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흐려진 생일
기념일 꽃다발 하나 장농코너에서
흐려진 색깔만큼 빛바랜 추억으로 담겨져 있다
태어났기에 행복한,
작은 포장지와 수북이 풀려지는 리본들
어릴 적엔 설날보다, 추석보다
그 어떤 기쁨보다도 더 나의 존재를 기다려 주던 날
꽁치 한 마리에 김 몇 장, 계란 후라이만으로도
지상에서 가장 착했던 날 그날만큼은 못하지만
그 때의 기억들을 떠올리며 미소짓게 하는 저 꽃
지금도 시들지 않는 한 다발 기억이다
갓 낳은 계란을 어머니에게 건네주시던 아버지도,
그날의 추억도 기억 저편에서 작아지고 있지만
현대식 꽃다발을 받는 이아침, 나는
계란 후라이를, 그 옛날의 작은 추억을
저 깊숙이 넣어 두었던 후라이팬 위에 피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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