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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는 참 복이 많은 여자예요"

예수믿으세요! 조현삼............... 조회 수 3491 추천 수 0 2005.01.12 11:15: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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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는 참 복이 많은 여자예요"
(2004년 12월 26일 감자탕교회 이야기 전도지 1면)


이번 성탄절을 맞아 19년간 이란에서 사역을 하다 추방당한 선교사님 가정을 위해 거
할 집을 하나 마련해 드리기로 했습니다. 우리의 뜻을 전달받으신 선교사님이 무척 감
사해 했습니다. 그런데 가족들과 의논을 한 후에 뜻밖의 메일을 보내왔습니다. 교회
앞에 감사의 뜻을 전하며 당신들은 불편하지만 우선 거할 곳이 있으니 이 겨울에 더
다급한 사람들을 도왔으면 좋겠답니다. 선교사님을 설득하려다 선교사님 뜻을 따르기
로 했습니다.

  성탄절을 앞 둔 지난 월요일, 당직사역을 하고 저녁 때 동역자들과 목욕을 갔습니
다. 따듯한 목욕탕에 있는데 하나님이 마음에 사람을 넣어 주셨습니다. 우리교회 성
도 중에 노점에서 오뎅과 풀빵을 팔고 있는 두 성도 가정을 마음에 넣어주셨습니다.
바로 찾아 갔습니다. 창동역 근처더군요.

  아이들 둘을 데리고 홀로 살고 있는김명희자매(38세)가 오뎅과 떡볶이를 팔고있는
리어카를 발견했습니다. 들어가기 위해 막 정리를 하다 우릴 봤습니다. 깜짝 놀라며
반갑게 맞아주네요. 오뎅 몇 개 남은 것을 내어 놓기에 맛있게 먹었습니다. 갑자기 추
워져서 손님이 너무 없어 일찍 좀 들어가려고 한답니다. 그 때가 밤 9시가 넘은 시간
인데 그게 일찍 들어가는거랍니다. 사는 형편을 물었습니다. 보증금 천 만원에 월 삼
십 만원짜리 지하 방에서 딸 둘과 함께 산답니다. 조금 더 변두리로 나가면 좀 더 싼
값에 방을 구할 수 있는데 늦은 밤에 리어카를 끌고 들어가야 하고 또 오뎅과 떡볶이
를 집에서 만들어 가지고 나와야 하기 때문에 집이 가까운데 있어야 한답니다. 어둔
불빛 아래라 그런지는 모르지만 얼굴이 파랗게 느껴졌습니다. 추위에 하루 종일 떨어
서 그런 것 같았습니다.

  이어 거기서 조금 떨어진 곳에서 붕어빵 장사를 하는 여성도님 노점을 찾아갔습니
다. 역시 깜짝 놀라며 맞아주네요. 떨고 있더군요. 몸이 떨고 있는 것이 눈으로도 보
였습니다. 좀 따듯하게 입으시지요…. ‘제가 워낙 추위를 많이 타는데다 목사님이 오
셔서 놀래서 그래요.’그 집사님은 남편이 알콜중독입니다. 한동안 치료되었었는데 집
세를 계속 못내는 상황으로 불안함이 더해 얼마 전 다시 술을 입에 대기 시작했답니
다. 그 남편과 초등학교에 다니는 어린 아들 하나를 데리고 살고 있습니다. 아이가 사
시로 안과 수술을 받아야 하는데 형편이 안돼 수술을 못 받았답니다. 곁에 있던 김치
영전도사님이 주일학교에서 이번 성탄절 헌금으로 수술비를 지원하기로 했다고 하네
요. 감사하네요.

  얼마 전에 집세를 못내 어려움을 겪는다는 이야길 듣고 함께 기도한 적이 있어 어떻
게 지내는지 물었습니다. 누가 천 만원을 빌려줘서 천만원에 월 삼십 만원짜리 지하
방으로 이사를 했답니다. 보증금을 내기 위해 빌린 천 만원 이자가 한 달에 이십 만원
이랍니다. 거기다 신용불량자 상태에서 벗어나기 위해 대환대출 받은 것도 매달 갚아
나가는 형편이랍니다. 참 생각만 해도 힘들게 느껴지는 삶입니다.  거리로 나앉게 되
었는데 누가 천 만 원을 빌려줬다는 얘길 하면서 그러더군요.  “목사님, 저는 참 복
이 많은 여자예요.” 짧은 대화 가운데서도 감사하다는 얘길 몇 번 거듭하더군요. 예
수 안에 서만 할 수 있는 감사였습니다.  마음이 찡하네요.

  돌아오는 차 안에서 기도했습니다.  하나님, 사랑하는 성도가 추위에 저렇게 떨고
있습니다. 그렇다고 일찍 집으로 들어 갈 수도 없습니다. 달마다 삼십 만원씩 집세를
내야하고, 이 십만원씩 이자를 내야하고 대환대출금도 갚아야하고 먹고 살아야 합니
다. 집에 돌아가서는 술 취한 남편에게 또 시달려야 합니다. 하나님, 사랑하는 성도
가 길에서 떨고 있습니다. 여기까지 기도하다 그만 울고 말았습니다. 내일 두 여성도
에게 따듯한 파카 좀 사다 입혀 드리라고 곁에 있던 이석진목사님에게 부탁했습니다.
하나님께 교회가 해야 할 일을 하명해 주시길 부탁드렸습니다.

  이 일이 있은지 이틀 후 김명희자매네는 방이 두 개인 2층 집으로 이사 했습니다. 4
천만원 전세집입니다. 수요예배를 마친 후 성도들과 함께 가서 야밤 이사를 했습니
다. 지하에서 산 기억 밖에 없는 초등학교 4학년인 그 집 막내 딸이 지하가 아닌 집에
서 살게 됐다고 춤을 추며 기뻐하네요. 이 집이 2004년 성탄절 헌금으로 마련한 사랑
의집 15호입니다. 남은 한 가정에도 사랑을 전할 것입니다.



글쓴이 조현삼/서울광염교회 담임목사 slspc@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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