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신글모든게시글모음 인기글(7일간 조회수높은순서)
m-5.jpg
현재접속자

어여 어서 올라오세요

대청마루(자유게시판)

동네 사람들의 정담이 오고가는 대청마루입니다. 무슨 글이든 좋아요.

[이택광의 왜?] 하나님의 뜻과 생존경쟁의 법칙

뉴스언론 이택광 교수............... 조회 수 658 추천 수 0 2014.06.27 23:32:11
.........
[이택광의 왜?]하나님의 뜻과 생존경쟁의 법칙

 

경향신문
“자유, 불평등, 최적자생존과 부자유, 평등, 부적자생존. 전자가 사회를 앞으로 나아가게 하고 최고의 구성원들만을 남기게 될 것이다. 반면 후자는 사회를 하향평준화시키고 최악의 구성원들만을 남기게 될 것이다.”

20세기 초 윌리엄 그레이엄 섬너라는 미국의 사회학자가 1910년에 했던 말이다. 섬너는 또한 “이런 생존투쟁의 결과로 인해 발생하는 불평등한 결과에 대해 개탄할 필요는 없다”고 못을 박기도 한다. 왜냐하면 이렇게 약자가 도태되고 강자가 살아남는 것은 “자격과 능력에 맞춰 부를 소유하고 즐길 수 있는 자유”의 혜택이고 이런 과정이 바로 “전적으로 중립적인 자연의 법칙”이기 때문이다.

섬너는 영국의 사회진화론자인 허버트 스펜서의 이론을 수용해서 경쟁을 생존의 필수조건으로 받아들였다. 섬너와 같은 생각은 대학의 울타리 안에 한정되지 않았다. 미국 경제를 성장시켰다고 일컬어지는 철강왕 앤드루 카네기나 대부호 존 록펠러도 “미국의 아름다움이라는 장미는 처음에 자신을 감싸고 있던 봉오리들을 성장과정에서 희생함으로써 보는 이들의 찬사를 받는 것”이라면서 섬너와 같은 최적자생존의 경쟁논리를 처세술의 원리로 삼았다. 미국의 자본가들은 단순히 부만 축적한 것이 아니라, 사회진화론에 기초해서 삶의 규범을 새롭게 제시하는 역할을 했다. 이들이 내세운 규범이 바로 오늘날 ‘벤처정신’이라고 불리기도 하는 ‘도전의식’이다.

도대체 무엇을 위한 ‘도전’일까. 바로 최적자를 가리는 생존경쟁에서 살아남기 위한 ‘도전’이다. 이런 사고방식에 따르면 생존경쟁이 일어나는 영역은 전방위적이다. 과거에 시장을 매개로 전문성의 협업체계를 구축하는 것이 사회진보의 동력으로 받아들여졌다면, 섬너의 사회진화론은 경쟁을 방해하는 요소들을 제거하는 것이 사회를 진화시킬 수 있는 길이라고 주장하는 것이었다. 경쟁을 통한 ‘자연 선택의 법칙’이 제대로 작동해야만 살아남을 수 있다는 강박관념이 사회 전체를 지배하게 된 것이다.

이미 100년이나 지난 주장이지만, 비슷한 논리를 한국에서 발견하는 것은 어렵지 않다. 논란을 거듭했던 문창극 전 총리 지명자의 발언도 이와 크게 다르지 않다. 사퇴의 변에서도 그는 ‘신앙에 따라 말을 한 것이 무슨 잘못인가’라고 반문하면서 끝내 문제가 없다는 입장을 고수했다. 일제를 옹호한 것이 아니라 ‘모든 것은 하나님의 뜻’이라는 신앙고백을 했을 뿐이기 때문에 억울하다는 것이다. 자진사퇴하긴 했지만 문 전 지명자는 여전히 그 이유를 납득하지 못하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 게다가 이런 문 전 지명자의 생각을 지지하는 역사학자까지 있는 마당이니 이 문제를 단순하게 개인의 역사의식 결여로 결론 내리기도 어려운 것 같다.

과연 문 전 지명자의 발언에 문제가 없었는가. 전체 강연 동영상을 보면 문 전 지명자는 수차례 윤치호의 글을 인용하고 있다. 윤치호가 누구인가. 친일파 라는 대답이 가장 쉽다. 친일파인 윤치호를 인용했기에 그 발언이 친일 옹호라고 말하려는 것이 아니다. 중요한 것은 윤치호를 친일로 이끈 세계관이다. 윤치호야말로 당시 섬너와 같은 사회학자가 활동하던 미국에서 사회진화론을 접했던 구한말 지식인 중 한 명이었다. 그에게 역사는 최적자생존을 위한 냉혹한 우승열패의 경쟁이었다. 문 전 지명자가 인용한, 그 조선인의 게으름을 통탄했던 윤치호의 진술이야말로 사회를 철저하게 경쟁의 논리로 보는 관점을 반영하고 있는 것이다. 이런 관점에서 보면 일제강점의 역사는 말 그대로 생존경쟁에서 패배한 약자에게 주어진 시련으로 비칠 수밖에 없지 않겠는가.

문 전 지명자가 강연에서 ‘하나님의 뜻’이라고 명명한 것과 윤치호가 생각한 생존경쟁의 법칙은 그렇게 다르지 않은 것처럼 보인다. 문 전 지명자의 생각이 맞다면 약자가 경쟁에서 도태되어서 시련을 겪는 것은 ‘하나님의 뜻’이기 때문에 연연할 필요가 없어진다. 오히려 시련은 누구의 책임 문제가 아니라 모두가 겪어야 하는 자연스러운 문제가 되어버린다. 가난한 이들은 게으르고 나태해서 시련을 겪는 것이지 정부가 잘못해서 가난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것이 아니다. 말하자면, 이런 논리에 따르면 계급격차는 경쟁사회에서 필연적이고 불평등은 최적자생존의 결과이기 때문에 문제 될 것이 없다. 과연 이런 주장을 ‘신앙’의 문제라고 보는 것이 합당할까. 오히려 경쟁사회를 부추기는 세속의 논리가 종교의 논리로 둔갑한 것은 아닌지 되새겨봐야 할 것이다.

<이택광 | 경희대 교수·문화평론가>
List of Articles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9624 뉴스언론 [김종락의 마포스캔들] 함께하면 힘이 세다 김종락 대표 2014-07-01 605
9623 뉴스언론 [기자 칼럼] 유령의 프레임 최민영 미디어기획팀 2014-06-29 370
9622 뉴스언론 [양극화, 문제는 분배다]‘부자 증세’ 않고 부가세 높이려는 정부… 이재덕 기자 2014-06-28 503
9621 뉴스언론 [양극화, 문제는 분배다]기초생활보장 등 ‘보편복지’ 절실… 이재덕 기자 2014-06-28 423
9620 뉴스언론 [양극화, 문제는 분배다] 7년째 월급 300만원… 홍재원 기자 2014-06-28 437
9619 뉴스언론 [양극화, 문제는 분배다]“고임금 탓에 기업 해외로 해외로? 본질 호도 홍재원 기자 2014-06-28 371
9618 뉴스언론 [양극화, 문제는 분배다]미·영·독·일 등 ‘최저임금 인상’으로 성장 동력 조미덥 기자 2014-06-28 403
9617 뉴스언론 [양극화, 문제는 분배다]분배 악화 → 내수 부진 → 투자 위축 ... 이윤주 기자 2014-06-28 398
9616 뉴스언론 [양극화, 문제는 분배다]소득 불평등 커질수록 사회불안도 범죄율도.... 조형국 기자 2014-06-28 594
9615 뉴스언론 [양극화, 문제는 분배다]정부, 성장에 대한 편집광적 태도… 이주영 기자 2014-06-28 711
9614 칼럼수필 [조봉상 목사] 너희는 지도자라 칭함을 받지 말라:L.A 골든벨장로교회 박노아 2014-06-28 751
9613 광고알림 7월KCP 영성훈련학교(COST): 성도의 성장과정 밀알 2014-06-28 408
9612 뉴스언론 [기고]후쿠시마 사고의 7가지 교훈 김해창 위원 2014-06-28 395
» 뉴스언론 [이택광의 왜?] 하나님의 뜻과 생존경쟁의 법칙 이택광 교수 2014-06-27 658
9610 뉴스언론 [한경포럼] 물론 부가세 뿐이지만… 문희수 논설위원 2014-06-25 378
9609 뉴스언론 [조국의 밥과 법] 젊은 정치인들, 조로(早老)하지 마라 조국 교수 2014-06-25 355
9608 뉴스언론 [여적] 5만원권의 증발 박용채 논설위원 2014-06-24 418
9607 뉴스언론 [세상읽기] 혁신학교 학부모를 잊지 말라 엄기호 강사 2014-06-24 384
9606 뉴스언론 [동네적 풍경]우리동네 정반장님 김현진 에세이스트 2014-06-24 568
9605 뉴스언론 [경향마당] 수도권으로의 ‘파멸적 집중’ 성경륭 교수 2014-06-24 345
9604 뉴스언론 [과학 오디세이] 유전자변형 모기의 출현 김훈기 교수 2014-06-23 775
9603 뉴스언론 [김형경의 뜨거운 의자] 타인을 악한으로 만드는 ‘박해감’을 아시나요? 김형경 소설가 2014-06-23 1101
9602 무엇이든 삶이 지치고 힘들 때 우리의 삶에 참 평안을 드립니다 박은주 2014-06-23 634
9601 광고알림 기독교 캠프코리아 대학청년캠프 2014여름 안내 크리스천투데이 2014-06-23 595
9600 광고알림 제5회 중독심리치유공연 saip75 2014-06-23 386
9599 광고알림 6월KCP영성훈련학교(COST)): 안재홍 목사 치유세미나 밀알 2014-06-22 1022
9598 뉴스언론 [여적] 그들의 군대 이종탁 논설위원 2014-06-21 318
9597 뉴스언론 [기고]환경오염 피해구제 법률 뭉개지 말라 김홍균 교수 2014-06-21 362
9596 뉴스언론 [낮은 목소리로] 염치 김별아 | 소설가 2014-06-21 381
9595 무엇이든 [정제윤 목사] 롯의 인본주의 신앙관:동천교회(총공회) 박노아 2014-06-20 468
9594 뉴스언론 목사들의 망언과 신학적 단상 거북이 2014-06-20 432
9593 뉴스언론 목회자 1000인 선언 cyw 2014-06-20 761
9592 광고알림 (제11기) 은사사역자학교 (7월 7-8일) 주님사랑 2014-06-20 443
9591 광고알림 (토요일 오전 11시) 예언 상담 축사 치유 집회 주님사랑 2014-06-20 419
9590 뉴스언론 [야! 한국사회] 하나님과 공산당 이라영 집필노동자 2014-06-19 432
    본 홈페이지는 조건없이 주고가신 예수님 처럼, 조건없이 퍼가기, 인용, 링크 모두 허용합니다.(단, 이단단체나, 상업적, 불법이용은 엄금)
    *운영자: 최용우 (010-7162-3514) * 9191az@hanmail.net * 30083 세종특별시 금남면 용포쑥티2길 5-7 (용포리 53-3)
XE Logi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