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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넷을 항해하면서 발견한 다시 읽고 싶은 글을 스크랩했습니다. 인터넷 공간이 워낙 넓다보니 전에 봐 두었던 글을 다시 찾기가 여간 어려운 게 아닙니다. 그래서 스크랩할만한 글을 갈무리합니다. (출처 표시를 하지 않으면 글이 게시가 안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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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영희 교수, 경동교회에서 강연했다. ⓒ뉴스앤조이 최소란
우리사회의 대표적 진보지식인 리영희 명예교수(한양대학교 신문방송학과·74)는 "한국사회가 바뀌려면 한국기독교가 바뀌어야 한다"며 평소 그가 기독교에 대해 갖고 있던 생각을 풀어 놓았다. 리영희 교수는 장공기념사업회가 주최한 제6회 장공기념강연회에서 '한국기독교가 민족사회 속에서 무엇을 해야 할 것인가?'라는 주제로 11월 25일 경동교회(박종화 목사)에서 강연했다.
리영희 교수는 강연을 통해 남북관계, 기독교의 역할, 기독교인의 실천 등 세 가지 주제를 놓고 변증법적 틀에 따라 설명했다. 즉 통일을 이루기 위해 북한 뿐 아니라 남한도 변화돼야 하는데, 특히 사회 변화를 위한 기독교의 역할이 중요하며, 기독교의 역할은 개인 기독교인들의 실천을 통해 올바로 나타날 수 있다고 밝혔다.
남한도 바뀌어야 한다
리 교수는 가장 먼저 남과 북의 관계와 통일의 방향에 대해 다뤘다. 그는 "우리나라에서 남한은 변화될 게 없고 북한만 변화돼야 한다는 사고논리가 굳어 있다"고 지적하면서 "북한이 변화될 것을 기대하기에 앞서 남한의 변화를 외쳐야 한다"고 역설했다. 그리고 남한과 북한을 이분법에 따라 차별하는 태도는 위험하다고 지적했다. 남한은 무조건 선하고, 우월하고, 완벽한데 반해 북한은 전혀 그렇지 못하다는 식의 사고는 옳지 않다는 것이다.
리 교수는 남북통일이 독일의 통일철학인 '접근에 의한 변화'를 모델로 삼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에 따르면, 동·서독이 내전을 겪지 않고 순조롭게 통합을 이룰 수 있었던 것은 '접근을 통한 변화'를 추구했기 때문이었다.
▲리영희 교수. ⓒ뉴스앤조이 최소란
"서독과 동독은 변화와 통합의 노력에 앞서, 서로를 민족과 국가가 다른 두 개의 국제단위라고 받아들였다. 각자의 개별적인 정체성을 인식하고 서로에게 접근하는 가운데 질적인 변화의 힘이 작용해 결국 통합을 이루게 된 것이다."
독일통일 과정을 상세히 설명한 리 교수는 우리 남과 북이 독일의 통일 노력을 배워야 한다고 강조했다. 아직 우리나라는 남과 북이 '민족은 하나인데 국가만 두 개'라는 사고틀 속에 있다는 것이다. 계속 북한과의 차이를 인정하지 못하고 한 민족, 한 국가, 한 사회라고 고집하며 희망만 갖고 있으면 통일을 이루기 어렵다는 것이 그의 분석이다.
기독교는 한국사회 변화시키는 원동력
그렇다면 리영희 교수가 얘기하는 '남한사회에서 바뀌어야 할 부분'이란 어떤 것일까. 리 교수는 "남한이 북한보다 더 나은 정치와 경제제도 하에서 더 큰 자유와 풍요로움을 누릴 의지가 있는가" 하고 반문했다. 그는 남한사람들에게 나눔과 인정이 없으며, 폐쇄적으로 오로지 자기만의 영역을 고수하고 있다고 보았다.
또 리영희 교수는 한국인 76%가 '삶에 두려움을 느낀다'는 설문조사 결과를 제시하며, 오늘날 한국사회의 가장 큰 사회문제를 '인간 소외'라고 보았다. 한국인들이 납치, 살인, 강간 등 온갖 범죄와 타락과 이기주의적인 인간관계 속에서 인간적 고귀함을 상실했다는 것이다. 리 교수는 "남한사람들이 정치적 자유를 얻었지만, 총체적으로 소외의 삶을 살아가고 있다"고 지적하고 모든 인간이 소외에서 벗어날 수 있도록 종교가 올바른 가치를 전파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강연을 마치고 자리에 앉은 리영희 교수. ⓒ뉴스앤조이 최소란
리 교수는 남한사회를 변화시킬 수 있는 종교의 역할에 대한 설명을 이어갔다. 그는 자신은 기독교인이 아니라고 밝히면서도 한국사회에서 기독교가 차지하는 위치와 역할이 매우 중요하다고 거듭 강조했다.
"종교 이상으로 한국사회를 변화시키는 동력이 될 수 있는 단위는 없다. 교회가 행위적 차원에서 빛과 소금으로서의 자기 입증을 할 수 있을 때 민족사회를 변화시킬 수 있다."
종교 외에도 정치, 경제 등 여러 단위가 있는데 리 교수가 특히 종교의 중요성을 강조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리 교수는 경제 발전을 통한 변화는 근원적이지 않다는 입장을 제시했다. 그는 "국민소득 1만 불 시대에서 2만 불 시대가 된다고 해서 개인이 실존적으로 느끼는 행복이 두 배가 될 것인가" 하는 질문을 던진 후 "결코 그렇지 않다"고 부정했다. 진정한 변화의 가치는 물질주의적 측면보다 정신사상의 본질적 변화를 통해 구현된다는 것이다.
기독교인들의 올바른 실천 뒤따라야
그러나 리 교수는 한국기독교인들의 종교적 오만함에 대해 지적했다. 그는 북한사람들이나 다른 사람들에 대해서 '너희는 예수를 모르니까, 우리가 너희보다 훨씬 우월하다'고 말하는 남한 기독교인들의 배타성을 꼬집었다. 그리고 리 교수는 부시와 같이 다른 종교에 대해 파괴적인 태도로 치닫는 근본주의 신앙을 경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기독교가 다른 종교의 가치를 존중하며, 다른 종교와 공존하는 것에 너그러워지길 바란다고 밝혔다.
리 교수의 기독교에 대한 비판은 계속 이어졌다. 그는 한국사회에서 파병문제, 한미관계 등의 사안에 대해 수구적인 종교세력이 엄청난 힘을 발휘하고 있다고 보았다. 리 교수는 요새 기독교 십계명에 하나가 더 추가된 '십일계명'이란 게 있다고 말했다. 즉 '미국의 모든 명령을 순종하라'는 것이다.
리 교수는 밤만 되면 한국 땅의 절반이 십자가로 뒤덮일 정도로 교회가 많이 있다는 사실에 대해서도 깊은 유감을 드러냈다. 그는 세계 50대 교회 중 23개, 세계 5개 교회 중 3개가 남한에 있다는 통계자료를 들며, 자랑스럽지만 한편으로 섭섭하고 슬픈 현실이라고 말했다.
리영희 교수는 기독교 진리 자체를 부정하지 않았다. 그러나 오늘날 한국기독교가 근본진리를 올바로 담아내지 못하고 있다는 데 대한 안타까움을 나타냈다. 그의 저서 「스핑크스의 코」에서도 나오듯이, 리 교수는 자신은 기독교와 불교가 아닌, 예수교와 부처교를 따른다고 밝혔다. 예수와 부처의 삶과 가르침은 존경하지만 제도화한 종교와 종교형식에는 동의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최소란 withhim@newsnjoy.co.kr
(c)2003 뉴스앤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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