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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극화, 문제는 분배다]기초생활보장 등 ‘보편복지’ 절실… 증세로 재원 마련해야
이재덕 기자 duk@kyunghyang.com
2014-06-25 21:31:47
사회안전망 재구축해야
공공부조 예산 늘리고 의료비 상한제 만들어 저소득층 추락 막아야
중산층은 줄고 빈곤층은 늘어나고 있다. 중산층 70%를 복원하겠다는 대통령 공약은 점점 요원한 일이 되고 있다. 한국의 빈곤율은 16.5%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인 11.3%를 훌쩍 뛰어넘었다. 빈곤율이란 중위소득의 50% 이하를 버는 빈곤층 인구가 총인구에서 차지하는 비율을 말한다.
중산층이 빈곤층으로 떨어지고 빈곤층은 다시 중산층으로 복귀하지 못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질 낮은 일자리가 늘어나는 문제와 함께 사회적 안전망인 ‘복지체계’가 제대로 작동하지 않기 때문이다. 한국의 복지수준은 OECD 최하 수준이다. 국내총생산(GDP) 대비 공공사회복지지출은 2009년 9.4%로, OECD 평균인 22.1%에 크게 못 미친다. OECD 국가 중 한국보다 못한 국가는 멕시코뿐이다. 사회적 안전망을 재구축할 필요성이 제기되는 이유이다.
각종 질환으로 고생하고 있는 독거노인의 월셋방에 10여가지 약이 놓여 있다. 양극화로 인한 폐해를 줄이기 위해서는 저소득층에게 건강보 험료를 지원해주는 등 복지 확대가 필수적이다. | 경향신문 자료사진
전문가들은 우선 투입해야 할 복지분야로 공공부조를 꼽았다. 공공부조란 생활 유지 능력이 없거나 생활이 어려운 기초생활수급자들에게 정부가 소득을 보장해주는 것이다. 현재 한국 사회는 최저생계비 기준 자체가 워낙 낮아 기초생활보장제도가 있어도 제 구실을 못하고 있다. 이찬진 참여연대 사회복지위원장은 25일 “복지분야 예산편성 우선원칙에 대한 합의가 있어야 한다”며 “생존권적 기본적 측면을 고려해 기초생활수급자를 대상으로 한 공공부조에 우선 편성하고 영유아보육·아동수당 등은 이후에 재원이 배분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이 위원장은 “예산을 편성할 때 권리적인 측면이 우선 고려돼야 하는데 한국 사회에서는 정치적 힘이 누구에게 있는가가 우선 고려된다. 표가 되는 청장년 부모를 위해 영유아보육, 아동수당이 우선 배분되는 반면, 공공부조는 가장 별볼일 없고, 정치적으로 대변되지 못하는 집단에게 지원되는 것이기 때문에 진보정권 시기에 늘어난 이후 그 이상으로 확대되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오건호 내가만드는복지국가 공동운영위원장은 “현재 보건복지부 예산이 기초연금, 보육 등에 쏠리다 보니 기초생활보장, 장애인 복지는 제자리걸음”이라며 “보편주의 기초연금과 보육 지원 등은 직접세를 더 걷어 재정을 투입하고, 이 과정에서 여유가 생기는 보건복지부 예산은 기초생활보장제도와 장애인 복지 등 공공취약계층 지원에 집중해야 한다”고 말했다.
홍헌호 시민경제사회연구소장은 “복지 사각지대에 빠지기 쉬운 차상위계층에 대한 복지가 중요하다”며 “저소득층에 대한 근로장려금 수준을 높여야 한다”고 지적했다. 차상위계층이란 기초생활보호자는 아니지만 가구 소득이 최저생계비에 못 미치는 가구를 말한다. 정부는 근로를 하는 차상위계층을 대상으로 최대 210만원의 근로장려금을 지급하고 있다. 하지만 선정 기준이 까다롭고 외벌이, 맞벌이, 재산 등에 따라 지급액이 천차만별이다.
중산층 대상의 복지로는 건강보 험제도 개혁을 꼽은 전문가들이 많았다. 치료비에 상한을 둬야 한다는 지적이다. 홍헌호 소장은 “의료 복지에서는 비급여부분 때문에 치료비가 1억원 이상 들어가는 등 중산층이 저소득층으로 추락할 위험이 높다”며 “비급여부분을 급여부분으로 전환해 사실상 의료비 상한제가 이뤄져야 한다”고 지적했다. 오건호 위원장도 “건강보 험료를 1인당 평균 1만원씩 인상하면, 사용자(기업)와 정부도 더 내게 되므로 건강보 험재정이 확충된다”며 “늘어난 건보재정으로 모든 병원비에 100만원 상한제를 도입하는 건강보 험하나로 정책을 추진해야 한다”고 말했다. 문진영 서강대 사회복지학과 교수는 “현행 건강보 험제도는 6개월 체납하게 되면 피보 험자 자격이 상실되는데 경제적인 이유로 건강보 험제도를 제대로 받지 못하는 사람들에게 건강 보 험료를 지원해주는 정책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민간사회복지 서비스의 공공성을 회복해야 한다는 주장도 있었다. 이찬진 위원장은 “노인장기요양, 방과후학교, 영유아보육 등 그동안 가족이 희생해서 해왔던 돌봄을 민간의 사회서비스가 대체하고 있지만 영리성이 강조되고 공공성이 빠지면서 싸구려로 전락했다”며 “국공립 보육 서비스를 늘리고, 민간 사회서비스 종사자들의 처우를 국공립 보육 서비스 종사자 수준으로 보장해주는 등 민영화 영리화 추세를 억제하고 공공성을 확보해야 한다”고 말했다.
문제는 재원이다. 결국 세수를 늘릴 수밖에 없다. 전문가들은 개인이 내는 소득세와 법인들이 납부하는 사회보장성기여금에 여력이 있다고 봤다. 2010년 소득세 비중은 GDP의 3.6%에 불과하다. OECD 평균(8.4%)의 절반에도 못 미친다. 전체 소득자 중 세금을 내지 않는 면세자 비중도 높다. 임금근로자 중 면세자는 39.1%에 이른다. 전문가들은 보편복지를 위해서는 부자 감세 기조를 되돌리고 중간계층 이상 시민들도 소득에 따라 누진적으로 세금을 내도록 해 복지재원으로 활용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국민연금·건강보 험·고용보 험 등에서 고용주인 법인이 부담하는 사회보장기여금도 낮은 수준이다. 현재 고용주의 사회보장기여금 비중은 GDP의 2.5%로 OECD 평균인 5.3%의 절반에도 미치지 못한다.
시민단체 내가만드는복지국가는 사회복지세 신설을 주장한다. 사회복지세란 소득세, 법인세, 상속증여세, 종합부동산세 등 직접세에 추가로 부가되는 세금으로 전액이 사회복지분야에 사용되는 세금을 말한다. 사회복지세 세입을 전액 ‘보편복지특별회계’로 전입시키고 이를 이용해 보육, 아동수당, 의료보장, 기초연금 등 저출산 고령화 복지를 구현하는 데 사용하자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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