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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네 사람들의 정담이 오고가는 대청마루입니다. 무슨 글이든 좋아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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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근혜 정권의 핵심에는 박정희 대통령에게 절대 충성했고 박근혜 대통령을 ‘여왕’처럼 옹위하며 기득권 수호에 여념이 없는 ‘종박(從朴) 훈구대신’들이 자리 잡고 있다. ‘왕당파’라 불러 마땅한 이들의 대표주자는 김기춘 비서실장이다. 이들은 일제강점기 1930년대에 태어나 1960년대에 사회생활을 시작하고 80세를 바라보는 사람들이기에 ‘신386’으로 불리기도 한다.
육체적 연령을 문제 삼는 것이 아니다. 정치적 진보와 보수를 떠나 존경과 신뢰를 받는 어른은 반드시 필요하다. 영화계 원로인 김동호 문화융성위원장은 1937년생으로 ‘신386’에 속한다. 그러나 영화계 안팎에서 김 위원장을 비난하는 사람은 거의 없는 것으로 안다. 법대를 졸업한 공무원 출신으로, 정견이나 세대가 다른 사람들과도 개방적으로 소통하고 포용하며, 겸허하고 소탈한 자세로 성실히 직무에 힘쓰는 사람이다. 김 위원장은 작년 76세의 나이에 직접 메가폰을 잡고 영화감독 데뷔를 하였던 바, ‘영원한 청년’의 진취성을 보여주었다.
반면 정치권의 ‘종박 훈구대신’들은 21세기 경제협력개발기구 소속 민주공화국을 1960~1970년대 개발독재 방식으로 끌고 가려 한다. ‘주군’에 대한 충성을 기준으로 ‘아군’과 ‘적군’을 가르고, 적에게는 온갖 딱지를 붙여 공격한다. 시대착오적 이념공세와 역겨운 지역감정 조장은 이들이 휘두르는 ‘전가(傳家)의 보도(寶刀)’다. 이들에게 국민은 민주공화국의 주권자가 아니라 통치의 대상이다. 이들에게 국회의원은 국민의 대표기관이 아니라 ‘여왕’을 보좌하는 ‘신하’일 뿐이다. 사실 이들과 ‘어버이연합’ 회원의 세계관은 표현방식에서 차이가 있을 뿐 본질에서는 동일하다. 근래 이들은 ‘일베’라는 정치적 손자를 얻게 되어 더욱 고무되어 있을 것이다.
이러한 ‘종박 훈구대신’들은 여야를 떠나 한국 정치 발전의 걸림돌이다. 그런데 여당 국회의원들은 너무 조용하다. 국민이 뽑은 헌법기관들이 ‘여왕’과 ‘훈구대신’의 눈치와 심기를 살피는 데 급급하다. 여당 내 ‘보스’들에게는 기대난망이라고 하더라도, 초·재선 의원들이 무얼 하고 있는지 모르겠다. 장관 자리를 기대하는가? 다음 공천이 걱정되는가? 지난 6·4 지방선거에서 귀한 대접을 받고 차출되어 도지사가 된 두 사람의 정치인이 있다. 즉 남경필과 원희룡. 이들은 당내 ‘보스’의 말에 순종하거나 청와대의 의중만 살피는 정치인은 아니었다. 나름 당파의 이익만이 아니라 국민의 눈총을 의식하며 발언하고 행보를 전개한 정치인이었다. 이들은 결국 국민을 보고 정치하는 사람이 큰다는 것을 보여준 예다. 이 두 사람이 중앙정치에서 빠진 상황에서 여당 내 이들을 대신하는 역할을 할 정치인을 기대한다.
제1 야당인 새정치민주연합에서도 ‘보스’의 힘은 강하다. 정책과 노선의 차이보다는 공천과 정치자금 때문에 ‘보스’ 밑에 줄을 선다. ‘보스’가 꾸리는 계파에 속하지 않고 독립적 목소리를 내는 국회의원들은 외롭고 힘들다. 이들의 당내 기득권 청산 주장은 화답을 얻지 못하고 있다. 견제와 질시를 받고 있지는 않은지 모르겠다.
요컨대 2016년 총선과 2017년 대선 전까지 여야 각 정당은 혁신경쟁을 벌일 수밖에 없다. 지난 대선 시기 앞다투어 발표한 정당·정치혁신 공약을 지켜야 하는데, 전망이 그리 밝지 않다. 여야 초·재선 의원 등 젊은 정치인들이 나서야 한다. 청와대, 훈구대신은 물론 당내 ‘보스’와도 일전을 불사해야 한다. 7·30 재·보궐선거에서도 당 안팎에서 젊고 유망한 신진기예들이 많이 출전해야 한다.
너무 젊다고? 1969년 김영삼 의원이 신민당의 대통령후보지명전 출마를 선언하며 ‘40대 기수론’을 선창했을 때 42세였다. 당시 당내 실력자 유진산 의원은 “입에서 젖비린내가 나는 아이들이 무슨 대통령이냐”고 조롱했다. 1970년 신민당의 대통령 후보로 김대중 의원이 선출되었을 때 45세였다. 현 영국 노동당의 당수는 에드 밀리반드인데, 토니 블레어의 ‘제3의 길’ 노선에 반대하며 좌파적 입장을 견지하였기에 “붉은 에드”라고 불렸다. 그가 2010년 블레어의 동지였던 친형 데이비드를 꺾고 노동당 당수로 선출되었을 때 39세였다. ‘온정적 보수주의’를 내세우고 있는 현 영국 총리는 보수당 소속 데이비드 카메론으로, 2010년 총리가 되었을 때 43세였다. 젊다고 걱정하지 말고 조로(早老)하지 않았는지를 걱정하라. 무게와 품위가 필요한 때라고? 유비의 ‘비육지탄(비肉之嘆)’, 즉 말 타고 전장을 달리지 않아 허벅지에 살이 쪘음을 탄식하며, 다시 말에 올라탈 때다.
<조국 | 서울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반면 정치권의 ‘종박 훈구대신’들은 21세기 경제협력개발기구 소속 민주공화국을 1960~1970년대 개발독재 방식으로 끌고 가려 한다. ‘주군’에 대한 충성을 기준으로 ‘아군’과 ‘적군’을 가르고, 적에게는 온갖 딱지를 붙여 공격한다. 시대착오적 이념공세와 역겨운 지역감정 조장은 이들이 휘두르는 ‘전가(傳家)의 보도(寶刀)’다. 이들에게 국민은 민주공화국의 주권자가 아니라 통치의 대상이다. 이들에게 국회의원은 국민의 대표기관이 아니라 ‘여왕’을 보좌하는 ‘신하’일 뿐이다. 사실 이들과 ‘어버이연합’ 회원의 세계관은 표현방식에서 차이가 있을 뿐 본질에서는 동일하다. 근래 이들은 ‘일베’라는 정치적 손자를 얻게 되어 더욱 고무되어 있을 것이다.
이러한 ‘종박 훈구대신’들은 여야를 떠나 한국 정치 발전의 걸림돌이다. 그런데 여당 국회의원들은 너무 조용하다. 국민이 뽑은 헌법기관들이 ‘여왕’과 ‘훈구대신’의 눈치와 심기를 살피는 데 급급하다. 여당 내 ‘보스’들에게는 기대난망이라고 하더라도, 초·재선 의원들이 무얼 하고 있는지 모르겠다. 장관 자리를 기대하는가? 다음 공천이 걱정되는가? 지난 6·4 지방선거에서 귀한 대접을 받고 차출되어 도지사가 된 두 사람의 정치인이 있다. 즉 남경필과 원희룡. 이들은 당내 ‘보스’의 말에 순종하거나 청와대의 의중만 살피는 정치인은 아니었다. 나름 당파의 이익만이 아니라 국민의 눈총을 의식하며 발언하고 행보를 전개한 정치인이었다. 이들은 결국 국민을 보고 정치하는 사람이 큰다는 것을 보여준 예다. 이 두 사람이 중앙정치에서 빠진 상황에서 여당 내 이들을 대신하는 역할을 할 정치인을 기대한다.
제1 야당인 새정치민주연합에서도 ‘보스’의 힘은 강하다. 정책과 노선의 차이보다는 공천과 정치자금 때문에 ‘보스’ 밑에 줄을 선다. ‘보스’가 꾸리는 계파에 속하지 않고 독립적 목소리를 내는 국회의원들은 외롭고 힘들다. 이들의 당내 기득권 청산 주장은 화답을 얻지 못하고 있다. 견제와 질시를 받고 있지는 않은지 모르겠다.
요컨대 2016년 총선과 2017년 대선 전까지 여야 각 정당은 혁신경쟁을 벌일 수밖에 없다. 지난 대선 시기 앞다투어 발표한 정당·정치혁신 공약을 지켜야 하는데, 전망이 그리 밝지 않다. 여야 초·재선 의원 등 젊은 정치인들이 나서야 한다. 청와대, 훈구대신은 물론 당내 ‘보스’와도 일전을 불사해야 한다. 7·30 재·보궐선거에서도 당 안팎에서 젊고 유망한 신진기예들이 많이 출전해야 한다.
너무 젊다고? 1969년 김영삼 의원이 신민당의 대통령후보지명전 출마를 선언하며 ‘40대 기수론’을 선창했을 때 42세였다. 당시 당내 실력자 유진산 의원은 “입에서 젖비린내가 나는 아이들이 무슨 대통령이냐”고 조롱했다. 1970년 신민당의 대통령 후보로 김대중 의원이 선출되었을 때 45세였다. 현 영국 노동당의 당수는 에드 밀리반드인데, 토니 블레어의 ‘제3의 길’ 노선에 반대하며 좌파적 입장을 견지하였기에 “붉은 에드”라고 불렸다. 그가 2010년 블레어의 동지였던 친형 데이비드를 꺾고 노동당 당수로 선출되었을 때 39세였다. ‘온정적 보수주의’를 내세우고 있는 현 영국 총리는 보수당 소속 데이비드 카메론으로, 2010년 총리가 되었을 때 43세였다. 젊다고 걱정하지 말고 조로(早老)하지 않았는지를 걱정하라. 무게와 품위가 필요한 때라고? 유비의 ‘비육지탄(비肉之嘆)’, 즉 말 타고 전장을 달리지 않아 허벅지에 살이 쪘음을 탄식하며, 다시 말에 올라탈 때다.
<조국 | 서울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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