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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네 사람들의 정담이 오고가는 대청마루입니다. 무슨 글이든 좋아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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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07.07 20:55
입력 홍명보 감독이 유임됐다. 현 상황에서 달리 대안이 없다. 월드컵에 비해 내년 1월 호주에서 개최되는 아시안컵 대회가 관심이 덜한 게 사실이다. 그러나 비중으로 보자면 월드컵 다음으로 중요한 대회이며 어떤 점에서는, 특히 지금과 같은 상황에서는 대표팀의 환골탈태를 도모할 수 있는 중요한 대회다. 이영표 해설위원의 말대로 아시안컵은 ‘경험’을 쌓는 대회가 아니다. 홍 감독을 경질하면 한 달 가까이 후임자를 물색해야 하고 어렵사리 초빙된 후임자가 선수들을 파악해 자기 철학에 맞는 팀을 구축해야 하는데, 아무리 빨리 잡아도 늦가을에나 가능하다. 현재로서는 유임이 타당하다.
그러나 조건이 있다. 절차는 타당했는가, 향후 대표팀 발전 계획을 조직적으로 구상하고 있는가 하는 점이다. 이 문제는 결국 협회 기술위원회의 위상 문제로 집약된다.
2014 브라질월드컵을 위해 대한축구협회는 23명의 지원팀을 구성했다. 허정무 부회장을 단장으로 언론, 기술, 재활, 장비, 조리 등에 걸쳐 역대 최대 인원이다. 지원팀이 꼼꼼히 챙긴 짐만 2.5t 트럭 2대 분량이다. 유니폼, 훈련 셔츠, 공인구, 치료기, 영양제, 링거액, 된장, 고추장 등 무려 4t이 넘는 짐이다.
이를 실무적으로 총괄한 사람이 황보관 지원팀장이다. 지원 품목 구성에서 각 파트 실무자의 역할 배분과 조정, 일과표에 따른 세부 사항 진행 등에 대한 실무 책임을 맡았다. 이 역할을 맡지 않으면서 지원팀장이라는 호칭을 쓸 수는 없었을 것이다. 그러니까 그가 지원팀장으로 브라질에 간 이상 세부 사항을 일일이 챙기는 일을 했으리라는 것은 합리적인 추론이다.
그런데 생각해보라. 놀라운 것은 그가 대한축구협회 기술분과위원장이라는 사실이다. 기술위원장이자 지원팀장이라, 이상하지 않은가. 기이한 불균형이 느껴진다. 역대 월드컵 사상 이 정도로 기술위원장의 위상이 추락한 적은 없다. 1998 프랑스월드컵 때는 조중연 전 회장이 단장 겸 전무 겸 기술위원장이었다. 이회택 전 부회장도 크고 작은 대회에 기술위원장이자 단장 자격으로 참여했다.
나는 지금 지원팀장 역할이 사소한 실무에 지나지 않는다고 말하는 게 아니다. 그것은 그 자체로 대단히 중요하다. 그렇기 때문에라도 기술위원장이 겸직해서는 곤란하다. 물론 기술위원장으로서 할 일이 더 엄중하다. 무려 23명의 지원팀 업무를 일일이 챙기면서 동시에 기술위원장의 일을 해낼 수 있을까.
그러나 조건이 있다. 절차는 타당했는가, 향후 대표팀 발전 계획을 조직적으로 구상하고 있는가 하는 점이다. 이 문제는 결국 협회 기술위원회의 위상 문제로 집약된다.
2014 브라질월드컵을 위해 대한축구협회는 23명의 지원팀을 구성했다. 허정무 부회장을 단장으로 언론, 기술, 재활, 장비, 조리 등에 걸쳐 역대 최대 인원이다. 지원팀이 꼼꼼히 챙긴 짐만 2.5t 트럭 2대 분량이다. 유니폼, 훈련 셔츠, 공인구, 치료기, 영양제, 링거액, 된장, 고추장 등 무려 4t이 넘는 짐이다.
이를 실무적으로 총괄한 사람이 황보관 지원팀장이다. 지원 품목 구성에서 각 파트 실무자의 역할 배분과 조정, 일과표에 따른 세부 사항 진행 등에 대한 실무 책임을 맡았다. 이 역할을 맡지 않으면서 지원팀장이라는 호칭을 쓸 수는 없었을 것이다. 그러니까 그가 지원팀장으로 브라질에 간 이상 세부 사항을 일일이 챙기는 일을 했으리라는 것은 합리적인 추론이다.
그런데 생각해보라. 놀라운 것은 그가 대한축구협회 기술분과위원장이라는 사실이다. 기술위원장이자 지원팀장이라, 이상하지 않은가. 기이한 불균형이 느껴진다. 역대 월드컵 사상 이 정도로 기술위원장의 위상이 추락한 적은 없다. 1998 프랑스월드컵 때는 조중연 전 회장이 단장 겸 전무 겸 기술위원장이었다. 이회택 전 부회장도 크고 작은 대회에 기술위원장이자 단장 자격으로 참여했다.
나는 지금 지원팀장 역할이 사소한 실무에 지나지 않는다고 말하는 게 아니다. 그것은 그 자체로 대단히 중요하다. 그렇기 때문에라도 기술위원장이 겸직해서는 곤란하다. 물론 기술위원장으로서 할 일이 더 엄중하다. 무려 23명의 지원팀 업무를 일일이 챙기면서 동시에 기술위원장의 일을 해낼 수 있을까.
홍 감독 유임은 대안부재라지만 축구협회 조직·인사 개혁해야
월드컵 기간에 한시적으로 맡은 직책이 아니냐는 의문이 있을 수 있다. 그렇지 않다. 협회는 작년 5월 조직개편을 하면서 황보관 기술위원장을 기술교육실 산하 대표팀 지원팀장으로 발령냈다. 그때 이미 기술위원회의 위상은 추락해 버렸다. 협회는 소신 있게 발언하고 늠름하게 행동하는 위원장이 아니라 일반 직원으로 성실하게 근무하는 팀장을 요구한 것이다. 이는 황보관 개인의 인격이나 성실성 여부를 따져묻는 게 아니다. 그가 빈틈 없이 팀장 업무를 수행했을 수 있다. 중요한 것은 자리에 의하여 역할이 규정되면 조직원으로서 그에 따를 수밖에 없는 현실이다. 급변하는 현대 축구 분석이나 각국 축구 문화의 역사성, 사회성, 문화성 연구와 상대 팀의 축구 문화, 전술에 대한 파악 등을 할 수 없는 상황이다.
협회가 기술위원회를 어떻게 규정하고 있는가, 한국 축구의 발전 전망에 있어 기술위원회의 위상과 역할은 무엇인가, 그 총괄 책임자인 위원장에게 협회는 어떠한 자격을 요구하고 어떤 권한을 위임하는가. 나는 이런 질문을 던지고 싶다.
기술위원회와 관련한 협회 정관 제51조를 보자. 1항 ‘목적’을 보면 “선수와 지도자 양성, 각급 지도자와 선수의 선발, 축구 기술 발전과 교육” 등이 위원회의 일이다. 이것만 보면 한국 축구의 모든 것이 기술위원회로 집중되어 있다고 볼 수 있다. 그런데 2항 ‘기능’을 보면 명실이 부합하지 않는다는 것을 금세 알 수 있다. 거의 모든 일이 “제안, 건의, 추천, 자문, 협조”다. 예컨대 “각급 지도자, 선수 선발에 대한 추천 및 자문” “각급 대표팀 관련 자료 제공 협조”라는 식이다. 명실이 상부하지 않는 기이한 조항이다. 자문을 해도 듣지 않으면 그만이고 협조를 해도 참고하지 않으면 그만이다.
이렇게 희뿌연 조직이 되면 결국 해당 인사의 나이, 경험, 인간관계가 압도하게 된다. 중량감 있는 인사가 오면 51조 1항에 따라 비중 있는 역할을 한다. 상대적으로 젊고 실무적인 사람이 오면 51조 2항에 따라 협조하는 정도로 추락한다.
알제리와의 조별리그 2차전 때, 한국은 러시아전에서 뛴 11명을 그대로 내보냈다. 누구라도 예상할 수 있는 선발이었다. 반면 알제리는 어떠했는가. 골키퍼와 수비진을 제외하고는 공격라인 전체가 통째로 바뀐, 전혀 다른 팀이었다. 가공할 만한 전방 압박과 좌고우면하지 않고 무서운 속도로 전진하는 전혀 새로운 팀에 의해 홍명보호는 무너졌다. 치밀한 정보 파악과 기술 분석에서 밀린 결과였다. 아무리 홍 감독 체제 안에 별도의 기술 분석 파트가 있다 해도 허정무 단장과 황보관 기술위원장은 바로 그 막중한 권한과 책임의 자리에서 씻을 수 없는 자책감을 느꼈어야 했다. 흔히 ‘환골탈태’라는 말을 쓰는데, 뼈대를 바꾸고 낡은 태를 벗어버린다는 뜻이다. 조직 구도와 인사, 양 측면에서 확실히 바꾸라는 얘기다. 유임 결정을 내렸으면 이 정도의 개혁 의지도 실천되어야 한다.
<정윤수 | 스포츠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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