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Ⅰ
얼마 전 뮤지컬 하나를 보았습니다. 많은 배우들이 한꺼번에 나와 연기를 펼치는 뮤
지컬이었습니다. 무대 바로 앞자리에서 보았습니다. 고개는 좀 아팠지만 연기하는 배
우들의 표정까지도 볼 수 있어 좋았습니다. 동시에 여러명이 나와 연기를 하다보니 조
명이 수시로 옮겨갔습니다.
일반적으로는 조명을 따라 시선을 옮기기 마련인데 저는 제 바로 앞에 있는 배우에
게 시선을 계속 두었습니다. 엉뚱하게도 조명이 옮겨간 후에 그가 어떻게 하나 하는
것이 궁금했습니다. 놀라운 것은 조명이 옮겨가도, 그래서 많은 사람들의 시선이 스포
트라이트를 받는 배우에게 쏠려도 제 앞에 있는 배우는 여전히 그에게 주어진 연기를
열심히 하고 있었습니다. 희미한 보조 조명아래서.
조명을 받지 않고 있는 다른 배우들도 유심히 보았습니다. 비단 제 앞에 있는 배우
만 그런 게 아니라 무대에 있는 배우들 모두가 하나 같이 그렇게 하고 있었습니다. 조
명이 자신을 비추든지 아니면 그 상황에 주인공으로 등장한 사람을 비추든지 그들은
여전히 자신에게 주어진 연기를 하고 있었습니다. 그러다 보니 또 기회가 오더군요.
조명이 옮겨간 뒤에도 여전한 모습으로 연기하던 배우들에게 조명을 받을 기회가 주어
졌습니다. 그리고 이내 조명은 다른 사람에게로 옮겨갔습니다. 그럼 조금전까지 조명
을 받던 배우는 여전한 모습으로 희미한 보조조명 아래서 열심히 맡겨진 연기를 하고
있었습니다. 조명이 옮겨가도 여전히….
Ⅱ
미국에서 사랑의집을 위해 헌금을 보내고 싶다며 구좌번호를 묻는 메일이왔습니다.
바로 그 전에 목유사를 섬기는 박현덕목사님께 여수에 있는 사랑의집이 2년이 되어 보
증금 170만원을 올려달라는 얘길 막 들었습니다. 언제까지 해 줘야 하는지를 묻고 최
대한 마감일에 임박해 지불하자고 했습니다. 지금 여름 사역이 한참 진행중이라 돈 쓸
데가 많거든요.
그런데 메일을 열었더니 사랑의집을 위해 헌금하겠다는 메일이 와 있는 겁니다. 교
회 구좌번호를 알려드렸습니다. 오늘 다시 메일이 왔습니다. 200만원을 송금했다고.
어쩌면 하나님은 이렇게 섬세하신지. 하나님의 그 섬세함에 전율합니다. 사랑의집, 그
리고 목회자 유가족을 향한 하나님의 사랑이 그대로 전해졌습니다. 송금했다는 메일
을 받고 이 과정을 자세히 설명하는 메일을 보냈습니다.
다음과 같은 감동이 전해지는 메일이 바로 도착했습니다. "금액이 많질 않아서 지
금 보낼까 말까 하다가 저희 돈이 아니라 하나님의 돈인데…. 이런 생각을 하면서 연
락 드린건데 하나님은 또 그렇게 준비하고 계셨네요. 저희가 미국 와서 하나님과 함께
하는 것만으로도 감사하고 행복한데, 그에 더해서 주시는 놀라운 사랑과 정말 한치의
빈틈도 없는 하나님의 계획이란…. 저희가 이런 사랑을 받아도 되는건지 죄송할 정도
랍니다. 그런데 이렇게 또 한번 준비없던 저희에게 깜짝 감동을 주셔서 얼마나 감사하
고 또 감사한지 모르겠습니다. 정말 귀한 일 하시는 목사님과 여러분들께 감사드립니
다.
Ⅲ
지난 수요일 김창훈목사님을 통해 하나님의 말씀을 들었습니다. 창세기를 본문으로
말씀을 하면서 중간에 유다서를 인용했습니다. "또 자기 지위를 지키지 아니하고 자
기 처소를 떠난 천사들을 큰 날의 심판까지 영원한 결박으로 흑암에 가두셨으며" 자
기 지위를 지키지 아니하고 자기 처소를 떠난 천사들. 타락한 천사들을 일컫는 말입니
다.
이 말씀을 읽는 중에 타락의 정의가 마음으로 다가왔습니다. "자기 지위를 지키지
아니하고 자기 처소를 떠나는 것이 타락이다." 내게 있어서 지켜야 할 지위와 처소는
무엇인가?
자리를 이탈하기 쉬운 것 중 하나가 겸손입니다. 겸손은 분명 그리스도인된 우리 모
두의 지위요 처소입니다. 그런데 너무 자주, 너무 많이 이 자리를 이탈합니다. 섬기
는 자리가 내 자리라고 수없이 고백하지만 어느 순간 섬김받는 자리에 가 좌정하고 앉
아있는 모습을 봅니다.
자리 이탈, 이것이 타락입니다. 제 자리 찾기, 이것이 회복입니다. 우리 자기 자리
찾아 갑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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