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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곱의 영성

창세기 김부겸 목사............... 조회 수 1109 추천 수 0 2014.09.25 19:50: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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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경본문 : 창32:22-32 
설교자 : 김부겸 목사 
참고 : http://blog.naver.com/malsoom/56886321 

2008년 11월 9일 주일설교

성경말씀 : 창세기 32장 22절~32절

설교제목 : 야곱의 영성


  그 밤에 야곱은 일어나서, 두 아내와 두 여종과 열한 아들을 데리고, 얍복 나루를 건넜다.

야곱은 이렇게 식구들을 인도하여 개울을 건너 보내고, 자기에게 딸린 모든 소유도 건너 보내고 난 다음에, 뒤에 홀로 남았는데, 어떤 분이 나타나 야곱을 붙잡고, 동이 틀 때까지 씨름을 하였다. 그분은 도저히 야곱을 이길 수 없다는 것을 알고서, 야곱의 엉덩이뼈를 쳤다. 야곱은 그와 씨름을 하다가 엉덩이뼈를 다쳤다. 그분이, 날이 새려고 하니 놓아 달라고 하였지만, 야곱은 자기에게 축복해 주지 않으면 보내지 않겠다고 떼를 썼다. 그분이 야곱에게 물었다. "너의 이름이 무엇이냐?" 야곱이 대답하였다. "야곱입니다." 그 사람이 말하였다. "네가 하나님과도 겨루어 이겼고, 사람과도 겨루어 이겼으니, 이제 너의 이름은, 야곱이 아니라, 이스라엘이다." 야곱이 말하였다. "당신의 이름이 무엇인지 가르쳐 주십시오." 그러나 그는 "어찌하여 나의 이름을 묻느냐?" 하면서, 그 자리에서 야곱에게 축복하여 주었다. 야곱은 "내가 하나님의 얼굴을 직접 뵈옵고도, 목숨이 이렇게 붙어 있구나" 하면서, 그 곳 이름을 브니엘이라고 하였다. 그가 브니엘을 지날 때에, 해가 솟아올라서 그를 비추었다. 그는, 엉덩이뼈가 어긋났으므로, 절뚝거리며 걸었다. 밤에 나타난 그분이 야곱의 엉덩이뼈의 힘줄을 쳤으므로, 이스라엘 사람들은 오늘날까지 짐승의 엉덩이뼈의 큰 힘줄을 먹지 않는다. (창 32:22~32, 표준새번역).


  <책 이야기, 그리고 토인비 이야기>

  제가 읽지는 않았지만, “참 그 책 이름 한번 잘 지었다”고 생각해왔던 책이 하나 있습니다. 『나의 투쟁』(Mein Kampf, 아돌프 히틀러 지음)입니다. 이 책은 희대의 독재자 아돌프 히틀러가 지은 저서로서 그가 뮌헨반란 이후 투옥되어 있던 1924년 구술필기(口述筆記)를 시작하여 1925년∼1927년에 2권으로 간행된 책입니다. 이 책에서 히틀러는 자신의 성장과정과 초기의 정치활동에 대하여 많은 왜곡(歪曲)을 가하면서 언급하였으며, 동시에 반민주주의적 권력사상과 반유대주의적 세계관을 피력하였습니다. 또한 히틀러는 이 책에서 동유럽의 유대인들을 추방하고, 그곳에 지배민족인 게르만족의 대제국을 건설한다는 구상을 제시하였습니다. 그리고 1928년 저술되어 제2차세계대전 후에 발견된 속편에서는 그의 대외정책 구상이 보다 구체적으로 기술되어 있습니다. 1,000만 부 이상 발행된 나치즘의 경전으로 나치즘 연구에서 없어서는 안 될 문헌입니다.

  제가 『나의 투쟁』이라는 책 제목에 고개를 끄덕이게 되는 이유는, - 물론 히틀러의 삶이나 사상에 대해서는 전혀 찬성하지 않지만- 어떤 맥락에서 보았을 때 “삶은 전쟁”이기 때문입니다. 삶은 전쟁이며, 투쟁입니다. 우리의 생명과 안전을 위협하는 위험요소들이 언제나 어디서나 우리를 노리고 있고, 우리는 그런 위험지대 속에서 자신의 생명과 안전을 위해서 투쟁하면서 살아야 하는 존재들인 것입니다. 인간뿐만이 아니라 자연의 동물들도 마찬가지입니다. 얼핏 겉으로 보았을 때, 자연의 정원이 평화스러워 보이지만, 결코 그렇지 않습니다. 자연은 그야말로 생존게 임의 정글인 셈입니다. 인간사회도 같은 맥락입니다. 위기적인 상황, 위험한 일들이 우리를 끊임없이 위협하는 가운데서 우리는 모두 저마다 크고 작은 투쟁을 하면서 살아가는 존재들입니다. 그래서 역사학자 아놀드 토인비는 “문명은 도전과 응전속에서 형성되어 왔다”고 선언했습니다. 문명비평가 토인비(Toynbee,A.J. 1889~1975)는


그의 저서 『역사의 연구』에서 도전과 응전의 개념을 사용하여 세계사를 포괄적으로 다룬 독자적인 문명 사관을 제시하였습니다.


  <성경 이야기>

  이제 성경 이야기를 해보도록 하겠습니다. 성경에 아주 중요한 용어 중에 ‘이스라엘’이라는 말이 있습니다. 그 말, 즉 ‘이스라엘’이라는 말이 너무 좋아서 유태인들이 나라를 세우고, 그 이름을 ‘이스라엘’이라고 했겠지요! 아무튼 이스라엘이라는 말은 굉장히 중요한 영성적 의미의 용어입니다.

  그럼 이스라엘이라는 말은 어떤 뜻일까요? <이스라엘>을 히브리어로 분해하면 이렇게 풀립니다. <이스라> + <엘>. 즉. <이스라>는 '주도하다, 끈질기게 다투어서 이기다, 다스리다'를 뜻하는 <사라>의 3인칭 평서형 또는 기원형입니다. 그리고 <엘>은 고대 히브리인들이 부르던 하나님의 이름이죠. 그러니까 둘을 합쳐서 평서형으로 보자면 '하나님이 주도하다, 하나님이 이기다, 다스리다'가 되고, 기원형으로 보면 '하나님이 주도하시기를, 하나님이 이기시기를, 하나님이 다스리시기를'이 되는거죠.

  ‘이스라엘’에 대한 사전적 정의는 대략 이렇고, 이보다 더 중요한 상황적 유래가 있습니다. 야곱 [Jacob]의 삶이 그 상황적 유래입니다. 야곱은 형 에서를 대신해서 몰래 아버지 이삭의 장자축복을 받았습니다. 그리고 이에 대해 분노를 품은 형 에서를 피해서 외갓집으로 도피합니다. 외갓집에서 14년간 일꾼으로 지내면서 외삼촌의 두 딸, 레아와 라헬을 아내로 맞이합니다. 이제 20여년의 도피생활을 끝내고 다시금 형 에서의 집으로 돌아오려는 즈음에 야곱에게 결정적인 상황이 벌어집니다. 즉 야곱이 하나님과 씨름을 해서 이겼고, 그래서 그 야곱의 이름이 이스라엘로 바뀌는 놀라운 상황이 벌어진 것입니다. (창세기 32:22~32).

  야곱은 투쟁하는 사람이었습니다. 그런데 가만히 살펴보면, 야곱의 투쟁적 삶에서 아주 중요한 단계별 변화들이 일어나는 것을 발견할 수 있습니다. 오늘 그 이야기를 할까 합니다.

  첫 번째 일단계로서 야곱은 주위 사람들과 다투는 투쟁가였습니다. 그는 늘 자기 자신의 이익을 위해서 누군가와 다투는 사람이었습니다. 대표적으로 형 에서와의 다툼을 큰 사례로 꼽을 수 있습니다. 야곱은 장자의 축복을 받아내기 위해서 여러 차례 형을 속였습니다. 사냥여행에서 돌아와 허기진 배를 곯고 있는 형에게 팥죽과 장자의 축복을 교환하는 약속을 받아낼만큼 교활한 사람이 야곱이었습니다. 그리고 결정적으로 눈이 어두워진 아버지를 속여서 끝내 장자의 축복을 가로챈 이가 곧 야곱이었습니다. 일단계로서 야곱의 투쟁은 자신의 이익을 위해서 주변의 사람들과 다투는 투쟁이었습니다.

  그런데 야곱의 이런 투쟁적 삶이 큰 변화의 상황에 직면하게 되는데, 그건 그가 외삼촌 라반의 집에서 일할 때 일어납니다. 짧게는 14년동안, 길게는 20년 가까이 라반의 집에 머물면서 야곱은 그 투쟁의 대상으로 자기 자신을 삼게 되는 것입니다. 도망치듯 떠나온 고향을 그리워하면서, 또 험악한 성격으로 언제 복수의 칼이 덮칠지 모르는 형 에서에 대한 두려움으로, 그리고 기약도 없고 희망도 없는 ‘종살이 같은’ 삶을 살면서 … ‘투쟁하는 인간’ 야곱은 누구와 대결하면서 지냈을까요? 이건 철저히 제 개인적인 상상입니다만, 외삼촌 라반의 집에서 야곱은 ‘그 스스로와 대결하는 삶’을 살았다고 봅니다. 자기 내면과의 끊임없는 싸움과 투쟁을 하면서 그 스스로를 정제(精製)해 나갔던 것입니다.

  그리고 세 번째 최종적인 과정으로서 ‘하나님과의 투쟁’이 기다리고 있었던 것입니다. 하나님과의 대결을 통해서 이제 완전하고 행복하고 평화스럽고 담대한 ‘하나님의 사람’으로의 거듭남, 그 최종적 변화가 야곱에게서 일어났던 것입니다.


  <하나님과의 대결이란?>

  그렇다면 이제 우리의 최종적 질문이 남습니다. ‘하나님과의 대결이란 무엇인가?’ 그건 한 마디로 말해서 ‘본질’(진실)과의 대결입니다. 하나님과 대결한다는 것은 언제나 어디서나 근본적인 문제와 씨름한다는 것입니다. 겉으로 드러난 나뭇가지나 잎이 아닙니다. 뿌리입니다. 근원적인 것과 맞대결하는 것입니다. 깊은 본질적 메시지를 붙잡고 씨름하는 것입니다. 그게 하나님의 사람이 갖는 특징입니다.

  하나님의 사람은 본질적인 것과 씨름하는 사람입니다. 끝을 보는 사람입니다. 사업을 해도 대충하는 것이 아니라, 사업의 근본적인 세계에 깊이 뿌리를 내리는 사람입니다. 공부를 해도 마찬가지입니다. 공부의 근원적인 세계를 파헤쳐서 그 깊은 세계와 씨름하는 사람이 곧 하나님의 사람입니다. 목회를 해도 마찬가지입니다. 그냥 편하게 대충 목회하려는 사람은 하나님의 사람이 아닙니다. 교회의 뿌리로 내려가서, 교회가 처한 문제의 본질을 파헤치려는 이가 곧 하나님의 목회자입니다.

  인생의 문제도 마찬가지입니다. 노동, 사랑, 결혼, 육아, 교육, 늙음, 질병, 죽음 … 인생의 모든 문제에 대해서 그 근본적인 메시지와 씨름하는 이가 곧 하나님의 사람인 것입니다. 그리고 그런 근본적인 씨름을 통해서만 하나님의 얼굴, 즉 브니엘을 볼 수 있는 것입니다. 다시 말씀드리면, 근본적인 씨름을 통해서만 참다운 해방과 평화, 제대로 된 구원이 가능한 것입니다.


  <설교를 마치면서>

  이제 설교말씀을 마치도록 하겠습니다. 저는 오늘 설교말씀의 제목을 ‘야곱의 영성’이라고 잡아보았습니다.


  야곱의 영성이란 무엇일까요? 한 마디로 그건 투쟁하는 영성입니다. 싸우는 것입니다. 대결하는 것입니다. 그런데 야곱의 투쟁이 ‘남을 괴롭히거나’ ‘스스로를 학대하는 수준’에 머물렀다면, 그는 정말 별 볼일 없는 사람에 불과했을 것입니다. 야곱의 위대함은 그가 본질적인 세계와 씨름했다는 점이었습니다. 즉 하나님의 대결하는 삶이 야곱의 위대함입니다.


  그러므로 오늘 이 시간 ‘야곱의 영성’이라는 제목을 깊이 묵상하시는 귀한 시간 되시길 바랍니다. 그리고 우리 교우들이 야곱처럼 인생의 근본적인 세계, 즉 하나님의 세계와 씨름하시는 삶을 사시기를 바라며, 그런 본질적인 대결을 통해서만 참다운 해방의 세계에 가 닿을 수 있음을 기억하시는 저와 여러분 되시길 바랍니다.

  기도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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