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신글모든게시글모음 인기글(7일간 조회수높은순서)
m-5.jpg
현재접속자

어여 어서 올라오세요

대청마루(자유게시판)

동네 사람들의 정담이 오고가는 대청마루입니다. 무슨 글이든 좋아요.

.........
[사유와 성찰]적·청·화·경(寂淸和敬)의 사회를 꿈꾸며

 

 
경향신문
적(寂), 즉 고요함은 시속과 유행에 얹혀 서두르지 않고 시간과 더불어 삶을 조형하는 태도를 말한다. ‘모든 것은 지나간다’고 하듯이, 그것은 자연과 정복하면서 시간을 거슬러 이룩한 기술과 제도의 방대한 체계마저 인간의 내면 풍경을 다 채울 수 없다는 체감에 터한다. 인간의 실존조차 쉼 없이 바뀌긴 하지만, 그 알짬은 ‘그것들’만으로는 결코 다 채울 수 없다는 그리움이며 또 시간의 와류 속에 부식되어가는 아쉬움이다. 좋은 사회에 대한 적(寂)의 조건으로 내가 앞세우는 것은, 바로 이것, 무엇보다도 그 그리움과 아쉬움을 그 사회의 문화적 바탕에 깔아놓는 일이다. 적(寂)의 사회는 분요와 민속(敏速)의 문명적 먼지들을 자정(自淨)할 수 있는 장소이며, 적(寂)의 개인들은 삶의 요란스러운 잔칫상을 둘러싸고 있는 죽음의 병풍을 이미 체인(體認)하고 있는 존재다.

좋은 사회의 또 한 가지 표지는 청(淸)인데, 엉뚱하게 들리겠지만 이는 그저 ‘청소(淸掃)’를 가리킨다. 이로써 세계 최고의 청소황국(掃地皇國) 일본이나 정리정돈의 법국(法國) 독일이 내장한 파시스트적 불길함을 모른 체하려는 게 아니다. 적(寂)의 문화가 속을 비우는 삶의 양식에 기초한다면, 청(淸)의 문화는 바깥을 치우면서 빈터를 얻어가려는 노력을 말한다. 청소라는 게 비와 걸레 등을 활용하는 일체의 구체적이며 지속적인 행위를 가리키는 것처럼, 빈터라는 것도 별 신통한 게 아니라 실제로 각자의 삶의 공간 속에서 몸으로 체감하는 여백과 공터를 가리킬 뿐이다. 공원(公園)이 아닌 공원(空園)이라거나 장식물들을 적극적으로 생략한 벽면이라거나 그저 깨끗할 뿐인 손톱 같은 것들, 말이다. 옛사람들이 청소를 일러 도(道)라고 하는 것은, 그것이 철저하게 실천 속에서만 발아하는 이치이기 때문이다. 적(寂)이 한 사회가 채택할 수 있는 시간의 철학이라면, 청(淸)이란 장소의 철학이 된다.

내가 상상해온 좋은 사회의 표상 중 또 한 가지는 화(和), 즉 어울림의 협업 속에서 생겨난다. 시간과 장소를 종횡으로 누비며 인간들은 어울려, 혹은 버성기며 살아간다. 두말할 것도 없이 사회란 어울림의 지혜에 의해서 조금씩 나아진다. 적(寂)과 청(淸)은 태도나 양식의 일관됨을 말할 뿐(하지만 이 시대의 유일한 미덕이라면 일관성이 아니고 무엇이랴!)이지만, 화(和)란 임기응변의 역동적인 지혜를 필요로 한다는 점에서 인간이 만드는 세속사회의 알속을 구성한다. 무릇 인문학 공부라는 게 바로 이 어울림의 지혜를 지향한다는 점은 너무나 당연할 수밖에 없다. 아니, 지혜라는 것 자체가 어울림의 산물이며, 어울림을 위한 것이고, 또 어울림에 의해 나날이 조율, 개선되는 것이다. 그 흔한 표어인 화이부동(和而不同)의 경우, 이는 관용과 평화의 기반이 되긴 하지만 그렇다고 반드시 삶의 지혜를 낳는 밑절미를 이루는 것은 아니다. 산중이나 골방이 아니라 잡다한 어울림에 터한 지혜는 관용처럼 안이하지 않고 평화처럼 안돈스럽지 않다. 차라리 지혜는 오해받는 일이며, 박해받는 일이고, 내내 위험한 일이기도 하다.

좋은 사회에 대한 포기할 수 없는 마지막 꿈은 경(敬)이다. 경이란 앞서 말한 적, 청, 화에다가 무엇인가 낯설고 명백한 무엇을 더하는 게 아니다. 속을 비우고 겉을 치우면서, 내남없이 어울려 살아가는 지혜로써 삶의 길을 밝히면 자연스레 솟아나는 것, 피어오르는 것, 어느새 떠올라 있는 것, 그리고 아침이슬처럼 맺히는 것일 뿐이다. 어떤 삶의 역사가 있을 때에만 은근하게 드러나는 어떤 얼굴 같은 것이라고 해도 좋다. 예를 들어 밤 10시를 넘겨서야 겨우 해가 떨어지는 지중해 연안의 과일에서 은근히 드러나는 햇빛-표정처럼 경(敬)은 한 사회가 담고 있는 긴 세월의 표정인 것이다.

적청화경이라는 것은 당연히 사회철학에 이르지 못한다. 논의의 초점을 잃은 채 개인들의 수행과 성숙에 방점을 찍은 상상일 것이다. 하지만 이런 상상을 양보하지 않는 일은 사회와 공동체를 착각하고 공적 틀거리를 사적으로 희석하려는 짓이 아니다. 가능한 모든 것이 타락하였을 때에는 불가능한 것을 고집하는 게 삶의 변명이기 때문이다.

<김영민 | 철학자>
List of Articles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9659 무엇이든 [동영상+한글] 박성현 집사-주님께서 보여주신 천국과 지옥 10가지 증언(by ... 박노아 2014-07-16 746
9658 방명록 최용우 전도사님 [1] 정일석 2014-07-11 491
9657 자료공유 작은 거짓말에도 분노 치민다면 '배신 후유증' 김하윤 기자 2014-07-11 661
9656 칼럼수필 [박영돈 & 성모세] 신앙칼럼-토마스 주남은 거짓선지자 입니다! 박노아 2014-07-11 691
9655 광고알림 7월KCP영성훈련학교(COST): 박일선 목사 영성 세미나_영성과 예언 밀알 2014-07-11 584
9654 뉴스언론 [녹색세상] 지구주의 ‘슈퍼맨’을 기다리며 안병옥 소장 2014-07-10 384
9653 뉴스언론 [이대근칼럼] 외교는 언제 하나? 이대근 논설위원 2014-07-10 444
9652 뉴스언론 [박범신의 논산일기]품 넓은 지도력이 그립다 박범신 | 소설가 2014-07-10 566
9651 뉴스언론 [기고] 석탈해 이사금을 만든 불의 힘 이종인 이사장 2014-07-10 457
9650 광고알림 2014년 최고의 여름수련회를 기획하라! 소통전도,부흥사 2014-07-10 437
9649 무엇이든 위대한 복음학교. 학교폭력, 왕따,자살예방학교 소통전도,부흥사 2014-07-10 702
9648 무엇이든 [Testimony] 타락한 신부-천주교에서 빨리 나와! (대화사랑교회) 박노아 2014-07-09 614
9647 뉴스언론 [2002년 플로리다에서 있었던 칩이식 동영상] 베리칩은 666표가 아니다-베리... [1] 박노아 2014-07-08 1046
9646 뉴스언론 [경향의 눈]‘MB 4대강’ 관광 명소 신동호 논설위원 2014-07-08 1382
9645 뉴스언론 [정윤수의 오프사이드]바꿔야할 건 축구협회 정윤수 2014-07-08 1108
9644 뉴스언론 [정동칼럼]민주주의의 사인화(私人化) 박상훈 대표 2014-07-08 510
9643 뉴스언론 [별별시선]세월호 침몰, 음모인가 사고인가 노정태 | 자유기고가 2014-07-08 603
9642 광고알림 7월KCP영성훈련 학교(Course Of Spritual training: COST):삼층천의 은혜/기... 밀알 2014-07-07 603
9641 광고알림 모퉁이돌 제49회 컨퍼런스 안내 모퉁이돌 2014-07-06 435
9640 광고알림 성경암송이 해답이다> 1일집중세미나 성경암송학교 2014-07-06 558
» 뉴스언론 [사유와 성찰]적·청·화·경(寂淸和敬)의 사회를 꿈꾸며 김영민 철학자 2014-07-05 473
9638 뉴스언론 [기자 칼럼]누가 죄인인가 박철응 기자 2014-07-05 520
9637 자료공유 [우리 산의 인문학](1) 어머니산, 지리산 최원석 교수 2014-07-05 946
9636 뉴스언론 [사회]낙수효과는 역시 거짓이었다 최용우 2014-07-05 531
9635 뉴스언론 [양극화, 문제는 분배다]저임금 많은 한국, 기본소득 도입하면 부의 재분배 ... 손제민 특파원 2014-07-04 555
9634 뉴스언론 [홍인표의 차이나칼럼]한반도의 균형은 기울었다 홍인표 기자 2014-07-04 636
9633 뉴스언론 [녹색세상]태양광 발전기로 ‘전기독립’을 이필렬 교수 2014-07-04 611
9632 뉴스언론 [자살예방] [이데일리] 대한민국 자살률, 10년 연속 OECD 1위 '불명예' 박노아 2014-07-03 559
9631 광고알림 ★★★ 주여 나를 풀어주소서 ★★★ 내적치유 사역 연구원 2014-07-02 435
9630 뉴스언론 [경향마당]대학은 또 하나의 세월호다 이상룡 위원장 2014-07-01 428
9629 뉴스언론 [정동칼럼] ‘평등’이 성장동력이다 정태인 원장 2014-07-01 407
9628 뉴스언론 [시론] 산업부의 ‘핵안전 불감증’ 장정욱 교수 2014-07-01 364
9627 광고알림 (여름방학, 휴가) 특별 전인치유학교 주님사랑 2014-07-01 451
9626 광고알림 (토요일 오전 11시) 예언 상담 축사 치유 집회 주님사랑 2014-07-01 482
9625 광고알림 (교회레크레이션강사) 교회체육대회, 수련회레크레이션, 공동체훈련 전문진... 축복의통로 2014-07-01 2035
    본 홈페이지는 조건없이 주고가신 예수님 처럼, 조건없이 퍼가기, 인용, 링크 모두 허용합니다.(단, 이단단체나, 상업적, 불법이용은 엄금)
    *운영자: 최용우 (010-7162-3514) * 9191az@hanmail.net * 30083 세종특별시 금남면 용포쑥티2길 5-7 (용포리 53-3)
XE Logi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