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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유감스럽게도 핵마피아를 즉시 해체할 수가 없다. 수단과 방법이 있어도 이를 행사할 권한을 가진 자들의 대부분이 핵마피아이거나 이들과 관계를 맺고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단기적으로는 내부고발자를 최대한 보호·우대하는 조치로 핵발전소의 안전성을 확보하면서, 장기적으로 국민들의 의식변화로 핵발전소 추진을 철폐하는 것이 유일한 해결책이다. 후자의 경우에도 핵발전소의 폐로 및 사용후 핵연료의 관리 등으로 일정기간 이익집단이 존재하게 된다.
이번 사건에서 시험성적서의 조작이라는 위법 사실보다도 더 섬뜩한 점은 산업부 관계자의 획일적인 설명이었다. 즉 ‘원안위의 기술지침서상 운전제한조건에 해당하는 핵심 부품이 아니므로 핵발전소의 정지 없이 교체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산업부의 통보를 받은 원안위가 최종적으로 조치를 내리겠지만, ‘핵심 부품이 아니므로’라는 산업부의 설명에 등줄기가 오싹해진다. 왜냐하면 비리가 드러난 품목 중에는 사용후 핵연료 수조의 ‘냉각계통’에 관련된 것들이 있기 때문이다. 핵발전소는 비상전원이 아무리 많아도 배관의 파열로 냉각수가 공급되지 않으면 후쿠시마 사고 같은 대형 사고가 일어난다.
사용후 핵연료 수조 속의 물은 중성자의 차단 및 붕괴열의 냉각이라는 중요한 역할을 하므로 물 공급이 끊기면 사용후 핵연료의 용융 그리고 수소폭발 등을 피할 수 없다. 게다가 사용후 핵연료의 수조는 원자로와는 달리 원자로 용기 및 격납 용기 같은 방호시설도 없다. 원자로 건물의 콘크리트벽이 유일한 방호설비이나 콘크리트벽은 철제의 격납 용기보다 밀폐성이 떨어지므로 사고 시에는 방사성물질의 누출 가능성이 매우 높다.
후쿠시마 사고 때 당시 일본 정부는 비밀리에 최악의 사고 피해에 대한 시뮬레이션을 실시해 방사능 오염 때문에 약 250㎞ 떨어진 도쿄 등의 주민 약 3000만명의 피난과 국토 면적의 약 3분의 1을 포기하는 예상 결과를 얻은 적이 있다. 최대 피해의 결정적인 원인은 사용후 핵연료 ‘수조의 파괴’였다. 수조 속의 사용후 핵연료에는 사용 중 핵연료보다 핵분열성물질(죽음의 재)이 훨씬 많으며 또 3~4년마다의 정기적인 핵연료 교환으로 핵연료량도 원자로 내보다 몇 배나 많다. 후쿠시마 사고 당시 4호기의 수조가 파괴되면 후쿠시마 6기뿐만 아니라 다른 핵발전소의 작업원 피난을 가져와 특히 도쿄에서 약 120㎞ 떨어진 핵발전소의 연쇄 폭발사고가 예상됐기 때문이다.
사용후 핵연료 수조의 방호시설을 강화하기는커녕 ‘핵심 부품이 아니다’라는 불감증에 가까운 산업부의 안전의식에는 실망을 넘어 공포를 느낀다. 이런데도 핵발전소 안전의 ‘더블체크’ 확립을 주장하면서 원안위와의 규제권한을 나누려는 산업부의 획책은 본말이 전도됐다고 하지 않을 수 없다. 예를 들어 후쿠시마 사고의 주된 원인 중 하나로 일본 정부의 추진 부처(경제산업성) 내에 규제기관(원자력안전·보안원)도 있는 ‘추진과 규제의 담합’ 체제가 거론된다.
이번 사건처럼 핵발전소를 둘러싼 비리를 척결하려는 산업부의 자세는 평가돼야 하겠지만, 결코 별도의 규제기관 도입을 위한 ‘알리바이 만들기’가 돼서는 안된다. 핵발전소의 불편한 진실 즉 본질적인 안전성 결여에 관한 책임을 원안위에만 떠넘길 것이 아니라 오히려 산업부 ‘스스로’가 산하기관인 한국수력원자력에 안전설비의 강화를 지시하는 모습이 가장 바람직하지 않을까?
<장정욱 | 일본 마쓰야마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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