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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마
그 해 여름엔 벌판을 볼 수가 없었다
쏟아 붓는 장대비 속에서
바늘귀에 실을 꿰던 어머니의 눈빛이 잠깐 흔들렸고
바깥, 아버지의 농경이 경계선과 질서를 잃고서
아찔 흔들리곤 했다
아버지 손에 쥐어있던 삽이
비의 입구를 찾아내지 못한 채
엉거주춤 떠 있었고 초점 잃은 눈빛 속엔
농자금 걱정이 가득 맺히곤 했다
오빠는 휴학에 들어갔고
군입대로 삶의 한때를 서둘러 이동했다
어머니의 어깨가 작은 흐느낌으로 떠다니는 것을
나는 그날 처음으로 느꼈다
황톳물에 지워진 대출 통 장,
우후죽순으로 커 가는 바깥의 풀들과 맞바꾼
어머니의 호미자루 몇 개
그해엔 구름들이 더디 떠났고
어디 계절이 있었던가
가을은 없어도 좋았으리라
그렇게 몇 해를 거듭,
지금은 도시 속 오빠와 나
이젠 세월의 홍수에 떠밀려
어느 여울목을 떠다니고 있을지도 모를 축축한 가계
그해 여름엔 우리 가족 사 속으로 붉은 비가 흘러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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