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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넷을 항해하면서 발견한 다시 읽고 싶은 글을 스크랩했습니다. 인터넷 공간이 워낙 넓다보니 전에 봐 두었던 글을 다시 찾기가 여간 어려운 게 아닙니다. 그래서 스크랩할만한 글을 갈무리합니다. (출처 표시를 하지 않으면 글이 게시가 안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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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  
『목사가 진실하지 않을 때, 목사 말에 「아멘」 하고 꺼뻑 죽는 건 미신』

김진홍 목사
1941년 경북 청송 출생. 1966년 계명대학교 철학과 졸업. 1971 청계천 활빈교회 창립, 1974년 장로회 신학대학원 졸업. 1976년 남양만 두레마을 설립. 1998년 두레교회 창립. 계명대학교 명예철학박사. 미국 킹칼리지 명예 신학박사. 現 두레교회 목사. 두레마을 대표.

사회에 국가에 영향을 끼치는 교회

「金鎭洪(김진홍·61) 목사」 하면 서울 청계천과 경기도 화성군 남양만 갯벌을 떠올리게 되지만 그는 1998년 10월부터 경기도 구리시에서 목회를 하고 있다. 구리시 두레교회는 3년 만에 출석교인이 3700명에 이르러 하루 세 차례 열리는 일요 예배 때면 지하 예배당이 북새통을 이룬다. 지난 1월27일 예배에 참석해 보니 지하로 내려가는 계단까지 교인들이 빼곡히 들어차 있었다. 현재 6월 완공 예정으로 구리시 초입에 1500석 규모의 교회건물을 짓고 있다.

두레교회가 급성장한 원인을 묻자 金鎭洪 목사는 『가톨릭은 시스템에 의해 움직이지만 개신교는 목사 개인의 영향이 크다』며 이렇게 말했다.



『우리 교회는 세 가지 목회 방향을 제시하고 있습니다. 敎育(교육)목회, 治癒(치유)목회, 복음전도가 그것이죠. 우리 사회에는 상처와 억압, 스트레스, 인권침해가 많습니다. 교회가 치유 역할을 해야 합니다. 차세대 일꾼을 기르는 목회를 하며, 교회 안의 교인과 교회 밖의 국민을 차별 두지 않는 국민목회 방향을 확실히 제시하니까 이에 공감해서 많이 모이는 것 같습니다』

金鎭洪 목사의 재미있고 편안한 설교, 공동체운동을 통한 깨끗한 이미지가 급속한 교회 성장의 원인이라는 게 대다수의 의견이다. 金鎭洪 목사의 설교에 대해 두레지역복지센터 관장 李聖錄 박사(사회복지학. 국립한국재활복지대학 재활복지과 교수)는 『아주 어려운 얘기를 아주 쉽게 하는 강점을 지녔습니다. 이는 철학과 함께 언어분석학을 공부했기 때문입니다』고 말했다.

金鎭洪 목사의 비서 일을 맡고 있는 김찬주 목사는 「선명성과 투명성」 때문에 교회가 성장한다고 분석했다.



『金목사님은 내 교회만 보는 좁은 시각에서 벗어나 사회와 국가에 영향을 미치는 교회를 만들겠다는 비전을 분명히 합니다. 금전적, 생활적으로 아주 투명합니다. 지난해 우리 교회 예산과 결산을 인터넷에 다 공개했습니다. 목사님 사택은 누구나 드나드는 열린 공간으로, 생활까지 공개하고 있습니다』


구리를 제네바 같은 도시로 만들겠다


金鎭洪 목사가 구리로 옮기기 전인 남양만의 활빈(活貧)교회는 출석인원이 500여 명이었다. 당시 경기도 일대와 서울에서 출석하는 교인들이 많았다고 한다. 특히 100여 명의 사람들이 서울에서 金鎭洪 목사와 함께 정기적으로 성경공부를 했는데, 그들 가운데 많은 사람이 구리 두레교회 창립에 동참했다.

현재 두레교회 교인 가운데 50%만이 경기도 구리시 시민이고 나머지 50%는 서울을 비롯한 경기도 일대에서 출석하는 사람들이다. 두레교회는 서민을 기반으로 한 교회로 출석 교인 중 대기업 사장이나 유명한 사람이 별로 없다고 한다.

1월27일에 諸職(제직) 임명이 있었는데 두레교회에서 장로가 된 사무장로는 단 세 명뿐이고 다른 교회에서 옮겨온 사역장로가 열아홉 명이었다. 3년 만에 구리 지역에서 가장 교세가 커진 두레교회에 매주 열 가정 이상 등록하고 있으며 매월 성인만 30∼40명씩 불어나고 있다고 한다. 여전히 두레마을 대표로 두레공동체 살림을 책임지고 있는 金鎭洪 목사가 구리를 선택한 이유가 궁금했다.


『애초에 활빈교회에서 40년 일하고 은퇴하려고 했죠. 28년 만에 옮긴 이유는 함께 오래 지내다 보니 두레마을 사람들의 자립정신에 손상이 있는 것 같아서였죠. 끈끈한 정이 깊어져 모진 소리도 못하겠고. 부모도 자식에게 情을 떼야 자식이 자립하듯이 나도 정리하고 후임에게 맡기는 게 좋겠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신앙적, 경제적, 사회적으로 김진홍 울타리를 벗어나야 두레마을 사람들이 성숙될 수 있겠다고 생각해 결단을 내렸습니다』

金鎭洪 목사가 남양만을 떠나려고 하자 모 기업에서 서울 강남 요지의 땅과 함께 교회를 지어 주겠다는 제의를 했다고 한다. 하지만 金鎭洪 목사는 이를 거절하고 구리의 지하상가를 선택했다.


『서울 강남으로 진입하면 중산층의 안정된 생활권 목회를 하게 되겠지요. 제가 해 온 30년 전통과 맞지 않지요. 인구 18만명의 구리는 중하층 서민이 밀집된 곳입니다. 활빈교회와 두레운동이 펼쳐온 신앙경제운동과 공동체운동과 맞는 지역이라는 판단이 섰습니다』

金鎭洪 목사는 16세기에 칼빈이 성경적 원칙을 가지고 스위스 제네바市 전체를 聖市化(성시화)한 것을 예로 들었다.



『성경적 도시를 이루어 시민생활 전반을 아우르는 목회를 꿈꾸고 있습니다. 현재 교회는 변질되어서 靈的(영적)인 데만 관심을 가지고 시민생활 전체를 아우르는 면이 약해졌습니다. 교회당 안의 교인만 상대하는 교회를 극복하고 실험적인 교회를 시작하자는 의미에서 구리로 온 겁니다』

金鎭洪 목사는 지난 30년 간 이런 사항을 염두에 두고 목회했으나, 人的 物的 경험이 부족하여 시행착오가 많았다고 말했다. 남양만의 활빈교회는 당시 부목사였던 김덕수 목사가 담임목사 자리를 승계했다.


『활빈교회에서는 생존하는 데 급급해 시행착오가 많았습니다. 정년퇴임하기까지 남은 10년 동안 연습만 하지 말고 잘 해보자는 각오를 하고 있습니다. 지난 교회에서 시행했던 점을 보완해서 새롭게 접근하고 아쉬웠던 것을 반영하고 있습니다. 구체적으로 말한다면 會衆(회중)목회를 하고 있습니다. 모든 교인들의 의견을 반영하는 것을 보완했다고 할 수 있지요』


『목사가 말하면 「아멘」 하고 꺼뻑 죽는 건 미신입니다』


金목사는 한국교회가 숫자도 많고 목회도 열심히 하고 있으나 사상성과 역사의식이 결여되어 교회가 가진 힘을 발휘하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시대를 움직이는 것은 사상성입니다. 사상성이나 민족을 섬기겠다는 역사관 없이 교회만 커지면 균형이 깨진 뚱보나 다름없어요. 선교사들에게 배울 때부터 순수한 신앙과 교회에 대한 정열은 뜨거웠는데, 시대의 사명이나 겨레를 위해 봉사하는 것은 도외시되었어요. 하나님 사랑은 뜨거우나 민족 사랑은 약하고, 교회 사랑은 뜨거운데 이웃 사랑은 약합니다. 한국 교인들의 체질적인 취약성이죠. 구원의 신앙과 함께 사회를 이끌고 시대정신을 만드는 교회의 사상성이 있어야 합니다』

金鎭洪 목사는 한국교회가 목사 의존적이라고 지적했다.



『목사에 의존하지 말고 자기 신앙으로 자기 인생을 살아야지요. 목사 말을 무조건 따르지 말고 의논해서 좋은 건 따르고 나쁜 건 따르지 말아야죠. 자율적인 신앙을 가져야 합니다. 목사가 말하면 「아멘」하고 꺼뻑 죽는 건 미신입니다』

金鎭洪 목사는 교인들에게 『교회 일 너무 열심히 하지 말라. 교회 일은 적당히 하고 사회 봉사를 하라』고 말한다. 형식적인 교인이 되지 말고 사회변화에 영향을 끼치는 교인, 폭넓은 관점으로 바라보고 실천하면서 공동체를 만들어 나가라는 의미이다.

金鎭洪 목사는 한국 기독교인들의 시야가 넓어져야 한다고 당부했다.



『저질 음악이 있는 것처럼 기독교 靈性(영성)에도 저질 영성이 있습니다. 「주여 복 주셔야 됩니다. 안 주면 안 됩니다」 이렇게 외치는 건 저질입니다. 「숨쉬고 사는 게 복입니다」 해야죠. 현찰 못 받아서 안달 난 예수쟁이들이 있어요. 기독교가 다 그런 걸로 알면 안 되죠. 정말로 정직하게 자기를 추구하고 예수 그리스도의 삶을 살아 보려는 사람이 있습니다』

金鎭洪 목사의 발언에 대한 다른 목사들의 반응이 궁금했다.



『다른 목사들이 부담을 가지지요. 「김진홍 목사는 왜 교인들에게 목사 말 잘 안 듣게 하느냐」고 하지요. 목사 말 안 듣자는 게 아니라 진리의 기준을 따르자는 것이지요. 목사가 진리에 서 있으면 듣고, 삐딱하게 말하면 안 들어야지. 그런 것까지 들으면 같이 망하자는 거죠. 목사들이 항의도 하고 뭐 여러 가지 해프닝이 있었습니다』

金鎭洪 목사는 자신이 주변의 눈치나 보고 말하는 스타일이 아니라고 말했다.



『내가 누구 눈치 볼 필요도 없는 거고. 내 신앙 갖고 내 인생 내가 살았지, 누구한테 얻어먹고 산 것도 없고. 30代에 시작할 때 넝마주이하면서도 당당하게 살아왔어요. 그러다 보니 이름이 나기도 하고 욕도 먹고 일도 생겼죠.

나는 굉장히 행복한 사나이라는 것을 自任합니다. 지금까지 멋있게 내 인생을 살았어요. 나를 굉장히 좋아하고 나를 높이 평가합니다. 나는 목사 이전에 사나이답고, 소신껏 살았어요. 그것은 축복입니다. 생각하면 좋아요. 난 행복합니다. 내가 하는 일에 대해 스스로 감격합니다』

金鎭洪 목사는 자신이 사나이다움을 강조해서인지 두레교회에 남자 교인이 많다고 전한다. 일반 교회의 남녀 비율이 3대7 인 데 비해 두레교회는 5대5이며 특히 40代 남성들이 많다고 한다.

튀는 목회를 하는 그에게 특별히 친한 목사나 敎團 총회장을 지낸 적이 있는지 물었다.



『내 인생 열심히 사니까 서로 인정하는 사람은 있지만, 특별히 친하고 자시고 할 필요 없어요. 예수교 장로회 통합 측에서 제명당하지 않을 정도로만 하고, 내 일 열심히 해서 나라에도 기여하고 한국 교회에도 기여하고 그런 거죠. 목사든 정치가든 자기 맡은 일에 인생을 투자해서 철저히 하는 게 중요하다고 봅니다. 다른 거 쳐다볼 필요 없어요』


월급 130만원, 가족수당 60만원


두레교회는 여러 가지 독특한 제도를 시행하고 있다. 목사와 장로의 임기를 5년제로 하고 임기가 끝난 뒤 再신임을 받아야 한다.

두레교회는 有給으로 일하는 사람이 모두 열세 명인데 담임목사에서부터 교회 관리인까지 기본급이 130만원으로 동일하다. 가족 1인당 15만원의 수당이 추가될 뿐이다.


『교회는 진리공동체인데 담임목사는 700만원 받고 부목사는 150만원 받고 관리집사 80만원 받는 건 바람직하지 않습니다. 차별을 두는 것은 기업형태와 같지요』

두 자녀가 아직 학교에 다니고 있는데 그 월급으로 모자라지 않느냐는 질문에 金鎭洪 목사는 이렇게 말했다.



『월급에 맞춰서 사는 거지요. 모자라지 않아요. 나는 원고도 쓰고 강연도 하고 인세도 받으니까』

1982년에 펴낸 그의 에세이집 「새벽을 깨우리로다」는 100刷(쇄)를 넘게 찍었으며, 영어 중국어 러시아어 아랍어 일본어로 번역되어 해외로도 팔려 나갔다. 1999년 10월에 낸 自轉소설 「황무지가 장미꽃 같이」는 지금까지 12만 권이 나갔다.

비서 김찬주 목사는 金鎭洪 목사가 원고료와 강연비, 인세의 대부분을 두레공동체에 헌금한다고 일러 주었다. 얼마 전 모 출판사와 출간 계약을 하고 선금으로 받은 1억원도 모두 두레공동체에 헌금했다고 한다.

일반교회가 장로들로 구성된 당회 중심으로 움직이는 것과 달리 두레교회는 당회, 교역자회, 직분자회, 교구회, 제직위원회, 남녀선교회 등 여섯 개의 부서 대표 80명으로 구성된 운영위원회에서 중요사항을 결정한다. 평신도에서부터 장로에 이르기까지 모두의 목소리를 들을 수 있는 시스템이 갖춰져 있다. 金鎭洪 목사는 이에 대해 이렇게 말했다.


『우리 교회는 목사나 장로가 일방적으로 결정해서 교인에게 따르라고 하지 않습니다. 민주적 열린 공동체로 운영하니까 교인들의 여론이 수렴되어 일체감이 생깁니다』

2001년 10월에 경향신문이 창간 55주년을 맞아 우리나라를 빛내고 21세기 한국의 미래를 이끌어갈 것으로 기대되는 55명을 선정했는데 기독교에서 金鎭洪 목사가 선정되었다. 신학대학생들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하면 존경하는 목사, 영향력 있는 목사 부문에서 그는 항상 상위 그룹에 오른다.

金鎭洪 목사는 자신이 인생을 살아가는 세 가지 원칙을 소개했다.



『첫째, 어떻게 하면 진실한 인간이 될 것인지를 생각합니다. 목사가 진실하지 않으면 公害(공해)지요. 둘째, 어떻게 하면 섬기는 교회, 교회다운 교회가 될 것인지 생각합니다. 일반 국민이 신뢰하는 교회를 이루어야죠. 셋째, 교회다운 교회가 되어 어떻게 하면 겨레와 사회발전에 쓰임받을지를 생각합니다』


두레마을 이야기


金鎭洪 목사는 장로회신학대학원 2학년에 재학 중이던 1971년 10월 서울 청계천에 활빈교회를 설립하고 빈민선교를 시작했다.


청계천 제방과 중랑천 제방 일대 1만2000여 세대의 6만여 명의 빈민들을 대상으로 주민교육 사업, 청소년 교육, 탁아사업, 의료사업, 폐품 재생산, 식품가공 사업 등을 벌였다. 서울시 성동구 송정동 판자촌 주민 자활회를 조직하여 주민들과 함께 넝마주이 생활을 하며 온갖 고초를 다 겪었다.

1974년 한국기독교 성직자 시국기도회를 주동해 대통령 긴급조치 제1호 위반으로 군사재판에서 15년의 선고를 받아 복역하던 중 13개월 만에 형집행정지로 석방된 이력도 있다.


청계천 판자촌 지역 전체에 철거령이 내려지자 1976년에 경기도 남양만 간척지의 농지 배정을 허가받고 이주하여 농촌선교를 시작하였다. 1979년 4월, 1차 두레마을이 시작되었으나 11월에 실패로 돌아가고 만다. 1980년 12월에 조직을 재건하여 제반 준비 끝에 1986년 10월 2차 두레마을이 시작되어 오늘에 이르렀다. 金鎭洪 목사는 1차 실패 이후 2차 두레마을을 시작하기까지 7년 간 『온갖 일을 다해 빚 갚느라 정신없었다』고 말했다.

현재 국내 일곱 군데, 해외 일곱 군데 등 총 열네 군데에 두레마을이 형성되어 있으며 두레성서연구원, 두레장학재단, 두레연구원, 두레시대, 학교법인 수곡두레학원, 두레치유원, 사회복지법인 청십자두레마을, 두레유통, (주)두레리빙, 두레자연고등학교 등을 설립했다. 두레마을은 자립을 하는 곳과 하지 못하는 곳이 반반 정도로 손익분기점을 맞았다고 한다.

두레마을의 수익 분배 방식을 金鎭洪 목사는 이렇게 설명했다.



『많이 버는 데서 자립 안 되는 데 밀어주는 방식이죠. 많이 번다고 자기네들끼리 다 쓰면 역적이지. 절약해서 살고 다른 데 돕고 삽니다. 자기가 많이 벌어 자기가 다 쓰면 두레마을 헐어 버려야지. 다 쓰면 크리스천이 아니죠』

金鎭洪 목사는 이런 분배방식 때문에 「자생적 공산주의자」라는 말을 듣기도 했다.


전염성 질환과 정신질환이 없는 사람이면 누구나 두레마을에 지원할 수 있지만 탐색기간, 수련기간 등 총 2년3개월의 테스트 기간을 거쳐 구성원들에게 합격점을 받아야 두레마을에 입성하게 된다. 한번 들어갔더라도 본인이 희망하면 언제든 다시 나올 수 있다.

현재 국내에서 가장 큰 규모인 남양만 두레마을에 총 80여 명이 살고 있는데, 그 가운데 30명은 노동을 할 수 없는 사람들이다. 구성원들의 숫자가 자주 바뀌어 전국적인 통계는 내기 힘들다고 한다.

똑같이 일해서 똑같이 나누는 사회주의 분배방식은 생산성을 떨어뜨리지 않느냐는 질문에 金鎭洪 목사는 이렇게 답했다.



『그게 약점입니다. 인간심리는 비슷해요. 그걸 어떻게 보완하느냐가 공동체의 핵심입니다. 공동체는 커지면 실패해요. 커지면 생산성이 없어지고, 생산성을 너무 내세우면 공동체성이 약해지고, 서로 긴장관계에 있지요』

金鎭洪 목사는 공동체의 의미를 이렇게 정의했다.



『일반화, 보편화는 불가능하고 바람직하지도 않습니다. 한계가 있겠죠. 공동체 정신이 보급되는 게 중요합니다. 공동체가 많아지는 건 불가능한 일입니다. 획일화되면 사회주의가 됩니다. 그러나 종교인으로서 신념에 따라 공동체 운동을 하는 데가 군데군데 있어야 이 사회가 그나마 건강을 유지할 수 있습니다』

30년 간의 공동체 운동을 스스로 어떻게 평가하는지 궁금했다.



『어디든 꿈꾸는 사람이 있습니다. 사회가 세분화, 자본주의화할수록 인간의 본성 속에 개인주의를 추구하는 본성도 있지만 공동체를 추구하는 본성도 있습니다. 자본주의는 너무 개별화만 추구하다보니 반대급부로 공동체성이 약화되었어요. 이럴 때일수록 공동체하고 싶은 욕구가 강합니다. 잘했다, 못했다를 떠나서 공동체적인 접근을 해왔으니 감사합니다. 성공이냐, 실패냐는 계산하기 힘든 일입니다. 그러나 그런 이상을 가지고 노력해 왔다는 것에 대해 상당히 감격합니다. 나는 잘 살았다고 생각해요. 앞으로도 변질되지 말아야죠』

그는 시간만 나면 전국의 두레마을을 찾아 노동을 한다고 전한다.



『돈에 대한 개념이 없는 분이에요』


金鎭洪 목사를 옆에서 10여 년 동안 지켜본 李聖錄 박사는 金鎭洪 목사를 「이 시대의 奇人(기인)」이라고 말했다.



『思考가 너무 다른 분입니다. 황당하고 놀라울 때가 많지요. 일을 많이 벌이고 다른 사람의 부탁을 거절하지 못합니다. 가끔은 자신을 과신하는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듭니다. 문제 있는 사람을 끌어들여 돌봐 줄 때면 이해가 안 될 때도 있습니다. 모든 걸 당신이 포용해야 한다고 생각하는 분이죠. 효율성 측면에서 보면 단점이고 인간적 측면에서 보면 좋은 점입니다.

그러다 보니 실무자들이 애를 먹는 경우가 많습니다. 새로 시작하려는 일에 대해 실무자들이 예산 때문에 반대하면 「자네들은 가슴이 그렇게 작아서 어떻게 일을 하느냐」고 야단치시죠. 그래서 우리들끼리 목사님께 결재 받으려면 액수가 클수록 결재가 잘 난다는 말을 합니다』

金鎭洪 목사가 「경제성을 따지지 않고 좋은 일은 해야 한다」는 신념에서 받아들인 대표적인 일이 장기려 박사 기념사업이라고 소개했다. 청십자병원과 한국 청십자 사회복지회를 운영하던 장기려 박사가 1995년에 세상을 떠나자 3년 만에 청십자병원이 50억원의 빚더미에 앉았다.

관계자가 金鎭洪 목사를 찾아와서 기념사업을 맡아 달라고 해서 그 사업을 고스란히 떠안았다고 한다. 1997년 11월에 장기려 박사의 뜻을 따라 설립한 것이 사회복지법인 청십자두레마을이다. 李聖錄 박사는 당시 실무자들의 반대가 컸다고 전한다.


『50억원이 적은 돈입니까. 거의 다 갚았지만 지금까지 갚고 있는 중입니다. 김목사님은 우리가 맡지 않으면 장기려 박사의 정신이 사라진다며 받아들였어요. 병원은 현재 다 정리했고, 두레마을에서 벌이고 있는 모든 복지사업에 「청십자」라는 이름을 붙여 장기려 박사의 정신을 기념하고 있습니다』

李聖錄 박사는 金鎭洪 목사가 격식과 가식이 없다고 말했다. 양말을 짝짝이로 신고 외출할 정도로 사소한 것에 신경을 쓰지 않는 성격이라고 한다.


『어디를 갈 때 소형차로 모시든 고급차로 모시든 아무 신경을 안 씁니다. 한번은 지하철을 함께 타고 갔는데 자리가 없었어요. 그러자 바닥에 신문지를 깔고 앉아 책을 보시더군요. 중국 출장을 갔을 때 비행기가 결항되어 여덟 시간이나 기다렸어요. 수행한 사람들이 모두 전전긍긍하고 있는데 목사님은 신문지를 깔고 공항 바닥에서 주무시더군요. 너무 격식이 없어 황당할 정도입니다』

가끔 돈 1만원을 용돈으로 주면서 아껴쓰라고 하는가 하면, 어떤 때는 강연하고 받은 100만원이 든 봉투를 용돈으로 쓰라고 주기도 한다고 한다.



『돈에 대한 개념이 없는 분이에요. 돈의 단위가 크고 작고를 따지는 게 아니라 옳은 일인지 아닌지를 따져서 사업을 결정하는 분이에요. 적게 투자해서 많이 버는 기업논리와 많이 투자하여 성과가 적은 공동체 논리는 다르다는 생각을 갖고 계시죠. 그래서 우리끼리 「두레의 주특기는 실패」라는 얘기를 합니다. 끊임없이 투자하고 성과는 기대하지 않지요』

『편해지면 좀이 쑤신다』

주요내용
사회에 국가에 영향을 끼치는 교회
『편해지면 좀이 쑤신다』


현재 국내 1만3000명, 해외 4000명이 두레마을을 후원하고 있다. 국내 회원은 월 1만원, 해외 회원은 20달러씩 송금한다. 이 회원들에게 매주 金鎭洪 목사의 설교 테이프를 우송해 준다. 이 회원들이 두레마을에서 생산되는 생산물에 대한 소비자이며 특별한 일이 있을 때 특별헌금을 해 공동체 운동을 후원한다. 회원은 매달 250여 명씩 늘어나고 있는 중이다.

金鎭洪 목사는 독자적인 경제권, 공동체적 경제권을 이루고 있다며 이렇게 말했다.



『아쉬운 거 없고 이름 나려고 할 것도 없고 누구에게 빌붙을 것도 없고 기죽을 것도 없어요. 그렇다고 사이비 교주처럼 하면 안 되니 시간 나면 농장 가서 일하고 서민들하고 머루주도 한잔 하고 그러지요』

金鎭洪 목사는 두레마을 대표지만 두레마을에서 월급을 받지 않는다. 金鎭洪 목사에게 재산이 얼마나 되느냐고 물어보았다.


『목사가 재산이 있으면 안 됩니다. 책이 재산이죠. 주민등록증과 책과 입을 옷만 있으면 됩니다. 이름도 났고 편하게 살 수 있어요. 편해지면 좀이 쑤셔요. 체질적으로 돈에 관심이 없어요. 돈만 있으면 이걸 누구한테 줘야지 하는 생각만 나니 내 손에 돈이 머물 시간이 없어요. 일을 자꾸 하다 보면 먹을 것도 생기고 생활도 하고 다 돌아갑니다. 신명나지요』


북한을 가만히 놔두라


해외에는 중국 연변, 러시아 블라디보스토크, 북한 나진·선봉, 미국 LA, 뉴저지, 캐나다 토론토, 미얀마, 일본 오사카에 두레마을이 조성되어 있다. 金鎭洪 목사는 「교포가 있는 곳에 두레마을이 들어간다」는 목표를 세웠다고 전한다. 두레마을을 통해 청소년을 교육하고 민족정신을 높이며, 기독교 신앙운동을 벌이는 산업공동체를 세우기 위해서이다. 현재 가장 잘 되는 데는 중국 연변으로 150만 평의 땅을 확보하고 있다.

미국 LA, 캐나다 토론토, 일본 오사카 두레마을도 운영이 잘 되고 있다고 한다. 金鎭洪 목사는 자원봉사자들이 사명감을 갖고 헌신적으로 일하는데 잘 안 되면 이상하다고 말한다. 북한의 나진·선봉 두레마을은 3년 간 운영하다가 1998년에 중단되었다. 남쪽에서 세 가정이 가서 지도를 했었다.


『북한 주민들과 열심히 했는데 잘 되니까 중단시키더군요. 잘 되면 공산당이 흔들리잖아요. 주민들이 우리를 너무 좋아해서 세 번째 가면 벌써 「오라버니」 하면서 반갑게 맞아 줍니다. 백성들은 착하잖아요. 우리는 진심이니까 금방 친해지죠. 감자 농사를 했는데 다른 농장보다 서너 배는 수확했지요. 모두 눈이 휘둥그레졌지 뭐』

金鎭洪 목사는 그동안 북한을 네 번 다녀왔다. 지금도 초청이 온다고 한다.


『오라고 하지만 체제가 바뀌지 않은 한 안 가요. 들어가는 사람들이 이용만 당해요. 정권 연장시키는 도구가 됩니다. 백성들이 불쌍하죠. 백성을 보면 밀어 줘야 하지만 지금은 가만히 놔두는 게 상책입니다. 체제가 망하든지 개방하든지 지켜봐야죠. 지금은 과도기입니다.

金大中 대통령이 생각보다 순진합니다. 우리가 잘해 주면 저쪽도 잘할 것이라고 생각했지만 꼬부라진 인격일수록 이용하려고 합니다. 북한 정권은 백성을 생각하지 않습니다. 金大中 대통령이 파트너를 잘못 선택했어요』

현재 교회를 비롯한 여러 사회단체가 북한을 도와 주는 것에 대해 그는 이렇게 평가했다.



『초기에 한국 교회가 순정을 갖고 순수한 마음으로 밀어 줬지요. 가만히 있어 봐야 합니다. 가만히 있으면 저쪽에서 먼저 손을 뻗치겠죠. 북한은 남한이 아니면 대안이 없어요. 金大中 대통령이 너무 성급하게 짝사랑하지 말고 합리적으로 해야 합니다. 다음 정권 들어서서 6개월쯤 지나면 잘해 보자고 연락이 오겠죠. 개별적으로 도와 주는 데도 많은데 좀 중단해야 합니다. 잘 몰라서 하는 거지요. 국가가 방침을 정해서 「국민 여러분 좀 참아봅시다」고 해야지. 그래야 북쪽에서 알아차리죠』


머루주·머루즙 생산


金鎭洪 목사는 앞으로 지리산 두레마을을 국제두레공동체 운동의 중심지로 삼을 계획이라고 말했다.



『몇 년 뒤 교회가 자리잡히면 경남 함양군에 있는 지리산 두레마을에 가서 정착하려고 합니다. 거기 들어앉아서 수행하고 글 쓰고 젊은 사람 키우는 일을 하려고 합니다. 내년에 지리산 두레마을 국민수련장을 지어서 기업체 사장들에게 개척정신을 불어넣고, 노동자들에게 정신교육을 시키고, 낙심한 청소년과 농민들에게 희망을 불러일으켜야죠』

두레공동체 운동을 배우고자 하는 요청이 많아 金鎭洪 목사는 1989년부터 목회자 세미나, 사모 세미나, 청소년 세미나, 노동체험 등 다양한 세미나를 주최했다.


지리산 두레마을은 전부 13만 평인데 그가운데 5만 평에 산머루를 심어 현재 머루즙과 머루주를 생산하고 있다. 지리산 두레마을의 머루즙과 머루주는 2001년 10월에 열린 전국향토식품경진대회에서 6위를 차지했다. 산에 있는 산머루를 옮겨심어 거름만 주었는데 잘 자란다고 한다. 일본에서 전량 수입하겠다는 의사를 밝혔으나 국내 판매도 하고 있다. 현재 주문량의 5분의 1밖에 생산하지 못하고 있다.

주변 농민들도 산머루를 10만 평 심었다는데 3년 후면 15만 평에서 생산한 산머루로 지리산 일대가 산머루 공동체를 이루게 된다고 한다. 대규모 머루즙·머루주 생산공장도 지을 예정이다. 프랑스 포도주보다 항암 성분이 세 배나 많이 들어 있다며 머루주와 머루즙을 세계적인 명품으로 만들 계획이라고 한다.

金鎭洪 목사는 벼농사에 목맬 것이 아니라 한국의 식품산업을 육성해 全세계로 뻗어나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全세계 96개국에 지점과 326곳에 공장을 갖고 있는 세계적인 식품회사 네슬레가 스위스에 연구소 하나만 갖고 있는 것이 좋은 본보기라고 말한다.


『중국으로부터 150억 달러의 수출이익을 얻었는데 중국 농산물을 안 받아들이면 어떡합니까? 총명한 우리 국민은 이제 부가가치가 높은 代案농업을 생각해야 합니다. 산골짝에서 벼농사 지어서 토지가 큰 나라와 대결할 수가 없어요. 싱가포르는 농사를 못 짓게 합니다. 금융업과 유통만 하지요. 지도자들이 유연하게 대처해야 합니다. 우리는 돼지, 약초, 과일, 약재, 꽃 등 경쟁력 있는 것을 개발해야죠. 정부가 농민들에게 확실하게 얘기해야 합니다. 쌀값 보장한다고 하는데 어떻게 보장합니까. 국제무대에 나가면 기를 못 펴는데. 농민들도 경영마인드를 갖고 똑똑해져야 합니다』


『사람 움직이는 매력과 파워 있어야 목회에 성공할 수 있다』


金鎭洪 목사는 교회운영, 국내외 두레마을 방문, 밀려드는 강의, 원고 집필 등으로 늘 바쁘다. 특히 일반기업체에서 강의를 해달라는 요청이 많다. 지난 1월13일에는 全經聯 신년모임에서 「기업인의 도덕성」이라는 제목으로 특강을 했다. 새해들어 청와대에도 다녀왔고 한나라당 李會昌 총재와도 가끔 만난다. 무슨 얘기를 했느냐는 질문에 이렇게 답했다.


『성경에 다 소재가 있어요. 거칠 것 없이 생각나는 대로 얘기하죠. 나는 무소속이니 뭐든지 말합니다. 가려서 말하면 목사의 말이 아니지요』

金鎭洪 목사는 목사가 안 되었으면 철학교수나 국회의원이 자신에게 맞았을 거라고 말했다. 실제로 출마권유가 많았다고 한다.


『이 길로 들어섰으니 마무리해야죠. 이것 저것 하라고 하는 사람 많지만 자기 길을 가야지 안 그러면 외도가 됩니다. 목회는 종합경영입니다. 목회에 미쳐야 합니다. 사람을 움직이는 매력과 파워가 있어야 목회에 성공할 수 있습니다. 목사가 멋있어요. 내 일을 좋아합니다』

金鎭洪 목사는 앞으로의 계획을 묻자 이렇게 말했다.



『지리산에 가서 일해야죠. 일해야 건강하지. 욕심 없고, 있는 거 나눠 쓰고, 일하면 장수합니다. 머루의 부가가치를 높여서 국민건강 식품으로 만들고 수출도 해야지요. 창조적이고 親환경적이잖아요. 인생을 여유 있게 살아야 건강하고, 노동을 해야 늙어도 치매에 안 걸립니다. 머루즙 먹고 살다가 딱 죽으면 좋지요』

『한국은 미국·일본·유럽과 같은 줄을 서야 한다』(2월3일 설교 요약)
1월29일에 미국의 부시 대통령이 새해 연두교서를 발표하는 자리에서 북한에 대해 이례적으로 강경한 발언을 했습니다. 그 중 북한에 해당되는 부분만 읽겠습니다.


『우리의 둘째 목표는 테러를 후원하는 국가들이 미국과 우방·동맹국을 대량살상 무기로 위협하지 못하도록 막는 것입니다. 우리는 이들 국가의 본질을 압니다. 북한은 주민은 굶어도 대량살상 무기와 미사일로 무장하고 있습니다. 이들 국가는 테러국가들과 함께 악의 한 축(Axis of evil)을 이루고 있습니다. 세계에서 가장 위험한 국가들이 가장 파괴적인 무기로 미국을 위협하는 것을 허용치 않을 것입니다』

부시의 對北 발언이 있은 직후 북한 측에서 보도한 내용입니다.



『근래 朝·美 관계 역사에 미국 대통령이 직접 정책연설을 통해 자주적 주권국가인 우리나라에 이처럼 노골적 침략위협을 가한 적은 없다. 이는 사실상 우리에 대한 선전포고나 다름없다. 우리는 대화와 협상의 가면마저 벗어 던지고 정세를 전쟁 접경으로 몰아가고 있는 미국의 심상치 않은 움직임에 대하여 예리하게 주시하고 있다. 타격의 선택권은 미국에만 있는 것이 아니다. 우리는 강력한 공격수단과 방어수단을 거뜬하게 갖췄다. 우리는 침략자들을 무자비하게 쓸어버릴 것이다』

그렇다면 미국과 북한 간의 이런 움직임에 대하여 우리 한국 측의 반응과 대책은 어떠하였습니까? 바람직하지 못하게도 부시의 발언이 적절하다는 측과 적절하지 못하다는 측으로 갈라져 있습니다. 특히 소장 국회의원들이 부시 대통령의 對北 발언에 항의하는 내용의 성명서를 작성하여 美 대사관을 방문하려 한다는 보도가 있었습니다. 나는 이런 움직임은 국가 이익에 적합지 못한 움직임이라 생각합니다.

우리 남한은 미국과 북한 간의 공방을 주의깊게 살펴 국가 안위와 민족의 진로에 바람직한 방향을 모색해 지혜롭게 처신하여야 합니다. 나는 미국과 북한의 관계에서 우리 남한이 취할 태도를 다음의 다섯 가지로 생각합니다.

첫째는 줄서기를 확실히 하여야 합니다. 지난날보다 희미하긴 하나 아직도 세계는 두 그룹으로 나뉘어져 있습니다. 정치적으로 민주주의, 경제적으로 자본주의, 사회적으로 복지주의를 지향하는 열린 체제로서의 자유진영과 사회주의 내지 전체주의를 지키는 닫힌 체제 국가들로 나뉘어져 있습니다. 우리는 선택하여야 합니다. 미국, 일본, 유럽으로 이어지는 개방사회 측의 가치관과 질서에 속하여 동맹관계를 맺어 나가든지 아니면 중국, 러시아, 북한으로 이어지는 폐쇄사회 측에 줄을 서든지 먼저 확실하게 선택을 해야 합니다.

둘째는 북한과 대화하고 햇볕정책을 펼쳐 나감에 있어 먼저 남한 안의 국론을 통일해 나가야 합니다. 지금처럼 남한 안에 與와 野, 보수와 진보 간의 대립과 갈등이 깊은 상태를 그대로 둔 채 햇볕정책을 펼치면 훗날 큰 소란이 일어나게 될 것입니다. 金大中 대통령께서는 야당 지도자 시절부터 통일정책에 대하여는 확실한 이론을 펼쳤습니다. 그 점은 다른 지도자들과 뚜렷이 차이 나는 탁월성이라 생각합니다. 그런 통일정책이 집권 후에 햇볕정책으로 구체화된 것이라 생각됩니다.

나는 金대통령의 햇볕정책만큼은 훌륭한 정책이라고 생각하여 확실하게 지지합니다. 그러나 그 실시하는 과정에 문제가 있다는 생각입니다. 먼저 남한 안에서 충분히 논의하고 대화하여 국민을 설득하는 과정이 있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셋째는 부시가 말하는 바 같이 북한이 대량살상 무기를 갖추고 있다는 점은 이미 알려진 사실입니다. 우리는 북한과 대화하며 평화통일을 추구하되 만일의 경우를 생각하여 대비책을 확실하게 세워야 합니다. 전쟁에 대한 충분한 준비가 바로 전쟁을 막는 길임은 상식에 해당하는 일입니다. 지금부터라도 자주국방을 강화하고 또 생화학전과 같은 특수전에 대한 국민적 준비가 있어야 합니다.

넷째는 지금 우리 정부와 민간이 북한을 지원하고 있는 내용을 개선하여야 합니다. 햇볕정책은 적극 지지하지만 그 실행과정에서 金正日의 전략적 이용에 너무 끌려다니지 않나 하는 의문을 가집니다. 그래서 나의 생각으로는 햇볕정책을 강력하게 지속적으로 시행하려면 다음의 세 가지가 보완되어야 합니다.

첫째는 與·野·官·民이 햇볕정책에 공감대를 이루는 국론통일의 과정을 거치고, 둘째는 햇볕정책이 중요하면 할수록 국방을 더욱 강화하여 만일의 사태에 대비하고, 셋째는 韓·美·日 동맹 체제를 굳건히 다져 나가야 합니다. 그렇게만 하면 햇볕정책은 성공할 것입니다.

끝으로 우리 정부는 북한 金正日 정권에 대하여 인권과 국민복지를 최고의 가치로 삼아야 할 것을 요구하여야 합니다. 과거 서독은 동독을 지원하되 반드시 인권과 결부시켜 지원하였습니다. 그래서 동독 국민들의 마음을 샀습니다. 지금부터라도 인권 우선주의를 앞세워 나가야 합니다. 그래서 국군포로, 탈북자 수용소의 정치범들에 대한 배려 등에 관심을 가져야 합니다. 이런 도덕성과 가치관이 바람직한 통일로 나아가는 지름길이 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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