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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레빗2691. 정월대보름과 개보름쇠기 풍속
오늘은 정월대보름입니다. 정월대보름엔 초저녁 뒷동산에 올라가서 달맞이를 하는데, 떠오르는 달의 모양, 크기, 출렁거림, 높낮이 등으로 한해 농사를 점치기도 했습니다. 또 달집태우기도 대보름날 밤에 하는데, 짚이나 솔가지 등을 모아 언덕이나 산 위에 쌓아 놓은 다음 소원을 쓴 종이를 매달고, 보름달이 떠오르기를 기다려 불을 지릅니다. 피어오르는 연기와 더불어 달맞이를 하고, 쥐불놀이와 더불어 이웃마을과 횃불싸움을 하기도 하지요.
정월 대보름의 세시풍속 중 ‘월견상극(月犬相剋)’이란 것이 있었습니다. 이는 달과 개는 상극이란 생각에서 나온 것인데 정월 대보름날에 개에게 하루 종일 밥을 주지 않거나 혹은 저녁밥 한 끼만 주지 않습니다. 개에게 밥을 먹이면 달의 정기를 먹게 되는 것으로 생각했습니다. 여자의 본질인 음력의 에너지원은 달이어서 개에게 밥을 주는 여자는 개에게 자기의 음력을 도둑질시키는 것으로 본 때문입니다. 월식도 옛사람들은 개가 먹었기 때문이라고 보았지요.
또 다른 대보름 풍속으로 “개보름쇠기”도 있습니다. 조선 후기 유득공(柳得恭)[1749~1807]이 펴낸 《경도잡지(京都雜志)》에, “이 날만은 개를 먹이지 않는다. 개에게 먹을 것을 주면 파리가 많이 꾀고 마른다고 한다.”고 쓰여 있습니다. 개보름쇠기는 한 해의 시작인 정초에 개가 병들지 않고 건강하라는 주술적 의미에서 비롯된 것인데 하루 종일 개에게 아무것도 주지 않다가 달이 뜨면 그때서야 “개 비리 씰자. 개 비리 씰자”라고 하면서 빗자루로 개의 등을 쓸어내린 뒤에 밥을 줍니다. 이때 먹는 밥을 ‘더우밥’이라고 하며, “내 더우 너 먹어라” 하며 개에게 한 번 먹이고 자기도 한 번 먹기를 반복하지요. 이는 개가 사람보다 더위를 잘 이기기 때문이며, 같이 먹는 것은 한 식구로 생각하기 때문이기도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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