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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네 사람들의 정담이 오고가는 대청마루입니다. 무슨 글이든 좋아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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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이 모든 사람을 헷갈리게 하고 있다. 삼성SDS는 그렇다 치더라도, 그룹 출자구조의 꼭대기에 있는 삼성에버랜드까지 기습적으로 상장 계획을 발표했으니 증권가 호떡집에 불이 난 것은 당연하다. 내일이라도 당장 지주사 전환이 이루어질 듯이 호들갑 떠는 애널리스트 보고서들이 돌아다녔다. 그런데 익명의 최고위 임원이 손사래를 치더라는 언론보도가 솔솔 흘러나오면서 분위기 반전을 이끌었다. “지주사 전환? 하고 싶어도 못한다. 현재의 구조로 3세 승계까지 간다”는 것이다. 도대체 어쩌겠다는 건가?
결론부터 말하겠다. 내가 보기에, 삼성이 이재용 부회장→삼성에버랜드→삼성생명→삼성전자로 이어지는 출자구조를 유지하면서 3세 시대를 여는 것은 가능하지도 않고, 바람직하지도 않다. 우선 법적인 측면에서, 삼성생명이 삼성전자 지분 7.2%를 보유하는 것은 금산분리 규제로 인해 지속불가능하다. 금산법 24조와 공정거래법 11조 등의 현행 규제는 다른 나라에 없는 거라며 어찌어찌 버텨나가겠지만, 지난 4월 이종걸 의원이 대표발의한 보 험업법 개정안을 피해갈 수는 없을 것이다. 계열사 주식가치를 현 시가가 아닌 30년 전의 취득가로 평가하도록 한 현행 규정은 오직 삼성에 대한 특혜일 뿐이다. 시가평가가 글로벌 스탠더드이고, 보 험 이외의 금융업종에서는 이미 시행되고 있다. 보 험업법상의 자산운용규제가 언젠가 ‘정상화’되면, 삼성전자 지분의 상당부분은 결국 팔아야 한다.
다른 한편 사회적인 측면에서 바람직하지도 않다. 삼성에버랜드와 삼성생명을 통해 삼성전자를 ‘간접지배’하는 것은 ‘은둔의 제왕’ 이건희 회장 시절에나 용납될 일이다. 이재용 부회장도 그런 사회적 관용(?)을 요구하는가? 어리석은 생각이다. 삼성에버랜드 전환사채 헐값발행 사건의 추억을 끝없이 환기시키면서, 보 험계약자 돈을 그룹 지배에 악용하고 있다는 비난을 계속 들으면서, 이재용 부회장이 국민과 시장으로부터 존경받는 CEO가 되는 길은 없다. ‘현 구조 그대로 간다’는 것은 이재용 부회장을 수렁으로 밀어 넣는 것과 마찬가지다.
그룹 지배구조는 쉽게 바꿀 수 없다. 따라서 출발점에서 제대로 설계해야 한다. 특히 현재의 제약조건만이 아니라 10년, 20년 후 한국사회의 모습을 전망하면서 설계해야 한다. 그런 의미에서 볼 때 현재의 기형적 구조에 안주하겠다는 것은 한국사회의 발전을 부정하는 오만과 편견의 표출일 뿐이다. 삼성이 아직도 옛 버릇 못 버렸다는 말을 들을 만하다. 이 글의 제목에 ‘경고’라는 단어를 붙인 이유가 여기에 있다.
과거의 굴레를 벗어던지고 미래의 거듭남을 위해서는 삼성의 지주사 전환은 불가피하다. 물론 손바닥 위 공깃돌 옮기듯 금방 될 일은 아니다. 삼성 내부적으로도 최소 3년 내지 5년 정도의 준비기간이 필요할 거로 본다. 그리고 이 정도의 시간이 한국사회가 삼성에 부여한 마지막 유예기간임을 명심해야 한다. 현행 금융지주회사법상 전환계획 제출자에게 주어지는 유예기간이 5년이다. 앞서 언급한 보 험업법 개정안의 유예기간도 5년인데, 이걸 부칙에 넣어 삼성에 초과분을 해소할 시간적 여유를 주자고 주장한 사람이 바로 나다. 쉽지는 않겠지만, 5년이면 충분하다고 본다.
지주사 전환 과정에서 삼성의 고민거리는 두 가지다. 첫째, 삼성에버랜드·삼성전자 등을 인적분할한 후 주식을 교환하고 합병하는 복잡한 과정을 거쳐 만들어질 최종 지주사에 대한 이재용 부회장 남매의 지분율이 그리 높지 않다는 것이다. LG그룹 구본무 회장 일가의 지분율 49%, SK C&C를 통한 SK그룹 최태원 회장의 지분율 32%보다는 당연히 낮을 것이고, 따라서 외부의 경영 간섭 가능성에 불안해 할 수 있다. 그렇다고 편법과 현상유지는 답이 아니다. 둘째, 3남매 간의 계열분리 문제를 조속히 그리고 원만하게 마무리해야 한다. 이건희 회장이 병실에 있는 현 상황에서 어려움이 많겠으나, 그렇다고 시간 끌다가 혹여 갈등이 빚어지면 그야말로 끝이다.
외람되지만, ‘충고’ 하나 하겠다. 이 두 가지 고민거리는 누구도 대신 풀어줄 수 없다. 근시안적 유인체계를 가진 미래전략실 임원들의 판단은 문제를 오히려 꼬이게 만들 수도 있다. ‘현 구조 그대로 간다’는 식의 퇴행적 발상이 그 대표적인 예다. 이재용 부회장 스스로 현명하게 판단하기 바란다. 10년 후 한국사회의 발전된 모습을 염두에 두면서 무엇이 진정 본인과 삼성과 한국경제를 위한 길인지 고민하기 바란다.
<김상조 | 한성대 교수·경제개혁연대 소장>
다른 한편 사회적인 측면에서 바람직하지도 않다. 삼성에버랜드와 삼성생명을 통해 삼성전자를 ‘간접지배’하는 것은 ‘은둔의 제왕’ 이건희 회장 시절에나 용납될 일이다. 이재용 부회장도 그런 사회적 관용(?)을 요구하는가? 어리석은 생각이다. 삼성에버랜드 전환사채 헐값발행 사건의 추억을 끝없이 환기시키면서, 보 험계약자 돈을 그룹 지배에 악용하고 있다는 비난을 계속 들으면서, 이재용 부회장이 국민과 시장으로부터 존경받는 CEO가 되는 길은 없다. ‘현 구조 그대로 간다’는 것은 이재용 부회장을 수렁으로 밀어 넣는 것과 마찬가지다.
그룹 지배구조는 쉽게 바꿀 수 없다. 따라서 출발점에서 제대로 설계해야 한다. 특히 현재의 제약조건만이 아니라 10년, 20년 후 한국사회의 모습을 전망하면서 설계해야 한다. 그런 의미에서 볼 때 현재의 기형적 구조에 안주하겠다는 것은 한국사회의 발전을 부정하는 오만과 편견의 표출일 뿐이다. 삼성이 아직도 옛 버릇 못 버렸다는 말을 들을 만하다. 이 글의 제목에 ‘경고’라는 단어를 붙인 이유가 여기에 있다.
과거의 굴레를 벗어던지고 미래의 거듭남을 위해서는 삼성의 지주사 전환은 불가피하다. 물론 손바닥 위 공깃돌 옮기듯 금방 될 일은 아니다. 삼성 내부적으로도 최소 3년 내지 5년 정도의 준비기간이 필요할 거로 본다. 그리고 이 정도의 시간이 한국사회가 삼성에 부여한 마지막 유예기간임을 명심해야 한다. 현행 금융지주회사법상 전환계획 제출자에게 주어지는 유예기간이 5년이다. 앞서 언급한 보 험업법 개정안의 유예기간도 5년인데, 이걸 부칙에 넣어 삼성에 초과분을 해소할 시간적 여유를 주자고 주장한 사람이 바로 나다. 쉽지는 않겠지만, 5년이면 충분하다고 본다.
지주사 전환 과정에서 삼성의 고민거리는 두 가지다. 첫째, 삼성에버랜드·삼성전자 등을 인적분할한 후 주식을 교환하고 합병하는 복잡한 과정을 거쳐 만들어질 최종 지주사에 대한 이재용 부회장 남매의 지분율이 그리 높지 않다는 것이다. LG그룹 구본무 회장 일가의 지분율 49%, SK C&C를 통한 SK그룹 최태원 회장의 지분율 32%보다는 당연히 낮을 것이고, 따라서 외부의 경영 간섭 가능성에 불안해 할 수 있다. 그렇다고 편법과 현상유지는 답이 아니다. 둘째, 3남매 간의 계열분리 문제를 조속히 그리고 원만하게 마무리해야 한다. 이건희 회장이 병실에 있는 현 상황에서 어려움이 많겠으나, 그렇다고 시간 끌다가 혹여 갈등이 빚어지면 그야말로 끝이다.
외람되지만, ‘충고’ 하나 하겠다. 이 두 가지 고민거리는 누구도 대신 풀어줄 수 없다. 근시안적 유인체계를 가진 미래전략실 임원들의 판단은 문제를 오히려 꼬이게 만들 수도 있다. ‘현 구조 그대로 간다’는 식의 퇴행적 발상이 그 대표적인 예다. 이재용 부회장 스스로 현명하게 판단하기 바란다. 10년 후 한국사회의 발전된 모습을 염두에 두면서 무엇이 진정 본인과 삼성과 한국경제를 위한 길인지 고민하기 바란다.
<김상조 | 한성대 교수·경제개혁연대 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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