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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민국의 수명은 언제까지일까. 국가에도 흥망성쇠가 있다기에 그냥 던져본 물음이 아니다. 세월호 참사 이후 두 달이 지난 지금, 정부와 국회의 돌아가는 ‘꼴새’를 보며 장수할 수 있을지 의문이 생겨 떠오른 질문이다. 참 많이도 망가져 있다고 생각한다. 대한민국이라는 이름의 국가 말이다. ‘정치적 질서(state)’로서의 국가말이다.
몇 년 전 존경하는 선배 한 분이 “대한민국을 긍정하라”고 했을 때, 그리해도 되겠다 싶었다. 식민지배와 분단과 전쟁이라는 상처를 딛고 일어나 경제성장과 민주화에 성공한 세계사적으로 드문 국가인지라 그러했다. 건국 50년을 지나면서 극심해진 사회경제적 불평등으로 인해 많은 국민들이 고통을 겪고 있지만, 경제민주화와 복지국가 건설이라는 새로운 목표에 대한 정치권의 합의가 이루어진 것 같아 차차 나아질 것이라는 기대감에 그러했다. 그러나 세월호 참사 이후인 지금은 다르다.
이명박·박근혜 정부 들어 일부 진보적 지식인들이 권위주의로의 회귀나 한국형 파시즘의 도래를 걱정했다. 하지만 기우였다. 세월호 참사 이후 그럴 수 있는 역량을 갖고 있지 못함을 확인하고 있다. 이 땅의 국가는 관료와 재벌과 거대언론 등 특권층에 대한 통제력도, 다수 국민의 동의와 지지도 갖지 못한 상태에 있다. 국가를 다시 세워낼 지적, 실천적 역량과 인적 자원도 없다. 그것이 아니고서는 꼭 이루겠다 약속했던 경제민주화를 그리 쉽게 완수했다고 선언할 리 없고, 이번 지방선거에서 고정지지층의 결집에만 의존해 대통령의 눈물을 닦아 달라고 구걸할 리가 없다. 국가개조를 내걸고서 적폐에 연루된 인물들을 총리후보로 지명할 리도 없다. 국회는 어떠한가. 무능한 정부에 대한 견제는커녕, 원 구성조차 못하고 있다. 세월호 국정조사 역시 전혀 진척이 없다.
대통령과 국회의 여야 의원 모두 전체 국민의 일부에게서만 지지를 얻었을 뿐이다. 박근혜 대통령만 해도 2012년 대통령 선거에서 전체 유권자 4050만7842명 중 1577만3128명에게 표를 얻어 약 39%의 득표율을 기록했을 따름이다. 제1당인 새누리당 역시 2012년 19대 총선에서 정당투표 기준으로 전체 유권자 3779만6035명 중 약 17%에 불과한 642만1727명에게서 표를 얻었을 뿐이다. 현 시기 국가운영의 직접적 책임자인 대통령과 새누리당은 정부와 여당의 대표성을 강화하기 위해서는 물론 국가의 정당성을 제고하기 위해서라도 더 많은 국민들의 지지를 얻기 위해 각고의 노력을 기울여야 하는 처지에 있는 것이다. 하지만 그리 하지 못하고 있다.
다시금 대한민국을 긍정할 여지를 찾는다면, 부와 권력을 갖고 있지 못한 사람들이 이 땅에서 여태 국민이라는 이름으로 살고 있다는 것이다. 특히 세월호 참사 유가족들이 그리하고 있다는 것이다. 그냥 살고 있는 정도가 아니다. 정부와 국회가 아무것도 못하고 있는 상황에서 유가족들은 진도와 제주 해상교통관제센터(VTS) 교신내용과 해경이 촬영한 구조 동영상에 대해 법원에 증거보전 신청을 했고, 최근 VTS 교신내용을 확보했다. 또 생존 학생들과 구조작업에 나섰던 잠수사, 어민 등에 대한 면담도 진행하고 있다. 억울하게 간 아이들의 죽음을 헛되게 만들지 않겠다는, 더 이상 대형참사를 반복하지 않겠다는 일념으로 말이다. 이분들이 ‘살아 있는 국민’이시다. 유가족과 함께 실천하는 분들도 계시다. 이분들에게서 ‘국민 공동체(commonwealth)’로서의 국가는 가능하겠다는 희망을 얻는다. 정치적 질서로서의 국가를 새롭게 만들 힘도 느낄 수 있다. 세월호 참사가 일어난 지 두 달, 아직 아무것도 바뀐 것이 없는 것 같다. 하지만 누가 진정 좋은 국가를 만들려고 하는지는 드러나고 있다. 슬퍼하고 아파하는 와중에도 이렇게 세월호 모멘텀의 중핵이 만들어지고 있는 것이다.
<김윤철 | 경희대 후마니타스칼리지 교수>
이명박·박근혜 정부 들어 일부 진보적 지식인들이 권위주의로의 회귀나 한국형 파시즘의 도래를 걱정했다. 하지만 기우였다. 세월호 참사 이후 그럴 수 있는 역량을 갖고 있지 못함을 확인하고 있다. 이 땅의 국가는 관료와 재벌과 거대언론 등 특권층에 대한 통제력도, 다수 국민의 동의와 지지도 갖지 못한 상태에 있다. 국가를 다시 세워낼 지적, 실천적 역량과 인적 자원도 없다. 그것이 아니고서는 꼭 이루겠다 약속했던 경제민주화를 그리 쉽게 완수했다고 선언할 리 없고, 이번 지방선거에서 고정지지층의 결집에만 의존해 대통령의 눈물을 닦아 달라고 구걸할 리가 없다. 국가개조를 내걸고서 적폐에 연루된 인물들을 총리후보로 지명할 리도 없다. 국회는 어떠한가. 무능한 정부에 대한 견제는커녕, 원 구성조차 못하고 있다. 세월호 국정조사 역시 전혀 진척이 없다.
대통령과 국회의 여야 의원 모두 전체 국민의 일부에게서만 지지를 얻었을 뿐이다. 박근혜 대통령만 해도 2012년 대통령 선거에서 전체 유권자 4050만7842명 중 1577만3128명에게 표를 얻어 약 39%의 득표율을 기록했을 따름이다. 제1당인 새누리당 역시 2012년 19대 총선에서 정당투표 기준으로 전체 유권자 3779만6035명 중 약 17%에 불과한 642만1727명에게서 표를 얻었을 뿐이다. 현 시기 국가운영의 직접적 책임자인 대통령과 새누리당은 정부와 여당의 대표성을 강화하기 위해서는 물론 국가의 정당성을 제고하기 위해서라도 더 많은 국민들의 지지를 얻기 위해 각고의 노력을 기울여야 하는 처지에 있는 것이다. 하지만 그리 하지 못하고 있다.
다시금 대한민국을 긍정할 여지를 찾는다면, 부와 권력을 갖고 있지 못한 사람들이 이 땅에서 여태 국민이라는 이름으로 살고 있다는 것이다. 특히 세월호 참사 유가족들이 그리하고 있다는 것이다. 그냥 살고 있는 정도가 아니다. 정부와 국회가 아무것도 못하고 있는 상황에서 유가족들은 진도와 제주 해상교통관제센터(VTS) 교신내용과 해경이 촬영한 구조 동영상에 대해 법원에 증거보전 신청을 했고, 최근 VTS 교신내용을 확보했다. 또 생존 학생들과 구조작업에 나섰던 잠수사, 어민 등에 대한 면담도 진행하고 있다. 억울하게 간 아이들의 죽음을 헛되게 만들지 않겠다는, 더 이상 대형참사를 반복하지 않겠다는 일념으로 말이다. 이분들이 ‘살아 있는 국민’이시다. 유가족과 함께 실천하는 분들도 계시다. 이분들에게서 ‘국민 공동체(commonwealth)’로서의 국가는 가능하겠다는 희망을 얻는다. 정치적 질서로서의 국가를 새롭게 만들 힘도 느낄 수 있다. 세월호 참사가 일어난 지 두 달, 아직 아무것도 바뀐 것이 없는 것 같다. 하지만 누가 진정 좋은 국가를 만들려고 하는지는 드러나고 있다. 슬퍼하고 아파하는 와중에도 이렇게 세월호 모멘텀의 중핵이 만들어지고 있는 것이다.
<김윤철 | 경희대 후마니타스칼리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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