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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극화, 문제는 분배다]미·영·독·일 등 ‘최저임금 인상’으로 성장 동력
조미덥 기자 zorro@kyunghyang.com
2014-06-19 22:04:13

 

세계 부자 85명 재산 1732조… 하위 35억명 재산과 맞먹어

 

ㆍ양극화로 경제성장 저하에 IMF도 ‘부유층 증세’ 주장

 

미국 서북부 시애틀에서 아들(7)과 함께 사는 크리스털 톰슨(33)은 레이니어 거리의 도미노피자에서 일하고 있다. 음식 준비부터 전화 응대, 배달, 계산까지 하고 있지만, 시급은 9.32달러(약 9500원)다. 5년 전 처음 일할 때 시급 8.55달러(약 8700원)에서 10% 정도 올랐을 뿐이다. 톰슨은 지난 5월까지 아파트 월세로 850달러(약 86만원)를 냈지만, 6월부터는 900달러(약 92만원)로 올려줘야 한다. 아무리 열심히 일해도 번 돈의 절반 이상을 집세로 내야 하는 형편이다.

 

이런 톰슨에게 지난 2일 기쁜 소식이 들렸다. 시의회가 시애틀의 최저임금을 미국 최고 수준인 15달러로 올렸다는 것이다. 시애틀에서 의료보 험 제공 없이 노동자를 500명 이상 고용한 회사는 2017년까지 시급을 15달러 이상으로 올려야 한다. 500명 미만이라도 2021년까지 올려야 한다. 미 연방의 최저임금(시급 7.25달러)와 비교하면 2배를 넘는다. 샐리 클락 시애틀시의원은 “미국 사회는 대공황 이전부터 시민들의 경제적 권리를 보장해 왔다”면서 “이번 결정이 큰 도전이지만, 앞으로 (최저임금 인상으로 인한) 기회가 더 많을 것”이라고 밝혔다.

 

톰슨은 무엇보다 아들이 범죄 걱정 없이 마음껏 자전거를 탈 수 있는 곳으로 이사갈 수 있게 돼 기쁘다. 톰슨은 ‘시애틀타임스’와의 인터뷰에서 “아들에게 자기 방을 주고, 여름캠프도 보내주고, 학교에서 책 시장이 열리면 돈도 쥐여줄 수 있을 것”이라며 “시급 15달러를 받는 것으로 조금이나마 마음의 평화를 얻을 수 있을 것 같다”고 말했다.

 
미 시애틀 “최저임금 두배로” 미국 워싱턴주 시애틀에서 시민과 노동자들이 지켜보는 가운데 에드 머레이 시애틀 시장이 지난 3일 시간당 최저임금을 15달러로 올리는 내용의 법안에 서명하고 있다. 시애틀 | AFP연합뉴스

 

이것이 시애틀만의 특별한 일은 아니다.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은 새해 연설에서 연방 최저임금을 시급 10.10달러로 올리겠다고 선언했다. 지금껏 연방 차원의 최저임금을 도입한 적이 없는 독일은 최근 2015년부터 시급 8.5유로(1만2000원)의 최저임금제 도입을 의결했고, 영국 정부도 최저임금을 10% 인상하겠다고 밝혔다. 일본의 아베 신조 총리는 자국 기업들에 거듭 임금 인상을 촉구해, 일본 기업들이 억지로나마 임금 인상책을 내놓고 있다. 중국도 장기 경제성장 전략으로서 소득 분배를 강화해 내수를 늘리는 쪽으로 방향키를 잡고 있다. 유럽연합 정상들은 20%가 넘는 청년실업을 해소하기 위해 2015년까지 2년 동안 120억유로(약 17조원) 투입이라는 강수를 두기도 했다.

 

2008년 금융위기 이후 세계의 빈부격차는 더욱 심해졌다. 국제 빈민구호단체인 옥스팜의 보고서를 보면, 세계 부자 상위 85명의 재산이 약 1732조원으로 빈민층 35억명이 가진 재산과 비슷하다. 소득 불균형이 경제 성장 동력을 떨어뜨리는 지경에 이르자 평소 작은 정부를 강조하던 기관들도 정부의 적극적인 역할을 주문하고 나섰다.

 

국제통화기금(IMF)은 지난 3월 보고서에서 “지난 30년간 선진국, 개도국 가릴 것 없이 대부분의 국가에서 불평등이 심화돼 소비 감소로 이어졌고 경제 성장에 걸림돌이 되고 있다”고 지적하며 “이를 해소하기 위해선 부유층의 세율을 높이고 저소득층의 세금을 감면해야 한다”고 했다. “부가가치세 같은 간접세보다 소득세 같은 직접세를 올려야 한다”는 구체적인 대책도 덧붙였다.


이보다 한달 앞서 조너선 오스트리 IMF 부국장 등이 공동으로 작성한 보고서에서도 “재분배가 성장에 부담이 된다는 전통적인 경제 이론은 근거가 없다”며 “과세와 사회복지 프로그램을 통한 재분배 정책이 성장을 더 지속하게 한다는 결론에 도달했다”고 밝혔다. 1998년 외환위기 때, 한국에 와서 기업 구조조정과 공기업 민영화를 주문하던 IMF와는 사뭇 다른 모습이다.

 

다보스 포럼도 올해 세계 경제를 위협할 10대 불안요소 중 4위로 소득 불균형을 꼽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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