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동네 사람들의 정담이 오고가는 대청마루입니다. 무슨 글이든 좋아요. |
.........
네덜란드 심리학자 베흐트가 2006년 30개국 대학생 2323명을 대상으로 ‘눈물’에 대한 조사를 벌였다. 남자는 한 달에 평균 1.0회, 여자는 2.7회 ‘운다’는 결과가 나왔다. 흥미로운 사실은 사람은 동물과 달리 거짓으로 눈물을 흘릴 수도 있다는 것이다. 조류와 포유류 새끼들은 어미와 떨어지면 운다. 하지만 어미가 돌아오거나 먹이를 주면 대부분 울음을 그친다. 반면 사람은 부모가 모든 것을 해줘도 계속 우는 경우가 많다. 한 살 된 아이들은 한 달에 무려 65번이나 울기도 한다. 슬픈 상황을 상상하거나, 또 슬픈 표정을 만들고 있으면 자기도 모르게 슬퍼지고 눈물을 흘릴 수도 있다.
사람들은 오래전부터 ‘가짜 눈물’의 속성을 알고 있었던 것 같다. 셰익스피어는 <햄릿> <오셀로> <안토니와 클레오파트라> 등 여러 작품에서 ‘악어의 눈물’ 전설을 인용했다. ‘악어의 눈물’은 고대 로마의 사학자 플리니우스가 쓴 <박물지>에 나온다. “이집트 나일강에 사는 악어는 사람을 잡아먹은 후 그를 애도하며 눈물을 흘린다”는 기록이었다. 사람을 잡아먹은 악어가 먹잇감을 위해 흘리는 눈물은 위선의 상징이 됐다.
눈물을 이렇게 자주 취재해본 적이 없다. 봄부터 흐르기 시작한 눈물은 속절없이 초여름까지 이어지고 있다. ‘눈물’에는 모두 이유가 있었다. 3월 어느 날 광주지검 청사 앞에서 만난 눈물은 꿈을 빼앗긴 사람들의 절망이었다. 벌금 254억원을 내지 않고 뉴질랜드로 도피한 뒤 호화생활을 했던 허재호 전 대주그룹 회장이 4년 만에 귀국해 ‘일당 5억원’의 노역형을 시작했다. 죄를 지은 사람이 서울의 고급 아파트 한 채 값이 넘는 돈을 날마다 탕감받는 사법제도를 국민들은 이해하지 못했다. 그 모습에 더욱 분노한 사람은 대주건설이 부도를 내, ‘내 집 마련의 꿈’이 한순간에 악몽으로 변해버린 이들이다.
“내 명의의 재산은 없다”고 버티던 허 전 회장이 여론의 압박에 못 이겨 벌금 납부 계획을 밝히던 날, 그에 대한 처벌을 요구하기 위해 대주건설 입주 피해자들이 광주지검에 몰려들었다. 피해자들은 청사를 빠져나가려던 허 전 회장의 자동차를 막고 눈물로 호소했다. 하지만 허 전 회장은 “누군가 나를 함정에 빠뜨렸다”고 변명하기 바빴다. 그는 전 재산을 잃은 서민들의 피눈물을 이해할 수 없는 사람이었다.
지난 4월의 눈물은 감당하기 힘든 슬픔과 분노였다. 4월16일 오후부터 전남 진도실내체육관을 가득 채운 눈물은 바라보는 것조차 힘에 겨웠다. 이 눈물은 50여일이 지난 지금까지도 마르지 않고 흘러내리고 있다. 아… 이젠, 이 절망, 이 분노의 눈물에서 솔직히 도망치고 싶다는 심정이 든다.
5월28일 21명의 목숨을 앗아간 전남 장성의 노인요양병원 화재 현장. 이곳에서도 눈물을 봤다. 늙고 병든 부모를 “집보다 낫겠다”는 생각에 병원에 맡겼다가 졸지에 부모를 잃은 가족들은 새벽길을 눈물바람으로 달려와 통곡했다.
그리고 또 다른 눈물이 있었다. 아침이 되자 병원 이사장은 사고 수습대책을 설명하기 전 스스로 땅바닥에 무릎을 꿇고 큰절로 사과하며 눈물을 흘렸다. 행정부원장도 사고 경위를 설명하면서 눈물을 보였다. 몇 시간 뒤에도 이사장은 무릎을 꿇고 기자들에게 “환자들을 위해 과잉취재를 자제해 달라”고 호소하기도 했다.
하지만 “사고 수습에 최선을 다하겠다”던 이들은 경찰의 수사가 시작되자 서류를 제출하지 않았고, 압수수색을 방해하기도 했다. 수사를 통해 병원 측의 운영 비리도 드러나고 있다. 이사장은 그제 구속됐다. 나라 곳곳에서 눈물이 계속되고 있다. 슬픈 일이다. 하지만 진짜 눈물과 거짓 눈물쯤은 이제 국민들도 구별할 줄 안다. 아무나 울 수 있는 때가 아니다.
<강현석 전국사회부 기자>
눈물을 이렇게 자주 취재해본 적이 없다. 봄부터 흐르기 시작한 눈물은 속절없이 초여름까지 이어지고 있다. ‘눈물’에는 모두 이유가 있었다. 3월 어느 날 광주지검 청사 앞에서 만난 눈물은 꿈을 빼앗긴 사람들의 절망이었다. 벌금 254억원을 내지 않고 뉴질랜드로 도피한 뒤 호화생활을 했던 허재호 전 대주그룹 회장이 4년 만에 귀국해 ‘일당 5억원’의 노역형을 시작했다. 죄를 지은 사람이 서울의 고급 아파트 한 채 값이 넘는 돈을 날마다 탕감받는 사법제도를 국민들은 이해하지 못했다. 그 모습에 더욱 분노한 사람은 대주건설이 부도를 내, ‘내 집 마련의 꿈’이 한순간에 악몽으로 변해버린 이들이다.
“내 명의의 재산은 없다”고 버티던 허 전 회장이 여론의 압박에 못 이겨 벌금 납부 계획을 밝히던 날, 그에 대한 처벌을 요구하기 위해 대주건설 입주 피해자들이 광주지검에 몰려들었다. 피해자들은 청사를 빠져나가려던 허 전 회장의 자동차를 막고 눈물로 호소했다. 하지만 허 전 회장은 “누군가 나를 함정에 빠뜨렸다”고 변명하기 바빴다. 그는 전 재산을 잃은 서민들의 피눈물을 이해할 수 없는 사람이었다.
지난 4월의 눈물은 감당하기 힘든 슬픔과 분노였다. 4월16일 오후부터 전남 진도실내체육관을 가득 채운 눈물은 바라보는 것조차 힘에 겨웠다. 이 눈물은 50여일이 지난 지금까지도 마르지 않고 흘러내리고 있다. 아… 이젠, 이 절망, 이 분노의 눈물에서 솔직히 도망치고 싶다는 심정이 든다.
5월28일 21명의 목숨을 앗아간 전남 장성의 노인요양병원 화재 현장. 이곳에서도 눈물을 봤다. 늙고 병든 부모를 “집보다 낫겠다”는 생각에 병원에 맡겼다가 졸지에 부모를 잃은 가족들은 새벽길을 눈물바람으로 달려와 통곡했다.
그리고 또 다른 눈물이 있었다. 아침이 되자 병원 이사장은 사고 수습대책을 설명하기 전 스스로 땅바닥에 무릎을 꿇고 큰절로 사과하며 눈물을 흘렸다. 행정부원장도 사고 경위를 설명하면서 눈물을 보였다. 몇 시간 뒤에도 이사장은 무릎을 꿇고 기자들에게 “환자들을 위해 과잉취재를 자제해 달라”고 호소하기도 했다.
하지만 “사고 수습에 최선을 다하겠다”던 이들은 경찰의 수사가 시작되자 서류를 제출하지 않았고, 압수수색을 방해하기도 했다. 수사를 통해 병원 측의 운영 비리도 드러나고 있다. 이사장은 그제 구속됐다. 나라 곳곳에서 눈물이 계속되고 있다. 슬픈 일이다. 하지만 진짜 눈물과 거짓 눈물쯤은 이제 국민들도 구별할 줄 안다. 아무나 울 수 있는 때가 아니다.
<강현석 전국사회부 기자>
최신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