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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의 개수를 헤아리는 방식
글쓴이가 본격적으로 산을 다닌 지는 이제 약 8년이 지났습니다. 처음에는 명산 위주로 산행을 하다가 이제는 가보지 않은 산을 주로 찾습니다. 산의 리스트를 보면서 다녀온 산에 동그라미를 그릴 때의 그 즐거움은 아마도 야구의 강타자가 홈런숫자를 기록하는 기쁨에 견줄 것입니다.
수 십 년간 등산을 다닌 등산매니아들이 1천산, 2천산, 심지어 3천 개 이상의 산을 답사했다는 말을 듣고는 주눅이 듭니다. 그런데 모두들 다녀온 산의 개수를 헤아리는 방법이 제각각입니다.
산경표에 의하면 우리나라 남한에 오를 만한 산이 4,500여 개라고 합니다. 어떤 이는 이름이 산으로 표기된 것만 계산하는 가 하면, 다른 이는 산과 봉에 관계없이 전부 계산하기도 합니다. 또 다른 이는 산경표에 기록된 산이나 봉(峰) 또는 대(臺) 위주로 계산합니다.
예컨대 국립공원 내장산에는 최고봉인 신선봉을 비롯하여 장군봉, 연자봉, 문필봉, 까치봉, 연지봉, 망해봉, 불출봉, 서래봉 등 모두 9개의 봉우리가 있습니다. 지도상의 모든 봉우리를 헤아리는 사람은 내장산을 일주하면 9개의 산을 오른 것으로 계산합니다. 그리고 산경표의 기준에 따르는 사람은 4개의 산(장군봉, 신선봉, 까치봉, 서래봉)을 오른 것으로 봅니다. 글쓴이는 1개의 산을 오른 것으로 카운트하고 있습니다.
헷갈리는 산 이름-산, 봉, 대, 령
이토록 산을 헤아리는 방식이 다른 것은 산과 봉은 그 구분이 쉽지 않기 때문입니다. 산은 여러 봉우리의 집합체이거나 독립된 봉우리를 뜻합니다. 당연히 가장 높은 곳으로 해발고도를 책정합니다. 산의 가장 높은 곳을 봉(峰)이라고 합니다. 지리산 천왕봉(1,915m), 설악산 대청봉(1,708m) 내장산 신선봉(763m)은 그 정상 이름입니다. 그리고 능선의 높은 곳도 봉이라고 합니다. 지리산의 최고봉은 천왕봉이지만 그 주능선에는 수많은 봉우리가 있습니다.
그리고 지리산 만복대, 속리산 문장대처럼 산봉우리가 대체로 가파른 기암절벽으로 형성된 봉우리로 전망이 탁 트인 넓은 암봉을 대(臺)라고 하는데, 높이는 봉보다도 낮습니다. 령(嶺)은 규모나 통행량 면에서 큰 지역을 나타내며 지역간 통행의 중요한 통로를 형성하고 일찍부터 군사요충지였던 곳입니다. 현재 백두대간 상의 큰 고개는 선자령, 대관령, 조령, 죽령, 추풍령처럼 령(嶺)이라는 지명이 많습니다. 다만 선자령을 제외하고 다른 령은 산으로 보지 않습니다.
북한산 백운대는 백운봉으로 불러야
현재 북한산의 최고봉은 백운대로 불리고 있습니다. 북한산은 백운대(837m), 만경대(800m), 인수봉(769m) 세 봉우리가 삼각점을 형성하고 있어 삼각산이라고도 불리는 산입니다. 그런데 가장 높은 봉우리를 백운봉이 아니고 백운대라고 부르는 것은 일제가 북한산을 비하하기 위해 이름을 바꾼 탓이라고 합니다.
북한산의 명칭을 삼각산으로 변경하는 문제는 논외로 치더라도 최고봉인 백운대는 위에서 살펴본 바와 같이 높은 곳(최고봉)을 뜻하는 백운봉으로 반드시 바꾸어야 할 이유가 여기에 있는 것입니다.
그러나 실제로 산에 다니며 봉과 산의 이름을 보면 헷갈릴 때가 참 많습니다. 이럴 땐 그냥 그러려니 하는 게 마음 편합니다. 산에 올라 신선한 공기를 마시며 기분을 전환하고 체력을 증진한다면 이보다 더 좋을 수가 없기 때문입니다. <개그 콘서트>의 말을 빌리면 "묻지도 말고, 따지지도 말고, 그냥 산에 오르기만 해도 좋은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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