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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넷을 항해하면서 발견한 다시 읽고 싶은 글을 스크랩했습니다. 인터넷 공간이 워낙 넓다보니 전에 봐 두었던 글을 다시 찾기가 여간 어려운 게 아닙니다. 그래서 스크랩할만한 글을 갈무리합니다. (출처 표시를 하지 않으면 글이 게시가 안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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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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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기독교신문 1481호.1998.8.2
이른바 「국민의 정부」가 들어서면서 기독교 운동권과 진보그룹의 정체성이 심각하게 흔들리고 있는 것으로 나타나 우려를 사고 있다. 특히 「예언자적 사명」을 존재의 근거로 하고 있는 이들 운동권과 진보그룹은, 새 정부 출범 이후 자신의 목소리를 전혀 찾지 못하고 새로 들어선 정권에 묻혀 돌아가고 있다는 비판이 종로 5가를 중심으로 강하게 제기되고 있어, 교회 본연의 예언자적인 모습을 찾으려는 노력이 시급한 실정이다.
「政治論理」 벗어나 진정한 正義·平和외칠때
지난 2월 19일 한국교회 백주년기념관에서 드려진 「김대중 대통령 당선자를 위한 기도회」에서는 작은 「사건」이 발생했다. 이날 기도회의 사회를 맡은 김상근목사(대한기독교서회 사장)는 예배에 앞서 『우리가 이날을 얼마나 기다리며 고통을 참아 왔느냐』는 요지의 인사말을 했다. 그런데 김목사는 너무 기뻤는지 인사말을 한 뒤에 곧바로 『찬송가를 부르자』고 말했다. 말하자면, 예배를 여는 「묵도」를 생략하는 실수를 범한 것이다.
어떻게 보면 한 개인의 「작은」 실수로 인해 빚어진 것이라고 할 수도 있는 이 사건은 그러나 당시 기독교 운동권과 DJ를 지지하던 진보 그룹의 분위기를 대변하는 사건이라고 할 수 있다. 말하자면, DJ가 대통령에 당선된 것은 그들에게 있어서 펄쩍펄쩍 뛰며 기뻐해야 할 일이었다. 특히 민주화 운동 과정에서 구속은 물론 고문 등과 같은 온갖 종류의 고난을 당하며 「십자가의 길」을 걸어 왔던 그들에게 DJ의 당선은 곧 「민주화의 실현」 그 자체로 해석될 수도 있었다.
따라서 「국민의 정부」가 들어섰다는 사실은 그들에게 있어 그들이 기다리는 「민주정부」가 들어섰다는 것을 의미한다고 할 수 있다. 그러나 문제는 여기서부터 시작된다. 한마디로 새 정부가 들어선 이후 기독교 운동권과 진보진영의 「예언자적인 목소리」가 아예 없어지거나 눈에 띄게 줄어들었다는 것이다.
이같은 사실은, 새 정부 출범과 거의 동시에 활동을 시작한 「민주시대 포럼」에서 이미 그 단초가 발견되기 시작했다. 「민주시대 포럼」은 지난번 대통령 선거를 앞두고 이른바 「세대교체론」이 등장하자, 이에 맞서 「정권교체론」을 주장하던 기독교계 인사들이 중심이 돼 결성한 단체이다. 당시의 상황에서 「정권교체론」이란 곧 「DJ 대통령론」의 다른 표현이라고 할 수 있었고, 이로 인해 「민주시대 포럼」은 「DJ 외곽조직이 아니냐」는 평가를 받기도 했다.
「민주시대 포럼」의 상임대표인 김상근목사는 이같은 시각에 대해 『긍정하지도 부정하지도 않겠다』는 입장을 보였다. 굳이 DJ를 지지하는 조직임을 부인하지 않겠지만, 그렇다고 무작정 DJ 정부를 칭찬하기만 하지는 않겠다는 뜻이다. 그러나 「민주시대 포럼」은 그 창립 취지문에서 「정책적인 협조와 비판」을 가장 중요한 과제의 하나로 내세우고 있다. 어떻게 보면, 새로 들어선 정부에 대한 「비판과 견제」 보다는 「정책적인 측면에서의 대안제시와 협력」을 더 강조하는 듯한 뉴앙스가 느껴진다. 실제로 「민주시대 포럼」은 창립이후 여러 차례 가진 모임을 통해 정부를 비판하기 보다는 정책 대안 제시에 주력하는 모습을 보여 주고 있다.
이같은 모습은, 새 정부와 「지역적인 기반」을 같이 하고 있는 한국기독교장로회에서도 똑같이 나타나고 있다. 한국 기독교사에 있어서 기장이라는 교단이 차지하고 있는 위치는 결코 간단하지 않다. 그리고 그 「무시할 수 없는 존재」의 기반은, 그동안 군사독재정권을 지나 오면서 기장이 보여준 예언자적인 모습과 밀접하게 연관돼 있다고 해야 할 것이다.
그러나 새정부가 출범한 이후 기장은 그 특징이라고 할 수 있는 「예언자적인 모습」을 전혀 보여 주지 못하고 있다. 정부의 정책을 비판하고 견제하면서 정부가 바른 길로 가도록 이끌어 가기 보다는, 아무런 목소리도 내지 않은채 「그저 바라만 보고 있는」 것이 「예언자적인 교단」을 자부하는 기장의 지금 모습이다.
이같은 모습에 대해 기장 총회의 한 목사는 『국민의 정부에 대해 국민의 합의된 모습으로 힘을 실어주기 위한 것』이라고 말했다. 말하자면, 일단 정권교체를 이룩했으니, 한동안은 새 정부가 하는 일을 지켜 보면서 비판보다는 힘을 실어 주는 일에 주력한다는 것이다.
그렇지만 기장의 이같은 태도를 비판하는 사람들은 새 정부가 그동안 보여 준 모습이 기대했던 「국민의 정부」와는 거리가 있다는 점을 지적한다. 특히 인사에 있어서 구시대의 인물들을 그대로 중용한다든지, 경제적 어려움을 앞세워 노동자들의 고통만을 강요한다든지, 양심수 문제에 있어서 이전 정부와 전혀 차별성을 보여 주지 못하는 것 등은 새 정부가 과연 「국민의 정부」인지를 의심하게 한다는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기장은 이같은 정부의 모습에 대해 아무런 비판이나 견제를 하고 있지 않다는 점에 대해 교계는 우려의 시각을 보내고 있다. 더욱이 최근 정부가 「사상전향제」를 폐지하고 대신 「준법서약제」를 도입한다고 발표했을 때에도 기장은 아무런 의사표현 없이 지나간 것에 대해 교계는 우려를 넘어 분노하는 모습까지 보여 주고 있다. 국가보안법 등과 같은 「악법」이 그대로 존재하는 상황에서의 「준법서약제」는 「사상전향제」와 아무런 차이를 갖지 못한다는게 일반적인 견해이기 때문에, 기장이 이에 대해 침묵한다는 것은 「사상전향제」를 용인하는 것이나 마찬가지라는 것이 이들의 생각이다.
이같은 기장의 모습에 대해 교계에서는 『언제까지 잔치 분위기에 들떠 있을 것이냐』는 문제를 제기하고 있다. 새 정부가 들어선 이후 경제, 실업, 통일등 우리 사회 전반의 문제들이 대부분 드러난 지금에 와서는, 기장도 자신들이 지지하는 정부가 바른 길을 갈 수 있도록 견제하고 비판할 수 있어야 한며, 그렇지 못할 경우 기장은 자신의 정체성을 완전히 잃어버릴 수도 있다는 것이 이들의 한결같은 걱정이다.
한편, 새 정부가 들어선 이후, 과거에는 「재야」에 묻혀 있던 인물들이 「실세」로 전면에 부각되면서 생겨나는 문제들도 만만치 않다. 이미 정부가 「통일정책 고문」을 위촉하는 과정에서 이 문제는 교계에 회자되기 시작했다. 당시 기독교계 인사로 고문에 위촉된 인물은 모두 9명이었으나 이들이 모두 기장 출신 인사로 채워졌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편중된 인선」의 문제가 입방아에 오른 것이다.
이 문제는 어떻게 보면 「편중된 인사」의 문제로 넘어갈 수도 있었다. 그러나 정작 더 중요한 문제는 교회협 쪽에서 터지기 시작했다. 지난 5월 한신대학교 신학대학원에서는 「88선언 10주년 기념 국제협의회」에서 발제를 맡은 국내 발제자들의 발표내용을 논의하기 위한 모임이 열렸다. 이 자리에서 박종화목사(한국기독교장로회 총무)는 「미군철수」 문제를 거론하면서 『굳이 철수할 수 없다면 「나토 평화군」 정도의 형태로 주둔하는 것이 어떻겠느냐』는 의견을 제시했다.
이것은 결국 미군 주둔을 용인하겠다는 것으로, 「한반도의 평화가 구체적으로 보장된 뒤 미군을 비롯한 한반도에 주둔하고 있는 모든 외국군대의 철수」를 주장한 88선언과는 배치되는 것이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김대중대통령이 「미군 주둔은 필요하다」는 발언을 한 뒤 박종화목사에 의해 이같은 발언이 나온 것은 결코 「우연」으로 넘기기 힘든 일이었다.
지난달 열린 「88선언 10주년 기념 국제협의회」에서는 이같은 「통일운동 1세대」 들의 모습에 대한 젊은 세대의 반발이 극명하게 드러났다. 이 협의회에 참석한 한 젊은 목사는 『현재 교회협의 통일운동을 주도하는 인물들이 너무 「친정부적」이라는데 문제의 본질이 있다』고 지적했다. 교회협 통일운동 수뇌부에 대한 젊은 세대의 견해를 한마디로 대변하는 말이라고 할 수 있다.
과거 이름을 떨쳤던 기독교 운동권도 새 정부가 들어선 뒤 「헤메기」는 마찬가지는 마찬가지이다. 최근 한국기독교사회운동협의회는 조직을 새롭게 확대하고 관심의 영역도 실업문제 등으로 확대한다는 계획을 세웠다. 이같은 기사협의 움직임은 새 정부 출범 이후 최초로 기독교 운동권의 방향을 새롭게 세워 나가려는 모습을 보여 줬다는 점에서 관심을 끌고 있다. 그러나 보다 근본적으로는, 기독교 운동에 있어서 이제야말로 「정치논리」를 배제하지 않는 한 그 정체성을 찾아 나갈 수 없다는 사실을 인식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해야 할 것이다. 그 이유는 이렇다.
사실, 그동안 우리나라 기독교 운동권은 「정치논리」에 의해 움직였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왜냐하면, 과거 독재정권 아래에서는 「민주화」는 곧 「정권의 타도」 내지 「정권교체」와 동의어였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같은 정치논리는 87년 대통령 선거 과정에서의 분열로 인해 내부적인 균열을 겪기 시작하더니, 급기야 「문민정부」 아래서 보수·진보의 이분법이 희석되면서 거의 와해의 길을 걷게 됐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정치논리」가 명맥을 유지할 수 있었던 이유는, 운동권이 말하는 「정권교체」의 목표가 구체적인 한 인물에 집중돼 있었던 데다가, 기대했던 「문민정부」 아래에서도 「민주화」의 이상은 사실상 실현되지 않았다는 논리가 나름대로 설득력을 갖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통일운동에 있어서도 내용은 별로 다르지 않다. 군사정권 시절에는 통일운동과 민주화운동이 맞물려 돌아갔다. 정권 자체가 분단에 의해 유지되고, 분단을 고착화시키려는 세력이라고 인식했기 때문에 통일운동과 정권 타도운동은 같은 궤를 타고 움직였던 것이다. 그러나 문민정부 이후, 정부의 통일논리는 운동권의 그것을 앞지르기 시작했고, 갑자기 목적의식의 한 축을 잃어버린 운동권은 제대로된 운동논리를 개발하지 못하고 우왕좌왕할 수밖에 없었다.
그러나 그토록 원하던 「정권교체」가 이루어진 오늘날, 기독교 운동권은 아직도 과거의 「정치논리」에서 벗어나고 있지 못한 느낌이 든다. 다시 말해서, 교회가 외쳐야 하는 하나님의 정의와 평화는 누가 정권을 잡았느냐에 상관 없이 항상 변하지 않는 내용을 갖고 있어야 함에도 불구하고, 기독교 운동권은 아직도 과거 「정권교체」에 집착하던 모습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다.
따라서 기독교 운동권과 진보진영은 하루속히 「정권교체」라는 「정치논리」에서 벗어나 냉정하게 하나님의 정의가 무엇인지 분별하는 작업을 시작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그리고 일단 하나님의 정의를 분별한 후에는 정권의 실체와는 상관 없이 이를 실현하기 위해 노력하는 모습을 보여 줘야 할 것으로 보인다. 하나님의 정의 앞에서는 어떤 정권이라도 상대적일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민성식기자 )
이른바 「국민의 정부」가 들어서면서 기독교 운동권과 진보그룹의 정체성이 심각하게 흔들리고 있는 것으로 나타나 우려를 사고 있다. 특히 「예언자적 사명」을 존재의 근거로 하고 있는 이들 운동권과 진보그룹은, 새 정부 출범 이후 자신의 목소리를 전혀 찾지 못하고 새로 들어선 정권에 묻혀 돌아가고 있다는 비판이 종로 5가를 중심으로 강하게 제기되고 있어, 교회 본연의 예언자적인 모습을 찾으려는 노력이 시급한 실정이다.
「政治論理」 벗어나 진정한 正義·平和외칠때
지난 2월 19일 한국교회 백주년기념관에서 드려진 「김대중 대통령 당선자를 위한 기도회」에서는 작은 「사건」이 발생했다. 이날 기도회의 사회를 맡은 김상근목사(대한기독교서회 사장)는 예배에 앞서 『우리가 이날을 얼마나 기다리며 고통을 참아 왔느냐』는 요지의 인사말을 했다. 그런데 김목사는 너무 기뻤는지 인사말을 한 뒤에 곧바로 『찬송가를 부르자』고 말했다. 말하자면, 예배를 여는 「묵도」를 생략하는 실수를 범한 것이다.
어떻게 보면 한 개인의 「작은」 실수로 인해 빚어진 것이라고 할 수도 있는 이 사건은 그러나 당시 기독교 운동권과 DJ를 지지하던 진보 그룹의 분위기를 대변하는 사건이라고 할 수 있다. 말하자면, DJ가 대통령에 당선된 것은 그들에게 있어서 펄쩍펄쩍 뛰며 기뻐해야 할 일이었다. 특히 민주화 운동 과정에서 구속은 물론 고문 등과 같은 온갖 종류의 고난을 당하며 「십자가의 길」을 걸어 왔던 그들에게 DJ의 당선은 곧 「민주화의 실현」 그 자체로 해석될 수도 있었다.
따라서 「국민의 정부」가 들어섰다는 사실은 그들에게 있어 그들이 기다리는 「민주정부」가 들어섰다는 것을 의미한다고 할 수 있다. 그러나 문제는 여기서부터 시작된다. 한마디로 새 정부가 들어선 이후 기독교 운동권과 진보진영의 「예언자적인 목소리」가 아예 없어지거나 눈에 띄게 줄어들었다는 것이다.
이같은 사실은, 새 정부 출범과 거의 동시에 활동을 시작한 「민주시대 포럼」에서 이미 그 단초가 발견되기 시작했다. 「민주시대 포럼」은 지난번 대통령 선거를 앞두고 이른바 「세대교체론」이 등장하자, 이에 맞서 「정권교체론」을 주장하던 기독교계 인사들이 중심이 돼 결성한 단체이다. 당시의 상황에서 「정권교체론」이란 곧 「DJ 대통령론」의 다른 표현이라고 할 수 있었고, 이로 인해 「민주시대 포럼」은 「DJ 외곽조직이 아니냐」는 평가를 받기도 했다.
「민주시대 포럼」의 상임대표인 김상근목사는 이같은 시각에 대해 『긍정하지도 부정하지도 않겠다』는 입장을 보였다. 굳이 DJ를 지지하는 조직임을 부인하지 않겠지만, 그렇다고 무작정 DJ 정부를 칭찬하기만 하지는 않겠다는 뜻이다. 그러나 「민주시대 포럼」은 그 창립 취지문에서 「정책적인 협조와 비판」을 가장 중요한 과제의 하나로 내세우고 있다. 어떻게 보면, 새로 들어선 정부에 대한 「비판과 견제」 보다는 「정책적인 측면에서의 대안제시와 협력」을 더 강조하는 듯한 뉴앙스가 느껴진다. 실제로 「민주시대 포럼」은 창립이후 여러 차례 가진 모임을 통해 정부를 비판하기 보다는 정책 대안 제시에 주력하는 모습을 보여 주고 있다.
이같은 모습은, 새 정부와 「지역적인 기반」을 같이 하고 있는 한국기독교장로회에서도 똑같이 나타나고 있다. 한국 기독교사에 있어서 기장이라는 교단이 차지하고 있는 위치는 결코 간단하지 않다. 그리고 그 「무시할 수 없는 존재」의 기반은, 그동안 군사독재정권을 지나 오면서 기장이 보여준 예언자적인 모습과 밀접하게 연관돼 있다고 해야 할 것이다.
그러나 새정부가 출범한 이후 기장은 그 특징이라고 할 수 있는 「예언자적인 모습」을 전혀 보여 주지 못하고 있다. 정부의 정책을 비판하고 견제하면서 정부가 바른 길로 가도록 이끌어 가기 보다는, 아무런 목소리도 내지 않은채 「그저 바라만 보고 있는」 것이 「예언자적인 교단」을 자부하는 기장의 지금 모습이다.
이같은 모습에 대해 기장 총회의 한 목사는 『국민의 정부에 대해 국민의 합의된 모습으로 힘을 실어주기 위한 것』이라고 말했다. 말하자면, 일단 정권교체를 이룩했으니, 한동안은 새 정부가 하는 일을 지켜 보면서 비판보다는 힘을 실어 주는 일에 주력한다는 것이다.
그렇지만 기장의 이같은 태도를 비판하는 사람들은 새 정부가 그동안 보여 준 모습이 기대했던 「국민의 정부」와는 거리가 있다는 점을 지적한다. 특히 인사에 있어서 구시대의 인물들을 그대로 중용한다든지, 경제적 어려움을 앞세워 노동자들의 고통만을 강요한다든지, 양심수 문제에 있어서 이전 정부와 전혀 차별성을 보여 주지 못하는 것 등은 새 정부가 과연 「국민의 정부」인지를 의심하게 한다는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기장은 이같은 정부의 모습에 대해 아무런 비판이나 견제를 하고 있지 않다는 점에 대해 교계는 우려의 시각을 보내고 있다. 더욱이 최근 정부가 「사상전향제」를 폐지하고 대신 「준법서약제」를 도입한다고 발표했을 때에도 기장은 아무런 의사표현 없이 지나간 것에 대해 교계는 우려를 넘어 분노하는 모습까지 보여 주고 있다. 국가보안법 등과 같은 「악법」이 그대로 존재하는 상황에서의 「준법서약제」는 「사상전향제」와 아무런 차이를 갖지 못한다는게 일반적인 견해이기 때문에, 기장이 이에 대해 침묵한다는 것은 「사상전향제」를 용인하는 것이나 마찬가지라는 것이 이들의 생각이다.
이같은 기장의 모습에 대해 교계에서는 『언제까지 잔치 분위기에 들떠 있을 것이냐』는 문제를 제기하고 있다. 새 정부가 들어선 이후 경제, 실업, 통일등 우리 사회 전반의 문제들이 대부분 드러난 지금에 와서는, 기장도 자신들이 지지하는 정부가 바른 길을 갈 수 있도록 견제하고 비판할 수 있어야 한며, 그렇지 못할 경우 기장은 자신의 정체성을 완전히 잃어버릴 수도 있다는 것이 이들의 한결같은 걱정이다.
한편, 새 정부가 들어선 이후, 과거에는 「재야」에 묻혀 있던 인물들이 「실세」로 전면에 부각되면서 생겨나는 문제들도 만만치 않다. 이미 정부가 「통일정책 고문」을 위촉하는 과정에서 이 문제는 교계에 회자되기 시작했다. 당시 기독교계 인사로 고문에 위촉된 인물은 모두 9명이었으나 이들이 모두 기장 출신 인사로 채워졌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편중된 인선」의 문제가 입방아에 오른 것이다.
이 문제는 어떻게 보면 「편중된 인사」의 문제로 넘어갈 수도 있었다. 그러나 정작 더 중요한 문제는 교회협 쪽에서 터지기 시작했다. 지난 5월 한신대학교 신학대학원에서는 「88선언 10주년 기념 국제협의회」에서 발제를 맡은 국내 발제자들의 발표내용을 논의하기 위한 모임이 열렸다. 이 자리에서 박종화목사(한국기독교장로회 총무)는 「미군철수」 문제를 거론하면서 『굳이 철수할 수 없다면 「나토 평화군」 정도의 형태로 주둔하는 것이 어떻겠느냐』는 의견을 제시했다.
이것은 결국 미군 주둔을 용인하겠다는 것으로, 「한반도의 평화가 구체적으로 보장된 뒤 미군을 비롯한 한반도에 주둔하고 있는 모든 외국군대의 철수」를 주장한 88선언과는 배치되는 것이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김대중대통령이 「미군 주둔은 필요하다」는 발언을 한 뒤 박종화목사에 의해 이같은 발언이 나온 것은 결코 「우연」으로 넘기기 힘든 일이었다.
지난달 열린 「88선언 10주년 기념 국제협의회」에서는 이같은 「통일운동 1세대」 들의 모습에 대한 젊은 세대의 반발이 극명하게 드러났다. 이 협의회에 참석한 한 젊은 목사는 『현재 교회협의 통일운동을 주도하는 인물들이 너무 「친정부적」이라는데 문제의 본질이 있다』고 지적했다. 교회협 통일운동 수뇌부에 대한 젊은 세대의 견해를 한마디로 대변하는 말이라고 할 수 있다.
과거 이름을 떨쳤던 기독교 운동권도 새 정부가 들어선 뒤 「헤메기」는 마찬가지는 마찬가지이다. 최근 한국기독교사회운동협의회는 조직을 새롭게 확대하고 관심의 영역도 실업문제 등으로 확대한다는 계획을 세웠다. 이같은 기사협의 움직임은 새 정부 출범 이후 최초로 기독교 운동권의 방향을 새롭게 세워 나가려는 모습을 보여 줬다는 점에서 관심을 끌고 있다. 그러나 보다 근본적으로는, 기독교 운동에 있어서 이제야말로 「정치논리」를 배제하지 않는 한 그 정체성을 찾아 나갈 수 없다는 사실을 인식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해야 할 것이다. 그 이유는 이렇다.
사실, 그동안 우리나라 기독교 운동권은 「정치논리」에 의해 움직였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왜냐하면, 과거 독재정권 아래에서는 「민주화」는 곧 「정권의 타도」 내지 「정권교체」와 동의어였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같은 정치논리는 87년 대통령 선거 과정에서의 분열로 인해 내부적인 균열을 겪기 시작하더니, 급기야 「문민정부」 아래서 보수·진보의 이분법이 희석되면서 거의 와해의 길을 걷게 됐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정치논리」가 명맥을 유지할 수 있었던 이유는, 운동권이 말하는 「정권교체」의 목표가 구체적인 한 인물에 집중돼 있었던 데다가, 기대했던 「문민정부」 아래에서도 「민주화」의 이상은 사실상 실현되지 않았다는 논리가 나름대로 설득력을 갖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통일운동에 있어서도 내용은 별로 다르지 않다. 군사정권 시절에는 통일운동과 민주화운동이 맞물려 돌아갔다. 정권 자체가 분단에 의해 유지되고, 분단을 고착화시키려는 세력이라고 인식했기 때문에 통일운동과 정권 타도운동은 같은 궤를 타고 움직였던 것이다. 그러나 문민정부 이후, 정부의 통일논리는 운동권의 그것을 앞지르기 시작했고, 갑자기 목적의식의 한 축을 잃어버린 운동권은 제대로된 운동논리를 개발하지 못하고 우왕좌왕할 수밖에 없었다.
그러나 그토록 원하던 「정권교체」가 이루어진 오늘날, 기독교 운동권은 아직도 과거의 「정치논리」에서 벗어나고 있지 못한 느낌이 든다. 다시 말해서, 교회가 외쳐야 하는 하나님의 정의와 평화는 누가 정권을 잡았느냐에 상관 없이 항상 변하지 않는 내용을 갖고 있어야 함에도 불구하고, 기독교 운동권은 아직도 과거 「정권교체」에 집착하던 모습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다.
따라서 기독교 운동권과 진보진영은 하루속히 「정권교체」라는 「정치논리」에서 벗어나 냉정하게 하나님의 정의가 무엇인지 분별하는 작업을 시작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그리고 일단 하나님의 정의를 분별한 후에는 정권의 실체와는 상관 없이 이를 실현하기 위해 노력하는 모습을 보여 줘야 할 것으로 보인다. 하나님의 정의 앞에서는 어떤 정권이라도 상대적일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민성식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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