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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넷을 항해하면서 발견한 다시 읽고 싶은 글을 스크랩했습니다. 인터넷 공간이 워낙 넓다보니 전에 봐 두었던 글을 다시 찾기가 여간 어려운 게 아닙니다. 그래서 스크랩할만한 글을 갈무리합니다. (출처 표시를 하지 않으면 글이 게시가 안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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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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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간 작은이야기 홈페이지에서 허락받고 가져왔습니다.
나는 들꽃을 사랑한다. 또한 들꽃에 관심있는 사람들을 좋아한다. 야생의 자유를 지녔으되 거칠지 않고 오히려 앙증맞게 예쁘지 않은가. 들꽃을 좋아하는 사람들도 그러하리라 내심 짐작해보는 것이다. 자유를 그리워하고 소박한 아름다움을 지향하며 사는 사람일 거라고.
내가 전에 근무했던 학교의 점심시간은 낭만이 있고, 여유가 있었다. 점심 먹으러 오고 가는 길에 계절따라 피어나는 꽃을 보는 재미가 여간 아니었으니까. 개학하면 이름도 예쁜 별꽃과 이름보다 실물이 더 예쁜 개불알풀꽃이 버석버석 마른 풀잎들 새로 뾰족이 얼굴을 내민다. 몸도 춥고 마음도 추워 잔뜩 웅크리며 걷는 내게 그 싱싱한 생명들이 얼마나 반가운지….
노란 민들레 지천인 언덕에 흰민들레는 보랏빛 제비꽃과 어울려 더욱 청초하다. 바람에 매운 맛이 한결 가셔졌다 싶으면 봄맞이꽃이 살랑거린다. 가지와 잎을 주의해서 살펴보지 않으면 쌍둥이아가씨꽃과 헷갈린다. 잘 봐야한다. 잘 볼 수밖에 없다. 너무나 예쁘니까. 바람에 산들거리는 모습이 봄바람에 울렁울렁 속타는 처녀의 마음 같다. 둥그렇게 하얀 꽃잎은 순결한 속내를 보여주는 듯하다. 세상에 이름과 존재가 이토록 완벽하게 일치하는 사물을 본 적이 있는가? 사실 말이 나왔으니 말이지 들꽃을 공부하다 보면 어떻게 이런 이름을 붙였을까 싶게 감탄할 때가 한 두 번이 아니다.
며느리밥풀꽃엔 시어머니 모르게 주걱에 붙은 밥풀을 떼어 먹다 죽은 며느리의 넋이 담겨 있단다. 진분홍빛 길게 늘여진 꽃잎 혀 끄트머리에 밥알처럼 흰 무늬 2개가 얹혀 있다. 양식 구하러 나간 큰스님을 기다리다 죽었다는 동자승. 그래서 그 넋이 담긴 동자화는 어디서나 산아래 마을을 향해 피어 있다. 설악산 오세암을 오르다 만난 동자화는 녹음 속에 선명한 주황으로 피어나 오래도록 마음에 새겨져 있다. 양지꽃, 초롱꽃, 보랏빛 각시붓꽃, 남산제비꽃, 얼레지, 큰애기나리, 애기똥풀, 꿀풀, 톱풀, 산꿩의 매, 뿌리가 쓴 고삼, 줄기를 꺾으면 오이냄새가 나는 오이풀… 셀 수도 없이 많은 풀들, 셀 수도 없이 많은 이름. 누가 이 꽃들을 싸잡아 ‘이름없는 들꽃’이라 부르는가? 이름 모를 꽃이라 해도 서운커늘.
장마비 그치면 지리산 문수골에 오르고 싶다. 벽 틈새로 하늘이 들어오고 산이 발아래 누워 있는 해우소도 그립다. 7월 문수암 가는 길은 칡꽃 향기로 아득하다. 정신을 혼미하게 만드는 보랏빛 향기에 취해 잡다한 세상사는 묻어 두어도 좋으리.
광주여고에서 아이들에게 윤리를 가르치는 김옥희 님은 아이들 가르치랴, 전교조 광주교사신문 편집위원 일도 하랴, 늘 활기차게 산다. 자연에 대한 남다른 애정과 관심을 가지고 있으며, 사람에 대한 사랑도 남달라 그 앞에 서면 어느 누구라도 칭찬의 대상이 된다.
나는 들꽃을 사랑한다. 또한 들꽃에 관심있는 사람들을 좋아한다. 야생의 자유를 지녔으되 거칠지 않고 오히려 앙증맞게 예쁘지 않은가. 들꽃을 좋아하는 사람들도 그러하리라 내심 짐작해보는 것이다. 자유를 그리워하고 소박한 아름다움을 지향하며 사는 사람일 거라고.
내가 전에 근무했던 학교의 점심시간은 낭만이 있고, 여유가 있었다. 점심 먹으러 오고 가는 길에 계절따라 피어나는 꽃을 보는 재미가 여간 아니었으니까. 개학하면 이름도 예쁜 별꽃과 이름보다 실물이 더 예쁜 개불알풀꽃이 버석버석 마른 풀잎들 새로 뾰족이 얼굴을 내민다. 몸도 춥고 마음도 추워 잔뜩 웅크리며 걷는 내게 그 싱싱한 생명들이 얼마나 반가운지….
노란 민들레 지천인 언덕에 흰민들레는 보랏빛 제비꽃과 어울려 더욱 청초하다. 바람에 매운 맛이 한결 가셔졌다 싶으면 봄맞이꽃이 살랑거린다. 가지와 잎을 주의해서 살펴보지 않으면 쌍둥이아가씨꽃과 헷갈린다. 잘 봐야한다. 잘 볼 수밖에 없다. 너무나 예쁘니까. 바람에 산들거리는 모습이 봄바람에 울렁울렁 속타는 처녀의 마음 같다. 둥그렇게 하얀 꽃잎은 순결한 속내를 보여주는 듯하다. 세상에 이름과 존재가 이토록 완벽하게 일치하는 사물을 본 적이 있는가? 사실 말이 나왔으니 말이지 들꽃을 공부하다 보면 어떻게 이런 이름을 붙였을까 싶게 감탄할 때가 한 두 번이 아니다.
며느리밥풀꽃엔 시어머니 모르게 주걱에 붙은 밥풀을 떼어 먹다 죽은 며느리의 넋이 담겨 있단다. 진분홍빛 길게 늘여진 꽃잎 혀 끄트머리에 밥알처럼 흰 무늬 2개가 얹혀 있다. 양식 구하러 나간 큰스님을 기다리다 죽었다는 동자승. 그래서 그 넋이 담긴 동자화는 어디서나 산아래 마을을 향해 피어 있다. 설악산 오세암을 오르다 만난 동자화는 녹음 속에 선명한 주황으로 피어나 오래도록 마음에 새겨져 있다. 양지꽃, 초롱꽃, 보랏빛 각시붓꽃, 남산제비꽃, 얼레지, 큰애기나리, 애기똥풀, 꿀풀, 톱풀, 산꿩의 매, 뿌리가 쓴 고삼, 줄기를 꺾으면 오이냄새가 나는 오이풀… 셀 수도 없이 많은 풀들, 셀 수도 없이 많은 이름. 누가 이 꽃들을 싸잡아 ‘이름없는 들꽃’이라 부르는가? 이름 모를 꽃이라 해도 서운커늘.
장마비 그치면 지리산 문수골에 오르고 싶다. 벽 틈새로 하늘이 들어오고 산이 발아래 누워 있는 해우소도 그립다. 7월 문수암 가는 길은 칡꽃 향기로 아득하다. 정신을 혼미하게 만드는 보랏빛 향기에 취해 잡다한 세상사는 묻어 두어도 좋으리.
광주여고에서 아이들에게 윤리를 가르치는 김옥희 님은 아이들 가르치랴, 전교조 광주교사신문 편집위원 일도 하랴, 늘 활기차게 산다. 자연에 대한 남다른 애정과 관심을 가지고 있으며, 사람에 대한 사랑도 남달라 그 앞에 서면 어느 누구라도 칭찬의 대상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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