생님.˝
˝한 번 노력해 볼 수는 있겠지?˝
그래서 모든 아이들이 그 협정에 사인을 했다. 샤를르만 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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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생님은 끊임없이 새로운 아이디어를 내놓았다. 선생님이 내놓은 아이디어들이 항상 모든 아이들의 취향에 맞아떨어졌다고는 할 수 없다. 텔레비전에 관한 협정이 그런 예였다. 하지만 모든 아이들이 선생님의 기상천외한 생각들이 주는 충격 효과를 좋아했다. 그리고 위베르 노엘 선생님이 젊은 선생님만큼 강한 활력을 가지고 있다는 생각에 모두 동의했다. 모두, 단... 앵카르나시옹 페레 교장 선생님만 빼고!
노엘 선생님이 새롭게 개혁한 일들 중에는 일종의 편지함도 포함되어 있었다. 그것은 토론 상자라고 불렸는데 학생들이 주간 토론 시간에 깊이 파헤쳐 볼 주제들을 그 안에 넣도록 되어 있었다.
매주 금요일마다 한 아이가 제비뽑기로 주제를 정했다. 그 날은 베네딕트가 접힌 종이를 펼쳤다. 다음 순간 베네딕트의 얼굴이 홍당무가 되었다. 그 애는 거기 씌어 있는 말을 읽지 않고 잔기침을 하다가 목소리를 가다듬다가 정신이 나간 듯 웃었다. 그렇지만 줄곧 입은 다물고 있었다. 마마르가 도와 주러 다가가다가 역시 꿀 먹은 벙어리가 되어 버렸다. 쪽지는 뜨거운 감자라도 되는 양 양 손에 손을 거쳐 교실을 한바퀴 돌았다.
마침내 쪽지가 샤를르의 손에 들어왔다. 샤를르는 주저 없이 주제를 읽었다. 다른 아이들을 깔보는 태도가 역력했다.
˝섹스!˝
교실 안에 다시금 낄낄거리는 소리가 울러 퍼졌다.
˝아니 왜들 그러느냐?˝
선생님이 물었다.
˝지저분한 얘기잖아요, 선생님.˝
로랑이 말했다.
˝어떤 점에서 그렇다는 것인지 모르겠구나, 로랑.˝
교실 문이 스르르 열리는 그 순간에 노엘 선생님은 이런 말을 하고 있었다.
˝너희 부모님들이 섹스를 하지 않았다면 너희는 지금 이 자리에 있을 수 없을 게다!˝
교장 선생님의 눈이 휘둥그레졌다. 교장 선생님은 고함을 질렀다.
˝노엘 선생, 날 따라와욧!˝
교장 선생님을 따라가고 싶지 않을 때 쓰는 조커는 없었다.
처형대의 칼날은 신속하게 떨어졌다. 교장 선생님은 바로 그 날 아침 받은 편지를 선생님에게 내밀었다. 위베르 노엘을 다시 기용하지 않겠다는 교장 선생님의 요구를 충족시켜 주는 편지였다. 그렇게 되면 선생님은 은퇴하는 수밖에 없었다.
위베르 노엘 선생님은 그만 넋을 잃고 말았다.


##
노엘 선생님은 당당히 교실로 되돌아왔다. 비록 앵카르나시옹 페레 교장 선생님에 관한 한 졌다는 것을 선언하긴 했어도. 학기가 끝나는 날까지는 여전히 자기 반의 담임 선생님이니까.
아이들은 선생님이 겪게 된 곤경이 무엇인지 알게 되었다.
방학 전 주에 노엘 선생님은 짐짓 인상을 쓰며 아이들에게 다음과 같은 질문을 던졌다.
˝너희는 내가 조커를 사용한 사람과 그것들을 쓰지 않고 가방 안에 간직해 둔 사람 중 누구를 더 높이 산다고 생각하느냐?˝
짭짤한 비밀 거래 덕분에 조커를 잔뜩 지니게 된 것이 자랑스러웠던 베랑제르가 손을 들었다.
˝조커를 사용하지 않은 사람이오, 선생님.˝
˝절대 아니다! 내가 너희에게 그 조커들을 준 것은 쓰라고 준 것이야. 이젠 너무 늦었구나!˝
교실은 침묵으로 뒤덮였다. 아마도 후회에 찬 침묵이었을 것이다.
˝사람으로 태어나면 자동적으로 조커를 갖게 된단다. 어떠어떠한 조커들일까?˝
조커에 관한 한 가장 뛰어난 전문가인 샤를르가 외쳤다.
˝살기 위한 조커요.˝
˝그래. 또 어떤 것들이 있지?˝
선생님이 물었다.
˝걷기 위한 조커요.˝
로랑이 대답했다.
˝말하기 위한 조커요.˝
베랑제르가 로랑을 본떠 말했다.
˝책 읽는 법을 배우기 위한 조커요.˝
˝여러 가지 언어를 배우기 위한 조커요.˝
베네딕트네 분단은 역사를 배우기 위한 조커로 시작해서 지리, 생물, 그 밖의 모든 과목의 이름들을 계속 댔다.
˝운동하기 위한 조커요.˝
로랑이 아쉬운 듯 말했다.
˝사랑하기 위한 조커요.˝
베네딕트가 꿈꾸듯 말했다.
˝행복해지기 위한 조커.˝
˝울기 위한 조커.˝
˝결정을 내리기 위한 조커.˝
샤를르도 여기 끼여들지 않을 수 없었다.
˝사랑을 이야기하기 위한 조커요.˝
˝그래, 너희가 이제는 잘 이해하고 있다는 생각이 드는구나. 우리들은 탄생과 더불어 이 모든 조커들을 받았다. 그러니까 그것들을 잘 사용하는 것이 낫겠지! 내일은 인생과 인생의 조커들을 기리는 단체 생일 파티를 열자꾸나. 케이크는 내가 가지고 오겠다.˝
선생님께 선물을 드릴 생각을 한 아이는 또다시 샤를르였다. 그것은 대담한 발상이었다.
위베르 노엘 선생님은 마지막 선물로 아이들에게 하얀 공책을 한 권씩 주었다. 그 위에 선생님은 이렇게 써 놓았다.
´내 인생을 이야기하기 위한 조커.´
그때 샤를르가 선생님에게 커다란 봉투를 내밀었다. 선생님은 봉투를 열고 금빛 잉크로 쓰여진 글귀를 읽었다.

행복하고 영예로운 은퇴 생활을 위한 조커

선생님은 기꺼운 마음으로 웃으면서 말했다.
˝그렇지, 모든 건 때가 있는 법이다.˝
그리고 아이들 모두에게 뽀뽀를 해 주었다.
마지막 주가 끝나자 선생님은 자신의 조커를 챙겨 들었다. 그리고 앵카르나시옹 페레 교장 선생님에게는 한 마디 말도 남기지 않은 채 학교를 떠나 곧장 쿠스쿠스 루아얄 식당으로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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