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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레빗2703. 궁중화원의 그림 솜씨, 백자 철화매죽무늬 항아리
고려시대 우리 겨레는 찬란한 청자문화를 꽃 피웠습니다. 그러다 조선으로 들어오면서 청자 대신 백자가 유행했습니다. 고려는 불교와 귀족의 나라였기에 사후세계의 구원에 관심이 많았고, 환상적이며, 불교적, 경향이 있었는데 그런 까닭으로 상감기법을 이용한 많은 무늬와 화려한 색깔의 청자가 발달했지요. 반면 조선은 성리학이 중심이 된 나라이기에 사후세계보다는 현실적, 합리적, 실용적인 사고방식이 지배했고. 그래서 그릇으로서의 도자기는 무늬, 색깔보다는 견고하고, 기능적인 것을 선호한 탓에 백자가 발달된 것입니다. 곧 고려청자와 조선백자는 두 나라의 철학적 배경이 만들어 낸 것이지요.
그 조선백자 초기의 것 가운데 높이 41.3m, 입지름 19㎝, 밑지름 21.5㎝. 국보 제166호 백자 철화매죽무늬 항아리가 눈에 띕니다. 국립중앙박물관에 있는 이 항아리는 약간 높직한 입 부분이 안으로 기울어져 있으며 어깨와 몸체 윗부분이 풍만하게 부풀었다가 조금씩 좁아져 내려오면서 당당하고 힘찬 선을 그으며 바닥에 이르지요. 입 부분에 당초 모양의 구름무늬가 있고 어깨에 변형된 연꽃무늬가 있습니다. 몸체 양면에는 대나무와 매화 그림이 철채(鐵彩)로 가득 그려져 있으며 아랫단에 파도 무늬가 있습니다.
대나무 그림은 몰골법(沒骨法, 윤곽선을 써서 형태를 선명하게 그리지 않고 바로 먹이나 채색만을 사용하여 사물을 그리는 기법)으로 그렸고 대신 매화는 몰골법과 대치되는 구륵법(鉤勒法, 형태의 윤곽을 선으로 먼저 그리고, 그 안을 색으로 칠하는 기법)으로 그렸습니다. 만든 곳은 광주군 일대의 관음리 가마에서 만들어진 것으로 추정되며, 매화와 대나무 그림은 솜씨가 뛰어나서 궁중화원이 그린 것으로 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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