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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에게 군대는 끌려가는 곳이었습니다. 군 생활하면서 내 가족, 내 나라를 지키는 데 대한 자부심은 그다지 들지 않더군요. (군대 가면) 썩는 거 맞죠.”
고 노무현 전 대통령이 재직 중 입은 설화(舌禍) 가운데 빼놓을 수 없는 사례가 이 ‘군대 가면 썩는다’는 발언이다. 한국에서 군대 갔다 온 사람이라면 대부분 고개를 끄덕일 만했지만 대통령의 입에서 나온 말 치고는 듣기 민망한 것도 사실이었다. “국군통수권자가 신성한 국방의 의무를 모독한다”는 비난이 쏟아졌고, 노 전 대통령은 한동안 시달려야 했다.
요즘은 한결 나아졌고, 또 보직에 따라 차이도 꽤 있지만, 군대는 한국 남자들에게 숙명이자 트라우마다. 어쩔 수 없어 가긴 가도 몸과 마음에 원치 않는 기억을 뼛속 깊이 새기고 나오는 게 대부분이다. 적지 않은 남자들이 제대하면서 “앞으로 이쪽 방향으론 오줌도 안 눈다”고 마음먹지만, 어느 날 다시 군에 ‘끌려가는’ 꿈을 꾸며 고개를 가로 흔든다. 군대에서 축구한 이야기를 무용담처럼 하려면 상당한 시간의 흐름이 필요하다.
그런데 언제부터인가 개각 발표가 있고 나면 ‘군대 가도 썩지 않는’ 부류가 있었다는 걸 깨닫게 된다. 당장 문창극 국무총리 지명자부터 군 복무 기간 중 1년 반 동안 서울대 대학원에 다녔다는 보도가 나왔다. 본인은 “군의 승인을 받았고, 관례와 절차에 하자가 없다”고 했지만, 군에 어떤 관례와 절차가 있었길래 그에게만 그런 특혜가 주어졌는지 궁금하다. 정종섭 안전행정부 장관 내정자는 아예 군 복무 중 경희대와 연세대에서 석사학위를 따고 박사과정까지 마쳤다고 한다. 야간이나 주말이 아니라 낮에, 그것도 근무지가 강원도 화천, 경기도 용인이었는데도 불구하고 학교에 다녔다니, ‘신성한 국방의 의무’는 어떻게 다할 수 있었는지 의문이다. 어디 이들뿐이랴. 현오석 경제부총리는 군 복무와 대학원 기간이 정확히 일치한다. 방위병 입대 후 두 달 뒤 서울대 행정대학원에 등록해 제대 한 달 뒤 석사과정을 마친 것이다. 또 안창호 헌법재판관의 아들은 현역 입대한 지 7개월 만에 사법시험 1차에 합격했는데, 입대 첫 해 사용한 휴가일수가 34박36일이었다고 한다. 그들에게 군대는 스펙 쌓는 곳이었나 보다.
<이종탁 논설위원>
고 노무현 전 대통령이 재직 중 입은 설화(舌禍) 가운데 빼놓을 수 없는 사례가 이 ‘군대 가면 썩는다’는 발언이다. 한국에서 군대 갔다 온 사람이라면 대부분 고개를 끄덕일 만했지만 대통령의 입에서 나온 말 치고는 듣기 민망한 것도 사실이었다. “국군통수권자가 신성한 국방의 의무를 모독한다”는 비난이 쏟아졌고, 노 전 대통령은 한동안 시달려야 했다.
요즘은 한결 나아졌고, 또 보직에 따라 차이도 꽤 있지만, 군대는 한국 남자들에게 숙명이자 트라우마다. 어쩔 수 없어 가긴 가도 몸과 마음에 원치 않는 기억을 뼛속 깊이 새기고 나오는 게 대부분이다. 적지 않은 남자들이 제대하면서 “앞으로 이쪽 방향으론 오줌도 안 눈다”고 마음먹지만, 어느 날 다시 군에 ‘끌려가는’ 꿈을 꾸며 고개를 가로 흔든다. 군대에서 축구한 이야기를 무용담처럼 하려면 상당한 시간의 흐름이 필요하다.
그런데 언제부터인가 개각 발표가 있고 나면 ‘군대 가도 썩지 않는’ 부류가 있었다는 걸 깨닫게 된다. 당장 문창극 국무총리 지명자부터 군 복무 기간 중 1년 반 동안 서울대 대학원에 다녔다는 보도가 나왔다. 본인은 “군의 승인을 받았고, 관례와 절차에 하자가 없다”고 했지만, 군에 어떤 관례와 절차가 있었길래 그에게만 그런 특혜가 주어졌는지 궁금하다. 정종섭 안전행정부 장관 내정자는 아예 군 복무 중 경희대와 연세대에서 석사학위를 따고 박사과정까지 마쳤다고 한다. 야간이나 주말이 아니라 낮에, 그것도 근무지가 강원도 화천, 경기도 용인이었는데도 불구하고 학교에 다녔다니, ‘신성한 국방의 의무’는 어떻게 다할 수 있었는지 의문이다. 어디 이들뿐이랴. 현오석 경제부총리는 군 복무와 대학원 기간이 정확히 일치한다. 방위병 입대 후 두 달 뒤 서울대 행정대학원에 등록해 제대 한 달 뒤 석사과정을 마친 것이다. 또 안창호 헌법재판관의 아들은 현역 입대한 지 7개월 만에 사법시험 1차에 합격했는데, 입대 첫 해 사용한 휴가일수가 34박36일이었다고 한다. 그들에게 군대는 스펙 쌓는 곳이었나 보다.
<이종탁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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