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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영국의 임페리얼 칼리지 런던의 연구진이 말라리아를 퇴치할 수 있는 획기적인 방법을 학술지에 발표해 화제를 모으고 있다. 새로운 예방약이나 치료제의 개발이 아니었다. 첨단 유전공학을 적용해 말라리아를 일으키는 근원인 모기의 ‘씨를 말리는’ 방법을 찾았다. 사실 모기의 유전자를 변형해 질병을 없애겠다는 발상은 새로운 것이 아니다. 수천마리의 유전자 변형 모기가 이미 자연에 방출돼 왔다. 이번에 영국에서 개발된 모기 역시 자연에 방출될 것으로 전망된다. 이들이 지구 생태계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아무도 정확히 예측할 수 없기에 새삼 고개가 갸웃거려진다.
모든 모기가 인간에게 질병을 일으키지는 않는다. 병원체에 감염된 모기가 인간을 물었을 때 그 병원체가 인간에게 전달되는 것이 문제이다. 또한 모기는 암컷만이 인간을 문다.
그렇다면 모기로 인한 질병을 피하는 한 가지 방법은 암컷의 수를 줄이는 일이다. 바로 영국 연구진이 채택한 방식이다. 모기의 정자는 인간과 마찬가지로 X와 Y 두 종류의 염색체를 지닌다. 난자의 염색체는 X 한 가지뿐이므로, 정자의 X 염색체를 미리 제거하면 후손은 오로지 XY 염색체를 가진 수컷만 발생할 것이다. 연구진은 정자에 특정 DNA를 제거하는 유전자를 삽입해 X 염색체가 형성되지 않도록 만들었다. 이 모기를 야생 모기 사육장에 풀어놓자 6세대 만에 전체 모기의 95% 이상이 수컷으로 태어났다. 연구진은 열대지역에 이 유전자 변형 모기를 방사하면 비슷한 효과를 낳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인간을 무는 암컷 모기 자체가 없어질 테니 말라리아 발병률도 줄어들리라는 판단이다.
한편에서는 암컷이 날지 못하도록 유전자를 변형해 질병을 차단하려는 연구도 진행 중이다. 하지만 이미 실용화되고 있는 것은 모기의 후손을 박멸하는 방식이다. 모기가 유발하는 또 다른 질병인 뎅기열의 발생을 막기 위한 조치이다.
2010년 10월 말레이시아 정부는 유전자 변형 모기의 환경방출 실험을 승인했다. 이에 따라 그해 12월 6000여마리의 유전자 변형 모기가 환경에 방출됐다. 실험에 동원된 모기는 영국 회사 옥시테크가 개발했다. 유전자가 변형된 대상은 뎅기열을 일으키는 모기의 수컷이었다. 이 모기가 야생의 암컷과 짝짓기를 하면 그 후손은 애벌레 상태에서 죽게 된다. 당시 말레이시아 정부는 향후 100만~10억마리의 유전자 변형 모기를 방출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지난 4월 브라질에서는 유전자 변형 모기의 ‘상업용’ 방출이 세계에서 처음으로 승인됐다. 승인 대상은 옥시테크의 뎅기열 방지용 모기였다. 이 모기에는 특정 빛에 노출될 때 인간 눈에 띄도록 고안된 마커 유전자도 삽입돼 있어 모기의 활동이 현장에서 쉽게 파악될 수 있다고 한다. 옥시테크에 따르면 지난해 6월부터 브라질 일부 지역에서 환경방출 실험을 한 결과 모기 수가 80% 이상 줄어들었다.
실험 수준이든 상업화 단계든 뎅기열 방지용 유전자 변형 모기의 방출은 점점 확대될 예정이다. 파나마 정부는 지난 1월 유전자 변형 모기의 방출계획을 발표했으며, 미국에서는 현재 방출실험 승인이 신청돼 있는 상황이다.
유전자 변형의 대상도 확장될 것으로 전망된다. 과학자들은 뎅기열과 말라리아에 이어 뇌염을 막기 위한 모기 개발에 몰두하고 있다. 향후 심각한 질환을 매개하는 새로운 모기들 또는 모기 외의 다양한 곤충들이 계속 과학계의 연구대상이 될 것이다.
당연히 유전자 변형 모기의 출현으로 인한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예를 들어 뎅기열 방지용 모기의 경우 애벌레의 3~4%가 살아남는다는 보고가 있다. 이들이 성체로 자라난다면 어떤 일이 벌어질까. 만일 모기가 지구에서 완전히 박멸된다면 먹이사슬로 복잡하게 엮여 있는 생태계의 질서가 어떻게 변화될까.
유전자 변형 모기가 방출될 후보 지역에서도 과학자들의 경고가 나오고 있다. 일례로 지난 4월 나이지리아 과학자 164명을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 결과, 유전자 변형 모기가 해당 지역 외부로 확산될 때 이를 통제할 방법이 없고 야생 모기와 교배돼 잡종이 만들어질 경우 어떤 결과가 나올지 알 수 없다는 의견이 지배적이었다. 하지만 비상상황에 대처할 수 있는 과학적 조치를 어떻게 마련해야 할지는 현재 숙제로만 남겨져 있다.
<김훈기 | 서울대 기초교육원 강의교수>
그렇다면 모기로 인한 질병을 피하는 한 가지 방법은 암컷의 수를 줄이는 일이다. 바로 영국 연구진이 채택한 방식이다. 모기의 정자는 인간과 마찬가지로 X와 Y 두 종류의 염색체를 지닌다. 난자의 염색체는 X 한 가지뿐이므로, 정자의 X 염색체를 미리 제거하면 후손은 오로지 XY 염색체를 가진 수컷만 발생할 것이다. 연구진은 정자에 특정 DNA를 제거하는 유전자를 삽입해 X 염색체가 형성되지 않도록 만들었다. 이 모기를 야생 모기 사육장에 풀어놓자 6세대 만에 전체 모기의 95% 이상이 수컷으로 태어났다. 연구진은 열대지역에 이 유전자 변형 모기를 방사하면 비슷한 효과를 낳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인간을 무는 암컷 모기 자체가 없어질 테니 말라리아 발병률도 줄어들리라는 판단이다.
한편에서는 암컷이 날지 못하도록 유전자를 변형해 질병을 차단하려는 연구도 진행 중이다. 하지만 이미 실용화되고 있는 것은 모기의 후손을 박멸하는 방식이다. 모기가 유발하는 또 다른 질병인 뎅기열의 발생을 막기 위한 조치이다.
2010년 10월 말레이시아 정부는 유전자 변형 모기의 환경방출 실험을 승인했다. 이에 따라 그해 12월 6000여마리의 유전자 변형 모기가 환경에 방출됐다. 실험에 동원된 모기는 영국 회사 옥시테크가 개발했다. 유전자가 변형된 대상은 뎅기열을 일으키는 모기의 수컷이었다. 이 모기가 야생의 암컷과 짝짓기를 하면 그 후손은 애벌레 상태에서 죽게 된다. 당시 말레이시아 정부는 향후 100만~10억마리의 유전자 변형 모기를 방출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지난 4월 브라질에서는 유전자 변형 모기의 ‘상업용’ 방출이 세계에서 처음으로 승인됐다. 승인 대상은 옥시테크의 뎅기열 방지용 모기였다. 이 모기에는 특정 빛에 노출될 때 인간 눈에 띄도록 고안된 마커 유전자도 삽입돼 있어 모기의 활동이 현장에서 쉽게 파악될 수 있다고 한다. 옥시테크에 따르면 지난해 6월부터 브라질 일부 지역에서 환경방출 실험을 한 결과 모기 수가 80% 이상 줄어들었다.
실험 수준이든 상업화 단계든 뎅기열 방지용 유전자 변형 모기의 방출은 점점 확대될 예정이다. 파나마 정부는 지난 1월 유전자 변형 모기의 방출계획을 발표했으며, 미국에서는 현재 방출실험 승인이 신청돼 있는 상황이다.
유전자 변형의 대상도 확장될 것으로 전망된다. 과학자들은 뎅기열과 말라리아에 이어 뇌염을 막기 위한 모기 개발에 몰두하고 있다. 향후 심각한 질환을 매개하는 새로운 모기들 또는 모기 외의 다양한 곤충들이 계속 과학계의 연구대상이 될 것이다.
당연히 유전자 변형 모기의 출현으로 인한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예를 들어 뎅기열 방지용 모기의 경우 애벌레의 3~4%가 살아남는다는 보고가 있다. 이들이 성체로 자라난다면 어떤 일이 벌어질까. 만일 모기가 지구에서 완전히 박멸된다면 먹이사슬로 복잡하게 엮여 있는 생태계의 질서가 어떻게 변화될까.
유전자 변형 모기가 방출될 후보 지역에서도 과학자들의 경고가 나오고 있다. 일례로 지난 4월 나이지리아 과학자 164명을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 결과, 유전자 변형 모기가 해당 지역 외부로 확산될 때 이를 통제할 방법이 없고 야생 모기와 교배돼 잡종이 만들어질 경우 어떤 결과가 나올지 알 수 없다는 의견이 지배적이었다. 하지만 비상상황에 대처할 수 있는 과학적 조치를 어떻게 마련해야 할지는 현재 숙제로만 남겨져 있다.
<김훈기 | 서울대 기초교육원 강의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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