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신글모든게시글모음 인기글(7일간 조회수높은순서)
m-5.jpg
현재접속자

오늘의

읽을꺼리

인터넷을 항해하면서 발견한 다시 읽고 싶은 글을 스크랩했습니다. 인터넷 공간이 워낙 넓다보니 전에 봐 두었던 글을 다시 찾기가 여간 어려운 게 아닙니다. 그래서 스크랩할만한 글을 갈무리합니다. (출처 표시를 하지 않으면 글이 게시가 안됩니다.)

[문화로 읽는 세상]종교인의 길을 가려면

더깊은신앙으로 이현주............... 조회 수 3052 추천 수 0 2003.09.22 21:31:38
.........
출처 :  
[경향신문] 2003년 08월 26일 (화)

서울 어느 대형교회 목사가 구속되었다. 안타까운 일이다. 보도에 따르면, 한때 손잡고 일했던 이들의 고발로 그리 되었다 한다. 그 정도밖에는 아는 바 없다. 자세히 알아보지도 않았고, 알아보고 싶지도 않다. 이 아까운 지면에서 그에 관한 무슨 시비를 따질 마음은 조금도 없다. 어차피 법정에 서게 됐으니 법관들이 알아서 할 일이다.

말이 나온 김에 종교인이란 어떤 사람인지(이어야 하는지)에 대하여 짧은 소견을 적어봄으로써 다른 누구보다도 목사라는 이름을 달고 살아야 하는 나 자신에게 다짐을 주고자 한다. 종교라는 말은 한문으로 ‘마루 종(宗)’에 ‘가르칠 교(敎)’로 되어 있다. 풀어 쓰면 ‘으뜸 가르침’이 되겠다. ‘종(宗)’에는 마루라는 뜻과 함께 밑이라는 뜻이 있다. 그래서 ‘마루 종(宗)’도 되고 ‘밑 종(宗)’도 된다. 가장 높은 마루와 가장 낮은 밑이 한 글자에 담겨 있다. 동양적 시각(視角)을 보여주는 한자의 묘미라 하겠다.

-하늘과 땅을 품은 가르침-

세상에는 참으로 많은 가르침이 있다. 도자기 굽는 방법도 가르치고, 자동차 운전기술도 가르치고, 외국어도 가르치고, 요리법도 가르친다. 이렇게 수를 헤아릴 수 없을 만큼 많은 가르침 가운데 가장 높으면서 가장 낮은 가르침이 바로 종교다. 종교는 그 가르치는 내용이 ‘하늘’에 닿아 있어서 가장 높고, 동시에 ‘땅’에 깔려 있어서 가장 낮다. 가장 높은 하늘과 가장 낮은 땅을 아울러 품은 스승의 가르침이 바로 종교라는 얘기다.

종교인은 비유하자면, 산 꼭대기를 바라고 올라가는 사람과 같다. 바다를 바라고 흘러내려가는 물과 같은 사람이라고 해도 되겠다. 가르침의 근원인 스승이 가장 높은 산 꼭대기 또는 가장 낮은 바다에 있기 때문이다. 스승은 자기 자리에서 사람들을 불러 “이리로 오라”고 한다. 그 어떤 구애도 장애도 없는 순수 자유의 경지로, 존재하는 모든 것을 받아들여 껴안는 순수 사랑의 품으로 사람들을 초대하는 것이다. 그 초대에 응하여 길을 떠난 사람이 바로 종교인이다. 따라서 지금보다 더 높은 곳을 향하여 올라가지 않는 사람, 지금보다 더 낮은 곳을 향하여 내려가지 않는 사람은 종교인이 아니다.

예컨대 바다이신 그리스도를 바라보고 내려가기를 한 순간도 멈추지 않는 사람이 그리스도인이요, 더 높을 수 없는 자리에 서있는 무상지존(無上至尊) 붓다를 향하여 올라가고 또 올라가는 사람이 불자(佛者)다. 그리하여 마침내 그리스도인은 그리스도를 만나 그리스도와 하나로 되고, 불자는 붓다를 만나 붓다로 되는 데서 종교인의 긴 여정을 마감하는 것이다.

산을 오르면 등고선(登高線)이 높아지면서 산의 경계는 좁아진다. 물이 흐르면 수심(水深)이 깊어지면서 물의 폭은 넓어진다. 종교인의 삶도 그렇다. 스승의 가르침을 좇아 살기를 계속하면 깨우침의 차원이 높아지면서 그가 차지하는 경계는 좁아진다. 고승(高僧)일수록 본사(本寺)보다 더 높으면서 더 작은 암자에 기거하는 것이 이를 상징적으로 잘 보여주고 있다. 여우도 굴이 있고 새도 보금자리가 있지만 머리둘 곳조차 없는 분이 예수였다. 산 꼭대기에 오르면 발 딛고 설 자리가 좁아져서 그럴 수밖에 없다.

-재물은 없어도 마음은 넉넉-

스승의 가르침에 오로지 충실했던 많은 성현들이 우리에게 종교인의 길이 어떤 것인지를 보여주고 있다. 반갑고 고마운 일이다. 그들은 명실상부하게 무소유의 삶을 살았다. 프란체스코가 그랬고, 마하트마 간디가 그랬고, 마더 테레사가 그랬다. 그러나 산 꼭대기에 오른 사람이 전후좌우 사방팔방을 한눈에 내려다 보듯이, 그들의 가슴은 온 세상을 품고도 남을 만큼 넉넉하다. 자기 이름으로 소유한 재물은 없지만 뭇 중생들이 그 품에 안겨 위안을 얻는다. 그들은 종파나 인종이나 종족 따위를 가리지 않는다. 예수는 그리스도인이 아니고 붓다는 불자(佛者)가 아니다. 그들은 그냥 그대로 ‘사람’이다. 종교인은 앞에 어떤 수식어도 붙지 않는 그냥 그대로 사람이 되기까지 스승의 가르침을 따라 오르고 또 오르기(내리고 또 내리기)를 계속하는 그런 사람인 것이다.

수십년 종교에 몸담고 있었다는 사람이, 그것도 지도자라는 호칭으로 불리는 사람이 호사스런 별장을 드나들면서 숱한 직함을 훈장처럼 달고 다닌다면 스승의 이름을 팔아 자기 욕망을 채운 자라는 누명을 벗기 어려울 것이다.

〈이현주/목사〉
List of Articles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344 인기감동기타 <새벽부흥회를 위한 몸관리 프로젝트>-사랑의 교회 전병욱 2003-09-23 3611
343 경포호수가에서 들려야 말을 하죠... 피러한 2003-09-23 2960
342 더깊은신앙으로 없는 것과 있는 것 이현주 2003-09-22 3154
341 생명환경자연 제2강좌 : 생명운동과 생물 평등성 유정길 2003-09-22 2926
340 생명환경자연 지구가 죽어가고 있다. 황창연 신무 2003-09-22 4048
339 생명환경자연 삶의 재충전 사티쉬 쿠마르 2003-09-22 3483
338 수필칼럼사설 낮 달 임의진 2003-09-22 2942
337 더깊은신앙으로 밥 한 그릇의 무게 이현주 2003-09-22 3745
336 선교화제현장 회남에서 ‘마음편지’ 부치는 홍승표 목사 file 홍승표 목사 2003-09-22 4217
335 더깊은신앙으로 나눔엔 주는이도 받는이도 없다. 이현주 2003-09-22 3057
» 더깊은신앙으로 [문화로 읽는 세상]종교인의 길을 가려면 이현주 2003-09-22 3052
333 北山편지채희동 달나라에 쓰레기 버리려는 '쓰레기 심보' 채희동 2003-09-22 2538
332 北山편지채희동 오, 주여! 저에게 자비를 - 나웬의 자비를 구하는 외침 채희동 2003-09-22 3131
331 선교화제현장 인터넷과 교회 홈페이지 김효정 2003-09-21 3469
330 한국교회허와실 ■ 공동체성 실종과 회복 기독교신문 2003-09-15 3549
329 수필칼럼사설 현실교회에 대한 진단 김기원 목사 2003-09-15 3103
328 수필칼럼사설 무당문화와 기독교문화 이철재 감독 2003-09-15 3171
327 수필칼럼사설 선교, 제4의 물결 이철재 감독 2003-09-15 3174
326 수필칼럼사설 대형교회와 다중교회 이철재 감독 2003-09-15 2776
325 수필칼럼사설 주일학교 전문교회를 세우자 이철재 감독 2003-09-15 2939
324 수필칼럼사설 디지털 시대와 교회 이철재 감독 2003-09-15 3040
323 경포호수가에서 나이 드는 증세(症勢)들 피러한 2003-09-14 3778
322 경포호수가에서 손가락 하나 때문에... 피러한 2003-09-07 3011
321 생명환경자연 [더워진 한반도] '생태계 교란' 구성재기자 2003-09-06 3761
320 수필칼럼사설 [읽을꺼리30] 풀어주는 교회 김조년 교수 2003-09-05 2685
319 수필칼럼사설 “목회는 목사의 전유물이 아니다” 김원철 목사 2003-09-05 2727
318 수필칼럼사설 [읽을꺼리32] 하나님의 새로운 집 김영일 목사 2003-09-05 2750
317 수필칼럼사설 기독교 세미나의 기업화 김기원 목사 2003-09-05 2902
316 정치건강취미 자기파멸로 들어선 기독우파의 궐기 백찬홍 2003-09-04 3205
315 목회독서교육 교회성장과 조용기 목사의 리더십 김영빈 기자 2003-09-02 4345
314 경포호수가에서 그녀를 좋아하는 이유는... 피러한 2003-08-31 3350
313 영성묵상훈련 <영성마당5> 영혼과 영성 김진 2003-08-26 2915
312 영성묵상훈련 <영성마당4> 그리스도교 영성에 대한 다섯 가지 오해 김진 2003-08-26 3724
311 영성묵상훈련 <영성마당3> 영성 이해의 두 흐름 김진 2003-08-26 2781
310 영성묵상훈련 <영성마당2> 영성은 하나의 유행이다? 김진 2003-08-26 2741

 

 혹 글을 퍼오실 때는 경로 (url)까지 함께 퍼와서 올려 주세요

자료를 올릴 때는 반드시 출처를 밝혀 주세요. 이단 자료는 통보 없이 즉시 삭제합니다.

    본 홈페이지는 조건없이 주고가신 예수님 처럼, 조건없이 퍼가기, 인용, 링크 모두 허용합니다.(단, 이단단체나, 상업적, 불법이용은 엄금)
    *운영자: 최용우 (010-7162-3514) * 9191az@hanmail.net * 30083 세종특별시 금남면 용포쑥티2길 5-7 (용포리 53-3)
XE Logi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