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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작동화] 표주박아저씨

창작동화 박상재............... 조회 수 1240 추천 수 0 2007.04.05 14:31:12
.........
도시의 변두리에 허술하게 생긴 초가집 한 채가 있었습니다.
그 집은 산자락에 붙어 있었기 때문에 사람들은 산막집이라고 불렀습니다. 아마도 산에 있는 오두막집을 줄여서 그렇게 부르는 모양이었습니다.
산막집에는 머리가 허연 할아버지가 할머니와 함께 살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산막집 식구는 둘만이 아니었습니다. 누렁이라고 부르는 개도 한 마리 있고, 검둥이라고 부르는 염소도 한 마리 있습니다. 또 꼬꼬댁이라고 부르는 닭들도 다섯 마리나 있고, 토생원이라고 부르는 토끼도 일곱 마리나 있습니다. 이들이 모두 할아버지 할머니와 함께 살아가는 산막집 식구들입니다.
그런데 이런 식구들 말고도 산막집을 즐겨 찾는 손님들도 많았습니다.

갈색 털옷을 입은 다람쥐 , 잿빛 털옷을 입은 청설모, 집배원처럼 반갑게 찾아오는 까치도 있었습니다.
산막집 굴뚝에서는 아침 저녁으로 연기가 모락모락 피어 올랐습니다.
산을 오르내리는 사람들은 이렇게 연기가 피어 오르는 모습을 좋아했습니다.
˝변두리이긴 하지만 도시에서 이런 초가집을 볼 수 있다니 , 정말 신기하군 ˝
˝난 굴뚝에서 피어오르는 저녁 연기를 보면 마치 고향집을 찾은 것 같아서 마음이 편해 .˝
등산복 차림의 남자들은 이런 말을 주고 받았습니다.
˝도대체 저 집에는 누가 살고 있을까? 터도 굉장히 넓은데, 집을 팔면 땅 값만 해도 엄청나게 받을 수 있을 거야.˝
˝누가 아니래? 저 집에는 고집불소슬바람에 가랑잎이 흩날렸습니다.
산막집 굴뚝에서 피어 오르던 저녁 연기도 자무렇게나 나부꼈습니다.
산막집 돌담장 위에는 무말랭이와 토란대 줄기가 소쿠리에 담겨진 채 널려 있었습니다.
두 사람이 쭈뼛쭈뼛 사립문으로 들어서자 누렁이가 사납게 짖어댔습니다.
´당신들은 나쁜 사람들이야. 우리 할아버지를 꽉 막힌 영감이라고 놀려댔으니까.´
이렇게 소리치는 것 같았습니다.
˝누렁아, 조용히 해라. 손님들이 오시는데 시끄럽게 굴면 되겠니 ?˝
그 말을 알아들었는지 누렁이는 금세순한 양으로 바뀌었습니다.
˝안녕하십니까, 영감님! 지나가는 등산객들인데 , 잠시 물 좀 얻어마실까 해서 요.˝
˝들어오시구려 . 이렇게 누추한 집을 찾아주니 반갑소이다. ˝
할아버지의 목소리는 겉모습만큼이나 또랑또랑했습니다.
산객들은 박물관을 견학 온 아이들처럼 산막집 구석구석을 살피고 있었습니다.
등산객들의 시선은 마루 위에 널려 있는 조롱박에도 머물고, 대바구니에 담겨진 호두알, 밤알에도 머물렀습니다
˝바가지가 참 귀엽게 생겼군요. 영감님 !˝
파란 조끼 아저씨가 웃음 띤 얼굴로 말했습니다
˝올해 농사지어 거둔 것이라오. 우니 집을 찾는 길손들에게 선물로 주려고 많이 만들었지요. 조롱박 씨앗을 담 밑에 심었더니 농사가 썩 잘 되었지 뭐유.˝
할아버지는 언제나 웃는 얼굴이었습니다.
등산객들은 마시려던 물을 찾을 생각도 않고 부엌문을 기웃거렸습니다.
부엌 안에서는 할머니가 아궁이에 불을 지피고 있었습니다.
˝저녁밥을 지으시나 보죠? 나무를 땔감으로 하시다니 불편하지 않으세요?˝
빨간 조끼 아저씨가 묻자, 할머니는 웃음 섞인 목소리로 대답했습니다.
˝나무로 불을 때서 밥을 지어 먹으니, 밥맛이 더 구수하고 밥 짓는 재미도 있어요.˝
빨간 조끼 아저씨와 파란 조끼아저씨는 약속이나 한 듯 고개를 끄덕거렸습니다.
˝그런데 땔감으로 쓰는 나무는 영감님께서 직접 산에 가서 구해 오시나요?˝
말없이 웃고 있는 할아버지 대신에 할머니가 대답했습니다.
˝산에 가지 않더라도 마을 골목을 한바퀴 돌고 나면 땔감은 얼마든지 구할 수가 있지요, 부서진 책상, 나무 의자, 장롱조각, 책꽃이 같은 쓰레기들이 이곳 저곳에 버려져 있거든요.˝
˝영감님께서는 참 좋은 일을 하시는군요. 쓰레기까지 치워 주시니까요.˝
파란 조끼 아저씨의 말에 할아버지와 할머니의 얼굴에는 웃음꽃이 피었습니다.
˝좋은 일은 무슨, 내가 필요하니까 거두어 오는 거지. 하기야 사람들도 쓰레기를 치워 주니까 좋다고들 합디다. ˝
˝그럼요. 그런 것 치우려면 다 돈을 내야 하는데요.˝
빨간 조끼 아저씨의 눈빛이 진지해졌습니다.
할아버지는 재미있다는 듯이 이야기보따리를 자꾸만 풀어 놓았습니다.
˝우리 집에서 쓰는 물건들은 거의가다 남들이 버린 것을 주워 온 것이라오. 냉장고, 텔레비전은 말할 것도 없고, 다리미 , 전축, 심지어는 시계까지도 주워다 손질해서 쓰고 있지요.˝
˝영감님 , 참 훌륭하십니다. ˝
˝정말입니다. 영감님! 영감님 같은 분들만 계신다면 우리 나라는 금방 부자가 될 수 있을텐데요.˝
˝난 경제에 대해서는 모르지만 충분히 더 쓸 수 있는 물건들을 함부로 버리는 것은 나쁘다고 생각해요. 마구 버려지는 것이 아까워서 주워다 다시 쓰는 것뿐이고‥‥‥˝
할아버지의 눈빛은 등산객들보다 더욱 빛났습니다.
˝내가 버리는 것을 싫어하는 데에는 엉뚱한 이유가 있지 .˝
˝엉뚱한 이유라니요? 영감님?˝
두 사람은 기다렸다는 듯이 똑같이 물었습니다.
˝아, 아니요. 아무것도. 쓸데없는 말을 할 필요가 없지 .˝
할아버지는 말꼬리를 돌리더니 나뭇짐이 가득 실린 손수레 곁으로 다가갔습니다
˝참, 목을 축이고 가겠다고 했었지요?
저기 보이는 호두나무 아래에 가면 옹달샘이 있으니까, 표주박으로 떠 마시시오. 물맛은 아주 좋을 게요.˝
등산객들은 할아버지가 가리키는호두나무 아래도 갔습니다.
커다란 호두나무 옆에는 밤나무도 있고, 대추나무도 있었습니다. 또 꼭대기에 까치밥을 매달고 있는 몇 그루의 감나무도 있었습니다.
빨간 조끼 아저씨와 파란 조끼 아저씨는 가지런히 놓여 있는 표주박을 제각기 들고 응달샘물을 떠 마셨습니다
˝음, 물맛 한번 기가 막히구나.˝
등산객들은 잎을 떨구고 서 있는 과일나무들을 한번 더 둘러보고는 마당으로 나왔습니다.
할아버지는 손수레에서 주워 온 나무 조각들을 내려 놓고 있었습니다. 책상 부서진 것, 의자 조각, 토막난 문짝들이었습니다.
그 모습을 본 등산객들이 할아버지 곁으로 성큼덩큼 다가갔습니다.
˝영감님, 저희들이 내려 놓을 테니까,
마루로 가져서 쉬시지요.˝
˝그러세요. 영감님 ! 물맛이 참 좋던데, 물값을 해야지요.˝
할아버지는 빨간 조끼 아저씨의 말이 재미있다는 듯이 껄껄 웃었습니다. 빨간 조끼 아저씨와 파란 조끼 아저씨가 손수레에서 나뭇짐을 내려놓기 시작했습니다.
˝이걸 아예 한쪽으로 갖다 쌓아 놓을까요?˝
파란 조끼 아저씨가 사분사분하게 물었습니다.
할아버지는 흐뭇하게 웃으며 고개를 저었습니다.
˝아니오. 그럴 필요 없어요. 오늘 밤에 당장 이곳에서 쓸 것이니까.˝
˝오늘 밤에 당장 쓰시다니요. 혹시 모닥불이라도 피우시려고요?˝
할아버지는 빨간 조끼 아저씨가 기특하다는 표정을 지으며 말했습니다.
˝젊은이는 쪽집게로군 조금 있으면 요아래 보육원 원장님이 아이들을 데리고 놀러 온다고 했어요. 그 아이들이 오면 모닥불을 피워 놓고 별자리도 찾고, 옛날 이야기도 들려 주기로 했다오. 모닥불이 사그라들면 고구마도 구워 주고, 알밤도 구워 주려고 그러오.˝
등산객들은 마치 넋 나간 사람들처럼 할아버지의 말잔치에 취해 있었습니다.
˝영감님은 정말 멋지신 분이십니다 ˝
˝멋지긴요. 내가 아이들, 그것도 고아원이나 보육원 아이들을 좋아하는 데는 다 이유가 있지요.˝
˝어떤‥‥‥˝
빨간 조끼 아저씨의 말이 채 끝나기도 전에 할아버지는 말을 이었습니다.
˝난, 내 아이를 버렸다오. 아들 녀석이었는데 살아 있다면 지금 당신들 나이쯤 되었을 거요,˝
˝아니, 아이를 버리시다니요? 도무지 믿어지지가 않습다다.˝
밥을 짓던 할머니가 부랴부랴 부엌에서 나왔습니다.
˝영감님이 아이를 버렸다니요. 버렸다면 제가 버렸지요. 사실은 1· 4 후퇴 때 사람들 틈바구니 속에서 우리 아들을 잃어버렸답니다. ˝
할머니의 눈가에는 물기가 어렸습니다. 할아버지는 무거워진 눈꺼풀을 내려 감았습니다.
˝아까 버리는 것을 싫어하는 데에는 엉뚱한 이유가 있다고 한 것도 내가 아들을 버렸기 때문이지 .˝
˝영감님! 아들을 잃어버린 것이지, 어디 버린 것입니까?˝
파란 조끼 아저씨가 상기된 목소리로 말했습니다.
˝그게 그것이지 뭐 . 어린 아들을 잘 챙기지 못했으니 버린 것이나 다름없는 것 아니오?˝
할아버지의 목소리는 어둠에 젖어 있었습니다.
˝영감님, 제게 한 가지 청이 있는데 들어 주시겠습니까?˝
파란 조끼 아저씨가 간절한 목소리로 말했습니다.
˝어디 한번 말해 보시구려 .˝
˝오늘 저녁에 보육원 아이들이 온다고 했지요? 저도 그 아이들과 함께 시간을 나누고 싶습니다 ˝
˝난 또 무슨 어려운 부탁이라도 되는줄 알았더니‥‥‥ 원한다면 두 손 들고 환영하지요.˝
할아버지의 얼굴빛이 옹달샘물처럼 맑아졌습니다. 파란 조끼 아저씨의 얼굴도 갈꽃처럼 환해졌습니다.
´영감님, 사실은 저도 고아원에서 자랐습니다.´
파란 조끼 아저씨는 그 말을 입 밖으로 내지 않았습니다.
˝그러면, 반찬은 없지만 함께 식사나 하시지요.˝
할머니가 기쁜 얼굴로 말했습니다.
˝아닙니다 저희들이 밥을 먹으면 두분 진지가 모자랄 테니까요.˝
빨간 조끼 아저씨의 말을 할머니가 되받았습니다.
˝아니오. 우린 항상 밥 한 그룻을 더해 놓는다오.˝
´잃어버린 아들의 몫이로군요. 지금이라도 찾을 수 있다면 얼마나 좋겠습니까?´
파란 조끼 아저씨는 마음 속으로만 그런 말을 했습니다.
등산객들은 할아버지, 할머니와 함께 저녁밥을 먹었습니다.
할아버지는 저녁식사를 마치자 등산객들에게 표주박을 하나씩 주며 말했습니다.
˝나중에 잊어버릴까 봐 미리 주는 거요. 우리 집에 왔던 기념으로 주는 선물이라오. 잃어버린 내 아들 녀석도 표주박 하나를 들고 있었지요.˝
할아버지의 말을 들은 파란 조끼 아저씨는 자신의 귀를 의심했습니다. 혹시나 산신령에게 흘린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들었습니다.
파란 조끼 아저씨의 이름은 박표주였습니다.
´네 이름이 표주가 된 것은 네가 처음 우리 고아원에 왔을 때 표주박을 들고 있었기 때문이야 그래서 너의 성이 박씨가 된 거구.´
파란 조끼 아저씨는 어린 시절 고아원 원장님께 들은 말을 마음 속으로 되뇌어보았습니다.
어느덧 땅거미가 짙어지고 어둠이 스물스물 기어들기 시작했습니다. 밤하늘에는 별이 돋고, 할아버지는 모닥불을 피울 채비를 하고 있었습니다.
사립문 밖에서는 사람들의 발자국 소리에 묻어 아이들의 재잘거리는 소리가 들려 왔습니다.
파란조끼 아저씨, 박표주 아저씨의 눈에서는 별이 스러지고 있었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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