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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작동화] 아기 소나무

창작동화 윤태규............... 조회 수 2816 추천 수 0 2006.02.11 22:41: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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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기 소나무는 유별나게 추운 겨울을 이겨내느라 무척 애를 먹고 있습니다. 엄마 소나무를 원망만 하면서 게으름을 피웠기 때문에, 영양분을 저장해 놓지 못한 것이 큰 잘못이었습니다.

발발 떨던 아기 소나무는 약한 뿌리를 바위틈으로 살짝 밀어 넣어 보았으나 금방 움츠리고 말았습니다. 너무나 차가웠습니다.

아기 소나무는, 이제 얼마 남지 않은 양식을 아끼느라 가지 하나를 골라 영양분 공급을 멈추었습니다. 남은 잎들도 모두 노르끄레하여 영양 실조입니다.

아기 소나무는 강 건너 우뚝 선 산을 바라보았습니다.

˝저 눈이 다 녹아야 봄이 올 텐데‥‥‥.˝

성급하게 봄을 기다리지만 응달진 앞산에는 하얀 눈이 소복소복 쌓여 있습니다.

아기 소나무는 눈을 감았습니다. 이대로 말라죽어 버릴 것 같았습니다. 정신이 가물가물한 가운데 꿈 많던 솔방울 시절이 떠올랐습니다.

그때의 꿈은, 양지바른 산중턱에 자리하여 파란 하늘을 떠도는 예쁜 구름들의 놀이 상대가 되어 주는 것이었습니다.

그런데 이런 바위 틈에 끼어 애를 먹을 줄은 정말이지 꿈에도 몰랐던 것입니다.

아기 소나무는 생각할수록 이런 곳에 태어나게 한 엄마 소나무가 원망스러웠습니다. 자신을 이런 곳에 버린 바람도 원망스러웠습니다.

˝아가야, 바람을 미워하지 말아라. 그건 바람의 실수였고 이 엄마도 어쩔 수 없었던 일이야.˝

아기 소나무는 엄마의 달램에도 화가 풀리지 않는지 고개를 돌려 버립니다.

엄마 소나무는 가슴이 아팠습니다. 무엇보다 엄마 소나무를 애타게 하는 것은, 아기 소나무가 아예 뿌리를 뻗지 않고 제 목숨을 포기하려는 것이었습니다.

˝아가야, 어서 뿌리를 뻗어 봐. 엄마도 다른 좋은 방법을 생각해 볼게.˝

이렇게 달래기는 하지만 사실 엄마 소나무도 별 뾰족한 수가 있는 것은 아닙니다. 좋은 방법이래야 아기 소나무가 서 있는 뿌리 밑의 큰 바윗덩이를 깨뜨려서 양분이 충분한 곳으로 뿌리를 뻗을 수 있게 해 주는 것뿐입니다.

그러나 그것은 거의 불가능한 일입니다.

아기 소나무는 자기 또래들이 하늘 쪽으로 쭉쭉 뻗어 자라나는 것을 보면서 더욱 바람을 원망하고 있습니다. 그래서 바람이 부는 반대 방향으로 움직이려고 고집을부리다가 가지를 부러뜨린 일도 있습니다.

무엇보다도 부러운 것은, 자기 또래들이 이젠 어른이 되어 봄이면 꽃을 활짝 피우고 봄빛보다 더 노란 송화(소나무 꽃) 가루를 날리는 것입니다.

노란 송화 가루가 짙은 향기를 풍기며 시냇물을 건너온 봄바람을 타고 깔깔거릴 때는, 아기 소나무는 부럽다 못해 샘이 날 지경입니다. 그것은 정말 아름다운 장면입니다. 이럴 때는 으레 두 눈을 딱 감고 아예 뿌리 내리는 일을 멈추어 버리는 아기 소나무입니다.

나뭇가지는 하나하나 죽어 갔고 살아 있는 가지도 울퉁불퉁 제멋대로 흉하게 되어 갔습니다. 옛날 이야기에 나오는 도깨비 방망이 같은 고다리가 여기저기 울퉁불퉁 불거져 나왔습니다.

바람 끝이 아직은 차갑습니다. 앞산 응달에 굳어 있던 눈은 녹았으나 겨우내 두껍게 언 골짜기 폭포의 얼음이 조금 남아 바람 끝을 차갑게 하고 있었습니다.

˝봄이 어서 와야 할 텐데 ‥‥‥.˝

엄마 소나무는 파르르 떨고 있는 아기 소나무를 내려다 보면서 안타깝게 중얼거렸습니다.

그때였습니다.

˝봄이 오고 있어요.˝

엄마 소나무의 안타까움을 알고 며칠 전부터 남쪽 하늘을 들락날락하며 봄을 기다리던 바람이 소리를 쳤습니다.

˝뭐? 봄이 온다고?˝

엄마 소나무는 남쪽 하늘을 살펴봅니다. 하얀 햇살 속에 무엇이 아물아물하는 것 같았습니다.

엄마 소나무는 서둘러 뿌리 끝에 힘을 주어 일을 시작했습니다. 지난 겨울에 난 뿌리 끝 상처가 겨우 아물어 갔는데 다시금 아파 왔습니다. 아픔은 뿌리 끝에서 온몸으로 번졌습니다.

˝끙-끙˝

엄마 소나무는 이를 악물고 아픔을 참습니다.

엄마 소나무의 뼈를 깎는 아픔을 알고 있는 것은 바람 뿐이었습니다.

˝연약한 뿌리로 바위를 뚫다니, 그건 말도 안 돼요. 아픔과 괴로움만 있을 뿐이에요. 그 러니 가슴은 아프지만 그 일만은 포기하세요.˝

바람은 엄마 소나무의 신음 소리를 듣다못해 여러 번 말려 보기도 했습니다.

˝아닙니다. 저에겐 어떤 괴로움이나 아픔도, 아기가 죽어 가는 것을 보는 것엔 견줄 수가 없어요. 어떠한 어려움이 있어도 이 바위는 꼭 뚫어야 해요.˝

엄마 소나무의 각오는 무서울 만큼 대단했습니다. 바람도 더 말릴 수가 없었습니다.

산촌의 봄은 변덕스러웠습니다. 봄이 오는 듯하다가 다시 눈보라가 치기도 했습니다. 고르지 못한 날씨가 엄마 소나무의 작업을 방해했으나, 엄마 소나무는 잠시도 쉬지 않았습니다. 밤낮이 없었습니다.

바람이 재빠르게 변덕스러운 날씨를 알려 주지만 하루에도 몇 번씩 심술을 부리는 날씨는 엄마 소나무의 힘든 일을 더욱 힘들게 했습니다.

아기 소나무는 또 한 가지를 선택해서 영양분을 중단하고 말았습니다. 노르끄레하던 잎이 빨갛게 변해 버렸습니다.

엄마 소나무는 더욱 이를 악물고 아픔을 참으며 바위 틈을 헤집고 들어갔습니다.

엄마 소나무는 바위 틈을 헤집는 뿌리의 아픔보다는, 가지를 차례로 말려 가는 아기 소나무를 보는 것이 더 큰 아픔이었습니다.

뻐꾸기 소리가, 졸졸 흐르는 시냇물 소리에 장단을 맞추는 푸른 5월이 왔습니다.

엄마 소나무의 아픈 작업은 밤낮을 가리지 않고 계속되고 있었습니다.

하 늘은, 찌르면 금방 파란 물이 뚝뚝 떨어질 것 같이 맑았고, 변덕스러운 날씨를 알려 주느라 정신없이 바쁘던 바람도 느긋하게 하늘거리고 있었습니다.

조금 생기를 찾은 아기 소나무는 또다시 엄마와 바람을 원망하며 흉칙스러운

자기 몸을 둘러보았습니다.

앗! 그런데 이게 어찌 된 일입니까? 이제 제 색깔을 찾은 가지 끝 쪽에 예쁜 솔방울이 달려 있는 것이 아닙니까?

파란 하늘과 초록 들판, 온통 이 세상의 파란 마음을 다 뭉쳐서 만든 것일까요? 그것도 한 개가 아니고 자그마치 세 개나 달랑거리고 있었습니다.

4월에 송화가 필 때도 아기 소나무는 다른 친구 소나무들이 날리는 송화가루를 부러운 눈으로 구경만 하느라고, 제 몸에 핀 송화를 보지 못했던 것입니다.

엄마 소나무가 이것을 모를 리가 없습니다. 더욱 작업을 서둘렀습니다. 살점이 떨어져 나가는 아픈 작업입니다. 바위와 싸움으로 아린 상처도 아기 소나무의 앙징스러운 솔방울을 보면 봄눈 녹듯이 사라지는 엄마 소나무입니다.

아기 소나무는 이제 어른이 된 것입니다. 아기 소나무는 뿌리를 힘껏 뻗었습니다. 바위를 타고 흘러내린 물기를 쪽쪽 빨아먹었습니다. 빨아올린 물기와 양분을 몽땅솔방울로 보냈습니다.

˝저것이 조금만 더 크면 내 뒤를 이을 새 생명이 된다.˝

작은 솔방울은 아침 저녁으로 내리는 이슬을 빨아먹었습니다. 낮이면 해님이 내려주는 눈부신 빛을 받으며 하루가 다르게 커 갔습니다.

초록빛 솔방울은 차츰 잿빛으로 변해 갔습니다. 솔방울은 입을 벌렸습니다. 포르르한 예쁜 날개를 단 씨앗들이 칸칸이 얼굴을 내밀고, 장차 새싹이 될 희망에 부풀어 속삭이고 있습니다.

˝난 학교 뒷동산에 가서 아이들의 마음을 늘 푸르게 해줄 테야.˝

˝나는 마을 어귀에 가서 장차 마을을 지켜 주는 나무가 될 거야.˝

솔씨들의 속삭임을 듣고 있던 아기 소나무는 솔씨 시절의 꿈이 아련히 떠올랐습니다.

˝저것들이 과연 제 희망대로 될까?˝

아기 소나무는 솔씨들의 꿈을 다 들어 줄 수 없는 자신이 안타까웠습니다. 아기 소나무는 엄마 소나무의 심정을 어느 정도 이해할 것 같았습니다.

조용하던 산 속이 시끌시끌해진 것은 며칠 전부터입니다. 작업복을 입은 사람들이 산 가득 서성거렸고, 괭이질 하는 소리, 자동차의 엔진 소리 때문에 아기 소나무는 눈이 둥그래졌습니다. 겁이 났습니다. 편편

한 길에서나 다니는 줄 알았던 자동차가 가파른 벼랑을 기어 올라옵니다.

˝부릉부릉, 부르릉.˝

소리가 어찌나 요란한지 솔방울이 다 떨어질 듯이 흔들렸고, 가지가 부러져 나갈 것 같았습니다. 바퀴가 10개나 달린 괴물 같은 자동차의 힘은 정말 대단했습니다.

여기저기서 쌔앵쌩 쌔애쌩, 하는 소리와 함께 큰 소나무가 쓰러지는 소리도 들립니다.

˝쌔앵쌩, 쌔앵쌩.˝

˝삐지지 쿵!˝

아기 소나무는 온몸이 부들부들 떨렸습니다. 조금만 더 있으면 바람을 타고 제 갈곳으로 날아갈 솔씨들이 다치지 않을까 겁이 났습니다.

˝아기 소나무야, 겁낼 것 없어. 걱정 말고 어제 내린 비나 어서 빨아먹어.˝

바람이 속삭여 주었으나 마음이 놓이지 않았습니다.

아기 소나무는 바람이 일러 준 대로 뿌리를 깊숙이 바위 틈으로 들이밀고 힘껏 물기를 빨았습니다.

그런데 바위 틈으로 힘껏 뻗은 뿌리에서 이상한 느낌을 받았습니다. 든든하던 바위가 움직이는 것 같았습니다.

˝찌지직!˝

˝삐지지 쿵!˝

땅 속에서, 땅 위에서 동시에 소리가 났습니다. 바위가 갈라지는 소리와 엄마 소나무가 전기톱에 잘려져 쓰러지는 소리였습니다.

갈라진 바위 틈에서 상처투성이인 엄마 뿌리가 뻗어 나와 있었습니다. 아기 소나무가 양분을 얻을 수 있도록 엄마 소나무가 피나는 노력을 한 끝에 드디어 큰 바위를 갈라 놓은 것입니다.

아기 소나무는 이 사실을, 오늘에서야 바람이 들려 줘서 알게 되었습니다.

아기 소나무는 가슴이 아팠습니다. 하늘을 쳐다보았습니다. 엄마 소나무가 서 있던 높은 하늘에는 엄마 토끼 구름과 아기 토끼 구름이 뭉게뭉게 장난을 치고 있습니다.

아기 소나무는 이때까지 엄마를 원망했던 것을 후회했습니다.

하지만 잘못을 빌려고 해도 엄마 소나무는 이제 아기 소나무의 용서를 받아 줄 수 없는 통나무가 되어 버렸습니다.

˝소나무야, 어서 솔씨를 날려 보내야지.˝

아기 소나무는 바람의 재촉을 귓전으로 흘리며 멀어져 가는 괴물 트럭을 바라보고만 있습니다.

˝엄마!˝

아기 소나무의 외침은 시끄러운 엔진 소리에 밀려 아기 소나무 주위에서만 맴돌 뿐이었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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