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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 주님
(2005년 4월 17일 감자탕교회 이야기 전도지 1면)
숙제를 받은 건 보름쯤 전입니다. 부활주일 밤에 메일을 열어보니 숙제 하나가 배달되
어 있었습니다. 파트너에게서 온 메일이었습니다. 얼마 전 장애인 한 사람이 70만원
을 구하려다 자살한 신문기사를 보고 장애인들을 위한 일을 위해 기도하고 있다는 내
용이었습니다. 파트너가 기도하면 저는 바빠집니다. 그 메일은 이렇게 끝났습니다.
“목사님도 마음에 품으시고 주님 주시는 지혜를 빌려주세요. 부활절에 드리는 큰 숙
제입니다.”
사실 저는 그 기사를 놓쳤습니다. 메일을 받고서야 그 기사를 읽었습니다. 마음아픈
내용이었습니다. 그 때부터 숙제는 시작되었습니다. 숙제 자체가 아주 막연하기에 답
을 적는 일도 쉽지 않았습니다. 그 날부터 계속 틈만 나면 장애인, 장애인 하며 여기
저기 전화하고 찾아가기도 했습니다. 그런 중에 주관식이던 숙제가 객관식으로 바뀌었
습니다.
“1. 어려움에 처한 분들을 예방차원에서 도와드려야 엄청난 일을 미연에 방지할텐데
미리 알 수 있는 방법이 무엇일까요? 2. 아무데도 기댈 곳 없는 분들이 찾아와 두드
려 볼 수 있는 기금을 조성해야 하는 것인지….3. 장애인들을 섬기는 교회의 신실한
목사님과 파트너가 되어 단순히 물질로 섬길 뿐 아니라 말씀으로 생명을 살리는 방법
도 있겠구요. 4. 한국기독교연합봉사단에 장애인돕기 사무국장으로 이석진목사님 명함
을 찍어주시든지^^ 목사님께 주시는 하나님의 감동을 기다립니다. 아직도 어려운 숙제
지요?”
부지런히 숙제를 하면서 중간 리포트를 두 번 정도 보냈습니다. 3번을 답으로 적기 위
해 애썼습니다. 그 이유는 저는 장애인에 대해 기본적인 긍휼은 있지만 열정은 약합니
다. 그런데 시간이 지나면서 거룩한 부담감이 제 안에 생겼습니다. 아무래도 이러다
내가 감당하겠다고 해야 할 것 같은 그런 느낌이 왔습니다. 그럴 때마다 기도했습니
다. ‘주님, 저 보다는 그 일에 열정이 있는 사람이 이 일을 하는 것이 훨씬 효율적입
니다.’
지난 주일 김장로님께 이 고민을 털어 놓았더니 ‘이제 우리도 장애인 사역을 본격적
으로 할 때가 되었는가 봅니다’하고는 싱긋이 웃으시네요. 장로님 그게 아니구요….
하나님이 저를 몰아가는 것 같음이 느껴졌습니다. 더 이상 머뭇거려야 소용없음을 알
고 어제 손을 들었습니다. ‘네, 주님.’4번을 답으로 적어 보냈습니다. 이 답의 의미
는 우리가 감당하겠다는 것이었습니다.
바로 답장이 왔습니다. <하나님의 채점, “정답”>이 제목이었습니다. “오늘 새벽 4
시경 눈 비비고 앉아 비몽사몽 기도했지요. 목사님만 너무 고생시켜드리는 것 같은데
하나님 답을 주세요 하면서. 또렷이 떠오르는 단어가 있었지요. ‘장애인 문화체험 센
터' 아침에 이메일을 열고 목사님 메일을 읽으며 ‘아! 하나님' 할 수 밖에요.
1,2,3,4,번 문제를 쓸 때 곁에서 제가 조크하는 줄 알고 4번은 빼라고 했는데 그게 결
국 답이었네요.”
이 일을 위해 하나님이 10만달러를 준비하셨네요. 그 중에 5만달러를 바로 보내주겠답
니다. 장애인용 리프트가 설치된 차량 한 대를 구입하고 나머지는 기금으로 사용하랍
니다. 나머지 5만달러는 가을에 보내겠답니다. 오늘 차 주문을 했습니다. 차 값 3172
만원 중 2만달러는 파트너가 보낸 재정으로, 나머지는 성도들이 드린 십일조로 지불합
니다. 이 차는 주일에는 장애인 성도들 예배당 오가는 일을 위해, 문화보기가 있을
때는 주변에 있는 장애인들을 태워 참여하고, 장애인사역이 없을 때는 교회에서 일반
적인 용도로 사용합니다. 교회 안에 장애인문화체험부(부장 이철배)를 신설합니다.
이 부서의 다른 이름은 장애인사랑부입니다.
하나님께서 사역의 영역을 확장 시키시는 방법도 다양하십니다. 때로는 이렇게도 하시
네요. 답을 적어 보낸 후에 거룩한 부담감은 기쁨과 설레임으로 바뀌었습니다. 성도
들 중에 장애인이란 말을 들으면 가슴이 뛰는 분들도 몇 분 손들고 나왔습니다. 우선
은 지금 우리가 할 수 있는 일부터 하려고 합니다. 장애인들을 사람들 속으로, 세상
속으로 불러냈으면 해요. 문화체험을 함께 하는 일도 하구요. 청각장애가 있는 이에
게 인공 와우이식수술을 시켜줘 소리를 듣게 해주는 일도 하구요. 주님이 우리를 통
해 베푸시는 사랑으로 인해 장애인 이웃들의 얼굴이 활짝 피고 기뻐하는 모습을 그려
봅니다.
글쓴이 조현삼/서울광염교회 담임목사 slspc@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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