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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년들이 모이는 동창회 같은 자리에서 무난한 건배사가 ‘구구팔팔이삼사’다. 한 사람이 ‘구구팔팔’하고 선창을 하면 나머지 사람은 ‘이삼사’라고 힘차게 외친다. 참석자들의 성향이나 형편, 처지를 불문하고 써먹을 수 있어 유용하다. 99세까지 팔팔하게 살고 2~3일 아프다 죽는 것은 살아온 날보다 살아갈 날이 적다고 여기는 사람들의 공통된 소망이다.
하지만 이 건배사에도 수명이 있다. 인생 100세 시대가 되면 자동적으로 퇴출될 수밖에 없다. 얼마전 지인으로부터 전해들은 이야기 한 토막. 어느 골프장 파 3홀에서 백발의 노인이 멋진 샷을 날려 온 그린을 시켰다. 뒤에서 이를 지켜보던 다른 팀 젊은이가 “선생님, 이렇게 정정하신 걸 보니 100세까지는 너끈히 사시겠습니다” 하고 인사를 했다. 노인은 한마디 대꾸도 않고 카트에 올랐는데, 이동하면서 내뱉는 말. “요즘 젊은이들은 숫자를 100까지밖에 못 세나?” 이 노인의 당시 나이가 96세였다는 것이다.
한국이 장수국가 대열에 오른 것은 2000년대 중반부터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2009년 통계를 기준으로 하면 장수 순위 세계 20위다. 유럽의 선진국보다는 뒤에 있지만 미국보다는 앞에 있다. 평균수명의 연장속도도 초고속이어서 지난 5년 사이 1.9년이 늘었다. 2011년 태어난 아기의 평균수명(기대여명)이 81.2세이니, 지금의 연장속도가 그대로 유지된다면 50년 뒤에는 명실공히 100세 시대가 도래한다는 얘기다.
문제는 장수가 곧 축복은 아니라는 데 있다. 병상에 누워 골골하는 ‘유병장수(有病長壽)’는 가정에 불화를 안겨주는 모두의 불행이 될 수 있다. 병 없이 건강하게 사는 기간, 즉 건강수명이 중요한 시대다.
한국보건사회연구원 보고서에 따르면 한국인의 건강수명은 70.74세로 평균수명과 평균 10.46년 차이가 난다. 평생 10년6개월은 병을 달고 산다는 뜻이다. 두 수명의 차이를 좁히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건강은 건강할 때 지키라는 만고의 진리를 실천하는 비법으로 ‘일십백천만 이론’이라는 게 인터넷에 나와있다. 하루에 한 가지씩 좋은 일 하고, 열 번 이상 웃고, 백 자 이상 글을 쓰고, 천 자 이상 글을 읽고, 만 보 이상 걷는 것이다.
<이종탁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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