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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레빗2707. 판소리는 슬픔도 승화시킨 곰삭은 소리
몇 년 전 가수 조관우가 한 텔레비전 프로그램에서 자신의 아버지 조통달 명창이 득음을 위해 똥물까지 마셨다고 고백하여 많은 이가 충격을 받았습니다. 그렇게 득음을 한 조 명창의 소리는 우렁찬 천구성으로 유명하지요. 판소리는 일반적으로 거칠면서도 부드러운, 탁하면서도 맑은 소리라고 하지만 판소리 성음을 크게 나누면 수리성과 천구성이 있습니다. 수리성은 좀 더 탁하고 거친 소리를 말하고, 천구성은 보다 맑고 깨끗한 소리를 말합니다. 요즘은 수리성이 더 인기가 있지만 예전 19세기에는 우렁차면서도 밝은 목소리의 천구성을 더 좋아했습니다.
그런데 이렇게 거칠고 탁한 소리에 큰 값어치를 주는 판소리지만 참 득음은 ‘곰삭은 소리’, 곧 ‘충분히 삭은 소리’여야 한다지요. 음식이 발효를 통해 깊은 맛과 향기를 갖게 되듯이 목소리도 수련을 통해 깊은 내면의 맛과 향기를 지니게 되는 것입니다. 또 판소리의 맛과 향기를 대표하는 것은 ‘슬픔’이라고 말하기도 합니다. 다만, 충분히 삭은 슬픔은 절망 속의 슬픔이 아니라 슬픔을 준 대상에 대한 증오까지 승화시킨 그래서 모든 것을 용서하기까지의 슬픔인 것이지요.
어쩌면 영화 “서편제”에서 눈이 먼 송화의 슬픔이 송화를 명창으로 만들었는지도 모릅니다. 판소리를 하는 소리꾼은 물론 이를 감상하는 청중도 소리꾼과 함께 슬픔을 승화할 수 있어야 진정한 청중이 되는 건지도 모릅니다. 일반적으로 성악이 목소리를 곱게 다듬어 노래하는 것이라면 판소리는 오히려 곰삭은 목소리로 청중을 웃고 울리는 특징이 있기에 유네스코 세계무형유산이 되었을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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