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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넷을 항해하면서 발견한 다시 읽고 싶은 글을 스크랩했습니다. 인터넷 공간이 워낙 넓다보니 전에 봐 두었던 글을 다시 찾기가 여간 어려운 게 아닙니다. 그래서 스크랩할만한 글을 갈무리합니다. (출처 표시를 하지 않으면 글이 게시가 안됩니다.) |
출처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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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바람 부니 쓰레기는 스스로 쓰레기통으로
3·12 탄핵…의회민주의의 가장한 폭거, 반민주의의자의 쿠데타
얘야, 아직 봄이 아니란다
주일 날 예배드리러 교회에 오지는 않고 점심 먹으러 오는 분이 있습니다. 그 분은 이곳 아산에서 가축에게 먹일 첨가제를 개발하여 공장도 만들어 전국에 제품을 판매하는 일을 합니다. 제 아들 녀석은 그 분이 오면 "장 사장님 아저씨, 나랑 놀아요" 그럽니다. 장 사장님이라는 분은 예배는 드리지 않지만, 저는 그 분이 우리 집에 와서 예배를 드린 성도들과 함께 밥을 먹고 교제하는 것이 기쁘고 좋습니다. 이웃과 밥 먹는 것이 또 다른 예배이기 때문입니다.
지난 겨울 어느 날, '밥 먹으러 오는 교인'(우리 성도들은 그 분을 이렇게 부릅니다)이 감나무 화분 하나를 주셨습니다. "목사님, 이 나무는 좀 선선한 베란다에다 놓고 3일에 한 번씩 물을 주세요. 그러면 가을에 감이 열리는 것을 볼 수 있을 겁니다."
그러나 우리는 베란다가 너무 추울 거라 생각하고 따뜻한 거실에 두었고, 무슨 규칙이라도 지키듯 3일 한 번씩 꼭꼭 물을 주었습니다. 2월 초, 봄이라고 하기에는 아직 이른 어느 날, 가지에 물이 오르더니 하얀 씨눈 같은 것이 보입니다. 그리고 하루가 다르게 파란 이파리가 돋아나기 시작했습니다.
저는 너무나 신기하고 좋아 교인들에게 자랑했습니다. "이것 좀 보세요. 봄이 왔어요. 봄이."
"와, 봄이 왔군요. 너무 좋아요." 모든 교인들도 마치 봄이 온 듯 설레어 하였습니다.
주일 점심에 '밥 먹으러 오는 교인'에게도
이파리가 파랗게 돋아난 감나무를 보여주었습니다. 감나무를 본 순간 장 사장님의
얼굴이 일그러지면서 이내 굳어졌습니다. "목사님, 이거 큰 일 났습니다. 이
나무에서 올 가을에 감 보기는 다 틀렸습니다."
저는 다급한 마음에 물었습니다. "왜요? 뭐가 잘 못되었습니까?"
"아직 봄도 아닌데, 제는 봄인 줄 알고 저렇게 파란 잎을 피웠으니, 곧 꽃이 필 테고, 그러면 열매도 맺지 못하고 꽃은 떨어질 거예요."
저는 그 분의 말이 떨어지기가 무섭게 감나무 화분을 베란다에다 옮겨 놓고, 아무리 추워도 꽁꽁 얼어 벌벌 떨어도 감나무를 따뜻한 집 안에 드리지 않았습니다. 그리고 그 감나무에게 말합니다. "얘야, 아직 봄이 아니란다. 착각하지 마라. 아직 봄이 아니야."
3월 12일은 쓰레기를 청소하는 날
▲ⓒ뉴스앤조이 자료사진 |
3월 12일은 우리 헌정사상 초유의 사건이 벌어진 날입니다. 이 날은 국민의 손으로 뽑은 대통령을 부패하고 무능한 국회의원들이 탄핵한 날입니다. 이 번 일로 대한국민은 일대 충격에 휩싸였고, 국민들은 분노하고 있습니다. 울먹이는 사람들, 분노하는 사람들, 심지어는 분신하는 사람까지 있었습니다. 서울 광화문을 비롯해 전국 주요 도시에서 시민들이 촛불을 다시 들기 시작했습니다.
그 날, 우리 교회 송명희 집사님은 몸에 기운이 쫙 빠지면서 아무 일도 하지 못했다고 하고, 점심 먹으러 오는 장 사장님도 그 날 하루 종일 울었다고 합니다. 그 다음 날 김순기 집사님은 새벽예배에 나와 엉엉 우시면서 "이 나라를 불쌍히 여기옵소서" 하고 기도하십니다.
1987년, 6월 항쟁 이후 이 땅에는 고통과 시련의 혹독한 겨울이 가고 봄이 온 줄 알았는데, 3당 합당으로 여전히 겨울이었습니다. 국민의정부와 참여정부가 들어서고 다시 봄이 온 줄 알았는데, 봄인 줄 알고 파란 이파리도 피우고 노란 꽃도 피울 줄 알았는데, 봄이 아니었습니다. 아직 봄이 아니었습니다. 민주의의가 온 줄 알았는데, 아직 민주의의가 아니었습니다. 저것은 의회민주의의를 가장한 폭거였고, 반민주의의자들의 쿠데타였습니다. 봄을 가장한 겨울이었습니다.
시인 안도현은 "2004년 3월 12일을 죽음이라 부르자 / 막 꽃 피우려고 일어서던 꽃나무를 주저앉히는 / 저 어처구니없는 폭설을 /폭설의 검은 쿠데타를 / 달리 뭐라 말하겠나, 죽음이라 부르자 / 이건 아니다 / 지붕이 무너졌다 / 서까래가 내려앉았다 / 도란도란 민주주의의 밥을 끓이던 부엌도 까뭉개졌다 / 냄비도 그릇도 국자도 숟가락도 파묻혀 버렸다 / 이건 아니다 백 번 천 번 양보해도 이건 아니다 / 거대한 눈보라의 음모, 미친 바람의 장난, / 아아 끝까지 막아내지 못하고 / 쓰러져 숨을 헐떡이는 / 슬픈 두 눈의 대한민국을 죽음이라 부르자" 하고 울분을 토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시인은 "국민이 힘이 세다 / 삽을 든 자는 삽으로 검은 눈더미를 치우자 / 펜을 가진 자는 펜으로 정면 대응하자 / 돈을 가진 자는 돈으로 나라를 일으켜 세우자 ... / 결별해야 할 것이 분명해졌으니 / 울지 마라, 대한민국! / 울지 마라, 대한민국!" 하며 국민의 힘으로 다시 봄을 맞이하자고 노래합니다.
지난주일 수원 등불교회(장병용 목사)가 초청한 시인 박노해는 "순수한 분노로 저들을 심판하자"고 말했습니다. 그리고 지리산에 사는 박남준이라는 시인은 "오늘 같이 좋은 날 왜 우느냐, 오늘은 쓰레기들을 청소한 잔칫날이다" 하고 말하기도 했습니다.
어쩌면 3월 12일, 이 날은 진정한 봄을 맞이하기 위해 이 땅에 있는 쓰레기를 청소하는 날인지 모릅니다. 아니 그 날부터 불기 시작한, 전국 각 지역에서 손에 손에 촛불을 들고 민주의의 바람, 봄바람을 일으키며 쓰레기 같은 저 거짓 위정자들을 대청소하는 날입니다. 한번 소용돌이가 몰아치면 쓰레기들은 쓰레기들끼리 모이게 되고, 그 바람을 타고 저 쓰레기들은 스스로 알아서 쓰레기통에 들어가고 있는 것입니다.
죄 없는 자가 돌멩이를 던져라
저는 대통령 탄핵을 보면서, 율법학자들과 바리사이파 사람들이 간음하다 잡힌 여자 한 사람을 데리고 와서 앞에 내세워 놓은 말씀이 떠올랐습니다. "모세의 법에는 이런 죄를 범한 여자는 돌로 쳐죽이라고 하였는데 예수 당신은 어떻게 하겠습니까?" 하고 묻는 저들에게 예수는 "너희 중에 누구든지 죄 없는 사람이 먼저 저 여자를 돌로 쳐라" 하고 답하십니다. 성경에는 주님의 이 말씀을 들은 저들은 나이 많은 이들부터 차례로 손에 든 돌멩이를 놓고 그 자리를 떠났다고 했습니다.
국민 대다수는 대통령이 잘못이 좀 있다고 하나 탄핵하지는 말라고 했습니다. 돌멩이를 던지지 말라고 했습니다. 아니 "너희가 죄가 없다면 저에게 돌멩이를 던져라. 그러나 태산 만한 죄 덩어리를 짊어진 너희가, 눈에 훤히 드러난 죄인인 너희가 어찌 저에게 돌멩이를 던지려 하느냐. 죄 없는 자가 대통령에게 돌로 쳐라" 하는 말했습니다. 그러나 놀랍게도 파렴치하게도 저들은 대통령에게 돌멩이를 던지고야 말합니다.
율법학자들과 바리사이파 사람들은 예수의 말을 듣고 돌멩이를 놓고 그 자리를 떠났지만, 저들은 돌멩이를 무차별하게 던졌고, 아직도 그 자리를 놓지 않고 더욱 견고하게 지키려고, 총선 연기니 개헌이니 하면서 온갖 술수를 쓰려고 합니다.
모든 국민이 참회하는 엄숙하고 경건한 시간
3월 12일, 국회에서 국회의원들이 서로 몸싸움을 하고 신발을 던지고, 또 대통령을 탄핵하는 것을 보면서, 국민의 뜻이 짓밟히는 것을 보면서 지금 우리나라는 깊은 충격과 비통함 속에 쌓여있지만, 지금 이 시간은 우리 하느님께서 우리 민족에게 주신 참회의 시간이요 자기를 돌아보는 회개의 시간이라는 생각을 해 봅니다.
"죄 없는 자가 먼저 돌멩이를 던지라"는 예수의 말씀은 간음한 여자를 향해 들려진 율법학자들과 바리사이파 사람들의 돌멩이를 바로 돌멩이를 든 자들에게 향하도록 하신 것입니다. 남을 향하던 돌멩이를 자기 자신에게 향하도록 한 것입니다. 한나라당과 민주당, 자민련 국회의원들은 대통령에게 탄핵이라는 돌을 던지고 말았지만, 저들은 어느 누구도 자기 자신에게 돌을 던지는 자가 없었습니다. 자기들이 지금까지 나라와 국민에게 잘못한 것을 뉘우치고 사죄하고 자기를 참회하고 반성하고 무릎을 꿇는 이들이 없었습니다. 그래서 우리는 저들에게 희망을 볼 수 없는 것입니다.
3월 12일은 탄핵 당한 대통령, 탄핵을 주도한 국회의원에서부터 국민 한 사람 한 사람에 이르기까지 자신을 뒤돌아보는 시간, 자기의 삶의 자리와 자기가 살아온 삶의 방식을 되돌아보는 엄숙하고 경건하고 거룩한 시간이라는 생각을 합니다.
나는 아무런 잘못이 없는데 너만 잘못이 있다고 서로 돌을 던지고 욕설을 퍼붓고 죽이려 하는 이 죽임의 세계 한 가운데 있는 우리들, 내 안에 있는 노예와 같은 삶과 먹고 마시는 일에만 혈안이 되어온 짐승 같은 나의 삶을 반성하고, 나 자신도 이 위선과 거짓과 폭거가 난무하는 이 사태에 동조한 책임을 통감하고, 그래서 쓰레기 같은 국회의원을 뽑은 것을 반성하고 국민 스스로 자기를 정화하는 시간을 가져합니다.
▲채희동 목사. |
3월 12일은 이 소용돌이 한 중심의 고요 속에 계시는 하느님께서 이 민족의 백성에게 주신 참으로 소중하고 거룩한 은총의 시간입니다. 하느님은 이 민족의 역사를 퇴보시키는 분이 아닙니다. 저는 탄핵사태를 보면서 하느님께서 친히 이 민족의 역사를 주관하고 계신다는 확신을 갖습니다. 지금 국민 스스로 일으키고 있는 봄바람이 무서워 쓰레기들이 스스로 쓰레기통에 들어가고 있지 않습니까? 어느 나라 역사에서도 이런 일은 없었습니다. 이 일은 하느님께서 하시는 일이기 때문에 가능한 것입니다. 우리는 이처럼 지금 하느님의 경륜 한가운데 서 있습니다.
2004년
03월 15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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