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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 아침 차 한잔 마시면서 전해드리는 햇볕같은이야기
♣♣그 4913번째 쪽지!
□ 우리동네 목사님
읍내에서 그를 본 것은 이번이 처음이었다. 철공소 앞에서 자전거를 세우고 그는 양철 홈통을 반듯하게 펴는 대장장이의 망치질을 조용히 보고 있었다. 자전거 짐틀 위에는 두껍고 딱딱해 보이는 성경책만한 송판들이 실려 있었다.
교인들은 교회당 꽃밭을 마구 밟고 다녔다, 일주일 전에 목사님은 폐렴으로 둘째 아이를 잃었다, 장마통에 교인들은 반으로 줄었다, 더구나 그는 큰 소리로 기도하거나 손뼉을 치며 찬송하는 법도 없어 교인들은 주일마다 쑤근거렸다, 학생회 소년들과 목사관 뒷터에 푸성귀를 심다가 저녁 예배에 늦은 적도 있었다.
성경이 아니라 생활에 밑줄을 그어야 한다는 그의 말은 집사들 사이에서 맹렬한 분노를 자아냈다, 폐렴으로 아이를 잃자 마을 전체가 은밀히 눈빛을 주고받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다음 주에 그는 우리 마을을 떠나야 한다. 어두운 천막교회 천정에 늘어진 작은 전구처럼 하늘에는 어느덧 하나둘 맑은 별들이 켜지고 대장장이도 주섬주섬 공구를 챙겨들었다.
한 참 동안 무엇인가 생각하던 목사님은 그제서야 동네를 향해 천천히 페달을 밟았다, 저녁 공기 속에서 그의 친숙한 얼굴은 어딘지 조금 쓸쓸해 보였다 -기형도 詩<우리동네 목사님> 전문
유럽여행을 가면 괴테나 셰익스피어의 무덤에서 사진을 찍고, 미국 남부의 작은 도시 멤피스는 엘비스 프레슬리를 팔아서 먹고 삽니다.
우리나라에도 천주교인들은 김수환 추기경의 무덤을 성지순례하고, 노무현 대통령의 봉하마을은 해마다 수백만명이, 최진실의 무덤에는 지금도 평일에는 하루에 50명 주말에는 100명씩 그를 찾아오는 팬들이 있다고 합니다. 오늘 '우리동네 목사님'을 쓴 기형도 시인은 28세에 요절을 했는데, 문학 지망생들에게는 그의 무덤이 성지이지요. ⓞ최용우
♥2014.4.15 불날에 좋은해, 밝은달 아빠 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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