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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넷을 항해하면서 발견한 다시 읽고 싶은 글을 스크랩했습니다. 인터넷 공간이 워낙 넓다보니 전에 봐 두었던 글을 다시 찾기가 여간 어려운 게 아닙니다. 그래서 스크랩할만한 글을 갈무리합니다. (출처 표시를 하지 않으면 글이 게시가 안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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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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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앤조이 김승범
채희동의 영성마당 / 권정생의 '밭 한 뙤기'에서
밭 한 뙤기
권 정 생
사람들은 참 아무 것도 모른다
밭 한 뙤기, 논 한 뙤기
그 걸 모두 '내' 거라고 말한다
이 세상 온 우주 모든 것이,
한 사람의 '내' 것은 없다
하느님도 '내' 거라고 하지 않으신다
이 세상 모든 것은, 모두의 것이다
아기 종달새의 것도 되고
아기 까마귀의 것도 되고
다람쥐의 것도 되고
한 마리의 메뚜기 것도 되고
밭 한 뙤기, 돌멩이 하나라도
그건 '내' 것이 아니다
온 세상 모두의 것이다.
새벽기도회 때 자기가 하는 기도를 스스로 들을 때가 있습니다. 엊그제는 새벽 제단에 앉아 내 귀에 들리는 나의 기도 소리를 듣고 화들짝 놀란 적이 있습니다. 나 자신도 모르게 정말 습관적으로 '주시옵소서'의 기도를 드리고 있는 것이었습니다. 그런데 가만히 생각해 보면, 내가 지금 가지고 있지 않는 것을 내 것이 되게 해달라고 기도하는 것은 참으로 고약한 기도가 아닐 수 없습니다. 이런 몹쓸 기도를 지금 내가 하고 있는 것입니다.
우리가 드리는 대부분의 기도는 "집을 주시고 땅을 주시고 명예를 주시고 자리를 주시고 병을 고쳐주시고…" '주시고의 기도'입니다. 거지는 아무 것도 가진 것이 없어 달라고 하지만, 우리에게는 일용할 양식이 있으며, 사랑하는 벗이 있고, 주님의 성전이 있습니다. 그래도 우리는 습관적으로 자꾸만 '달라는 기도'를 합니다.
분명한 것은 이 세상 모든 것은 내 것이란 없습니다. 모두가 하느님의 것이요, 모두의 것이지요. 우리가 잠시 빌려 쓰고 있을 뿐인데도, 우리는 자꾸만 내 것이 되게 해 달라고 기도를 합니다.
어쩌면 인간의 역사는 '내 것의 역사'라 할 수 있습니다. 땅도 내 것, 집도 내 것, 국가도 내 것, 남의 것도 내 것. 그래서 내 것이 되게 하기 위해 싸우고 빼앗고, 전쟁을 일으키고 지금도 지구 곳곳에서는 '내 것으로 만들기 위해' 전쟁이 벌어지고 있습니다. 인간의 역사가 '내 것의 역사'요, 우리의 신앙이 '내 것이 되게 하는 신앙'이라면 얼마나 허무한 일이겠습니까. '내 것이 되게 해 달라는 신앙' 분명 기독교 신앙이 아닙니다.
작년 10월 어느 날, 민들레교회 최완택 목사님과 함께 안동에 사는 권정생 선생님 댁에 찾아가 뵌 적이 있었습니다. 다 쓰러져 가는 토담집, 그 흙벽을 받치고 있는 네 개의 버팀목이 너무나 안쓰러웠고, 좁은 방은 네 명이 들어가 앉으면 무릎이 서로 닿을 정도였습니다. '걸레'라는 이름의 강아지와 단 둘이 사시는 선생님의 집은 수도원보다도, 교회보다도 더 거룩해 보이고 순결해 보이기까지 했습니다.
일생을 가난한 마음을 가지고 진리이신 그리스도를 찾는 수도사처럼 가난과 청빈한 삶을 선택하신 선생님은 우리에게 그리스도적 삶이라는 것이 무엇인지를 보여주었습니다. 서늘한 가을 바람이 젊은 사람의 피부를 할퀴고 가는데도 여름난방을 걸쳐 입고 맑게 웃고 계시는 권 선생님의 미소는, 그렇습니다. "이 세상에 내 것은 아무 것도 없다, 이 세상의 모든 것은 모두의 것이다"라고 말씀하시는 듯 했습니다.
이제부터 나의 기도는 '주시옵소서의 기도'에서 "내 것이라고 생각하며 살았던 모든 것이 내 것이 아님을 알게 하옵소서"라고 기도를 드려야겠습니다. "교회도 내 것이 아니요, 책도 내 것이 아니요, 땅도 내 것이 아니요, 밥도 내 것이 아니요, 종달새, 까마귀의 것이며, 다람쥐와 메뚜기의 것이며, 우리 모두의 것입니다"라고 기도를 드려야겠습니다.
모든 것 버리시고 십자가를 지신 예수님을 주님으로 고백하는 우리의 감사는 "남의 것이 내 것이 된 것"에 감사 드리는 것이 아니라, "내 것은 아무 것도 없습니다. 하느님의 것이요 모두의 것입니다"라고 기도하는 무소유의 감사를 드렸으면 좋겠습니다. 그래야 주님의 나라가 이루어지지 않겠습니까?
채희동 (2002-12-13 오후 3:28: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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