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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레빗2716. 오늘은 춘분, 삶의 농사를 새롭게 시작하자
오늘은 경칩(警蟄)과 청명(淸明) 사이에 드는 24절기 가운데 넷째 춘분(春分)입니다. 천문학에서는 해가 남에서 북으로 천구(天球)의 적도와 황도(黃道)가 만나는 점(춘분점)을 지나가는 3월 21일 무렵을 말하지요. 이때는 춥지도 덥지도 않아서 한해 가운데 농사일을 하기에 가장 좋은 때로 겨우내 얼었던 땅이 풀리면서 농부들의 손길도 바빠집니다. 논밭에 뿌릴 씨앗을 골라 씨 뿌릴 준비를 서두르고, 하늘바라기(천수답-天水畓)에서는 귀한 물을 받기 위해 물꼬를 손질하지요. '천하 사람들이 모두 농사를 시작하는 달'이라는 옛사람들의 말은 이 음력 2월 곧 춘분 앞뒤를 이르는 때로 이때에 비로소 한 해의 농사가 시작됩니다.
그러나 좋은 일이 많으면 나쁜 일도 있기 마련이어서 이때를 전후해 많은 바람이 불지요. 그래서 “2월 바람에 김칫독 깨진다”는 속담도 나왔고, '꽃샘추위', '꽃샘바람'이라는 말 역시 꽃이 필 무렵인 이때의 추위가 겨울 추위처럼 매섭고 차다는 뜻에서 비롯되었습니다. 이 때문에 바닷가 마을에서는 고기잡이를 나가지 않고, 나가더라도 멀리까지는 가지 않는다고 합니다. 불교에서는 춘분 앞뒤 이레동안을 “봄의 피안(彼岸)”이라 하여 극락왕생의 시기로 보았지요.
고려시대나 조선시대에는 이날 조정에서 빙실(氷室)의 얼음을 내기 전에 작은 제사로 겨울 북방의 신인 현명씨(玄冥氏)에게 사한제(司寒祭)를 올렸습니다. 《고려사(高麗史)》 권63 지17 길례(吉禮) 소사(小祀) 사한조(司寒條)에 “고려 의종 때 정한 의식으로 사한단(司寒壇)은 맹동(孟冬, 초겨울)과 입춘에 얼음을 저장하거나 춘분에 얼음을 꺼낼 때에 제사한다. 신위는 북쪽에 남향으로 설치하고 왕골로 자리를 마련하며 축판에는 ”고려 임금이 삼가 아무 벼슬아치(某臣) 아무개(姓名)를 보내어 공경히 제사하고 제물로는 돼지 한 마리를 쓴다.”라고 기록되었지요. 농사를 시작하고, 얼음을 꺼내는 이날은 밤낮의 길이가 같지만, 실제로는 해가 저문 뒤에도 얼마간은 빛이 남아 있기 때문에 낮이 좀 더 길게 느껴집니다. 춘분을 맞아 우리도 삶의 농사를 새롭게 준비하는 시간을 맞이하면 어떨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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