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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작동화]하늘을 나는 조약돌

창작동화 이동렬............... 조회 수 1684 추천 수 0 2006.11.11 15:07:54
.........
   강가에 아무렇게나 누워 있던 하얀 조약돌은 이상한 소리에 깜짝 놀랐습니다. 놀란 조약돌은 우리 눈에는 보이지도 않는 작은 귀를 쫑긋 세웠습니다. 이상한 소리는 계속 들려왔습니다. 처음 들어 보는 소리였습니다.

˝얘, 이상한 소리가 들리지 않니?˝

하얀 조약돌이, 옆에 있는 회색빛 나는 조약돌에게 속삭였습니다.

˝나도 듣고 있어. …… 어떻게 들으면 물떼새 소리 같기도 한데.˝

회색 조약돌은 현미경으로 들여다보아도 보일까말까 한 눈을 크게 뜨면서 혼잣소리처럼 중얼거렸습니다.

˝물떼새 소리?˝

˝응, 작년 이맘때 여기에 날아왔던 그 물떼새 소리 같아. 호루라기 소리처럼 우는 그 물떼새 소리가 틀림없을 거야.˝

˝오호, 그렇구나. 그러니까 생각난다.˝

두 조약돌은 숨을 죽이고 다시 그 소리에 귀를 기울였습니다. 그 새 소리는 점점 가까이서 들렸습니다. 그러더니 이내 코앞에서처럼 크게 들렸습니다.

˝얘, 저기 좀 봐. 저기에서 물떼새 한 쌍이 먹이를 쪼고 있잖아.˝

회색 조약돌은 흰색 조약돌이 일러 준대로 앞을 보았습니다. 거기에는 작은 물떼새 한 쌍이 있었습니다.

˝어, 정말이네. 네 눈과 귀가 나보다 훨씬 낫구나.˝

언제, 어디서 날아왔는지 모르는 물떼새는 종종걸음으로 강가를 돌아다니고 있었습니다. 물떼새는 먹이를 쪼아 먹고는 몇 걸음 앞으로 나갔다가 다시 먹이를 쪼곤 하였습니다. 한참 동안 먹이를 쪼던 물떼새는 풀잎을 물고는 집 지을 곳을 찾았습니다.

˝저기다 지읍시다. 조약돌이 깔려 있는 곳에다 지으면, 우리가 낳을 알이 조약돌과 비슷하기 때문에 다른 짐승이나 사람들 눈에 쉽게 띄지 않을 거예요.˝

˝그럼, 그렇게 하지. 당신 생각이 참 좋군 그래.˝

물떼새 부부는 말을 주고 받으면서 조약돌들 사이에 둥지를 틀었습니다.

그 후 며칠이 지났습니다.

물떼새는 네 개의 알록달록한 알을 낳았습니다. 꼭 조약돌을 닮은 고만고만한 알들이었습니다. 엄마물떼새는 그 날부터 알을 품기 시작했습니다.

˝물떼새 아주머니, 거기 앉아서 무엇을 하세요?˝

회색 조약돌이 물었습니다.

˝우리 아기가 태어나게 알을 품고 있는 중이란다.˝

˝알을 품으면 아주머니를 닮은 예쁜 물떼새가 태어나나요?˝

˝그럼, 우리 부부보다도 더 예쁜 아기가 태어나지.˝

˝그러면 그 아기들도 자라서 하늘을 맘껏 날아다닐 수 있겠네요?˝

˝그렇고말고. 아주 튼튼한 날개를 가졌기 때문에 여기 뿐 아니라, 저 먼 하늘 끝에 있는 다른 나라까지도 날아다닐 수 있단다.˝

˝아주머니, 부탁이 있어요. 꼭 들어 주실래요?˝

하얀 조약돌이 뜸을 들이다가 말했습니다.

˝뭔 부탁?˝

˝저희들도 새알과 함께 품어 주세요.˝

˝저희들 몸집도 꼭 물떼새 알 만하니까요.˝

˝너희들은 그냥 돌멩이로만 살아야 한단다. 생명이 있기는 우리네 새들과 마찬가지지만 하느님이 움직일 수 있는 힘은 주시지 않았거든. 하지만, 너희들은 움직일 수 없는 대신에 우리보다 아주 오래 살 수 있게 하셨단다.˝

엄마물떼새는 아주 난처한 표정을 지으면서 말했습니다.

˝아니에요. 품어 주시면 우리에게도 하늘을 날 수 있는 날개가 생겨날 거예요. 저희들도 아주머니처럼 푸른 하늘을 날아다니고 싶어요.˝

˝그렇게 해 주세요. 네? 아주머니.˝

조약돌들은 엄마물떼새의 말을 듣는 둥 마는 둥 하고는 마구 떼를 썼습니다.

˝정 그렇게 고집을 부린다면 어쩔 수 없구나. 날개가 안 생기더라도 품어주는 수밖에.˝

물떼새는 조약돌들을 가져다가 둥지에 놓고 새알과 함께 품기 시작했습니다.
그러던 어느 날이었습니다.

개구쟁이 아이들이 강가로 몰려왔습니다. 아이들이 조금만 앞으로 오면 둥지가 아이들 눈에 띄어 몽땅 없어질 판이었습니다.

´이대로 여기 웅크리고 앉았다가는 우리 새끼들이 알에서 깨어나지도 못하고 모두 개구쟁이 아이들 손에 들어가겠구나. 저 개구쟁이들을 꾀어서 다른 데로 끌고 가야지.´

엄마물떼새는 얼른 둥지를 벗어나서 아이들 눈에 잘 띄는 곳으로 나갔습니다. 그리고는 부상당한 것처럼 한쪽 날개를 땅에 처지게 하고 울면서 천천히 걸어갔습니다.

˝야, 저 물새 좀 봐라! 날개가 부러져서 날지 못한다.!˝

˝내가 잡을 테니까 너희들은 가만히 있어.˝

˝아니야. 내가 먼저 발견했으니까 내 것이야.˝

아이들은 서로 앞을 다투면서 엄마물떼새를 쫓기 시작했습니다. 엄마물떼새는 잡힐 듯하면서도 잡히지 않고 용케 도망쳤습니다.

´이제 이쯤 왔으면 우리 둥지에서 많이 벗어났겠지!´

이렇게 생각한 엄마물떼새는 힘차게 날갯짓을 하면서 하늘로 까맣게 치솟았습니다.

˝어! 날개가 부러진 게 아니잖아?˝

˝저 물떼새가 우리를 속였구나!˝

아이들은 어이없다는 눈빛으로 입을 다물 줄 모르고 하늘을 나는 물떼새를 바라봤습니다.

그런데 그 날 밤에 큰 일이 벌어졌습니다.

새 냄새를 맡은 족제비가 몰래 다가와서 엄마물떼새를 한입에 삼켜 버렸습니다. 순식간의 일이었습니다. 아빠물떼새는 둥지 옆의 나뭇가지에서 잤기 때문에 화를 면했습니다.

˝내일이면 아기 새들이 태어난다고 그렇게 좋아하던 아주머니가!˝

조약돌들은 너무나 슬퍼서 눈물도 제대로 나오지 않았습니다. 그 때 다시 족제비가 다가오는 소리가 들렸습니다. 족제비는 새알마저 먹고 싶었던 것입니다. 새알 속의 물떼새 새끼들은 오돌오돌 떨었습니다. 조약돌들도 겁이 덜컥 났습니다.

˝히히히, 오늘 저녁 요리는 아주 맛있는걸. 힛힛힛!˝

족제비는 멋대로 흥얼거리면서 달려와 앞 뒤 살필 것도 없이 새알을 힘있게 덥석 깨물었습니다.

˝아이고, 아이고 이빨이야! 내 이빨이 다 부러졌네. 아이고 아이고!˝

족제비는 새알을 깨문다는 것이 조약돌을 콱 깨물었던 것입니다. 그 바람에 이빨이 세 개나 부러졌습니다. 족제비는 퉁퉁 부은 주둥이를 움켜쥐고 달아난 후 다시는 나타나지 않았습니다.

이튿날, 온 몸이 솜털로 뒤덮인 아기 새들이 태어났습니다. 갈색 무늬가 곱게 새겨진 네 마리의 아기 새였습니다. 아빠 새는 슬퍼할 겨를도 없이 먹이를 물어다가 아기 새들을 길렀습니다. 아기 새들은 무럭무럭 자라났습니다.

˝너희들은 왜 우리 집에 와 있니?˝

제일 먼저 태어난 아기 새가 조약돌에게 물었습니다.

˝우리도 너희들처럼 날개를 가지고 태어나 하늘을 훨훨 날고 싶어. 그래서 너희 엄마한테 부탁을 했던 거야. 그런데 너희 엄마가 족제비에게 물려 가는 바람에, 우리는 그 희망을 버려야 했어. 그렇지만 너희들이 움직일 수 있는 생명을 가지고 태어난 것만으로도 만족하겠어.˝

조약돌들은 입을 모아 똑같이 대답했습니다.

˝그래서 우리 둥지에 와서 누워 있었구나!˝

아기물떼새가 고개를 끄덕이면서 말했습니다.

˝너희들은 영원히 날 수가 없는 돌멩이란 말이야. 하지만 물과 바람에 시달릴수록 생각이 안으로 들어찬다는 것을 알아야 해. 그것은 어느 누구도 흉내낼 수 없는 아주 훌륭한 점이지. 그러니까 하늘을 날 생각일랑 아예 말아라.˝

아기물떼새가 차분한 목소리로 말했습니다.

˝우리도 날개를 갖고 싶어. 아기물떼새들처럼 하늘을 날고 싶단 말이야. 이 강가에만 누워 있지 않고 다른 세상으로 여행하고 싶거든.˝

조약돌들은 울음 배인 목소리로 애원하듯 말했습니다. 그 말은 아기물떼새의 마음을 흔들어 놓았습니다.

˝너희들 소원이 정 그렇다면 우리가 하늘나라 여행을 시켜 줄게.˝

한 아기물떼새가 조약돌들이 측은했던지 까만 눈을 깜박이면서 말했습니다.

˝정말이니?˝

˝정말이지 않고. 우리들이 떠날 때, 아주 먼 나라로 데리고 갈게.˝

˝너희들 덕분에 우리들이 족제비의 밥이 되지 않고 이렇게 살아 남을 수 있었으니까 그 은혜를 갚아야지. 우리의 날개가 튼튼해질 때까지만 참고 기다려 줘.˝

다른 아기물떼새가 한 마디 거들었습니다.

˝아, 우리는 정말 행복하구나!˝

˝이렇게 기분 좋은 날이 또 있을까? 마치 우리한테 날개가 돋은 것처럼 기쁘구나!˝
조약돌들은 코허리가 찡하고 눈뿌리가 시큰했습니다. 조약돌들은 기쁜 마음으로 하늘을 날아갈 날을 기다렸습니다. 조약돌들이 기다리는 동안, 아기물떼새들은 종종 찾아와 조약돌들과 재미있는 이야기를 나누었습니다. 그래서 조약돌들은 조금도 지루하지 않았습니다. 땡볕이 쏟아지는 날이면 아기물떼새들이 날개로 그늘을 만들어주기까지 했습니다. 그리고 덥다고 하면 깃털에다 물을 축여다가 뿌려 주기도 했습니다. 조약돌들은 행복하고 즐거웠습니다. 조약돌로 이 세상에 태어나기를 잘 했다고 생각했습니다.

이제 아기물떼새들의 날개도 몰라보게 튼튼해졌습니다. 부리에 남았던 노란색도 없어지고 완전한 어른새의 모습을 닮아갔습니다.

˝자, 이제 여기서 이만큼 자랐으니 우리가 살기에 적당한 곳을 찾아 떠나자.˝

아빠물떼새가 천천히 말했습니다.

˝엄마의 영혼이 깃들인 곳을 두고 이제 어디로 가야 하나요?˝

한 아기물떼새가 목멘 소리로 물었습니다.

˝너희 엄마는 너희들을 위해 희생을 당한 거란다. 그렇기 때문에 그 영혼은 아주 복받은 나라에 머무르고 있을 거야. 너희들이 엄마 생각을 잊지 않는다면 너희들 가슴마다에 머무를 수도 있지.˝

아빠물떼새는 어른답게 눈물을 보이지 않으려고 애를 쓰며 말했습니다.
˝…….˝
아기물떼새들은 잘 이해가 안 가는지 고개를 갸우뚱거리기만 했습니다.

˝지금은 잘 못 알아듣겠지만 너희들이 더 자라게 되면 내 말을 이해할 것이다. 행복한 나라란 자기 마음 속에 있다는 말이지.˝

˝아빠, 이제 서둘러 길을 떠나야지요.˝

정수리에 흰 털이 박힌 아기물떼새가 재촉을 하였습니다.

˝그래 떠나자. 내가 이 회색 조약돌을 두 발로 꼭 잡고 날아갈 테니까, 너희들은 저 하얀 조약돌을 번갈아 가면서 안고 날아가도록 해라. 알겠지?˝

˝네!˝

아빠물떼새가 회색 조약돌을 잡고 하늘로 날아올랐습니다. 뒤를 이어 아기물떼새들도 하얀 조약돌을 꼭 끌어안고 날아올랐습니다.

˝아, 하늘에서 내려다보는 경치가 이렇게 아름다울 줄은 상상도 못했구나!˝

˝아아, 마치 우리에게 날개가 돋친 것만 같구나!˝

˝고마워! 물떼새 식구들, 모두 고마워!˝

˝바람도 참 시원하구나! 고향이여, 안녕!˝

조약돌들은 들뜬 마음을 가라앉힐 줄 모르고 연방 떠들어댔습니다.

조약돌들은 오랫동안 정들었던 곳을 떠나자니 서운하기는 했지만 하늘을 나는 기쁨에 비하면 아무 것도 아니었습니다.

물떼새 식구들은 중간에 쉬어 가면서 보도 듣도 못하던 곳으로 아주 멀리 떠났습니다.

처음 살던 곳의 강물은 무엇을 발견했는지 꾸불꾸불 계곡을 누비면서 자꾸 따라오고 있었습니다. 바다가 보이는 낯선 곳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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