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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 아침 차 한잔 마시면서 전해드리는 햇볕같은이야기
♣♣그 4921번째 쪽지!
□ 치열한 세상
딸내미가 어제 밤 레포트를 쓰느라 꼬박 샜다며 아침 밥상에서 잠이 덜 깨 밥숟가락이 입으로 들어가는지 코로 들어가는지 비몽사몽 합니다. "지금은 대학 새내기라서 기합이 바짝 들어서 그렇지 한 학기만 지나 봐... 다 요령이 생겨..."
결혼하기 전 저는 신문배달을 오랫동안 했었습니다. 새벽 2-3시에 일어나 보급소에 가 광고지를 신문지 사이에 끼워 넣는 일로 하루를 시작했습니다. 나는 걸음이 빠르고 기억력이 좋아서 다른 사람들 200부 돌리면 해가 뜨는데 나는 400부를 돌렸습니다. 그만큼 수입도 많았고 낮에 내 일을 마음대로 할 수 있어 좋았습니다.
그런데 지방에 다녀온 다음날 피로가 덜 풀려 새벽에 신문을 배달하는데 어마어마하게 졸렸습니다. 사람이 너무 졸리면 걸어다니면서도 잡니다. 잠깐 정신을 차려 보면 "앗! 내가 어느새 여기까지 와 있지?" 내 의식과 몸이 따로 놀았습니다. 의식은 자고 있고 몸은 조건반사적으로 알아서 돌아다니며 신문을 배달하는 것이었습니다.
안되겠다. 이러다가 큰일나겠다. 1분만 눈을 붙이고 가자. 하고 어느 아파트 계단에 앉았습니다. 이 상태로라면 분명히 푹 잠들어버릴 것 같았습니다. 그래서 계단 난간 끝에 아슬아슬하게 누웠습니다. 잠들더라도 조금만 뒤척이면 계단에서 뚝 떨어져 잠을 깰 것이라는 계산을 그 와중에도 한 것이지요. 지금생각하면 아휴=3 이런 미련 곰탱이 같으니라고! 떨어지면 죽는다는 생각은 왜 못했을꼬!
그러다가 잠깐 자는 요령을 터득했습니다. 그것은 한 손을 들고 자는 것입니다. 손이 힘들어 툭 떨어지면 깜짝 놀라 잠을 깹니다. 아... 너무 졸릴때는 든 손이 아파서 떨어질 때까지 그 짧은 순간 눈을 붙이는 것도 효과가 있더라구요. 가만히 생각해 보면 저의 젊은 시절은 참으로 치열하고 처절하고 고단하였습니다. ⓞ최용우
♥2014.4.24 나무날에 좋은해, 밝은달 아빠 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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