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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네 사람들의 정담이 오고가는 대청마루입니다. 무슨 글이든 좋아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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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찰 좋아하기로 일본을 따라갈 곳이 없다. 카드가 일상화한 지금도 현금 선호도는 높다. 오랜 불황으로 지갑 두께는 얇아졌지만 반드시 현찰은 넣고 다닌다. 노인들이 사망한 뒤 장롱이나 천장에서 1만엔짜리 현금다발이 발견됐다는 뉴스는 새삼스럽지 않다. 필자는 과거 도쿄특파원 시절 지인에게 현금을 선호하는 까닭을 물은 적이 있다. 답변은 단순명쾌했다. 제로금리인 데다 은행파산도 경험한 터여서 굳이 금융기관에 돈을 맡길 필요성을 느끼지 못하는 게 첫번째고 치안이 나쁘지 않아 집 안에 돈을 놔둬도 도둑맞지는 않을 것이라는 생각이 두번째라고 했다. 장기 불황으로 국가재정이 나빠져 연금 미지급도 우려되니 돈이 생기면 고액권으로 바꿔 모을 뿐이라는 자조적인 얘기도 있었다. 물론 예상치 못한 ‘사건’이 발생하기도 한다. 언젠가는 도쿄 인근 가와사키시의 한 대나무밭에서 1주일 간격으로 현금 2억여엔(약 20억원)이 발견됐지만 끝내 임자는 나타나지 않았다. 당시 언론은 조직폭력배의 구린 돈으로 추정했다.
23일로 5만원권이 발행된 지 5년이 됐다. 올 1~5월 시중에 풀린 화폐 66조9130억원 중 66%인 44조4767억원이 5만원권이다. 2008년까지만 해도 전체 화폐의 90%가 1만원권이었던 것을 떠올리면 ‘돈의 권력교체’다. 발행장수는 8억8953만장. 국민 1인당 18장가량 갖고 있어야 하지만 회수율은 27%에 불과해 체감도는 낮다. 환산하면 32조5000억원가량이 누군가의 지갑이나 장롱, 금고 속에 꼭꼭 숨어있는 셈이다.
어디로 갔을까. 금융가에서는 5만원권이 지하경제의 기축통화가 됐다는 얘기를 한다. 미국 신사는 금발을 좋아하지만 한국 부자는 신사임당을 좋아한다는 우스갯소리도 있다. 자산가 입장에서는 은행에 맡겨 추적당하느니 현금을 쌓아놓는 게 유리할 수 있다. 실제 최근 검찰 수사를 받은 국회의원 아들 집에서 7억원의 현금다발이 발견됐다. 3년 전 김제 마늘밭에서 발견된 5만원권 다발 110억원은 지금도 기억에 생생하다. 고액권 발행 전부터 예상했던 시나리오가 현실화되고 있지만 뾰족한 수는 없다. 돌고 도는 게 돈이라고 하지만 그 요물스러움에 입이 다물어지지 않는다.
<박용채 논설위원>
23일로 5만원권이 발행된 지 5년이 됐다. 올 1~5월 시중에 풀린 화폐 66조9130억원 중 66%인 44조4767억원이 5만원권이다. 2008년까지만 해도 전체 화폐의 90%가 1만원권이었던 것을 떠올리면 ‘돈의 권력교체’다. 발행장수는 8억8953만장. 국민 1인당 18장가량 갖고 있어야 하지만 회수율은 27%에 불과해 체감도는 낮다. 환산하면 32조5000억원가량이 누군가의 지갑이나 장롱, 금고 속에 꼭꼭 숨어있는 셈이다.
어디로 갔을까. 금융가에서는 5만원권이 지하경제의 기축통화가 됐다는 얘기를 한다. 미국 신사는 금발을 좋아하지만 한국 부자는 신사임당을 좋아한다는 우스갯소리도 있다. 자산가 입장에서는 은행에 맡겨 추적당하느니 현금을 쌓아놓는 게 유리할 수 있다. 실제 최근 검찰 수사를 받은 국회의원 아들 집에서 7억원의 현금다발이 발견됐다. 3년 전 김제 마늘밭에서 발견된 5만원권 다발 110억원은 지금도 기억에 생생하다. 고액권 발행 전부터 예상했던 시나리오가 현실화되고 있지만 뾰족한 수는 없다. 돌고 도는 게 돈이라고 하지만 그 요물스러움에 입이 다물어지지 않는다.
<박용채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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