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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동화] 까마귀 소년

외국동화 야시마타로............... 조회 수 2236 추천 수 0 2006.11.11 15:06:40
.........
  우리가 학교에 간 첫날이었단다. 아이 한 명이 없어졌어. 나중에 보니까, 학교 마룻바닥 밑에 숨어 있었어. 깜깜한 곳에 말이야. 그애를 아는 애가 아무도 없었지. 우리는 그 애를 ´땅꼬마´라고 불렀어.

´땅꼬마´는 아주 작은 아이라는 뜻이야.

이 낯선 애는 선생님을 아주 무서워했어. 그래서 아무것도 제대로 배우지 못했지.

아이들도 무서워했어. 그래서 아무하고도 어울리지 못했지.놀 때도 따돌림받았어.

땅꼬마는 늘 뒤처지고 꼴찌라서, 아무도 거들떠보지 않는 외톨이였어.

얼마 지나지 않아, 땅꼬마는 사팔뜨기 흉내를 내기 시작했단다.

보기 싫은 것들을 보지 않으려고 말이야.

또, 땅꼬마는 시간 보내며 심심풀이할 방법들을 하나 둘 궁리해 냈어.

몇 시간 동안 뚫어지게 천장만 쳐다보기도 하고

책상의 나뭇결도 골똘히 관찰하곤 했지.

동무 옷 어깨 부분의 꿰맨 곳을 찾아 내어 꼼꼼히 살피기도 하고 말이야.

한 해 내내 창밖에 보이는 그 많은 것들은 또 어떻고.

비 오는 날도 창 밖을 보면 놀라운 것이 한두 가지가 아니었지.

운동장에서 눈을 감고 귀를 기울이면, 온갖 소리가 다 들렸어. 멀리서도 들리고, 가까이서도 들리고.

또, 땅꼬마는 지네와 굼벵이들을 집어서 열심히 들여다보기도 했단다.

우리는 만지기는커녕 쳐다보고 싶지도 않은 것들을 말이야.

그래서 우리 반 아이들뿐만 아니라, 윗반이나 아랫반 아이들까지 땅꼬마를 바보 멍청이라고 불렀어.

땅꼬마는 바보 멍청이라고 하건 말건, 날마다 타박타박 걸어서 학교에 왔어.

채소 잎으로 싼 주먹밥을 늘 점심으로 들고 말이야.

비가 오거나 태풍이 부는 날에도 도롱이를 몸에 두르고 한결같이 타박타박 걸어왔어.

그렇게 하루가 지나고, 또 하루가 지나, 다섯 해가 흘렀어. 그리고 우리는 6학년이 되었지. 졸업반이 된거야.

이소베 선생님이 새로 오셨어. 얼굴에 늘 웃음기가 가시지 않는 다정한 분이었지.

이소베 선생님은 우리들을 데리고 자주 학교 뒷산에 올라갔단다.

땅꼬마는 머루가 자라는 곳은 어디고, 돼지감자가 자라는 곳은 어딘지 죄다 알고 있었어. 선생님은 그걸 무척 좋아했지.

우리 반 꽃밭을 만들 때도, 땅꼬마가 꽃이란 꽃은 죄다 아는 걸 보고 선생님은 눈이 동그래졌어.

선생님은 땅꼬마가 그린 그림을 좋아했어. 그래서 벽에 붙여 놓고 잘 그렸다고 칭찬했지.

선생님은 땅꼬마밖에는 알아볼 수 없는 삐뚤빼뚤한 붓글씨도 좋아했어. 그래서 그것도 벽에 붙였지.

그리고 아무도 없을 때면, 땅꼬마랑 자주 이야기를 나누곤 했어.

그 해 학예회 무대에 땅꼬마가 나타나자, 모두 눈이 휘둥그래졌어.

˝아니, 저게 누구야? 저 멍청이가 무얼 하러 저기 올라갔지?˝

땅꼬마가 까마귀 울음소리를 흉내낼 거라고 이소베 선생님이 발표해도, 모두들 웅성거렸어. ˝울음소리?˝ ˝까마귀 소리?˝ ˝아니, 까마귀 소리라고!˝

´까마귀 소리.´

맨 처음에 땅꼬마는 알에서 갓 깨나온 새끼 까마귀 소리를 흉내냈단다.

그 다음에는 엄마 까마귀 소리를 냈어.

아빠 까마귀 소리도 냈지.

이른 아침에 우는 까마귀들 소리도 들려 주었어.

마을 사람들에게 좋지 않은 일이 생겼을 때, 까마귀들이 어떻게 우는지도 들려 주었지.

까마귀들이 즐겁고 행복할 때 내는 소리도 말이야.

그 소리를 듣고, 모두 마음이 먼먼 산자락으로 끌려갔어. 땅꼬마가 타박타박 걸어 학교로 오는 저 먼 곳으로 말이야.

마지막으로 고목나무에 앉아 우는 까마귀 소리를 융내낼 차례가 왔어. 땅꼬마는 목구멍 깊은 곳에서 아주 별난 소리를 토해 냈어. ˝까우우워워아악! 까우우워워아악!˝

이제 땅꼬마네 식구들이 사는 멀고 외딴 곳이 모든 사람들의 머릿속에 또렷하게 떠올랐어.

이소베 선생님이 일어나 설명을 했단다. 땅꼬마가 어떻게 해서 그 소리들을 배우게 되었는지 말이야. 동틀 무렵 학교로 타박타박,

해질 무렵 집으로 타박타박.

여섯 해 동안 하루도 빠짐없이 날마다 타박타박.

우리들은 모두 울었어. 길고 긴 6년 동안 우리가 땅꼬마를 얼마나 못살게 굴었는지 생각하면서 말이야.

어른들조차 눈물을 훔치면서 말했어. ˝그래, 그래, 참 장한 아이야.˝

그 뒤로 곧 졸업식 날이 왔어.

우리 반에서 6년 개근상을 받은 아이는 땅꼬마 혼자뿐이었어.

졸업을 한 뒤, 남자아이들은 집안일을 돕느냐고 읍내로 종종 심부름을 왔단다.

땅꼬마도 식구들이 구운 숯을 팔러 가끔 읍내에 왔지.

그렇지만 이제 그 애를 ´땅꼬마´ 라고 부르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어. 우리는 그 애를 ´까마귀 소년´ 이라고 불렀지. ˝안녕, 까마귀 소년!˝

그러면 까마귀 소년은 고개를 끄덕이며 씩 웃었단다. 그 이름이 싫지 않았나 봐.

숯을 다 팔면, 그 애는 산에서 필요한 물건들을 이것 저것 사곤 했어.

일이 끝나면, 그 애는 먼 산자락에 있는 집으로 돌아갔지. 마치 어른처럼 어깨를 떡 펴고 뚜벅뚜벅 걸어서 말이야. 그러면 그 애가 사라진 산길에서 까마귀 울음소리가 들려 오는 거였어. 즐겁고 행복한 까마귀 소리가 말이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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