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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섬은 원산도였습니다
(2005년 3월 27일 감자탕교회 이야기 전도지 1면)
교회설립13주년, 기념주일을 앞두고 계속 기도하며 금년 교회설립기념일에 기쁨을 함
께 나눌 강사’를 찾았습니다. 보통은 그래도 보름 전 한달 전에는 찾았는데 올해는
일주일을 앞두고도 찾지 못했습니다. 더이상 앉아 기다릴 수 없어 찾아나섰습니다. 화
요일 순장반을 마친 후에 대한민국 어딘가에 있는 ‘강사’를 찾아 무작정 떠났습니
다.
우리에게 교회설립기념주일 강사는 좀 특별한 의미가 있습니다. 교회를 설립해 주
신 하나님의 은혜에 감사드리며 그 기쁨을 묵묵히 주님을 바라보며 낙도 오지나 미자
립교회에서 사역하고 있는 목사님이나 선교사님 중에서 한 분을 ‘강사’로 청해 함
께 나누었습니다. 이 날은 조금은 넉넉한 사례를 드리며 ‘강사’분의 바램 하나를 교
회가 들어드렸습니다. 지난 해에는 네팔에서 사역하고 있는 선교사님을 강사로 모셨습
니다.
금년엔 섬이다. 강사를 찾아 떠나며 마음에 들어와있던 생각은 이거 하나였습니다.
그 섬이 어딘지도 모르고 다만 어느 섬에 하나님이 준비하신 강사를 찾아 떠났습니
다. 처음에는 여수를 목적지로 삼았습니다. 교회에서 여수행 비행기를 예약하고 공항
을 향해 출발했습니다. 그러나 중간에서 포기해야 했습니다. 길이 너무 막혀 도무지
시간 안에 공항에 도착할 수가 없었습니다. 그 비행기가 마지막 비행기였습니다. 방향
을 돌려 용산역으로 갔습니다. 매표소 앞에 가서 어디로 갈 것인지를 찾았습니다. 마
음에서 계속 질문은 이어졌습니다. 주님, 그 섬이 어디입니까?
잠시 후에 떠나는 장항선 열차가 눈에 들어왔습니다. 대천이 바닷가라는 사실은 익
히 알고 있었습니다. 바닷가엔 섬도 있을 것이다. 그렇다면 가자, 대천으로. 대천에
도착하니 밤이었습니다. 열차 안에서 대천 인근 섬에 있는 교회 몇 곳과 통화를 시도
했습니다. 신분이나 사유를 밝힐 수 없는 통화는 의구심만 자아냈습니다. 늦은 저녁
을 먹은 후에 대천항 근처에서 3만원을 주고 방 하나를 얻어 잠을 청했습니다.
아침 7시, 대천항으로 갔습니다. 섬으로 가는 배는 세편이 있었습니다. 각기 행선지
가 달랐습니다. 그 중에 또 하나를 택해야 합니다. 주님, 그 섬이 어디입니까? 첫 배
를 타고 작은 섬에 내렸습니다. 그곳에 있는 두 교회를 찾아갔습니다. 한 교회는 비
어 있었고, 한 교회에서 그곳에서 18년을 사역하신 노목사님을 만나 귀한 말씀을 들었
습니다. 아침을 해 주셔서 잘 먹었습니다.
정기여객선이 운항하지 않는 시간이라 개인배를 빌려 건너편 섬인 원산도로 갔습니
다. 그곳엔 교회가 여섯 개가 있었습니다. 인구는 천여명되는 곳입니다. 그곳엔 대중
교통이 없었습니다. 하나님의 은혜로 승합차를 한 대 빌릴 수 있었습니다. 차로 5분
을 채 달리지 않아 왼편으로 교회가 나타났습니다. 언덕 위에 하얀예배당이었습니다.
교회 이름을 보니 어제 열차 안에서 통화를 했던 교회같기도 했습니다.
교회당을 향해 올라가자 마당에 있는 목사님이 반갑게 인사를 하며 맞아 주셨습니
다. ‘어제 전화를 드렸던 사람입니다’하고 인사를 했습니다. 사택으로 안내해주시
더군요. 작은 거실에서는 젊은 분들 서너분이 만두를 빚고 있었습니다. 동행한 이석진
목사님과 함께 서재에 들어가 기도를 하고 났더니 컴퓨터에 문제가 있다며 이런 저런
말씀을 하시네요. 제가 컴퓨터에 조금 알고 있는 것을 어떻게 아셨나 하면서 이런 저
런 조언을 해 드리고 실행도 해 보았습니다. 포멧을 하고 프로그램을 새로 깔았는데
인터넷 연결프로그램을 설치하지 않았더군요. 그 얘길 해드렸더니 절 보고 CD를 혹 안
가지고 왔느냐고 묻더군요. 순간 뭔가 이상하다 하는 느낌이 들었습니다. 새로 포멧
을 해준 컴퓨터 가게로 전화통화를 하더니 저를 바꿔주려고 합니다. 기사님을 바꿔주
겠다는 겁니다. 순간 당황해서 우린 컴퓨터 때문에 온 사람이 아닌데요. 그럼 누구신
가요? 이런… 네 저는 서울서온 목사인데요. 전화국에서 오신 A/S기사 아니신가요?
순간 작은 거실에서 만두를 빚던 여자 분들의 시선이 심상치가 않더군요. 그 때 서
재에 있던 한 분이 혹 어제 저와 통화하지 않으셨나요 하는 겁니다. 네, 어제 통화했
지요? 사태 수습이 쉽지 않더군요. 그렇다고 신분이나 찾아온 목적을 바로 밝힐 수도
없고, 그저 서울서 온 목사라고만 하고 이런 저런걸 물었습니다. 의심과 경계의 눈빛
이 역력하더군요.
들어보니 원산도에 있는 여섯개 교회 가운데 칠순 가까이되신 두 분 목사님이 시무
하는 교회를 제외한 나머지 네개 교회 목사님들이 한주일에 한 번씩 만나 중보기도도
하고 교제도 한답니다. 모두들 30대였습니다. 몇 년째 계속하는 일이랍니다. 오늘이
그 날이랍니다. 얼굴 표정들과 분위기가 좋았습니다. 참 보기에 좋다고 얘길 해도 경
계는 여전히 풀지 않더군요. 그런 상황에 점심 한끼 대접하고 싶다며 초청을 했습니
다. 목사님들도 그렇고 사모님들도 그렇고 참 표정이 묘하더군요.
어렵게 모시고 나오는데 예배당에서 피아노를 치던 목사님 한 분이 나오다 나를 알
아보는겁니다. 광염교회 목사님 아니세요? 저를 아세요? 아, 그럼요. 그제서야 목사님
들과 사모님들 얼굴에서 비늘같은 것들이 벗어지더군요. 죄송하다며 잠시지만 의심했
었다고 얘길 하네요.
식당으로 옮겨 얘길 나누었습니다. 네 교회 목사님 사모님 그리고 우리 둘, 모두
열 명이 맛있는 점심을 먹으면서 사랑의 교제를 나누었습니다. 그 섬의 상황도 듣고,
교회들 기도제목도 들었습니다. 하나님께서 다윗 앞에서 사무엘에게 주었던 그 감동
을 주시길래 이 섬을 찾아온 연유를 말했습니다. 사모님들께 ‘바램’ 하나씩 얘길
해 달라고 했습니다. 네 분 사모님이 서로 얼굴만 바라보고 말씀들을 못하시네요. 우
리가 들어드릴만한 '바램’하나씩만 얘길 해 달라고 말씀드렸습니다. 한 사모님이 차
를 말씀하시네요. 네 교회 가운데 그 교회만 차가 없는데 몇 년을 계속 기도했답니
다. 너무 오래된 바램이라 그런지 제일 먼저 나왔습니다. 사모님들 개인적인 ‘바램’
을 하나씩 얘길 해 달라고 거듭 부탁드렸습니다. 한참이 지난 후에야 고장난 가스렌
지, 냉장고 얘기가 나오더군요. 이런 저런 사모님들의‘바램’을 담아가지고 왔습니
다.
교회차, 그것에 하나님이 마음을 주시더군요. 차를 사는데는 얼마나 드냐고 하니
400만원을 말씀하시네요. 너무 낡은 중고는 고장이 잦아 어려울 것 같고 그 정도면 그
래도 몇 년 탈 수 있는 승합차를 살 수 있을 것 같다고 하네요. 그 바램을 교회가 들
어드리기로 했습니다. 함께 했던 목사님들도 많이 기뻐해 주시네요. 세 교회에는 사모
님들의 개인적인 '바램’을 한 교회에는 교회의 '바램’을 들어드리기로 했습니다.
현지에서 재정부 집사님들과 통화를 했습니다. 집사님들 의견은 그래도 좀 더 좋은
차를 사드려야 하지 않겠느냐고 하시네요. 차 값을 보내드리기 보다 서울서 차를 사
서 전해드렸으면 좋겠다고 하네요. 그렇다면 올라가서 의논하자고 했습니다. 수요예배
를 드리고 났더니 벌써 알아본 차에 대해 얘기들을 나누네요. 참 귀한 마음 아름다운
사람들입니다.
우리는 한 분‘강사’를 구했는데 하나님이 네 분‘강사’를 주시네요. 네 분 중에
연장자인 한 분께 설교를 부탁했습니다. 다음 주 목요일에 목사 안수를 받는 전도사님
입니다. 나머지 세 분도 함께 오실 수만 있으면 오셨으면 좋겠습니다. 가능만 하다면
말입니다.
하나님은 서로 사랑하며, 화평하며, 함께 모여 기도하는 곳으로 우리를 인도하셨습
니다. 그곳에서 하나님은 마음에 감동을 주셨습니다. 우리가 찾았던 그 섬은 원산도였
습니다. 사랑과 평화 그리고 기도 섬입니다.
글쓴이 조현삼/서울광염교회 담임목사 slspc@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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