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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네 사람들의 정담이 오고가는 대청마루입니다. 무슨 글이든 좋아요. |
예수 사후 1500년이 지난 중세 암흑시기에 예수가 조용히 재림했다. 사람들은 예수를 금방 알아보고 감격해서 뒤를 따른다. 예수의 이름을 팔아 자신의 권력을 누리던 대심문관은 예수를 체포하라고 명한다. 대심문관은 밤중에 몰래 감옥에 찾아가 묻는다. “당신은 어째서 우릴 방해하러 온 거요?” <까라마조프가의 형제들> 중 ‘대심문관’ 편에 나오는 얘기다.
요즘 한국 개신교 거물급 목사님과 장로님들에게 자주 듣게 된 ‘하나님의 뜻’ 발언은 대심문관을 생각나게 한다. 몇년 전 한 대형교회 원로목사는 20만명 이상이 죽은 서남아시아 쓰나미를 두고 “이교도에 대한 하나님의 심판”이라고 했다. 세계 최대 규모 교회의 원로목사도 2만명이 사망한 일본 대지진을 “우상숭배하는 일본에 대한 하나님의 경고”라고 맞장구쳤다. ‘쓰나미 목사’는 지난번 서울시장 선거 때 “서울에 사탄, 마귀에 속한 사람이 시장이 되면 안된다”며 박원순 후보를 비난했다. 하지만 박 시장은 이명박 장로가 시장 시절 ‘하나님께 봉헌’한 서울시의 시장에 두번씩이나 당선됐다.
올해 세월호 참사 때의 발언은 더 놀랍다. 개신교계의 리더격인 한 대형교회 목사는 “하나님이 꽃다운 애들을 침몰시키면서 국민들에게 기회를 주는 것”이라고 말해서 유가족의 가슴에 대못을 박았다. 심지어 “가난한 아이들이 경주로 수학여행 갈 것이지 왜 제주도로 가서 이 사달이 빚어졌는지 모르겠다”고 막말을 내뱉은 목사도 있었다. 이번에는 국무총리 지명자인 ‘개신교 장로’가 한민족의 가장 고통스러운 역사까지도 ‘하나님의 뜻’이었다고 말한 것이 알려져 나라가 시끄럽다. “하나님이 게으른 이 나라를 일본의 식민지로 만들고, 하나님이 남북을 분단시켰다”니, 그 역사인식에 아연할 따름이다.
‘하늘’에 ‘님’이 더해진 하느님은 본래 한국 고유신앙의 핵심이다. 애국가의 ‘하느님이 보우하사’는 바로 그 하느님이다. 천주교가 조선에 들어올 때 토착화를 위해 야훼(여호와)를 ‘하날님’으로 번역했다. 맞춤법이 바뀌면서 천주교는 표준어인 ‘하느님’을 받아들였고, 개신교는 유일신(하나)을 강조하기 위해 ‘하나님’을 쓰게 됐다. 하느님도, 하나님도 그 이름을 함부로 망령되이 일컫지 말라고 했다.
<김석종 논설위원>
요즘 한국 개신교 거물급 목사님과 장로님들에게 자주 듣게 된 ‘하나님의 뜻’ 발언은 대심문관을 생각나게 한다. 몇년 전 한 대형교회 원로목사는 20만명 이상이 죽은 서남아시아 쓰나미를 두고 “이교도에 대한 하나님의 심판”이라고 했다. 세계 최대 규모 교회의 원로목사도 2만명이 사망한 일본 대지진을 “우상숭배하는 일본에 대한 하나님의 경고”라고 맞장구쳤다. ‘쓰나미 목사’는 지난번 서울시장 선거 때 “서울에 사탄, 마귀에 속한 사람이 시장이 되면 안된다”며 박원순 후보를 비난했다. 하지만 박 시장은 이명박 장로가 시장 시절 ‘하나님께 봉헌’한 서울시의 시장에 두번씩이나 당선됐다.
올해 세월호 참사 때의 발언은 더 놀랍다. 개신교계의 리더격인 한 대형교회 목사는 “하나님이 꽃다운 애들을 침몰시키면서 국민들에게 기회를 주는 것”이라고 말해서 유가족의 가슴에 대못을 박았다. 심지어 “가난한 아이들이 경주로 수학여행 갈 것이지 왜 제주도로 가서 이 사달이 빚어졌는지 모르겠다”고 막말을 내뱉은 목사도 있었다. 이번에는 국무총리 지명자인 ‘개신교 장로’가 한민족의 가장 고통스러운 역사까지도 ‘하나님의 뜻’이었다고 말한 것이 알려져 나라가 시끄럽다. “하나님이 게으른 이 나라를 일본의 식민지로 만들고, 하나님이 남북을 분단시켰다”니, 그 역사인식에 아연할 따름이다.
‘하늘’에 ‘님’이 더해진 하느님은 본래 한국 고유신앙의 핵심이다. 애국가의 ‘하느님이 보우하사’는 바로 그 하느님이다. 천주교가 조선에 들어올 때 토착화를 위해 야훼(여호와)를 ‘하날님’으로 번역했다. 맞춤법이 바뀌면서 천주교는 표준어인 ‘하느님’을 받아들였고, 개신교는 유일신(하나)을 강조하기 위해 ‘하나님’을 쓰게 됐다. 하느님도, 하나님도 그 이름을 함부로 망령되이 일컫지 말라고 했다.
<김석종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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