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시=트라우마 상황 때 자신이 쓸모없는 존재라고 여긴다. 후유증은 주로 자신을 깎아내리는 듯한 느낌을 받을 때 과민반응을 나타내는 것이다. 예를 들어, 자신이 다니고 있는 대학이 언덕 위에 있는 것을 보고 친구가 "너희 학교 굉장히 위에 있다"고 얘기하면 "그래, 나 산골짜기에 있는 안 좋은 학교 다닌다"며 흥분하는 식이다.
▷공포=전쟁, 성폭력, 교통사고 등이 해당한다. 공포의 트라우마는 매일 악몽을 반복해서 꾸거나, 작은 소리에도 깜짝 놀라는 등 예민한 반응을 야기한다. 또 감정을 제대로 표현하지 못하게 되고, 공포심을 유발하는 공간·장소·소리는 무조건 피하려 한다.
▷배신=결혼을 약속한 연인이 바람을 피우거나, 형제와 동업을 했는데 자본을 떼인 경우에 생긴다. 배신을 한 사람에게 분노를 느끼고, 사람을 믿은 자신이 바보라고 생각하며 자책한다. 이후에는 배신당하지 않기 위해 아무도 믿지 않을 뿐더러, 사소한 거짓말이나 장난에 속았을 때도 불같이 화를 낼 수 있다.
▷따돌림=따돌림의 트라우마는 극심한 외로움을 낳는다. 집에 아무도 없거나 텔레비전이 켜져 있지 않으면 쓸쓸함·불안감을 느낀다. 외로움을 느낄 만한 상황이 계속되면 죽음에 가까운 공포를 느낄 수도 있다. 이를 피하기 위해서 직장에 들어갔을 때, 동료들과 친하게 지내기 위해 선물 공세를 펼치는 등 필사적으로 노력할 수 있다.
▷굴욕=트라우마 당시 열등감·억울함 등을 강하게 느낀다. 후유증은 트라우마를 떠올릴 만한 무언가가 있을 때 참을 수 없는 분노를 느끼는 것이다. 예를 들어 어린 시절 같은 반 친구들에게 '오줌싸개'로 놀림을 당한 일이 트라우마라면, 성인이 된 후 직장 상사가 사소한 일을 지적하기만 해도 참을 수 없는 분노가 솟아난다.
▷간섭·통제=부모의 엄격한 규율, 장기 입원, 배우자의 지나친 간섭 등이 트라우마가 될 수 있다. 강한 반항심, 게으름, 돈과 명예에 대한 집착, 간섭이 곧 사랑이라는 잘못된 애정관이 대표적인 후유증이다. 행복한 결혼 생활을 유지하기 힘들 수도 있다. 간섭이 곧 사랑이기 때문에 자신에게 무한한 애정을 쏟고 신경을 써주는 사람을 만나 결혼했더라도, 막상 실생활에서 간섭을 받으면 통제하는 것으로만 여겨 멀리 하기 때문이다.
▷억울함=오해를 받거나 누명을 쓴 일이 해당된다. 억울했던 트라우마의 후유증은 불신으로 나타난다. 아무도 자신을 믿어주지 않아서 억울한 일이 생겼기 때문에, 자신도 아무도 믿을 수 없다고 생각하는 것이다. 사람 뿐 아니라 상식·윤리·법도 믿지 못하게 된다.
▷냉담=자신의 애정 표정과 비슷한 강도의 대답을 못 듣는 경우, 냉담한 사람의 기분을 좋게 만들려다 상대의 기분을 더욱 나쁘게 만든 경우 등이 해당된다. 냉담의 트라우마는 소심한 성격으로 이어질 수 있다. 상대방이 전화를 안 받으면 '내가 싫어서 피하나'라고 여기고, 과하게 눈치를 보기도 하는 식이다.
/ 김하윤 헬스조선 기자
※ 도움말=최명기 청담하버드심리센터 연구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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