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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극화, 문제는 분배다]쪽방촌 주민은 쉼터서 끼니, 부자는 수십만원짜리 만찬
이주영·김경학 기자
경향신문 2014-06-08 21:52:26
(1) 극과 극의 삶
저소득층
영등포 쪽방촌 500여가구 대부분 기초생활 수급권자… 월 46만원 보조금으로 생활
“이런 곳에 자식이 와보겠나… 나이 들고 아파 일 못하고 누워있는 날이 많아”
지난 5일 낮 서울 영등포동의 쪽방촌. 바쁘게 오가는 사람들과 차량들로 북적이는 경인로를 등지고 철길 쪽을 향한 골목으로 들어가면 딴 세상이 펼쳐진다. 오후 2시를 넘긴 한낮이지만 술에 취한 채 길바닥에 쓰러져 쪽잠을 자는 사람들을 흔히 볼 수 있다. 수염을 덥수룩하게 기르고, 언제 빨았는지도 모를 만큼 얼룩진 옷을 입고, 길바닥에 주저앉아 막걸리를 마시는 사람들, 반쯤 풀린 눈으로 지나가는 이들을 노려보는 사람들. 대부분 50·60대 남성들이지만 20·30대나 여성들도 눈에 띈다.
이곳에서 10년 넘게 살았다는 ㄱ씨(63)는 방에 누운 채 TV를 보고 있었다. 근처에서 작은 가게를 하고 있지만 어지럽고 몸에 힘이 없어 며칠째 누워 있다고 했다. 작은 밥상 위엔 약봉지가 수북했다. 수건, 숟가락, 속옷 등이 제자리를 찾지 못한 채 10㎡(3평) 남짓한 방바닥을 어지럽히고 있었다. ㄱ씨는 “나이가 들고, 심장도 안 좋아 일을 못한 채 이렇게 누워 있는 날이 많다”고 말했다. 옆집에 사는 이웃사촌 ㄴ씨(62)가 문병을 왔다. 두 사람 모두 자식들이 가정을 이루고 살고 있지만 거의 왕래가 없다고 한다. ㄱ씨의 방 벽에는 자녀 결혼식 사진, 손자·손녀의 돌잔치 사진이 가득했다. ㄴ씨는 “이런 곳에 사는데 자식들이 와보겠느냐”고 말했다.
영등포 쪽방촌에는 500여가구가 살고 있다. 97%가 독거노인 등 1인 가구다. 6.6~10㎡ 정도의 작은 방들이 다닥다닥 붙어 있는 이곳은 주거환경이 열악한 데다 노숙자들도 많이 유입돼 있는 서울의 대표적인 슬럼가다. 주민 대부분은 월 46만원의 정부 보조금을 받아 생활하는 기초생활수급권자다. 생계 곤란, 가정 파탄, 사회 도피 등 다양한 이유로 유입된 사람들이 섞여 있다. 쪽방촌 주민 대부분은 노숙 경험을 갖고 있다. 영등포 쪽방상담소 김형옥 소장은 “노숙 경험이 있는 사람들은 정신적, 육체적으로 피폐하고 자존심은 물론 지키고 싶은 게 아무것도 없는 사람들”이라며 “그런데도 대부분 현실에 별 불만 없이 순응하며 살고 있는데, 어떻게 보면 그게 더 무서운 것”이라고 말했다.
쪽방촌 사람들은 대부분 일을 하지 않는다. 노숙자는 일자리 정보를 접할 기회가 적고, 쪽방촌 원주민 중에서도 열심히 일해 이곳을 벗어나야겠다는 의지를 가진 사람이 많지 않다. 일을 하더라도 공공기관의 사회적 일자리나 공공근로에 참여하는 정도다. 정부에서 나오는 46만원 중 쪽방촌 월세로 나가는 22만원을 빼면 24만원 정도로 한 달을 버틴다. 하루 세 끼는 인근 교회가 운영하는 노숙인쉼터에서 제공하는 식사로 해결한다. 노숙인과 쪽방촌 주민 등 매일 1500여명이 이 쉼터에서 끼니를 때운다. 노숙인쉼터는 식비로만 매달 4000여만원 정도가 드는데 정부에서 지원되는 건 10% 정도이고 90%는 교회 헌금과 후원금으로 조달한다. 쪽방촌 주민들은 옷이나 신발, 생활용품 대부분도 종교단체나 민간 후원에 의지하고 산다.
외부에서 보기엔 비슷해 보이지만 쪽방촌 원주민과 새로 유입된 노숙자 사이에 생기는 갈등도 많다. 알코올중독 증세를 보이는 이들도 많고, 술에 취한 사람들끼리 싸움이 붙는 일도 비일비재하다. 쪽방촌에서 작은 구멍가게를 하는 ㄷ씨(73)는 “하루 2만~3만원어치 파는 게 전부인데 노숙자라도 와서 시비 거는 날엔 그마저도 못하고 일찍 문 닫는다”고 말했다. 외부에서 쪽방촌으로 들어오는 초입에는 구청장 명의로 ‘24시간 청소년 통행금지구역’이라는 표지판이 걸려 있다.
쪽방촌 주민들을 돕는 활동가들은 정부 지원이 꾸준하고 장기적으로 이뤄지지 않는 점을 아쉬워한다. 김형옥 소장은 “정부는 일단 예산을 주면 1년 안에 결과물을 내고 싶어 하는데 노숙 생활에 익숙해져 있는 사람들에게 자활 의지를 불어넣고 기술을 배우게 하는 등 변화시키려면 3년 정도는 인내심을 갖고 지켜보는 게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주영 기자 young78@kyunghyang.com>
깊은 간극 소득 양극화로 부유한 사람과 가난한 사람은 의식주부터 극단적인 차이를 보인다. 지난 6일 낮 서울의 대표적인 빈민가인 서울 영등포동 쪽방촌에서 한 주민이 동네를 배회하고 있다(위 사진). 같은 날, 수백만원대 핸드백 등을 판매하는 서울의 한 백화점 수입품 매장 앞에서 고객들이 줄을 서 있다.
홍도은 기자 hongdo@kyunghyang.com
고소득층
금융자산 10억 넘는 부자들 2012년 전체 인구의 0.3%… 월평균 1028만원 지출
한 달 500만원 쓰는 20대 “내가 한 달에 쓰는 돈도 월급으로 못 받는 이들 태반”
지난 7일 저녁 서울 청담동. 사람들이 북적이는 길에서 조금 벗어나 골목에 들어서니 프랑스에 온 듯한 착각을 일으키게 하는 고급 레스토랑이 눈에 들어왔다. 이곳의 디너 코스 가격은 50만원. 와인을 곁들이면 한 끼 식사에 1인당 70만~80만원이 드는 레스토랑에는 주말 저녁식사를 하러 나온 연인, 가족들로 빈 테이블이 거의 없었다. 크리스마스나 밸런타인데이 때는 1인당 100만원까지 가격이 오르는데도 빈자리가 없다고 한다.
돈이 얼마나 있어야 ‘부자’일까. 국내외에서 일반적으로 통용되는 백만장자의 기준은 금융자산 10억원이다. 금융자산은 부동산·수집품·기타 실물자산을 제외한 예·적금, 보 험, 주식, 채권이나 각종 금융투자상품에 예치된 자산을 말한다. 한국에 금융자산이 10억원이 넘는 개인은 2012년 말 기준 16만3000명으로, 전체 인구의 0.3%이다.
20대 후반에 수억원짜리 자동차를 타는 김모씨는 “부자들이라고 해서 비싼 곳만 찾아다니는 것은 아니지만 돈 걱정은 하지 않는다. 내 또래 친구들은 옷값 제외하고 한 달에 400만~500만원 정도 쓴다”고 말했다. 하나금융 보고서를 보면 부자들의 월평균 지출액은 1028만원으로, 30대는 683만원이었다. 부자들은 자녀 사교육비를 제외하면 주로 명품 옷이나 가방, 시계 같은 액세서리를 구입하는 데 많은 돈을 썼다.
부자들은 자신의 미용·건강 관리를 위해서도 돈을 많이 쓴다. 부자들 사이에서 지난해보다 올해 가장 크게 늘어난 지출항목은 미용서비스로 지난해보다 44% 급증했다. 지출액은 월평균 적게는 36만원에서 많게는 203만원에 달했다. 최근 20·30대 부유층 여성들은 주로 호텔의 피트니스센터, 스파 등을 이용한다. 이들이 이용하는 피트니스센터 입회비는 1억여원, 연회비는 300만~400만원이다. 호텔에 따라 다르지만 회원으로 스파를 이용하면 1회당 20만~60만원대의 서비스를 10~20% 할인받을 수 있다. 부자들이 이용하는 강남의 일부 룸살롱 술값은 1인당 1000만원에 이르기도 한다. 최근 젊은 부유층 사이에서는 고급 잎담배를 피우며 술을 마시는 위스키바가 유행이다. 여기서 파는 위스키 한 잔 값은 10만원대이다.
서울의 고급 호텔에서 결혼식만 치르는 데 수도권 전셋값과 맞먹는 2억~3억원의 비용이 든다. 예식장 장식 꽃값만 1000만원이 넘고, 식대는 1인당 20만~30만원이다. 최근에는 부자들 사이에서 반려견의 생일파티를 호텔에서 하는 것이 유행이다.
부자들이 쓰는 물건값은 보통 사람이 생각하는 가격에 ‘0’이 한두 개 더 붙는다. 부유층 사이에서 혼수용품으로 인기인 외국산 침대의 가격은 1500만~5000만원대이다. 1억원대짜리 침대에서 자는 부자도 있다. 최근에는 새끼양 솜털로 만든 2400만원짜리 이불도 나왔다.
국내 업체가 최근 내놓은 초고화질(UHD) 105인치 커브드 TV는 한 대에 1억2000만원이다. TV에 맞는 음향시스템을 갖추려면 스피커만 3300만원이 든다. TV를 볼 때 편안하게 앉을 수 있다는 독일 업체가 만든 소파 풀세트는 3400만원이다. 백화점 매장 점원은 “국내에 들어오자마자 다 팔려나간다. 없어서 못 파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소파 옆에 진열돼 있던 원목 식탁은 540만원, 식탁 옆에 놓인 원목 의자는 개당 140만원이었다. 외제 수프용 그릇과 밑받침 가격은 350만원이었다.
부유층은 일반인에 대한 공감이나 이해가 부족한 경우가 많다. 주변 사람이 모두 중산층 이상이므로 가난한 사람을 접해본 적이 없다. 대부분 해외 유학을 한 때문이기도 하지만 국내에서 초·중·고교를 다녀도 외국인 전용 학교나 국제학교 등을 택하기 때문에 일반 서민·중산층 친구를 사귈 기회도 적다. 김씨는 “주변 직장인들을 보면 내가 한 달에 쓰는 돈도 월급으로 못 받는 사람들이 태반”이라며 “그걸 받기 위해 직장에 붙어 있는 것을 보면 ‘분배가 심각하게 안되고 있구나’ 하는 생각이 든다”고 말했다.
<김경학 기자 gomgom@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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