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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네 사람들의 정담이 오고가는 대청마루입니다. 무슨 글이든 좋아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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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대희 국무총리 후보자가 청문회도 하기 전 언론 검증 단계에서 낙마했다. 여러 문제가 있었지만 대법관을 마친 뒤 변호사로 일하면서 5개월간 16억원을 벌어들여 과다 수임료와 전관예우 논란으로 도마에 오른 것이 자진 사퇴의 가장 큰 이유였다.
후보자로 지명되기 전 ‘원칙주의자’ ‘괜찮은 사람’ ‘대쪽’ ‘잘 드는 칼’ 등의 비교적 우호적인 평가를 받았던 인물이다. 만약 안 전 후보자가 대법관 퇴임 후 변호사 개업을 하지 않았다면 상황은 달라졌을 것이다. 하지만 ‘탐욕’이 일인지하 만인지상이라는 국무총리에 오르기 직전 그의 발목을 잡았다. 어쩌면 잠재해 있었던 돈에 대한 탐욕이 대법관 퇴임 후 발현했고, 더 나아가 명예까지 거머쥐겠다는 식으로 발전했는지도 모르겠다. 대권 야망도 있었을 것이라는 추측까지 나온다.
경제학 용어 중에 소비한 재화의 양이 늘어날수록 그 추가분에서 느끼는 만족의 크기가 점점 줄어든다는 한계효용 체감의 법칙이 있다. 반대로 탐욕에는 쓸수록 만족의 크기가 더 커지는 한계효용 체증의 법칙이 적용되는 모양이다.
놀라운 사실은 안 전 후보자의 퇴직 후 사례를 ‘그들’ 세계에서는 탐욕이나 비정상이라고 보지 않는다는 점이다. 서울고법 부장판사 출신이 퇴임 후 1년 만에 100억원을 벌어들였다는 얘기도 들린다. 그들은 탐욕이 아니라 정당한 대가라고 여기는 것이다.
짧은 기간에 거액을 벌어들이는 비정상적인 사례는 우리 사회 곳곳에서 찾아볼 수 있다. 올해 1분기 5억원 이상 등기이사 연봉 공개 현황을 보면 거액의 퇴직금을 받는 이들이 수두룩하다. 경청호 전 현대백화점 부회장은 퇴직금으로 47억4800만원을 받았다. 정준양 전 포스코 회장은 32억원, 김우진 전 LIG손해보 험 부회장은 34억4700만원을 퇴직금으로 받았다. 1%의 탐욕에 대한 거센 비판이 일었던 것이 불과 몇 년 전이지만 지금은 거의 잊혀진 듯하다.
등기이사뿐 아니라 대기업 직원도 거액의 퇴직금을 받는다. 한국씨티은행이 최근 노동조합에 희망퇴직 조건을 제시했는데, 최대 60개월치 임금을 특별퇴직금으로 주겠다는 안이 골자였다. 25년 안팎 근무한 부장급이 희망퇴직을 신청하면 퇴직금으로만 10억원가량을 받을 수 있다고 한다. 지난달 31일 추첨한 로또 1등 당첨금 9억179만원보다 많으니 정상이라고 보기는 어렵다.
은행권만 놓고 보면 현직 한국씨티은행장이 지난해 연봉으로 28억8700만원을 받았고, KB·신한·하나 금융지주 회장과 은행장도 각각 10억원 이상을 챙겨갔다. 겉으로는 은행 수익성이 갈수록 악화하고 있다면서 앓는 소리를 하지만 속으로는 여전히 막대한 연봉을 받으며 떵떵거리면서 사는 것이다.
며칠 전 경향신문은 부부가 퇴직 후 40년간 살면서 월 150만원의 생활비를 쓴다고 할 때 은퇴 생활자금으로 최소 4억원이 필요하다는 기사를 실었다. 국민연금이나 퇴직연금만으로는 4억원을 마련하기 어려우니 모자라는 부분은 개인연금을 들어 보완하는 게 효과적이라는 내용이었다. 현금자산 4억원은 보통사람이 쉽게 마련하기 어려운 금액이다.
엊그제 회사 선배 몇 분이 정년퇴직을 했다. 30년 가까이, 인생의 절반 이상을 보냈던 직장을 떠났다. 아직 50대여서 한참 더 일할 수 있는 나이지만, 앞으로 어떤 계획이 있는지 차마 묻지 못했다. 지금보다 나은 일자리를 찾지 못한 게 뻔하기 때문이었다. 저축한 돈과 퇴직금이 넉넉하니, 이제는 편히 지내겠다고 계획하는 선배는 아마 없을 것이다.
대부분 직장인에게는 전관예우를 기대할 만한 권력이나 끈이 없다. 회사에 다니는 동안 쥐꼬리만 한 월급으로 늘 쪼들렸을 테고, 퇴직 후 노후생활을 걱정하지 않아도 될 만큼 두둑한 퇴직금을 받는 것도 아니다. 권력과 지위를 이용해 이권을 챙기거나 치부하는 것은 1%에만 해당한다. 그래서 우리 사회에서는 존경받는 관료나 부자를 찾아보기가 힘들다. 99%에게는 탐욕이 아니라 생존 욕구가 있을 뿐이다.
사회에 만연한 탐욕은 방치하면 일상이 되고, 점점 더 커져 걷잡을 수 없게 된다. 여론이 국무총리 후보자를 사퇴시킨 것은 미래에 나타날 수 있는 더 큰 탐욕을 막은 셈이다. 가진 게 없으면 자신감이 떨어지고 지시에 따르는 게 익숙한 수동적인 사람이 되기 쉽다. 1%의 탐욕에 맞서려면 99%가 똑똑해져야 한다. 이틀 뒤 지방선거를 치른다. 자신이 처한 현실을 직시하고, 그 뜻을 대변하는 후보에게 투표하는 것이야말로 1%의 탐욕을 막는 가장 효과적인 수단이 될 것이다.
<안호기 경제부장>
경제학 용어 중에 소비한 재화의 양이 늘어날수록 그 추가분에서 느끼는 만족의 크기가 점점 줄어든다는 한계효용 체감의 법칙이 있다. 반대로 탐욕에는 쓸수록 만족의 크기가 더 커지는 한계효용 체증의 법칙이 적용되는 모양이다.
놀라운 사실은 안 전 후보자의 퇴직 후 사례를 ‘그들’ 세계에서는 탐욕이나 비정상이라고 보지 않는다는 점이다. 서울고법 부장판사 출신이 퇴임 후 1년 만에 100억원을 벌어들였다는 얘기도 들린다. 그들은 탐욕이 아니라 정당한 대가라고 여기는 것이다.
짧은 기간에 거액을 벌어들이는 비정상적인 사례는 우리 사회 곳곳에서 찾아볼 수 있다. 올해 1분기 5억원 이상 등기이사 연봉 공개 현황을 보면 거액의 퇴직금을 받는 이들이 수두룩하다. 경청호 전 현대백화점 부회장은 퇴직금으로 47억4800만원을 받았다. 정준양 전 포스코 회장은 32억원, 김우진 전 LIG손해보 험 부회장은 34억4700만원을 퇴직금으로 받았다. 1%의 탐욕에 대한 거센 비판이 일었던 것이 불과 몇 년 전이지만 지금은 거의 잊혀진 듯하다.
등기이사뿐 아니라 대기업 직원도 거액의 퇴직금을 받는다. 한국씨티은행이 최근 노동조합에 희망퇴직 조건을 제시했는데, 최대 60개월치 임금을 특별퇴직금으로 주겠다는 안이 골자였다. 25년 안팎 근무한 부장급이 희망퇴직을 신청하면 퇴직금으로만 10억원가량을 받을 수 있다고 한다. 지난달 31일 추첨한 로또 1등 당첨금 9억179만원보다 많으니 정상이라고 보기는 어렵다.
은행권만 놓고 보면 현직 한국씨티은행장이 지난해 연봉으로 28억8700만원을 받았고, KB·신한·하나 금융지주 회장과 은행장도 각각 10억원 이상을 챙겨갔다. 겉으로는 은행 수익성이 갈수록 악화하고 있다면서 앓는 소리를 하지만 속으로는 여전히 막대한 연봉을 받으며 떵떵거리면서 사는 것이다.
며칠 전 경향신문은 부부가 퇴직 후 40년간 살면서 월 150만원의 생활비를 쓴다고 할 때 은퇴 생활자금으로 최소 4억원이 필요하다는 기사를 실었다. 국민연금이나 퇴직연금만으로는 4억원을 마련하기 어려우니 모자라는 부분은 개인연금을 들어 보완하는 게 효과적이라는 내용이었다. 현금자산 4억원은 보통사람이 쉽게 마련하기 어려운 금액이다.
엊그제 회사 선배 몇 분이 정년퇴직을 했다. 30년 가까이, 인생의 절반 이상을 보냈던 직장을 떠났다. 아직 50대여서 한참 더 일할 수 있는 나이지만, 앞으로 어떤 계획이 있는지 차마 묻지 못했다. 지금보다 나은 일자리를 찾지 못한 게 뻔하기 때문이었다. 저축한 돈과 퇴직금이 넉넉하니, 이제는 편히 지내겠다고 계획하는 선배는 아마 없을 것이다.
대부분 직장인에게는 전관예우를 기대할 만한 권력이나 끈이 없다. 회사에 다니는 동안 쥐꼬리만 한 월급으로 늘 쪼들렸을 테고, 퇴직 후 노후생활을 걱정하지 않아도 될 만큼 두둑한 퇴직금을 받는 것도 아니다. 권력과 지위를 이용해 이권을 챙기거나 치부하는 것은 1%에만 해당한다. 그래서 우리 사회에서는 존경받는 관료나 부자를 찾아보기가 힘들다. 99%에게는 탐욕이 아니라 생존 욕구가 있을 뿐이다.
사회에 만연한 탐욕은 방치하면 일상이 되고, 점점 더 커져 걷잡을 수 없게 된다. 여론이 국무총리 후보자를 사퇴시킨 것은 미래에 나타날 수 있는 더 큰 탐욕을 막은 셈이다. 가진 게 없으면 자신감이 떨어지고 지시에 따르는 게 익숙한 수동적인 사람이 되기 쉽다. 1%의 탐욕에 맞서려면 99%가 똑똑해져야 한다. 이틀 뒤 지방선거를 치른다. 자신이 처한 현실을 직시하고, 그 뜻을 대변하는 후보에게 투표하는 것이야말로 1%의 탐욕을 막는 가장 효과적인 수단이 될 것이다.
<안호기 경제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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