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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 하나 계약하고 왔습니다
(2005년 12월 11일 감자탕교회 이야기 전도지 1면)
어제 밤, 심야기도회를 앞두고 사무실에 있는데 심방을 마친 최주희 전도사님이 들어
왔습니다. 새로 등록한 성도를 심방하고 오는 길인데 너무 어렵게 산답니다. 우리교회
성도를 통해 전도를 받아 이제 교회에 나온지 두 주되었답니다. 서른 일곱의 나이에
중학교 1학년인 딸과 초등학교에 다니는 아들 둘을 데리고 살고 있답니다. 100만원에
월 15만원 단칸 지하방에서 살고 있는데 방이 냉골이랍니다. 기름값이 없어 그렇게 지
낸답니다. 남편은 7년 전에 배를 타러 간다고 떠난 후에 연락이 없답니다. 구청에서
마련해준 방문 호스피스 일을하며 살고 있답니다. 기초생활수급대상자로 지정되어 정
부에서 동사무소를 통해 약간의 생활지원비도 받는답니다. 우선 급한대로 구제비에서
기름을 넣어주고 왔답니다. 함께 심방간 집사님과 권사님들 모두 너무 마음 아파했답
니다.
예수님의 방을 마련하는 심정으로 방을 마련하는 12월입니다. 조금 전 그 생각을 하
고 ‘따듯한 겨울을 꿈꾸며’라는 제목으로 막 글 하나를 홈페이지에 올리고 나서 이
얘길 들었습니다. 이렇게 응답이 빠르게 오다니…. 마음을 주시면 늘 일을 주시는 분
이 우리 하나님이십니다.
심야기도회가 시작되었습니다. 찬양을 하는 중에 하나님이 주시는 마음이 강해 담
당 목사님과 최전도사님과 함께 그 집을 찾아갔습니다. 지하방인데도 우풍이 심했습니
다. 방 안에서 보일러 돌아가는 소리가 따듯하게 들렸습니다. 그래도 기름을 넣었다
고 방이 제법 따듯했습니다. 아이들이 이불 위에서 좋아하며 책을 보고 있었습니다.
그런 어려운 세월을 보냈음에도 젊은 엄마나 아이들 표정은 밝았습니다. 중학생인 딸
이 동생들을 다 돌봐 준답니다. 엄마가 일하러 가면 동생들 먹을 것도 챙기고 아프면
병원도 데리고 가고 한답니다.
남편이 나간 뒤에 참 어렵고 힘든 시간들을 보냈더군요. 그런 중에도 남편을 향한
원망이 없는 게 참 신기했습니다. 아이들이 잘 자라주어 그저 고맙다고 하네요. 가을
에 기름 다섯통을 사서 넣고 때 보니 열흘 가더랍니다. 도무지 그 값을 감당할 길이
없어 전기 장판 하나를 사서 그걸로 겨울을 날 생각을 했답니다.
이야길 나누는 중에도 주님이 최전도사님에게 이 집 얘길 들을 때 주셨던 마음을 여
전히 주셨습니다. 혹 교회가 보증금을 좀 준비해 방을 하나 마련하면 이사를 하겠느냐
고 넌지시 물어보았습니다. 금새 눈가에 물기가 번지며 딸애가 너무 좋아할 거라며 수
줍어 하네요. 교회 근처에 방을 마련해도 괜찮다는 얘길 듣고 서둘러 돌아왔습니다.
교회에 돌아오니 심야기도회 설교가 끝나고 기도회를 인도할 시간이 되었더군요. 나가
서 심야기도회에 참석한 성도들에게 그 집에 다녀온 얘길 했습니다. 조금은 덤덤하게
말 했습니다. 울보라는 별명이 생기면 어떻게 해요. 여러분들이 드린 십일조로 내일
날이 밝는대로 방 하나 얻으러 가겠다고 했습니다. 방 얻는 건 이제 거의 전문가 수준
이 되었다고 했더니 다함께 웃더군요. 그 밤에 이 땅에 있는 어려운 우리 이웃들을 위
해 함께 기도했습니다.
오늘 오전 이런 귀한 일이 있을 때마다 봉사로 섬기는 공인중개사인 이행순집사님에
게 부탁을 했습니다. 바로 연락이 왔습니다. 집사님과 함께 세군데 방을 돌아보았습니
다. 그 중에 하나님이 2800만원 전세인 2층 빌라를 마음에 주셔서 계약했습니다. 신혼
부부가 살던 방인데 수리도 깨끗하게 되어 있네요. 발령이 나서 급히 이사를 해야 한
답니다. 12월 15일에 이사하기로 했습니다. 도시 가스도 들어오고 방도 2개인 좋은 집
을 하나님이 준비해 주셨습니다. 최전도사님을 통해 이 사실을 전해들은 젊은 엄마가
많이 울었답니다. 교회에서 다녀간 어젯밤에 설레서 한 잠도 못잤답니다. 보증금을 3
백만원 쯤으로 올려 지하가 아닌 지상에 방 하나 얻어 이사하게 될 걸 생각하니 너무
기쁘더랍니다. 그랬는데 거기다 2천 8백만원짜리 전세를 얻었다는 말을 들었으니….
그저 울기만 하더랍니다.
젊은 엄마와 세 아이들이 따듯하게 이 겨울을 보낼 수 있게 되었습니다. 여러분들
이 드린 십일조로 마련하는 사랑의집입니다. 열 아홉번째 사랑의집이네요. 예수님의
방 하나를 마련하는 심정으로 시작한 사랑의 집이 어느새 열 아홉이네요.
글쓴이 조현삼/서울광염교회 담임목사 slspc@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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