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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은 최고의 구호품입니다
(2005년 10월 30일 감자탕교회 이야기 전도지 1면)
한국교회 이름으로 재난 현장을 찾아가 천막 치는 일을 한지도 어언 10여 년이 넘었
다. 처음에는 국내 재난현장만 찾아 갔는데 이제는 해외에서 재난이 일어나도 거의 대
부분 찾아가 천막을 친다. 지진이 일어난 이란 밤시에, 전쟁이 막 끝난 이라크에, 용
천 폭발 사고 때 중국 단동에, 기근으로 시달리던 아프리카 수단에, 수해를 당한 필리
핀에, 쓰나미 피해를 입은 스리랑카에, 가뭄으로 굶주린 아프리카 니제르에, 카트리
나 피해를 입은 미국 뉴올리언스에, 그리고 이번에 대지진 피해를 입은 파키스탄에도
달려가 한국교회 천막을 쳤다. 잦은 재난을 통해 한국교회 사랑의 지경이 많이 넓어졌
다.
재난현장에 천막을 칠 때마다 이동식 천막교회라는 생각을 한다. 광야교회 같다. 한
국교회 이름으로 친 천막아래로 각처에서 사람들이 몰려온다. 도움을 받길 원하는 사
람이 오는가 하면 돕고자 하는 이가 온다. 참으로 신기하게도 천막만 치면 사람과 돈
이 몰려온다. 또 그 사람과 돈을 필요로 하는 사람들이 온다. 작은 천막은 어느새 아
주 큰 파이프가 되어 그 안으로 하나님의 사랑이 흐른다. 평소 갈 수 없던 이란에도
캬슈미르 지역에도 때로는 선교사들과 때로는 현지 교회들과 함께 한다. 누가 오든 재
난현장에서는 금방 하나가 된다. 예수라는 공통점 하나로 금방 얼싸안는다. 하나 되
어 재난당하는 이들을 섬기다 보면 형제의 진한 사랑을 느낀다. 이번 파키스탄 긴급구
호 때도 파키스탄 몇 교회와 함께 했다. 이미 아주 오래전부터 사귀어 왔던 형제처럼
지냈다. 그들을 배려하며 그들을 섬기는 기쁨도 크다.
재난구호현장에서는 눈을 뜨고 기도할 때가 많다. 차를 타고 가면서도 주님, 주님
을 연속한다. 재난 당한 그 땅을 향해 축복하는 일도 늘 하는 일이다. 그 땅의 회복
과 그 땅의 사람들이 주님께 돌아오길 기도한다. 이런 시간들을 갖지 못하면 이재민
을 섬기는 자가 아니라 그들에게 시혜를 베푸는 자의 자리에 앉게 된다. 긴급하게 일
어나는 일들을 계속해서 결정하면서도 하나님 아버지의 마음을 유지해야 구호품과 함
께 하나님의 사랑이 전해진다.
재난 현장에 우리가 가지고 가는 최고의 구호품은 하나님의 사랑이다. 이 하나님의
사랑은 우리의 마음에서 그들의 마음으로 전해진다. 사람을 살리는 것은 사랑이다. 재
난을 당한 사람들에게 구호품과 함께 사랑이 전해질 때 그들에게 다시 살 소망도 용기
도 생긴다. 사랑은 최고의 구호품이다. 어떤 때는 구호품은 많이 나누어준 것 같은데
하나님의 사랑은 나누어주지 못한 채로 돌아오는 것 같은 안타까운 마음일 때도 있
다.
때에 맞는 구호품은 은쟁반에 금사과와 같다. 파키스탄에서 재난구호를 할 그 때도
그렇고 지금도 파키스탄 지진 현장에 가장 필요한 것은 천막이다. 만약 누군가 지금이
라도 파키스탄으로 구호품을 보내길 원한다면 주저 없이 천막을 추천한다. 파키스탄
정부가 보유한 천막을 다 풀었음에도 턱 없이 천막이 부족하다. 도시마다 천막이 바닥
났다. 이재민이 4백만이라고 하니 천막이 부족한 것은 당연하다. 천막 수요가 많은 것
은 일단 지진으로 인해 무너진 집이 많기 때문이다. 또 하나는 완파되지 않은 경우라
할지라도 여진의 위험 때문에 사람들은 집에 들어가 자질 못한다. 우리 팀이 현지에
있는 동안에도 여진이 있었다.
재난 현장에서는 재난당한 사람들의 몸과 마음이 그대로 전해진다. 눈에 보이고 몸
으로도 전해진다. 이번에 파키스탄에서 구호품을 싣고 현장으로 가는데 17시간이 걸렸
다. 라마단 기간이라 가는 길에 문을 연 식당도 없었거니와 먹을 겨를도 없었다. 난
고추장이 요기가 되는 걸 이번에 체험했다. 비행기 안에서 기내식 때 나온 튜브 고추
장을 짜서 입에 넣고 물을 좀 마시면 그게 요기가 되었다. 지진피해를 당한 이재민들
의 배고픔이 그대로 전해졌다. 목적지가 40분 남았다는 군부대에 도착하니 자정이 가
까왔다. 시신 썩는 냄새가 그곳까지 진동해 도저히 코를 주체할 수가 없었다. 여러 재
난 현장을 다녀보았지만 이렇게 진한 냄새는 처음이다. 천막을 땅 바닥에 치고 그 안
에서 함께 잤다. 추웠다. 그래도 이란 밤시 때 보다는 나았다. 구호품으로 준비한 매
트리스를 땅바닥에 깔고 누웠기 때문이다. 이재민들이 참 춥겠다. 마음으로 그려낼 필
요가 없다. 이재민들의 추위가 구호팀들 몸으로 그대로 전해진다.
누군가 내게 물었다. 힘들지 않느냐고, 어떻게 이 일을 계속하느냐고. 재난, 그것
은 내 가슴을 뛰게 한다. 재난 당한 이들을 향해 하나님이 주시는 마음 때문이다. 긴
급재난구호, 좋아서 한다. 신이 나서 한다. 가슴이 뛰어서 한다. 아직 한 번도 가기
싫은데 부담감 때문에 간적은 없다. 재난이 일어나면 그 자리에 가야 마음이 편하다.
재난 현장에는 하나님이 주시는 참으로 큰 기쁨과 감동이 있다.
글쓴이 조현삼/서울광염교회 담임목사 slspc@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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