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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네 사람들의 정담이 오고가는 대청마루입니다. 무슨 글이든 좋아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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며칠 전 실내용 사이클을 샀는데 이것도 불량품이었다. 물론 이걸 조립한 것은 내가 아니고 동네 아저씨다. 동네 아저씨는 어머니와 내가 봉사활동을 하고 있는 곳의 동료 자원활동가이다. 서울에서는 골목길을 어두컴컴할 때 다니는 사람은 죄다 치한이나 도둑으로 보였는데, 빤한 동네에 사니 돈가스나 떡볶이를 대가로 요것조것 부탁하기도 하고 부탁을 받기도 한다.
아저씨께서는 내가 뽑기 운이 없다는 것을 생생히 증언해 주실 수 있는데, 아저씨의 트럭을 타고 유기동물보호소에 갔다가 예쁘지도 않은 갈색 푸들이 가엾어 보여 얼결에 데리고 왔던 사건이다.
그때 엄마와 나는 원룸에서 강아지 한 마리를 키우고 있었는데, 유기견을 데려와 입양시키고 오래 키워 집에서 임종을 보기도 하고 장애견을 키우기도 했지만 새끼를 본 적이 없는 게 늘 아쉬웠다. 다들 새끼 때는 물고 빨고 귀여워하다가 다 커서 귀찮아지면 버리고 그걸 내가 주워 키우니 새끼를 본 일이 없는 게 당연하다. 마지막 개가 죽고 나서 친구가 그동안 늙은 개들을 보살폈으니 애완견 돌봄산업은 그만하고 한 마리 사라며 개 값을 절반 대주고 등을 떠밀어 하나 골랐다.
그런데 웬걸 개망나니라는 말이 진짜 존재할 줄이야! 놈의 횡포를 견디지 못해 아저씨의 작업장에 보냈더니 개가 군입대를 한 것처럼 기합이 들어가고 아저씨를 대할 때는 사단장을 대면한 이병같이 굴었다. 개망나니는 훌륭한 병장이 되어 우리집으로 돌아왔다.
결국 개 뽑는 운도 없는 나는 아저씨에게 훈련된 개를 선물받은 셈이 되었다. 그래도 아저씨는 낄낄 웃으며 ‘자알 뽑는다’, 라고 이야기하며 내가 잘못 고른 것들을 고쳐 주신다.
목공 공방을 운영하는 아저씨는 펜부터 목마, 침대, 친환경 키친 짜기까지 솜씨좋게 해낸다. 그 중에서도 내가 어여쁘게 생각하는 것은 추억을 나무로 깎아 남기는 것이다. 이를테면 돌아가신 할머니의 다듬이 방망이를 깎아 펜을 만들어 자녀들이 각자 가진다든가, 신혼 때 혼수로 샀던 가구를 수리해 다시 쓰거나 간직하는 것이다.
개 군기 잡기 문의나 나무로 뭘 만들거나 배우고 싶은 분은 010-4229-0992로 전화해 정반장님 혹은 정집사님 혹은 사단장님을 찾으면 된다. 그렇다, 이것은 노골적인 선전이다. 동네 경제, 그리고 지역 경제를 좀 살리려는 노골적인 선전. 나 믿고 전화해 보시라.
<김현진 | 에세이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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