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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년 3월 25일 감자탕교회 이야기 전도지 1면)
1992년 3월 28일. 그 날은 토요일이었습니다. 서울광염교회가 설립예배를 드린 날입니
다. 그렇게 교회를 시작하신 하나님이 오늘까지 교회를 세우시고, 교회를 지키셨습니
다.
돌아보아도 앞을 보아도 그저 감사하고 감격스러울 뿐입니다. 목회가 너무 좋습니
다. 아직까지는 목회하는 것 보다 재미있는 일을 발견하지 못했습니다. 15년이 지났지
만 지금도 여전히 주일을 앞두면 가슴이 뜁니다. 교회가 좋고 성도들이 좋습니다. 여
전히 목회가 행복합니다.
다 그렇듯이 제게도 힘들었던 순간이 있었고, 몸이 땅에 달라 붙는 것 처럼 낙심
될 때도 있었습니다. 어린 아이가 자라 어른이 되는 과정을 겪듯이 그 과정을 다 거쳤
습니다. 그런 과정을 통해 하나님은 목사인 저를 만지셨고 키우셨습니다. 그런 중에
도 주님이 늘 함께하셨기에 행복했습니다.
하나님께서 우리를 통해 2년 전에 설립한 은혜샘교회 김영욱목사님과 얼마 전 통화
를 하다 교회 설립 3,4년 될 때까지 출석교인이 100명이었던 이야길 했습니다. 그 소
리에 김목사님이 얼마나 좋아하던지요. 아마 김목사님은 제게 그런 시간과 과정이 없
었던 것으로 생각했나 봅니다. 교회 개척을 한지 2년이 되어가는데도 여전히 몇 십명
인 게 힘들었나 봅니다. 기왕 이야기 나온 김에 조금 더 해주었습니다.
교인들이 120명까지 되었다가 80명으로 줄었던 이야기도 했습니다. 지금 생각해도
뚜렷한 이유는 잘 모르겠지만 하나님이 그런 시간을 통해 저를 만지셨습니다. 출석교
인 100명을 왔다 갔다한 게 수년간 지속되었던 것 같습니다. 그런 시간이 있었기에 지
금 오직 하나님의 은혜라고 고백할 수 밖에 없습니다. 어쩌면 그런 시간들을 갖지 않
았다면 목회를 내가 한 걸로 알고 우쭐 했을 겁니다. 그러나 그런 시간들을 통해 목회
는 내가 하는 것이 아니라 하나님이 하시는 것임을 지금도 고백합니다.
돌아보니 지난 15년 간 저도 많이 자란 것 같습니다. 저의 미숙함 때문에 사랑하는
성도들이 어려움을 겪었던 일도 있었습니다. 바로 잡고 말겠다는 생각을 갖고 달려들
었던 때도 있었습니다. 시행착오도 있었습니다.
한 번은 다른 교회로 옮기기 위해 이사가려는 성도를 말려보려고 한 달을 쫓아 다
닌 적도 있습니다. 사정도 하고, 나를 두고 가시는 님은 십리도 못가서 발병 난다고
협박(?)도 했습니다. 그러나 그 여성도는 결국 떠났습니다. 그 일이 있기 전까지만 해
도 내가 나서서 설득하면 사람의 마음을 돌릴 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습니다. 그러나
그게 아니었습니다. 나는 단 한 사람의 마음도 돌릴 수가 없었습니다. “그래요, 주
님. 저는 한 사람의 마음도 돌릴 수 없습니다.” 그 날 이후 저는 사람의 마음을 움직
이는 것을 포기했습니다. 그것은 제 능력 밖의 일임을 알았기 때문입니다. 오직 사람
의 마음을 움직이는 분은 하나님임을 고백했습니다. 그리고 얼마 되지 않아 한 젊은이
가 다른 교회로 가겠답니다. 그래서 그 자리에서 간절히 안수하며 축복해주고 잘 가라
고 했습니다. 그런데 이게 그에게 큰 충격이 되고, 상처가 되었습니다. 집에 가서 아
내에게 그랬답니다. “목사님이 내가 얼마나 보기 싫었으면 간다고 하자 기다렸다는
듯이 가라고 할 수 있느냐.”
이런 과정을 거치는 중에도 하나님께서는 여전히 붙잡아 주시고, 자라게 해주셨습니
다. 지금도 여전히 자라는 중입니다. 예수 그리스도에게까지 자라고 싶습니다. 더 넓
은 마음과 더 깊은 마음으로 성도들을 사랑하고 싶습니다.
교회를 섬기고 싶습니다. 교회설립 15년, 오늘까지 늘 곁에서 함께하며 힘을 준 사
람들이 있습니다. 하나님이 힘을 주시는 통로가 되어 준 사람들이 있습니다. 바로 여
러분입니다. 사랑하는 교역자들과 두 분 장로님을 비롯한 사랑하는 성도들이 있었기
에 오늘이 있습니다. 부족함에도, 때로는 시행착오를 함에도, 때로는 미숙함에도, 여
러분은 여전히 변함없는 사랑으로 품어주고 기다려주고 격려해 주었습니다. 감사합니
다. 더욱 잘 섬기겠습니다. 사랑합니다.
글쓴이 조현삼/서울광염교회 담임목사 slspc@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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