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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신 시절 보도 통제로 세상에는 알려지지 않았지만 대학가에서는 유명했던 ‘26동 사건’이란 게 있었다. 1977년 10월7일 서울대 사회학과 30주년 기념 학술 심포지엄이 행사 당일 갑자기 취소되고 발표자들이 학과 사무실에 억류됐다. 심포지엄이 열리는 관악캠퍼스 대형 강의동인 26동에 모여 있던 400여명의 학생들은 그 소식을 듣고 강하게 반발하며 성토와 농성에 들어갔다. 이들은 전원 연행돼 등급에 따라 제적·정학 등의 처벌을 받았고 8명은 감옥으로 보내졌다. 이 사건은 긴급조치 9호 시기의 엄혹한 학원 통제 속에서도 불만 붙이면 대규모 시위도 가능함을 보여준 점에서 학생운동사의 중요한 사건으로 평가할 만하다.
당시 학과 사무실에 억류됐던 발제자 두 사람이 이번 6·4 지방선거에서 서울과 부산 교육감에 나란히 당선됐다. 서울시 조희연, 부산시 김석준 교육감 당선자다. 서울대 사회학과 75학번 동기인 두 사람은 37년 전 26동 밖에 함께 있었던 데서 시작해 지금 서울과 부산의 교육수장이 된 것까지 비슷한 길을 걸었다. 대학 시절 조 당선자는 사회복지회, 김 당선자는 사회과학회라는 이념서클에 각각 소속된 학생운동 동지이자 친구였다. 조 당선자가 긴급조치 9호 위반으로 투옥됐을 때 김 당선자가 그의 책과 독서카드를 정리하는 등 감옥 뒷바라지를 해주기도 했다.
두 사람은 ‘이론적 실천’을 통해 한국 사회의 변화에 기여하기로 진로를 설정하고 그 길을 꾸준히 걸어온 공통점도 갖고 있다. 조 당선자는 성공회대 교수로 재직하면서 참여연대를 창립하고 초대 사무처장을 맡는 등 시민사회운동에 적극적으로 참여했고, 부산대 교수였던 김 당선자도 2002년과 2006년 진보정당을 대표해 부산시장에 출마하는 등 진보정치에 직접 뛰어들었다.
이들은 재선에 성공한 박원순 서울시장과 비록 낙선했지만 정치적 감동을 준 김부겸 대구시장 후보 등과 함께 긴급조치 9호 세대의 대표주자다. 화려한 명성의 옛 386세대와 달리 이름과 얼굴을 드러낼 수 없어 ‘무명세대’로 살았던 이들의 약진이 이번 선거의 숨은 일면이다. 13개 시·도 진보 교육감 시대를 이끌어갈 짐을 함께 진 37년 전 심포지엄 동지의 향후 역할이 주목된다.
<신동호 논설위원>
당시 학과 사무실에 억류됐던 발제자 두 사람이 이번 6·4 지방선거에서 서울과 부산 교육감에 나란히 당선됐다. 서울시 조희연, 부산시 김석준 교육감 당선자다. 서울대 사회학과 75학번 동기인 두 사람은 37년 전 26동 밖에 함께 있었던 데서 시작해 지금 서울과 부산의 교육수장이 된 것까지 비슷한 길을 걸었다. 대학 시절 조 당선자는 사회복지회, 김 당선자는 사회과학회라는 이념서클에 각각 소속된 학생운동 동지이자 친구였다. 조 당선자가 긴급조치 9호 위반으로 투옥됐을 때 김 당선자가 그의 책과 독서카드를 정리하는 등 감옥 뒷바라지를 해주기도 했다.
두 사람은 ‘이론적 실천’을 통해 한국 사회의 변화에 기여하기로 진로를 설정하고 그 길을 꾸준히 걸어온 공통점도 갖고 있다. 조 당선자는 성공회대 교수로 재직하면서 참여연대를 창립하고 초대 사무처장을 맡는 등 시민사회운동에 적극적으로 참여했고, 부산대 교수였던 김 당선자도 2002년과 2006년 진보정당을 대표해 부산시장에 출마하는 등 진보정치에 직접 뛰어들었다.
이들은 재선에 성공한 박원순 서울시장과 비록 낙선했지만 정치적 감동을 준 김부겸 대구시장 후보 등과 함께 긴급조치 9호 세대의 대표주자다. 화려한 명성의 옛 386세대와 달리 이름과 얼굴을 드러낼 수 없어 ‘무명세대’로 살았던 이들의 약진이 이번 선거의 숨은 일면이다. 13개 시·도 진보 교육감 시대를 이끌어갈 짐을 함께 진 37년 전 심포지엄 동지의 향후 역할이 주목된다.
<신동호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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