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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환상의 팀입니다
(2006년 6월 11일 감자탕교회 이야기 전도지 1면)
긴급구호현장은 육체적으로 지치기 쉽습니다. 아무 것도 결정되지 않은 채로 한국교회
가 마련한 돈을 들고 현장으로 달려갑니다. 가서 모든 것을 현장에서 해야 합니다. 어
디 가서 무엇을 가지고 어떻게 재난당한 이웃들을 도와야 할지를 단시간에 결정해야
합니다.
언어도 다릅니다. 문화도 다릅니다. 재난 현장에서 가장 많이 듣는 말이 ‘온 더 웨
이(on the way)’입니다. 금방 온다고 하는데 세 시간 네 시간을 기다려야 옵니다. 이
런 현장에서 지치지 않고 구호사역을 하기 위해서는 힘이 있어야 합니다. 하나님이 주
시는 힘, 우리 팀들끼리 서로가 서로에게 주는 힘이 있어야 합니다. 현장에서는 오버
도 많이 해야 합니다. 평소에서는 ‘어 좋구만’하는 정도의 표현도 재난 현장에서는
‘우와, 굿! 굿! 굿!’해야 합니다. 물론 엄지 손가락도 부지런히 사용해야지요.
이번에 인도네시아 지진구호팀은 환상의 팀이었습니다. 서로가 서로에게 힘을 주었
습니다. 몸이 피곤한 가운데도 크게 웃었습니다. 재난 현장에 와서 뭐가 좋다고 그렇
게 웃느냐고 한다면 도무지 대답할 말이 없지만 우리는 많이 웃었습니다. 재난현장에
서 심각한 얼굴로 사역하면 금방 지칩니다. 재난 당한 사람들과도 함께 웃습니다. 어
떤 이들은 “재난 당한 후에 우리 마을에 사라졌던 웃음을 당신들이 와서 찾아 주었
다”고 했습니다. 이석진목사님이 분위기 메이커입니다. 그 마음을 우리는 다 압니
다. 그래서 우리는 더 크게 웃습니다.
이번에 의료팀의 일원으로 강은애가 간호사로 함께 갔습니다. 은애가 청년부를 통
해 몇차례 여름단기선교를 다녀오면서 많이 컸네요. 대견스러웠습니다. 은애는 줄기차
게 한국말로 이재민들에게 설명합니다. “밥 먹고 하루 세번….” 그런데 놀라운 건
다 알아듣습니다. 생글 생글 웃으며 주사를 놓아주고 혈압을 재는데 너무 이뻤습니
다. 은애에게는 아마 평생에 잊지 못할 감동과 보람의 시간이 되었을 것입니다.
에피소드입니다. 현지에서 쌀이 20kg에 10달러랍니다. 이것을 확인하는 과정에 제
가 현지교회 지도자에게 “이십 키로 텐 달러?”라고 물었습니다. 고개를 갸웃뚱 하
는 겁니다. 영어를 잘 하는 사람이 아니 이 쉬운 영어를 못 알아 듣다니. 몇 차례
“이십키로 텐 달러?”를 반복했습니다. 우리 팀들도 모두 왜 못알아 듣나 하는 그런
반응이었습니다. 그러다 누군가 “목사님, 이십 키로가 아니고 트웬티 키로잖아요”했
습니다. 우리는 모두 기다렸다는 듯이 누워버렸습니다. 그 후 ‘이십 키로 텐달러’
는 유행어가 되었습니다. 에피소드 하나 더. 방역소독기를 처음 사용해보는 예수봉사
단장 이동상집사님과 제가 연막소독기를 메고 소독연기를 앞에다 뿌였게 뿌려놓고 그
소독연기 사이를 뚫고 지나가기 위해 소독약 엄청 먹었습니다. 그 밤에 몸은 꽤나 따
가왔습니다.
현지에서 구호활동을 하다 기쁜 소식을 들었습니다. 존경하는 홍정길목사님이 담임
하시는 남서울은혜교회에서 보낸 구호금 천 만원이 입금되었다는 연락을 서울로부터
받았습니다. 우리 모두는 환호하며 그 날 사역을 마치고 구호품을 구입하기 위해 마
침 그 날 문을 연 대형마트로 갔습니다. 그 자리에서 저는 선포했습니다. “자, 이제
구호품 구입 축제가 시작됨을 선포합니다.” 네. 축제였습니다. 현지 교회 성도들과
우리 모두가 함께 하나되어 벌이는 큰 축제였습니다. 그 큰 매장을 휘젓고 다녔습니
다. 조금 전 재난 현장에서 보고 온 이재민들에게 필요한 것들을 사는 기쁨이 우리 모
두에게 충만했습니다. 현지교회 리더들과 크게 웃으며 참으로 행복한 구호품 구입 축
제를 벌렸습니다. 전날 저녁식사를 제가 샀는데 그 때 솔로에 있던 구호품 구입팀이
참석하지 못했습니다. 두 사람이 그걸 그냥 넘어가면 재미 없지요. 그건 무효라고 하
면서 다시 사 달라고 떼를 씁니다. 한바탕 웃고 제가 한 번 더 샀습니다.
우리는 행복합니다. 우리는 어디가서 무엇을 하든지 그것을 축제로 만드는 능력자입
니다. 하나님이 우리에게 주신 큰 능력입니다. 우리는 환상의 팀입니다. 긴급구호팀
은 재난현장에서, 사랑하는 성도들은 각자의 사역지에서, 그리고 인터넷을 통해 격려
의 덧달기로, 또 같은 마음으로 함께 기도하는 우리 모두는 환상의 팀입니다. 그렇지
요? 사랑합니다.
글쓴이 조현삼/서울광염교회 담임목사 slspc@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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